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미국행

 

8월 2일 오전 7시. 부시시 일어나서 10분만에 밥을 먹고, 5분만에 씻었다. 그리고나서 계속 무언가 빼먹은게 없는지 생각한다.

없다. 분명히 빼먹은 것은 없다. 하지만, 계속 무언가 빼먹은 느낌이다.

7시 40분. 대절해 놓은 콜벤이 집 앞에 와 있다. 이민가방 하나와 트렁크 2개를 1층까지 옮기고 나니, 무더운 삼복더위에 온 몸에 땀이 비오듯 한다. 불과 20분전에 한 샤워가 아까울 뿐이다.

9시에 공항에 도착. 짐을 부치고 와이프와 어머니와 간단히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까지 공항에 마중 나온다고 하셔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와이프를 한국에 두고 가야 하는 마음이 무겁다. 원래 나의 계획은 MBA를 내 인생의 2년간의 재충전의 시기이자, 결혼과 출산의 시기로 삼으려는 것이었는데, 와이프의 career가 걸려 있어서 결혼과 출산의 시기로 삼으려던 계획은 일단 접기로 했다. 하지만, 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언제든지 보고 싶을때면 미국으로 오기로 했다.

하지만 감정적인 이유 이외에도 행정적인 이유로 이러한 옵션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비자도 언제 입국할지 알아야 배우자의 F2를 받기가 수월하고, 보험도 애초에 배우자까지 들지 말지를 결정해야 복잡하지 않다. 중간에 추가하기에는 추가적 비용도 들고, 절차도 복잡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런 행정적인 이유를 생각하기에는 감정적으로 너무 안타까움이 커서, 일단은 보고 싶을때면 언제든지 보기로 했다.

눈물 흘리는 와이프에게 작별을 고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11시 40분 비행기가 인천 공항을 뜬다.

나의 여정은 좀 복잡하다.

어머님을 모시고 아이오와 Ames 라는 도시에 있는 형네 집으로 일단 가서, 며칠간을 보낸다. 그리고나서 Evanston 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어머님과 동승했다.

12시간 반의 비행시간은 30대 초반인 나에게는 영화, 책, 생각할 시간과 기내식,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사이사이에 졸음을 끼워넣으면 금새 지나가는 시간이다. 아니, 어쩌면 졸음과 졸음 사이에 영화, 책, 생각하기, 기내식을 끼워넣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60대 중반인 어머님에게 12시간 반의 비행은 고역이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말 그래도 모든 서비스의 초점을 30-40대 비즈니스맨에게 맞춰 놓은듯 하다. 비즈니스맨이 아닌 60대 장년 여성에게는 그냥 조금 편하게 지루할 뿐이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 다시 8월 2일 오전 10시다.

시간이 되돌려졌다.

문제는 12시에 아이오와 드모인(Des Moines)으로 출발하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2시간의 transit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는 계속 security 들에게 부탁해서 본의아니게 새치기를 해야 했고, 그러고도 겨우겨우 비행기에 탔다.

좁은 이코노미석, 국내선 비행기. 그래도 다행히 1시간만에 드 모인이다.

공항에는 형이 나와 있고, 나의 조카 지아도 나와 있었다. 먼 발치에서 보이는 우리 모습에 겁먹고 외면하는 지아의 모습이 귀엽다.

*~*~*~*

미국에 온 것은 2003년에 전경련 Young Leader’s Camp 에서 보내준 9박 10일 연수가 마지막이었다. 무려 7년만이다. 20대에도 몇달씩 여러번 왔던 미국이지만, 그때 왔던 미국과 지금 서른이 넘어서 온 미국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사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세금을 내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모든 문화와 소비의 중심인 30대를 사는 것과, Minority 학생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나 ‘살기 편한 나라’로서 내게 다가온다. 뉴욕을 제외하고는 어딜 가나 자연이 가깝다. 풀과 나무, 하늘과 구름이 어디를 보아도 풍성하게 보인다.

어떤 건물을 가도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나의 일본에서의 경험들과도 대비되어서 무언가 이 나라의 여유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Des Moines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Iowa State University 가 있는 Ames 가 나온다. 여기가 형이 형수님과 그리고 두 아이와 가정을 꾸리고 있는 곳이다.

8월 3일 하루종일 낮잠과 밤잠을 뭐가 뭔지도 모르고 번갈아가면서 자고 나니 어느덧 8월 4일 수요일이다.

Mall들을 돌아다니고 Best Buy나 Staples 같은 대형 마트를 돌아다니다보니 정말 미국에 온게 실감이 난다.

오후에는 형네 집에 있는 잔디를 깎았다. 잔디를 깎고 나니까 뭔가 정말 미국의 중산층의 삶을 본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 이렇게 잔디를 깎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routine 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국인들에게 잔디깎기라는 것은 세계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만 같았다.

8월 5일 새벽 다섯시..

조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차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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