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속에서 보낸 2시간

 

일리노이에서 아이오와로 넘어가다가 블리자드를 만났다.

바로 앞에 있는 차의 불빛도 보이지 않고, 내가 똑바로 운전을 하고 있는지도 네비게이션을 보고서야 알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사라져 버렸다.

눈보라 때문에 태양도 사라지고, 불빛 하나 없는 와중에서 계속 운전을 하면서 정말 두려웠다. 공포감이 거의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차들이 중간중간에 나뒹굴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마치 ‘미스트’, ’28일후’나 ‘나는 전설이다’ 같은 영화에서 나오는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너무 무서운 영화를 많이 봤나보다…

그렇게 어둠속을 2시간 정도 달려 아이오와로 넘어오니 거짓말처럼 맑았다. 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겨서 달려오고 나니, 한결 생각이 많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헷갈리던 생각들이 눈보라가 걷히듯이 많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평생 다시는 못할 경험이었다.

MBA 첫학기를 마치며

 

어제로서 MBA 첫학기가 끝났다.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본다.

솔직히 힘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힘든 첫학기였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힘들었던데는 나 스스로 자초한 일들로 인한 이유와, 첫 학기라서 힘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있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자초한 실수는, 먼저 학부를 경영학과를 나왔다는 이유로 무리해서 수업을 들었다는 점이다. 이번 학기에는 총 4과목을 들었다. Strategy, Accounting 그리고 Turbo Finance와 Turbo Decision Science (DECS) 라는 두 과목을 들었는데, 터보가 들어가는 두 과목을 동시에 들었던 것이 실수였던 듯 하다. 참고로 Turbo는 한학기에 두학기 내용을 커버해서 거의 두과목 정도의 work load가 있다.

Turbo Finance는 MBA에서 두 학기 수업인 Finance 1과 Finance2를 합쳐서 한학기에 끝내는 수업이었다. 대학때 들었던 재무관리와 투자론을 합쳐 놓은듯한 수업으로, 내심 ‘들었던 내용이니까 좀 열심히 하면 따라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개념들도 배웠다.

Turbo Decision Science 과목도 역시 두학기 과목을 한학기에 몰아서 하는 것이었는데, 확률+통계 과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Multiple regression 을 불과 4-5주만에 끝내는 중간고사 이후였다. 엄청난 work load와 함께 엄청 고생했다. 하지만 Regression 의 개념들과 몇몇 확률과 통계의 개념들은 배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점들이 확실히 MBA에서 다시 들으니 보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Binomial distribution 이 실무에서 주는 의미라든지, multiple regression 모델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 등은, 학부때는 백번 들어도 이해 못했을 것 같다.

결국 기말고사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나는 뒤쳐진 두 과목중에서 Turbo Decision Science 를 택했다. 제한된 시간에서 한 과목에 좀 더 몰빵을 해서 공부를 따라잡았다. 왜냐하면 Trubo DECS가 좀 더 오래 남을 것 같았고, Turbo Fin은 교수가 별로(?)였기 때문이다. -_-

MBA 첫학기 = 미국생활의 시작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미국을 만만하게 봤나보다. 미국 생활을 처음해본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하고 수업을 빽빽하게 듣다보니 다른 생활에서 작은 문제들이 생겨도 해결하는데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 라는 일들이 종종 생겨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전기 요금 신청이 안되어 있어서 전기를 끊겠다는 경고를 받는다든지,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갑자기 나의 보험신청을 거절한다든지, 먹을게 떨어져서 갑자기 먹을게 없다든지,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는데 한달이 넘도록 이민국에서 내 정보가 넘어오지 않아서 시험을 볼 수 없는 일이 생긴다든지 등등, 사실 생각지 못했떤 작은 장애물들이 생겼다. 문제는 미국에서 처음 사는 international student 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 + 발품이 든다는 것과 공부할 내용이 많다는 것의 콤보펀치가 생각보다 강력하게 나의 스트레스샘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제 돌이켜보면 정말 별것 아닌 일들이고, 한번 해결되고 나면 너무 후련한 일들인데, 그 당시에는 약간의 압박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이제는 미국 생활이 많이 안정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Peer pressure + Fear of missing out = chaos
어느 조직에서나 처음에는 다들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다. 특히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온 상태로 job을 찾고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Networking, job searching 등의 단어들이 들려오고, 몇몇 친구들이 인터뷰를 보고 오퍼를 받고 하는 모습들을 서서히 보면서 슬슬 압박감이 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게 하려고 MBA를 온 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에서 자꾸 놀고 싶어진다. 동시에 많은 파티들에 서서히 못가게 되고, 회사들의 company presentation에도 좀더 선택적으로 참석하게 되지만, 동시에 FOMO (내가 안가면 뭔가 영양가 높은 내용이 있었을 것 같은 느낌)가 고개를 든다.

