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리디북스 TTS로 읽다)

 

20160221_212811

 

리디북스에서 eBook 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사피엔스’를 읽었다.

사피엔스는 유발 하라리라는 유대인 역사학자가 쓴 책인데, 무려 인류의 역사 전체를 커버하는  무시무시한 책이다. 이 책은 역사책이라고 보기보단 인류학 책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아할 만한 사람들은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혹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혹은 ‘어제까지의 세계’ 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인간 혹은 인류를 여러가지 인사이트 있는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으며, 유대인이 쓴 책이기 때문에 서구적인 관점과 비서구적인관점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균형을 맞추어서 쓰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만, 결국은 서구문명의 시각이 지배적으로 다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얼마나 ‘우연의 산물’로서 지금의 문명을 만들었고,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또 때로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아직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을 군데군데에서 서술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매우 무지할 뿐 아니라, 서로 시기, 질투하며, 동족을 죽이기를 서슴치 않는다는 점에서 때로는 참으로 미개한 종족처럼 보인다. 그럼에도인간 혹은 인류가 만들어낸 많은 무형의 이상, 생각, 정신들이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들기도 했고, 서로를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게 만들게끔 하기도 했다.

내가 이 책에서 특별하게 감동을 얻은 부분은 사상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종교, 제국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등에 대해서 필자가 서술하는 방식, 그리고 그로 인해서 사회가 영향을 받아서 변화하는 부분 등이었다. 그는 분명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닐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인사이트 있는 묘사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은 ‘신뢰’와 ‘성장’이라는 것이라는 점은 굉장히 인사이트 있는 표현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바로 성장과 신뢰라는 두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아주 신랄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통쾌하기까지 했다.

참고로 이 책은 서점에서 실물을 봤을 때 읽기에 꽤 부담이 되는 분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TTS (Text To Speech)로 읽는 것을, 아니 듣는 것을 택했다. 요즘 운전을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운전을 할 때마다 틈틈히 TTS를 듣는 것을 택했고, 읽는 속도는 1.2배속으로 했는데, 2-3주 정도만에 모두 읽었고, 내용을 기억하는 정도나 이해하는 정도도 글을 읽는 것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줄을 치거나 중요한 부분의 책장 한귀퉁이를 접어 놓는 등의 행동은 할 수 없었지만, 꽤나 긴 분량의 인문학 책이나 소설의 경우에는 TTS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홈플대란의 이유와 향후 전망

 

1919341_1544239815894726_3708130538502813564_n

가끔 주갤을 들어가서 글을 읽는데, 요 며칠 ‘홈플대란’에 대한 글로 도배가 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대량의 프로모션으로 수입맥주를 밀어내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할인폭이 너무 엄청나서 ‘대란’이라는 말까지 붙였다. 거의 실시간으로 점별 상황을 업데이트해가면서 어떤 점에 어떤 맥주가 어느 정도 물량이 남아있는지까지 이야기했고, 홈플대란동안에 구입한 맥주들의 사진까지 올리면서 꽤나 흥분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 홈플대란 동안에 나는 홈플러스에 가서 맥주를 사지 않았다.)

맥주 업계와 관련된 일들이나 마트 관련 일을 오래 해 온 내가 볼 때에는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 생각할 수록 더욱 불길한 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 맥주 시장에서 대형마트의 비중은?

먼저 우리나라 맥주시장을 이해하고, 그 다음으로 마트의 수입맥주코너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맥주 물량의 대략 90% 정도를 국산맥주, 10% 정도를 수입맥주로 보면 된다.

아직도 그렇냐고? 10년 전 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 아니다. 여전히 90% 가 국산맥주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대형마트에서 누가 요즘 국산맥주를 사냐? 대부분 수입맥주 아니냐?
매대 사이즈만 봐도 수입맥주가 국산 맥주를 압도하고 있지 않느냐?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국산보다 수입맥주가 더 많이 팔리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

위의 반론은 맥주 시장의 채널별 점유율 혹은 공헌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채널은 한식집/고깃집/횟집과 구멍가게들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한식집/고깃집/횟집에서는 회식을 하거나 법인카드를 쓸 때 엄청난 양이 소비된다. 구멍가게들은 팔리는 양이 많지는 않으나, 전국 방방곡곡에 숫자가 워낙 많다. 맥주는 부피가 무거워서 마트에서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구멍가게에서 한두병씩 사다가 마시는 경우가 꽤 많다.

