8월 8일 일요일. 드디어 Evanston으로 들어왔다. 에반스톤은 정말 작고 아름다운 곳이다. 나의 아파트는 Chicago Avenue에 있는데, 창밖으로 작은 공원이 하나 있고, 길 건너편엔 와인샵과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Whole Food Market 이 있다. 캠퍼스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한다.
Shopping Around
일요일에는 계속 시장을 보느라고 시간을 보냈다. Target과 H Mart라는 한국 상품들을 파는 곳에도 두번이나 갔다. 필요한 물건을 잔뜩 샀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면 모자란 물건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설겆이 하고 그릇을 말리는 트레이나 샤워커튼에 끼우는 링 등, 아주 짜잘하지만 없으면 불편한 물건들을 빼먹고 사지 않아서 한동안 불편하게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반면에 몇가지 “비싼” 물건들도 장만을 했다. 예를 들면 이 포스팅도 나의 새로운 맥북에서 쓰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아이폰4도 샀다. 지금 미국에서도 아이폰4는 물건이 없어서 주문하면 2주 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32기가짜리 모델은 다소 재고가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32기가짜리로 구입했다. 그리고 Sony NEX-5 라는 카메라도 하나 구입.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전자제품들을 한꺼번에 많이 사보기도 처음인것 같다. 이런게 인생의 행복이랄까..
미국에 처음 살면서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이 바로 가구들. 나는 다행히 Class of 2010 의 선배에게 가구를 좀 받아서 처음 방에 들어갈 때에는 썰렁한 느낌이 덜했다. 그런데 사실 자세히 보니 소파나 서랍장은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라면 절대로 남에게 팔지 않을 만한 물건이랄까. 역시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서글픈 때는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 등쳐먹을때 라고 누군가가 말했는데, 이 말이 생각나서 괜히 슬펐다. 어쨌거나 그래서 소파도 마련하고 침대도 마련했다.
오늘 (8월 12일)은 골프 용품을 사러 갔다. 아이오와에 있는 형이 골프 클럽은 줬기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신발과 장갑 정도만 구입하면 됐는데, 다른 사람들은 클럽도 구매했다. 골프만큼 장비가 많이 필요한 운동이 없다. 도대체 무슨 장비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아무튼 이래저래 며칠간 쓴 돈이 거의 5000 달러에 달한다. 첫날부터 정확하게 카운트를 한 것은 아니니까 조금 더 썼을지도 모른다. 수입이 없는 학생 생활이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압박감이 들기 시작한다.
Small University Town
Evanston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딘가 닮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Berkeley 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것 같다. 작은 대학 마을, 그리고 곳곳에 있는 커피숍과 샌드위치 가게들, 서점들 등등. 어딘지 모르게 UC Berkeley 앞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Michigan Avenue 가 나오고, 조깅을 하기에도 좋고,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동네에는 작은 샌드위치 집들과 Whole Foods 같은 식료품 점등이 있고, 길들은 위험하지도 않고 깨끗하다.
Northwestern University는 시카고 다운타운 쪽에도 캠퍼스가 있어서 Evanston과 시카고 사이에 셔틀버스가 운행을 한다. 낮시간에는 10-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어서 편리하고, 늦은 시간에는 30-40분 간격으로 있다. 그래서 시카고 다운타운까지도 셔틀을 타면 쉽게 갈 수 있어서 좋다. 며칠 전에도 한번 이 버스를 타고 시카고 다운타운까지 갔는데, 30분 정도만에 갈 수 있어서 딱 좋았다. 사실 차가 있다고 해도 시카고의 주차료는 워낙 살인적이어서 별로 이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셔틀버스의 존재는 에반스톤의 학생들에게 큰 힘을 줄 것임에 분명하다.
Buying a car
차를 사는 것은 미국 생활에서 가장 피곤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international students 들의 언어 및 문화생활의 적응을 위해서 Kellogg 에서 마련한 ACE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2명의 한국 학생들은 이미 여기 들어와 있었다. 지금 현재는 이들 가운데 한명이 차를 구입해서 이 친구에게 거의 10명 가까운 사람이 ride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모두 빨리 차를 사야 이 곤란한 상황이 해결 될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나도 며칠간 몇몇 딜러들을 돌아다니면서 눈팅을 하고 다녔다. 한국에서는 그랜져 TG를 탔는데,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구입한 첫차여서 굉장히 애착이 많이 갔던 차다. 그 차는 검은색 2009년형이어서 여기서도 뭔가 검은색 2009년형 차를 사려고 했었다. 그 차는 나와 내 와이프가 검둥이라고 불러서 왠지 검은 차에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다.
어쨌든, 그 차를 중고에 판 가격이 2100만원이어서 달러로 환산하면 1800 달러 정도 된다. 그 정도 가격에서 차를 찾고 있는데, 혼다 Accord 2008년 형이 딱 그 정도 가격인것 같아서 눈팅중이다.