예전에 친구들이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잘들 나가는데, 나 혼자 군대에 있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면 나도 저런거 다 따라다니면서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결론은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예외는 내가 하려는 일들에 대해서 정보를 더 많이 모으는 활동 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고사 이후에는 파티도 거의 안가고, 활동도 내가 co-chair로 있는 트라이애슬론 클럽 활동 이외에는 거의 안했따. 결국에 계속 돌아오는 생각은 ‘결국에는 나 자신을 믿을 수 밖에는 없다’ 이다.

Winter Quarter
일단 앞으로 1주간은 Bay Area 에 다녀오는 Tech Trek을 가고, 그 다음에는 정말 오랜만에 와이프를 만나러 간다. 휴식이다. 하지만 1월 3일부터 바로 Winter Qtr가 시작하므로, 휴식의 기간도 오래지 않을 것 같다. 다음 학기에는 Financial Reporting 수업과 Economics 수업을 듣고, Advertising Strategy 수업을 듣는다. 보통 3-4과목을 듣는데, 이번 학기에 너무 데어서 다음 학기에는 3과목만 듣기로 했다. 리크루팅 시즌이라서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Financial reporting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듣고, Econ은 필수 과목이라서 듣고, Ad Strategy는 내가 친숙한 마케팅이자,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듣는다. 다음 학기는 부디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는 학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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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giving LA Trip

 

이번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기간 동안에 LA를 다녀왔다. LA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오는 길에 라스베가스에도 들려서 머리도 식힐겸 해서 간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와이프도 한국에 두고, 혼자 가는 여행이라서 꼭 가야하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지만, 돌아오면서는 여러모로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다.

LA 조쿠나!

LA 근교에 있는 버뱅크라는 도시에 사는 친구네 집에 묵기로 했다. 그곳에 가서 정말 깜짝 놀란 것은 도시가 놀랍도록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이었다. 주택가와 IKEA, Macy’s 등의 대형 몰은 물론, 극장, pub등이 모두 걸어서 10분 거리에 모여 있는 이런 도시는 미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도시였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 한국 사람들도 많이 모여 살고, 또 미국 영화산업 관련된 일을 하는 미국인들도 많이 산다고 했다.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했는데, 또 거리를 걷다 보면 히스패닉과 아시안이 대부분이어서, 백인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쨌거나 버뱅크에 대한 나의 인상은 약간 서울의 압구정동에 가까웠다. 걸어가면 백화점, 상점가, 주택가가 모두 모여 있는 그런 동네 말이다.

그 다음으로 본 곳은 Korean Town 이었는데, 정말 말로만 듣던 코리안 타운은 한국이나 다름 없었다. 이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하면 나 자신이 너무 촌스러워지므로 한가지만 말하자면… 식당 테이블에 종업원 부르는 벨을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웠다는 말과, LA북창동 순두부집의 순두부는 정말 맛있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이 Santo Monica 였는데, 이곳 역시 너무나 좋은 느낌의 도시였다. 사람들의 여유와 낭만이 도시 곳곳에 베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8년만의 Thomas!

8년 만에 일본에서 교환학생 시절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토마스를 만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작년에 MIT 를 졸업하고 현재 Apple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원래 LA에서 오래 살았고, 학교도 USC를 나와서 LA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와 함께 브런치를 먹고 LA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곳은 무슨 영화를 찍었떤 곳이고, 여기는 어떤 영화에 어느 장면에 나오고..’ 라면서 세세하게 설명도 해 주었다. 정말 좋은 친구이다.

