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에 오기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도 인도의 부상은 화두였다. 소비재 회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시장의 크기가 중요하고, 인구수에 비례해서 시장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보니 인구가 큰 시장이 짱이었다. 세제나 샴푸만 하더라도 인도인들의 머리 길이와 옷의 무게(?)를 생각해볼때, 아무래도 인도시장의 크기는 한국이나 동남아 어느 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시골에서는 우리가 80년대에 목욕탕 갈때나 쓰던 작은 샘플 주머니에 샴푸를 담아서 오토바이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팔아도 한국 시장의 몇배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 아시아 시장을 하나로 묶어보려는 원대한 계획을 꾸미던 나의 이전 회사에서조차 중국은 따로 관리하는 특별 관리대상에 가까웠다. 그만큼 신경을 쓴다고 할까..
미국에 와서 다시한번 중국과 인도의 파워를 느낀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이미 강대하다. 사람들이 중국인들에게 ‘You are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 이라고 대놓고 말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MBA 에 있는 중국인들은 Chinese american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들이 만다린을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훨신 유리하게 작용한다. 대놓고 사람들에게 만다린을 할 줄 아냐고 물어보는 리크루터도 많아졌다. 그런 자신들의 나라의 위상을 반영하듯이, 중국 학생들의 자신감 또한 대단하다.
이곳에 와서 TV를 보다가 한번 놀란적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자녀를 만다린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 미국 엄마들이 대기번호를 받아놓고 기다린다는 내용의 뉴스를 봤을 때였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광경이긴 한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만다린 유치원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영어 유치원이 대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학부모들조차 자신들의 자녀에게 만다린을 가르치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으니, 중국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도인의 커뮤니티 또한 대단하다. 특히 시카고 지역이 인도인들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인도 이민자들이 이곳에 많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적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에 비해서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낮다. 그리고 수학과 과학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점을 십분 살려서 엔지니어링 쪽으로 많이 진출했고, 물론 그 바탕에는 인도인들의 학구열이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극성맞다고 뭐라고 할 것이 전혀 없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인도인들의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는, 미국에 와서도 자신들의 이름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은 first name을 미국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인도인들은 발음이 어려워도 끝까지 부모님이 지어주신 자신들의 이름을 사용한다. 이 점은 정말 존경할 만한 점이 아닌가 생각되고, 한편으로는 인도인들의 무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친한 인도 친구에게 물어보니 인도인들 가운데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Indian American 인구는 300만이 넘고, 최근 몇년 동안 매년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하니, 정말 무서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 인구 가운데 대다수가 인도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간혹 든다.
이미 대학의 교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도 사람들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Kellogg에도 인도인 교수들이 꽤 많다. 내가 듣는 이번학기 수업 4과목중 2과목이 인도 교수가 가르치고, 그들은 당당하게 영어가 자신의 모국어가 아니므로, 잘 못알아듣겠으면 그때그때 질문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나는 전혀 그들의 영어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했다.
항상 이런 생각들의 끝에는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중국과 인도를 바라보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는 우리나라라는 작은 틀 안에 갖혀서 더 큰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단기적인 나의 미래와 취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내가 중국이나 인도에 가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우니, 우리나라에 돌아가서 한국 사람들과 경쟁하는 수 밖에 없는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결국 이러니까 다들 한국 안에서 내부적인 경쟁만 심해지는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이쯤에서 일단 나의 미래는 접어두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면…결국 내수의 성장과 규모가 뒷받침 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외국으로 뻗어나가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될 수 있는 한 아이들을 어렸을 때 부터 외국의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서, 중국과 인도의 성장과 같은 절호의 기회를 완전히 ‘뽑아먹을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키웠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요즘 드는 생각은 ‘그래도 내수다’ 라는 것이다.
일본아이들을 보면, 별로 외국으로 나가야한다는 생각이나, 일본 내에서의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차이도 별로 두지도 않는다. 연봉이나 하는 일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 그 이유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일본의 내수시장이 탄탄히 받쳐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수는 어디로 갔을까? 부동산? 정치 비자금? 아니면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들이 다 가져다가 수출 경쟁력을 위해서 쓰고 있나 ? 아니면 60만 장병들이 군대에 묶여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한국에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고, 어찌되었든 내가 가장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만다린 유치원을 다니고, 시카고에서 인도친구들과 카레를 먹으면서 성장했다면 다른 얘기였겠지만, 나는 내 인생의 32년 가운데 30년 정도를 한국에서 보냈다. 인도나 중국, 그리고 미국에 비하면 작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것은 한국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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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너무 심한 것은 사실입니다. 대충 80%라고 하던데, 일본은 20%라고 하더군요. 일정규모 이상의 내수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도권역의 경제규모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랐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의 발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막부때부터의 영향 때문인지, 지방색이 좀 더 강하고, 지방에 있어도 중심도시(예전의 다이묘의 거성이 있던 곳)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전의 행정 중심지라는 곳(전라도)을 가보면 정말 황량하기까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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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중국과 인도를 선두로한 아시아의 부상은 역시 막을 수 없는 대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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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할때 국력이 개인의 능력으로 비춰질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발전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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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너무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공유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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