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떠나기 1주일쯤 전에 대학교때 사람들과의 저녁식사 모임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였고, 내 송별회 비슷한 성격도 있어서 내가 와인을 많이 준비했다.
얼마 전에 Dailypick에서 소개했던 청담동에 있는 뜨리앙 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했다. 뜨리앙은 마침 내가 알고 지내던 형의 동생분이 하는 곳이라서 한번 가보려고 했던 곳이기도 했는데, 음식이 너무나 훌륭했다. 분위기도 밝고, 통유리로 청담동 골목의 풍경이 보이는 곳이라서 10명 정도의 모임이라면 적당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Codorníu Pinot Noir
시작은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의 Penedes에 있는 Codorniu 라는 와이너리에서 사온 Pinot Noir 로 만든 Cava로 했다. 부부동반으로 온 분들이 많은 자리였는데, 역시 가벼운 스파클링으로 시작하니까 여자분들도 손쉽게 마시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처음부터 무겁게 레드로 시작한 적이 많았는데, 스파클링으로 시작해 보니 확실하게 그 차이가 느껴졌다.
Codorniu Penedes의 Pinot Noir Cava는 향이 정말 은은하고 향긋하다. 약간의 딸기향도 나고, 여자분들이 너무너무 좋아할만한 와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판매가 안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와인 정보; http://www.codorniu.com/cavas_detalle.html?id=cw438f1e802f21a)
Codorniu의 다른 스파클링 와인(cava)인 Anna 도 집에서 식구들과 마셔봤는데, 와인을 전혀 하지 못하시는 우리 어머님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너무나 향긋하고 은은해서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샐러드나 전체와 함께 먹기에 딱이다.
슈그, 소비뇽 블랑 (Schug, Sauvignon Blanc)
그 다음으로 준비한 와인은 Schug (슈그) 소비뇽블랑이었다. 이름은 꼭 독일와인같은데, 캘리포니아 와인이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있는 와인 코너에서 산 와인인데, 요즘 신세계에서 몇몇 와이너리들과 직수입 계약으로 가져오는 모양이었다.
이 모임이 있기 얼마 전에 왠지 캘리포니아 소비뇽블랑이 마시고 싶었다. 그립거나 예전 맛을 못 잊어서라기 보다는, 와인을 처음 배울때 베린저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뭔가 좋은 맛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맛이 잘 기억이 안났다. 그래서 백화점에 갔을 때 화이트 와인 중에서 캘리포니아 소비뇽 블랑을 추천해 달라고 했던 것이었고, 거기 있는 매장 직원이 ‘가격대비 만족도’를 보장한다는 말에 샀던 와인이다.
Schug 와인도 나쁘지 않은것 같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그 후에 마셨던 데 마르티노가 너무 강렬해서 Schug는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다음에 다시 한번 California 소비뇽 블랑은 시도해봐야겠다.
데 마르티노, 싱글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De Martino, Single Vineyard Cabernet Sauvignon)
처음으로 와인이 맛있다고 느꼈던 것은 예전에 도곡동 회사 근처에 있는 스타쉐프라는 음식점에서 몬테스알파 카버네 소비뇽을 처음 마셨을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와인이 떨떨하고 시큼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음식에 좋은 와인이 어우러질때의 기분도 처음으로 느껴본 것 같다. 왠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타쉐프에 가면 몬테스 알파를 시킬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나서 1865 같은 어느정도 quality가 보장된 대중적인 와인들을 마시면서 와인이 조금씩 맛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데 마르티노는 이런 나의 와인경험에 또 다른 전개를 마련해 준것 같았다. 솔직히 앞으로도 이렇게 7-8명 이상 모이는 모임에서 두세병씩 와인을 준비해야 한다면 데 마르티노를 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격대비 맛의 quality 가 너무 훌륭했다. 내 와이프도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분들도 와인의 맛을 많이 칭찬했다.
데 마르티노 싱글 빈야드는 너무 무겁지도, 시큼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고 천천히 맛을 전해주는 느낌이었다. 다음에 다시 이놈을 볼 기회가 있으면 외면하기 힘들것 같다.
이렇게 세 와인을 모두 마시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날 저녁은 이야기도 참 즐거웠지만, 음식과 와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준비했지만, 이렇게 와인을 잘 준비해보기는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해서 속으로 너무 뿌듯했다. 좋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하는 것의 가치와 De Martino 라는 의외의 수확을 건진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