Nexon America

넥슨 아메리카에서 일하는 친구도 만나고 왔다. 넥슨 아메리카는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회사였다. LAX 근처의 El Segundo 에 있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 회사 크기도 크기지만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그리고 넥슨 아메리카가 올해 100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이제는 게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가끔 이렇게 다른 인더스트리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게 된다.

Cirque Du Soleil – O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O 이다. Cirque Du Soleil (태양의 서커스)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서는 할 수 없고 오직 라스베가스에서만 할 수 있고, 퍼포먼스가 물에서 이뤄진다고 해서 단순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기대보다 100배 정도 재미있었다. 사실 서울에서 퀴담과 알레그리아를 모두 봤는데, 퍼포먼스 측면에서 보면 O가 백배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무대의 활용도도 만점이다. 사실 어디까지를 무대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를만큼 폭넓게 무대를 사용했고, 아마도 무대의 깊이와 넓이로 따지면 객석의 두배 이상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도대체 어디까지가 무대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두시간 정도의 공연 시간 내내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중간에 그네 같은 것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공중을 나른 다음에 물속에 들어가는 퍼포먼스가 있었고, 하늘에 매달린 배 위에서 공중그네를 타는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Cirque Du Soleil의 다른 공연들도 시간이 되는대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글로 써 놓고 보니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서 유튜브를 찾아보니 동영상이 몇개 있어서 링크를 걸어 놓는다.)

Black Friday

미국에서 thanksgiving 주간의 금요일을 Black Friday라고 해서, 모든 상점들이 대대적인 세일을 하게 된다. 사실 목요일 밤, 금요일 0시부터 시작되는 몰들도 많아서, 사람들이 목요일 저녁무렵부터 상점 앞에 줄을 선다고 하길래, ‘와~ 재밌겠다’ 라는 단순한 생각에 한번 몰을 가보기로 했다. L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Palm Spring이라는 곳에 있는 Desert Hill Mall이 좋다고 해서 그곳으로 도착한 시간은 목요일 저녁 10시경.

12시에 맞춰서 올걸 너무 일찍 왔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주차장에는 주차 공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고, 이미 상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특히 Dior, Gucci 등이 명품 브랜드 상점 앞에는 200-300미터는 족히 될만큼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래, 뭐 그런데는 명품이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들보다도 더 줄이 긴 곳들이 있었으니 바로 juicy couture 라는 곳과 UGG 매장 앞이었다. 이곳에 한번 들어가려면 족히 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도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있었다. 리테일을 돌아다닐때면 그 나라 사람들의 습성이나 산업을 단적으로 볼 수가 있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갖고 있었는데, 참으로 내가 미국을 이해하려면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테리는 왜들 이렇게 Black Friday에 미친듯이 세일을 할까? 라는 의문이었다. 보통 30~50% 는 기본이고, 50% 하고 추가 20~30% 세일을 하는 곳도 많다. 사실 거의 원가 수준에 재고를 떨어내는 곳들도 있다는 얘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몇가지 가설만을 세운체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가설 1) 빨리 구재고를 떨어내고 신상품을 받아야 12월 – 2월까지 크리스마스 + 발렌타인 시즌에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가설 2) 가을까지의 상품과 겨울 상품간의 차이가 커서, 더 이상 재고를 가져가면 내년까지 재고 보관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원가 수준에라도 떨어내는 것이 맞다.
가설 3) 누군가가 먼저 Black Friday Sale을 시작했는데, 안할 수 없었다. (promotion war)
가설 4) 이 기간동안에는 사람들이 집에만 있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매장 유지비도 나오지 않는다.
가설 5) 싸게 파는 제품들도 많지만, 곳곳에 사실은 원가보다 높은 마진을 남기는 재고를 숨겨 놔서 Sweetening the margin 할 수 있다.