위에서 말한 맥주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두 채널에서는 국맥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마트는 전체 맥주시장에서 약 15-20% 정도 차지한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수치일 것이다.

Whole Foods

이마트가 하면 우리도 한다 – 홈플러스

마트에서 엄청난 규모의 수입맥주 매대를 가져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을 마트로 유인하기 위해서이다.

마트에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Traffic Build 상품과 수익성을 높이는 Profit build 상품이 있는데, 수입맥주는 단연코 Traffic Build 상품이다. 그리고 수입맥주를 Traffic Build 목적으로 가장 먼저 사용한 곳은 이마트였다.

수입맥주가 Traffic Build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로 수입맥주 시장 자체가 성장성이 좋다. 최근 5년간 거의 연간 30% 이상 성장했다. (관세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 나옴)

두번째 이유는 최근 2-3년 동안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쇼핑의 부상으로 마트에 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줄었는데 술은 인터넷 판매가 안되기 때문이다. 맥주를 사려면 결국 마트나 편의점을 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트까지 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려면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 적합하고, 편의점은 체널의 특성상 다양성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트에서는 ‘품종 다양성’ 이라는 전략과 함께 수입맥주 시장을 Traffic build로 사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마트 3사 중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이마트는 가끔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 마켓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마트의 경영자인 정용진 부회장은 고급스런 취향과 입맛을 가지고 있다. 그는 크래프트 맥주나 스페셜티 커피와 같은 새로운 트랜드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기업가다. 그가 이끄는 이마트는 크래프트 맥주 섹션을 엄청나게 늘렸고, 각종 수입맥주를 늘렸다. 신세계 L&B라는 와인 수입을 위한 자회사가 있기 때문에 크래프트 맥주의 수입이나 특이 맥주 수입을 늘리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마트가 하면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바로 따라한다. 수익성이나 다른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따라한다. 이것은 합리적인 결정도, 비합리적인 결정도 아니다. 1등이 한다고 무조건 하는게 합리적인가? 라고 반문한다면, ‘그럼 안할껀가?’ 라고 물어보고 싶다.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한다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계산도 안해보고 하는게 맞냐?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원래 영국계 테스코의 자회사였다. 테스코는 글로벌 소싱, 즉, 테스코 글로벌 전체적으로 맥주를 수입하기 때문에 수입맥주 소싱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이마트도 열을 올리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수입맥주 섹션을 이마트 수준, 아니 그보다 더 크게 늘렸을 것이다.

’1등이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그만큼 잘 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이보다 더 단순한 논리가 어디 있겠는가? 이마트/홈플러스가 하면 롯데마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도 동참했고, 수입맥주를 늘려나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전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작년에 국내 사모펀드 (PE) 인 MBK로 넘어갔다. PE들은 숫자를 꼼꼼히 따져보고 비즈니스를 한다. 아마도 그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국내에서 아직은 수입맥주 판매의 회전율이 너무 높지 않음을….

한국 맥주시장, 다양성은 시기상조!?

나는 평소에 마트에서 수입맥주 매대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과 입맛에 비해서 너무 많은 종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마트에 준하는 미국의 마트는 아마도 월마트나 타겟 정도일텐데, 월마트/타겟보다 우리나라 마트들의 수입맥주 매대가 다양성이 더 높았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나라 수입맥주 섹션은 미국의 하이엔드/프리미엄 마트인 홀푸드나 트레이더 조와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는 수준이 아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마트에서의 수입맥주는 필요 이상으로 다양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국 소비자가 트라피스트 맥주, 미켈러, 독피시헤드, 파이어스톤 워커를 마신단 말인가? 왜 굳이 이런 맥주들이 모든 사람들이 가는 마트에 있어야 하는가?

