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hypermarket)에 대한 생각들.

 

미국에 온지 5일째. 그 동안 필요한 물건들을 사느라고 대형 마트들을 돌아다녔다. Target, Wal Mart, Costco, Best Buy, Staples 에 갔었다. 오늘은 최근에 느끼고 있는 대형마트(hypermarket)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Hyper of Korean hypermarkets

아무래도 P&G에서 일하면서 대형마트에 수없이 드나들다보니, 대형 마트에 가면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보고 또 느끼게 된다. 지난 몇년 동안 다녔던 국내 대형 마트만 해도 100여곳이 넘는 것 같고, 몇몇 점포들은 정말 수없이 드나들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대형마트는 약 35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게 지난 10년 정도의 시간 동안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마트, 홈플러스(테스코), 그리고 롯데마트의 주도하에 수많은 점포들이 생겨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대형마트를 좋아할 줄은 아마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네마다 시장이 있었고,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몇몇 사람들은 말했다.

Walmart & Tesco

하지만 월마트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실패한 이유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싫어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참고로 월마트는 2005년경 이마트에 인수되었다)

월마트의 실패에 반해서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global player는 바로 TESCO 이다. Tesco Korea는 Tesco 내에서 영국에 이어서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큰 branch 이다. 물론 한국 지사가 영국 지사에 비해면 턱없이 작겠지만, 어쨌든 Tesco Korea는 HomePlus 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현지화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Promotion War in Korea

우리나라 마트의 특징은 누가봐도 심각한 수준의 프로모션이 아닐까? 예전에 P&G에 있던 어떤 외국인 상무는 한국 대형마트의 프로모션을 보면서 ‘한국은 매일매일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물론 소비자들을 위해서야 1+1 이나 2+1 같이 강력한 프로모션들이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가끔은 샴푸나 세재를 저렇게 많이 사서 도대체 다 쓰기는 할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샴푸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처럼 펌프가 달린 패키지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퍽 퍽 퍽 펌프를 눌러서 쓰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참고로 샴푸 카테고리는 80% 이상이 프로모션 팩이라는 이름의 패키지 상품이다. 원래는 컨디셔너나 에센스 같은 제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 한국의 소비자들을 위해서 고안된 이 프로모션 팩은 결국 한국의 강력한 대형마트의 성장과 함께 샴푸+샴푸+샴푸 팩과 같은 기형적인 제품들을 낳고 말았다.

사실 소비자들은 이 패키지를 사서, 집으로 가져저가서는 그대로 포장재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 2차 포장재는 심각한 환경오염일 뿐 아니라, 제조사가 그대로 가격을 떠안아야 하는 burden 이기도 하다. 한동안 그린 마일리지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2차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금새 흐지부지됐다.

일본의 상점가(商店街、しゅうてんがい)

이쯤에서 잠시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인 친구 다이스케와 함께 교토의 상점가를 지나게 되었다.

일본에는 작은 마을에 가도 항상 이러한 상점가가 하나씩은 있다. 1km 남짓한 거리 혹은 더 긴 거리의 양쪽을 빼곡히 메운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이런 상점가이다. 우리나라에도 일제시대에 이뤄진 몇몇 거리에서는 이런 상점가를 볼수 있는데, 이를테면 서울의 명동이나 청주의 본정통같은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다이스케에게 일본에서도 혹시 우리나라처럼 기업형 SSM과 동네 수퍼들의 다툼과 같은 일들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P&G에서 일하면서도 항상 일본에서는 왜 대형마트가 성공하지 못했는지 늘 궁금하곤 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일본의 생선이나 육류의 유통구조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다이스케의 생각은 좀 달랐다.

다이스케는 지역 주민들이 이런 상점가에 대해서 좀 더 애착을 갖고 이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은 이런 지역 상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지역의 주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좀 더 community 차원에서의 저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나는 이러한 의견에 굉장히 미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물어봤다.

‘대형 마트가 생기면 물건 값도 싸고,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들어와 있는 경우에는 one stop shopping도 가능해져서 가족들의 오락공간으로도 좋지 않은가?’

라고 말이다.

다이스케의 한마디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러면 어딜 가든지 똑같은 물건밖에 없잖아’

이 말이 곧이곧대로 모든 상점가에서 파는 상품들이 다 다르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일본에도 체인 스토어나 프랜차이즈 스토어가 많이 있다. 하지만 분명 일본의 상점가는 지역적 특색을 살린 상점들이 많거나, 혹은 대형마트에서 보는 획일화된 상품이 아니라 조금씩이나마 차별화된 상품을 볼 수 있다.

대형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동네마다 작은 시장이 있었던 것들이 이마트로 대체되었다.
동네마다 작은 전파상이 있던 것들이 하이마트로 대체되었다.
동네마다 작은 장난감 가게들이 Toys R Us 로 대체되고 있다.
동네마다 작은 문방구들이 있던 것들이 링코나 베스트오피스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해서 대부분의 물건들이 대형화된 체인 스토어에서 팔리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들 이외에도 Home Depot 나 Lowe’s 같은 철물점 등을 대체한 상점들도 있고, 가구점도 대형화되어서 Ikea 도 들어온지 오래 되었다.

이런 추세로 보면 분명 한국에서도 모든 카테고리들이 이른바 category killer 들에 의해서 대형체인화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 나타나는 모든 추세들이 그러하듯이 어느 한 방향으로 달리지만은 아니할 것이다. 대형화도 물론 가속화 되겠지만, 일본의 쇼텐가(상점가) 처럼 작은 규모의 스토어들도 생겨날 것이다.

다원화는 어느 인더스트리에서나 나타나는 추세이다. 대형 마트가 이미 5세대형 스토어라는 이름을 걸고 더 진화하고 있지만, 분명 그것에 반대하는 새로운 움직임들도 나타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에 오기 며칠전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어가는데, 골목골목 작은 상점들을 둘러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지유가오카나 다이칸야마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 TGI Friday’s 나 베니건스가 맛있다고 여겨진 시기는 물건너갔다. 그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는데에는 분명 동네마다 생긴 더 작고, 더 맛있고, 더 친밀한 레스토랑들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Mass production, Standardization, Cost efficiency 같은 미국의 대형 산업의 정신에 거꾸로 가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날 것 같다.

한편으로 이런 경향이 가장 심한 미국에서, 앞으로 2년간 이런 트랜드를 많이 보고 싶은 개인적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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