아직도 어떤 이유에서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는 생각한다. 덕분에 나도 내년에 인터뷰때 신을 구두를 장만했다. :)

Additional)
LA가는 비행기 안에서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를 봤음. 정말 악마를 본 듯한 기분.
내가 좋아하는 민영누나도 만남. 절정동안의 민영 누나는 세월이 멈춘듯 98년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 ㅋㅋ
베가스에서 블랙잭으로 약간 딴 돈을 룰렛으로 다잃음. 도박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다.
지호 딸래미 민우랑 놀다 옴. 느무느무 귀엽다.

아마존 Kindle 사용기 ㅡ 개봉사진 포함

 

며칠 전에 아마존 킨들을 구매했다. Wi-fi version으로 3G 지원은 안되는 모델이다. 아마존 사이트에서 $139에 구매했다.

먼저 좋은점은 확실히 LCD대비 readability 가 좋다는 점. 햇볓에도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고, angle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사전이 built-in으로 되어 있어서, 사전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확실히 강한 장점이다. 그리고 나는 잠자는 시간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자면서 책을 읽을때는 특히 읽는 각도가 편해야 해서, 킨들의 이러한 장점들은 나에게는 큰 value를 준다. 두께나 무게가 책보다 가볍다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듯 하다.

그에 비해서 단점은, 책을 읽는 손맛이 없다는 점. 사실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단점중에 하나다. 종이를 읽어 넘기는 손맛이 없는 점은 예전에 CD를 모으다가 MP3로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의 허전함에 버금가는 허무함이다.

또 다른 단점은 약간 아리까리하기도 한데, 왜냐하면, 내가 너무 touch screen에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커서를 움직이는 kindle의 방식이 약간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점이다. 즉, 단점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touch screen을 많이 써서 그런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A4용지를 PDF버전으로 담아서 읽어봤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에는 어려우니, 문서를 보관 및 읽으려고 사용하시려는 분들에게는 6인치 모델은 비추.

지금까지 amazon에서 kindle version으로 산 책은 지난번에 Kotler교수님 강의에서 나름 감동받아서 산 Up & out from poverty 라는 책이다. 아직 조금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킨들을 새로 산 기념으로 첫 구매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잠잘 때나 화장실 갈때 등, 편의성과 readability 가 중요한 사람에게는 강추. 책의 손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다.

마지막으로 Kindle case구매도 강추. 라이트가 달려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 보기에 더없이 좋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중에 하나다. 하지만 139$ 짜리 킨들을 사면서 50$ 짜리 케이스를 구매해야 하는 점은 매우 가슴이 아픈 부분 중에 하나다. 하지만 애플 덕분에 이런 비싼 악세사리들도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어서.. 괜찮다…


추천서 써줄 사람

 

어플리케이션 기간이 시작되었나보다. 하루동안 MBA application 추천서를 누구에게 부탁하는게 좋겠는가에 대한 질문을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준 사람이 두명이나 있었다. 기본적으로 추천서는 ‘professionally 일을 함께 한 사람중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알만한 사람’ 이다. 누가 나를 가장 잘 알까?라는 것은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리고 항상 나오는 말이지만, 지위의 높고 낮음은 상관이 없다고들 한다.

나는 ‘나를 가장 잘 알만한 사람’ 이라는 뜻은, 나의 단점까지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단점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내가 노력을 했음을 알고 있거나, 혹은 그 단점을 고치라고 나에게 피드백을 준 사람일 것이다. 그정도는 되어야 가장 잘 알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단점 같은 부분은 어떤 단점인가? 보다는 어떻게 고치려고 노력했는가? 혹은 MBA를 통해서 고쳐질 수 있는 단점인가? 혹은 단점이 어떤 식으로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질문으로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추천인과 추천서에 어떤 앵글이 들어가야 할지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추천서에는 내가 에세이에서 보여주지 못한 점들을 써야 하므로. 때로는 추천서에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는 추천인이 있기도 하다. 본인이 생각하고 쓸 것이지.. 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 이런 분들이 최고의 추천인이 아닐까?

왜 미국 마트에는 프로모션팩이 별로 없을까?