하지만 차를 구매하는 프로세스는 만만치 않다. 미국은 모든 것이 negotiation 기준이다. 따라서 가격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얼마나 말을 잘하고, 얼마나 잘 딜러와 흥정하는가가 관건이다.
사실 나는 흥정에 둔한 편이어서 이런 문화가 매우 불편하다. 함께 온 어떤 동문의 말처럼 ‘이러니까 우리나라가 FTA 협상같은거 하며는 미국애들한테 홀라당 털리지’ 라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이들은 협상이 생활화 되어 있다. 그러니 나처럼 협상이 불편하기만한 한국 사람들에게 미국인들의 협상 기술은 한수 위일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수일 내에 차를 살것 같기는 한데, 뭔가 석연치 않은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느림에의 적응
미국은 느리다. 내가 인터넷을 설치하는데도 1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것은 빠른 편이었다. 인터넷 설치 뿐 아니라 무언가 얻어내는데에는 매우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수많은 고객센터 직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한국에서 고객센터 직원들이 상냥하게 말하던 ‘불편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고객님~’ 이라는 소리가 그리울 지경이다.
사실 지난 2주간 포스팅이 없었던 것은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집 앞에 있는 카페에 가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무언가 셋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인터넷을 빨리 설치하고 싶었다.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고, 가지고온 여행자 수표를 입금하는데 걸린 총 시간은 약 3시간. 최근에 차를 사러 딜러샵에 가서 최종적으로 가격을 받아 내는데 거린 시간도 약 3시간. 이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고객센터 직원들에게 다시는 불평을 토로하지 않으리라.
Kellogg! Kellogg!
역시나 Kellogg의 위상은 여기서도 높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MBA를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Harvard, Stanford, Wharton을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이 세 학교의 위상이 높은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Kellogg, Northwestern도 중부에서는 명문 학교이다. 나 조차도 여기에 오기 전까지 몰랐던 몇몇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먼저 Northwestern은 전체 미국 학부 순위에서 11-13위 정도를 오가는 정도이다. 이 정도는 Columbia, Dartmouth 같은 Ivy League 학교들의 바로 다음 정도이고, Cornell, Brown, Rice 같은 사립 명문보다는 조금 좋은 정도인것 같다.
하지만 중부에 위치한 만큼, 미국의 industry 와 매우 밀접한 관련도 무시하지 못한다. 예컨대 중부는 미국의 공업, 농업의 중심지이다. 이는 뉴욕이 금융의 중심지인것과 비슷한 효과다. 시카도부터 동쪽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디트로이트가 있고, 서쪽으로는 아이오와, 인디애나, 캔사스같은 농업의 중심지들이 있다. 미네소타, 시카고는 항공 산업이 발달해 있고, Caterpillar 같은 건설회사도 시카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처첨 시카고 및 northwestern 지역은 미국의 산업의 중심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Northwestern 은 U of Chicago와 함께 중부 지역을 이끄는 대표적인 학교다. U of Chicago 가 다운타운에 입지 해 있어서 조금 서민적인 학교라면 NU는 좀더 luxurious한 사립학교라고 할 수 있다.
NU가 11-13위권이라면 Kellogg는 Top 5안에 항상 든다. 물론 MBA 순위라는게 누가 매기느냐에 따라서 엿가락이지만,, Kellogg는 앞서 언급한 industry 와 밀접하다는 이유 및 team work culture, 그리고 오랜 전통으로 항상 top 5 안에 드는 상위권 랭킹을 유지해 왔다.
지원 서류를 준비하다보면 모든 학교가 마치 나의 학교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나는 Harvard를 제외한 top 12학교에 거의 모두 지원했는데, 지원할때마다 모든 학교에 애착이 생길 정도로 많이 알아봤다. 미국의 대학은 저마다의 특생이 뚜렷해서,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모든 학교에 애착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막상 Evanston에 와보니 Kellogg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 오랜 나의 로망이었던 미국 대학의 학교 T-shirt도 사고, 학교 캠퍼스도 거닐어보니 더욱 애착이 커진다.
익숙한 낯설음
‘아! 이제 정말 유학생활 시작이구나’ 라는 느낌이 든것은 아이너리하게도 한국 마켓인 H-mart (한아름마트)에 갔을 때였다. 뭐랄까, 한국적이면서도 미국적인 그 분위기가 내가 미국에 있음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 것 같았다.
확실히 미국 유학 경험은 돈이 얼마가 들던지 한번쯤 해 볼만한 경험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수가 350만 정도라고 하는데, 이정도면 거의 부산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며, 이들도 우리나라의 일부이자 미국 사회의 일부로서 살고 있다.
이런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사회와 유학생 사회를 경험해 보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사람으로서 한번쯤 겪어야할 느낌은 아닌지 생각해 봤다. 대략 우리 인구를 5000만이라고 생각하면 7% 정도는 외국에 있다는 이야기.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앞으로 나의 유학생활이 어떻게 전개될지 나도 알수 없지만, 이 낯설고도 설레인 느낌은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