 

오늘 아침 일찍 Target에 갔다. 생활용품들이 떨어져서 사러 간 것이었다. 아무래도 전에 일하던 회사가 P&G이다보니, Target같은 수퍼마켓에 가도, 좀 더 유심히 보는 편이고, 마케팅 하던 사람 입장에서 많이 보게 된다.

최근에 본 것 중에서 좀 특이하다 싶었던 것은 바로 사진에 나온 Old Spice 의 프로모션 팩이었다. (참고로 올드 스파이스는 한국에서는 한때 론칭했다가 잘 안되었지만, 미국에서는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남성용 body care브랜드이다. 작년에 엄청나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old spice광고는 아래 첨부) 미국에서는 그냥 bundle pack 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튼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promotion pack 들이 대세이다. 한국에선 특히 샴푸나 생리대, 세제 등의 카테고리에서는 이제 더 이상 프로모션 팩이 아니고서는 shelving조차 확보하기 힘든게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프로모션 팩은 별로 성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이런 프로모션팩이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포장지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이유 등으로 많이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골고루 담아주면서 가격까지 깎아주는 이런 프로모션 팩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그리고 대형 마트들의 매출을 유지하려는 이유 때문에, 프로모션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미국에서 온 P&G의 영업부문 상무 한명은 한국은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같다면서 한국의 이런 프로모션팩 중심의 쇼핑 문화에 대해서 감탄(?) 한 적도 있었다.

사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모션팩이 달갑지 않다. 마케팅 아무리 이것저것 잘 해 봤자, 프로모션팩으로 인한 가격경쟁으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행사 매대에다가 가격 많이 깎아주는 프로모션 팩을 내놓으면, 브랜드 로열티 따위는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단어가 되어버린다. 마트에 가는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싼 제품을 사러 가는 것이므로, 한푼이라도 더 싸게 파는 제품을 사게 마련인 것이다.

사실 오늘 최근에 Old Spice와 Nivea에서 나온 남성용 body wash + deodorant + body spray 등이 담긴 이 프로모션 팩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거 이러다가 미국 소비자들도 프로모션팩에 길들여지는거 아닌가?, 혹은 내가 혹시 미국 소비자들이 단품구매에서 프로모션 팩 구매로 옮겨가는 소비행태의 중요한 변화의 시점을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나의 의견에는 별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프로모션 팩이 별로 유행하지 않는데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shopping behavior 자체가 한국과는 좀 다른것 같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 프로모션 팩은 같은 제품을 더 주는 것이다. 원래 프로모션 팩은 샴푸+린스+에센스를 같이 묶어 줘서 사람들이 이것저것 써보게 하려는 의도에서 생긴 것이지만, 스마트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샴푸+샴푸+샴푸 같은 프로모션 팩을 선호한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제품 자체의 용량이 커서, 프로모션 팩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대용량 제품들이 많이 있다. 즉, 대용량 단품 제품들이 이미 잘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같으면 ‘저렇게 큰걸 사다가 언제 다 쓰냐?; 라고 생각할 만한 물건들이 많아서, 차라리 그 제품에 가격 할인을 하는게 효과가 크다.

두번째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의 segmentation이 훨씬 다양하고, SKU의 숫자도 훨신 많아서, 프로모션팩의 composition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기호는 상대적으로 덜 다양해서, 잘 나갈만한 프로모션 팩을 몇개 만들면 그들의 efficiency를 최대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customization을 좋아한다. 따라서 자신의 기호대로 골라 담기를 좋아하는데, 미리 상자에 들어있는 이런 제품들은 가격을 좀 싸게 해준다고 해도 별로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한국 마트에서 유행하는 골라담기 (미리 바코드가 박힌 비닐 봉투나 패키지를 주고, 과자나 칫솔 등을 알아서 골라담게 하는 방법)는 충분히 미국 마트에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세번째 이유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경쟁구도이다. 미국은 우리동네만해도 Walmart, Target, Jewel Osco, Cost Co, Whole Foods Market 등의 포지셔닝이 조금씩 다르게 잡혀 있고, 이들간에 segmentation도 약간씩 다르다. 위에 말한 곳들은 단순히 grocery shop들만 말한것이고, 문구나 전자제품 등으로 넓히면 그 segment 별 retailer는 훨신 다양해 진다. 하지만 한국은 몇 안되는 사람들이 너무 한-두가지 segment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을 놓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박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수단으로 프로모션 팩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들의 선호와 기호가 점점 다양해지고, 더 많은 category killer가 나오면 이런 현상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기호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것이 옳고 그른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의 마켓이 좀 더 가격경쟁이 심하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쥐어 짜는 구조인 것 같다. 반면 미국의 소비자들은 좀 더 고분고분하고 유통업체나 제조업체의 메시지에 좀 더 순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더 경쟁적으로 바뀐다고 해도 마트에서 프로모션 팩을 까면서 샴푸+샴푸+린스를 샴푸+샴푸+샴푸로 바꿔달라든지, 칫솔 3+1 팩에 하나 더 테이프로 묶어 달라든지 하는 한국 아주머니들의 넉살 좋은 negotiation skill은 미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것 같다.

개인적으로 Single pack위주의 마켓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두번째 이유는 마켓의 다양성이다. 싸게 묶어 놓은 것들 말고 이것저것 써보고자 하는 마음이, 프로모션팩 일색인 시장에 가서는 잘 생기지 않는다. 무조건 제일 싼것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뭘 권하겠는가?

얼마전에 어떤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분과의 저녁자리에서 미국과 유럽의 회사들이 처음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들이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 오면 가장 efficient 하면서 competitive 형태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프로모션 팩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한국

 

MBA에 오기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도 인도의 부상은 화두였다. 소비재 회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시장의 크기가 중요하고, 인구수에 비례해서 시장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보니 인구가 큰 시장이 짱이었다. 세제나 샴푸만 하더라도 인도인들의 머리 길이와 옷의 무게(?)를 생각해볼때, 아무래도 인도시장의 크기는 한국이나 동남아 어느 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시골에서는 우리가 80년대에 목욕탕 갈때나 쓰던 작은 샘플 주머니에 샴푸를 담아서 오토바이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팔아도 한국 시장의 몇배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 아시아 시장을 하나로 묶어보려는 원대한 계획을 꾸미던 나의 이전 회사에서조차 중국은 따로 관리하는 특별 관리대상에 가까웠다. 그만큼 신경을 쓴다고 할까..

미국에 와서 다시한번 중국과 인도의 파워를 느낀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이미 강대하다. 사람들이 중국인들에게 ‘You are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 이라고 대놓고 말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MBA 에 있는 중국인들은 Chinese american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들이 만다린을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훨신 유리하게 작용한다. 대놓고 사람들에게 만다린을 할 줄 아냐고 물어보는 리크루터도 많아졌다. 그런 자신들의 나라의 위상을 반영하듯이, 중국 학생들의 자신감 또한 대단하다.

이곳에 와서 TV를 보다가 한번 놀란적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자녀를 만다린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 미국 엄마들이 대기번호를 받아놓고 기다린다는 내용의 뉴스를 봤을 때였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광경이긴 한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만다린 유치원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영어 유치원이 대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학부모들조차 자신들의 자녀에게 만다린을 가르치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으니, 중국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도인의 커뮤니티 또한 대단하다. 특히 시카고 지역이 인도인들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인도 이민자들이 이곳에 많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적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에 비해서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낮다. 그리고 수학과 과학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점을 십분 살려서 엔지니어링 쪽으로 많이 진출했고, 물론 그 바탕에는 인도인들의 학구열이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극성맞다고 뭐라고 할 것이 전혀 없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인도인들의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는, 미국에 와서도 자신들의 이름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은 first name을 미국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인도인들은 발음이 어려워도 끝까지 부모님이 지어주신 자신들의 이름을 사용한다. 이 점은 정말 존경할 만한 점이 아닌가 생각되고, 한편으로는 인도인들의 무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친한 인도 친구에게 물어보니 인도인들 가운데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Indian American 인구는 300만이 넘고, 최근 몇년 동안 매년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하니, 정말 무서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 인구 가운데 대다수가 인도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간혹 든다.

이미 대학의 교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도 사람들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Kellogg에도 인도인 교수들이 꽤 많다. 내가 듣는 이번학기 수업 4과목중 2과목이 인도 교수가 가르치고, 그들은 당당하게 영어가 자신의 모국어가 아니므로, 잘 못알아듣겠으면 그때그때 질문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나는 전혀 그들의 영어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했다.

항상 이런 생각들의 끝에는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중국과 인도를 바라보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는 우리나라라는 작은 틀 안에 갖혀서 더 큰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단기적인 나의 미래와 취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내가 중국이나 인도에 가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우니, 우리나라에 돌아가서 한국 사람들과 경쟁하는 수 밖에 없는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결국 이러니까 다들 한국 안에서 내부적인 경쟁만 심해지는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이쯤에서 일단 나의 미래는 접어두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면…결국 내수의 성장과 규모가 뒷받침 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외국으로 뻗어나가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될 수 있는 한 아이들을 어렸을 때 부터 외국의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서, 중국과 인도의 성장과 같은 절호의 기회를 완전히 ‘뽑아먹을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키웠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요즘 드는 생각은 ‘그래도 내수다’ 라는 것이다.

일본아이들을 보면, 별로 외국으로 나가야한다는 생각이나, 일본 내에서의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차이도 별로 두지도 않는다. 연봉이나 하는 일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 그 이유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일본의 내수시장이 탄탄히 받쳐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수는 어디로 갔을까? 부동산? 정치 비자금? 아니면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들이 다 가져다가 수출 경쟁력을 위해서 쓰고 있나 ? 아니면 60만 장병들이 군대에 묶여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한국에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고, 어찌되었든 내가 가장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만다린 유치원을 다니고, 시카고에서 인도친구들과 카레를 먹으면서 성장했다면 다른 얘기였겠지만, 나는 내 인생의 32년 가운데 30년 정도를 한국에서 보냈다. 인도나 중국, 그리고 미국에 비하면 작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것은 한국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1Q84 (3권)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음미했는가. (1Q84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글)

 

MBA에 와서 책을 거의 안 읽었다. 정확한 표현은 “글은 많이 읽지만 책은 읽지 않는다” 일 것이다. case나 print out 은 엄청 많이 읽고 있는데, 제대로 된 책은 볼 일도 별로 많지 않다. 교과서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내 평생에 철들고 나서 이렇게 책을 읽지 않은 적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MBA 첫 학기는 나에게 책 읽을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잠들기 전에는 껌뻑껌뻑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있기에, 나는 책을 한권 읽을 생각을 했다.

9월에 와이프에게 부탁해서 1Q84 3권을 받았다. 참고로 이 책은 내가 미국에 온 후에 나와서, 한국을 떠날 당시에는 책을 살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글로 된 활자를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 책은 700 페이지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9월 중순쯤 받아서 10월 말에 읽기를 마쳤으니, 거의 한달이 꼬박 넘게 걸린 셈이다. 이 책의 재미도 재미이거니와, 잠들기 전에 이렇게 두툼한 책을 – 그것도 일본 소설인데 한글로 된 활자를 미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하루키의 책이야 예전부터 너무 좋아했지만, 이 책은 단숨에 훅 들이키기 보다는 한모금 한모금 아껴 마시고 싶은 음료수처럼 천천히 읽었다. 책 자체도 도톰하고 좋아서,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보기에 딱 좋은 그런 책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랬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는 곡이 궁금해지는데, 나도 아이튠즈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들어봤다. 뭔가 묘~한 분위기의 이 음악은 현실 세계가 아닌 1Q84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 소설의 모티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잠에 빠져드는 생활을 지난 한달 동안 했다.

하루키 소설의 특징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벌어질 것 같은 일들에 대해서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잠들기 전에 하루키 소설 몇 페이지 쯤 읽는 것은 나른한 오후에 그것을 읽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꿈과 같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나의 뇌에 몇 방울쯤 물감을 풀어놓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느낌은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태엽감는 새나 양을 쫓는 사나이의 모험,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다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는 느껴보지 못한 느낌들이었다. 아마도 그때는 낮에 시간이 많았던 – 삼수생, 군인, 대학생 같은 시절이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어제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낮에는 계속 수학문제들과 회계, 재무 문제들을 풀고, 저녁에 이렇게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서 잠들었던 내 MBA 첫 학기 두달의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hilip Kotler 교수님 강의를 듣고

 

오늘 필립 코틀러 교수님의 특강이 있어서 다녀왔다. 최근에 나온 책 Marketing 3.0과 sustainability 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한시간 정도의 강의로 Kellogg Marketing Club과 Net Impact, Sustainability club 등에서 주관한 행사였다. 참고로 코틀러 교수님은 현재 켈로그에서 수업을 진행하지는 않으시고 계셔서, 이렇게 교수님을 볼 수 있는 자리는 흔하지 않다고 한다.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행위로 여겨지지만, 과연 이러한 마케팅의 미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사회의 sustainability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 어떻게 기여하고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insight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Excess supply world 이다. 마트에 가면 수많은 물건들이 가득가득 쌓여 있고, 사실 수요(demand)가 없어서 그렇지 공장들을 지금보다도 더 많이, 더 빨리 돌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서구 문명 및 경제권은 기존의 성장에 대해서 한치도 그 속도를 늦추고 싶어하지 않고, 동양의 새로운 경제권들은 지금이야말로 자신들이 활약할 시기라고 생각하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성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여러차례 recession(불황)을 맞게 되고 소비자들은 더 smart shopping, smart consumption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지구 곳곳의 기아(poverty)나 환경오염, 그리고 지구 온난화와 같은 문제들은 지금까지 제품의 효율적인 생산에만 열을 올려온 기업인들과 그러한 활동을 가장 앞장서서 도와온 마케터들에게 과연 우리가 이렇게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마켓 1.0이 효율성(efficiency)과 수익성(profitability)에 집중해서 발전했고, 마켓 2.0이 고객과 브랜드,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Market 3.0에서는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가지는 기업이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코틀러 교수님 오늘 강의에 대해서 내가 갖게 된 Key takeaway 였다.

교수님은 그러한 기업들의 사례로 The Body Shop, Ben & Jerry’s, Toms Shoes 등의 예를 드셨고, 앞으로는 이렇게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의미있는 변화에 기여하는 기업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하셨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Market 1.0 or 2.0에 머물러 있지만,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빠른 성장과 수익성만이 마케터가 기업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치의 전부인가? 혹은 마케터 뿐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더 큰 가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다소 철학적이지만, inspiring 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Vintage 101 from Kellogg Wine Club (Cork & Screw)

 

어제는 와인 클럽인 Cork & Screw 에서 진행하는 vintage 101이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Vinic 이라는 와인 가게의 주인이 와서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해 주는 세션이었다. 와인을 여섯개나 가져와서 모두 조금씩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취해서 집에 온 기억이…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데, 집에 오는길이 좀 힘들었다.

미국에 살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미국 와인을 싼 값에 마신다는 것이다. Vinic의 주인도 자기 가게의 와인은 대부분 $30 이하여서, 어떤 것을 마셔도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사실 와인 한병의 가격이 $30을 넘어가면 미국에서는 매우 좋은 와인에 속할 것이다. Duckhorn 같은 브랜드의 와인도 2009년상 Sauvignon Blanc 을 홀푸드마트에서 $29 정도에 살 수 있으니 말이다.

iPhone에 있는 Wine Ledger라는 앱을 통해서 지금까지 마시는 와인을 모두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두달동안 15병을 넘게 마셨으니 (-_-) 꽤나 와인을 많이 마셔본 것 같다. 와인을 많이 마시다보니 이제 조금씩 그 미묘한 느낌의 차이도 알겠고, oaky 한 느낌도 조금씩 구분할 수 있게 되는것 같다. 특히 나는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데, 화이트 와인에서 무슨 oaky한 느낌이 나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제 마셔본 와인중에서도 Bighorn 이라는 Sonoma 의 샤도네는 정말 맛이 깊고 좋았다.

앞으로 미국에 있는 동안 이 추세대로 나간다면 150~200개 정도는 맛 볼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 흐뭇하다… ㅎㅎ 아.. 이제 숙제해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