그러다가 작년부터 방향성을 찾은 것이 바로 ’10000원에 4캔, 골라담기’ 였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아직 마트의 다양성은 too much 였고, 이보다는 잘 나가는 몇몇 대표 수입맥주를 싸게 파는 것이 훨신 효과가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대 수혜자는 아사히, 기린, 하이네켄, 호가든, 산토리, 칭따오와 같이 기존에 소비자들의 top of mind에 들어 있던 유명 수입맥주들이었고, 그 다음으로 혜택을 본 것은 어부지리로 여기에 들어가게 된 second tier 수입맥주들이었다. 예컨대 파울라너와 같은 맥주는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골라담기 상품에 끼어들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꼼꼼한 계산을 바탕으로 하는 홈플러스의 새로운 주인이 이 사실을 간파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 한국시장은 다양성 보다는 가격+몇몇 인기 맥주의 행사가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다양성이 중요한 변수라고 하더라도 마트가 그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는 그 사실 말이다.

향후 전망

여기부터는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이번 ‘홈플대란’이 끝나면 많은 수입맥주가 홈플러스에서 디리스팅(de-listing), 즉, 매대에서 내려질 것 같다. 그리고나면 아마도 그런 맥주들을 두번 다시는 홈플러스에서 못 볼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는 한번 디리스팅한 맥주를 다시 리스팅 시켜주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번 홈플대란은 안팔리는 상품 떨어내기 (run-out)이다. 병맥주의 유통기한은 제품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6개월에서 1년, 길면 1년 이상인 경우도 있다.

(내 상식으로는 트라피스트의 경우에는 유통기한, 혹은 상미기한이 좀 더 긴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포함시킨 것은 의외이다. 그냥 두고 팔릴때까지 기다려도 될텐데 포함시킨 것을 보면 그만큼 안팔렸나보다)

향후 관전포인트는 과연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이 물결에 동참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먼저, 롯데마트는 수입맥주 ‘밀어내기’에 동참할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심하면 롯데그룹의 맥주인 클라우드 판매량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할 것 같다. 그러니까 롯데마트 주류카테고리 바이어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상황이다. 1등은 수입맥주를 유지하고, 2등은 프로모션으로 팔아제낀다. 아마도 프로모션 자체에 동참 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테고리를 축소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마트는 업계 리더로서 트랜드를 앞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따라서 이 물결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하더라도 홈플러스 따라하기가 아니라 뭔가 다른 방향으로 하고 싶어하거나, 가격할인폭을 더 확대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마트가 동참한다면 그 이후가 재미있을 것이다. 과열된 수입맥주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부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미 다양한 맥주에 길들여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채널을 찾을 수도 있고, 그냥 포기하고 가짓수가 줄어든 수입맥주 시장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주택가 주변에 바틀샵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거나 미국/일본처럼 리쿼샵이 생길 가능성도 농후하다. 지금까지 국내 주류점은 와인/위스키 중심이라서 고객 방문빈도율이 낮았지만, 맥주를 포함한 바틀샵 형태로 하면 극복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

한가지 착각하면 안되는 점은, 그렇다고 해서 수입맥주 시장이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입맥주의 양적 팽창은 계속되지만, 다양성은 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품종이 소량씩 팔리는 long tail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들이 더 잘팔리는 시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상황이다.

 

 

(이 글은 제가 운영하는 beertourist.kr 에 동시 포스팅 했습니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읽고 김정운 교수를 만나고 싶다

 

Screen Shot 2016-01-25 at 1.16.20 AM

나는 김정운 교수의 책이 좋다. 세상의 통념에 도전하면서도, 그 안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인사이트가 느껴진다. 인사이트라는 말의 정의는 ‘듣는 순간 논리적인 모순 없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 이전까지는 그런 방식으로 보고 있지 못했던 것들’이다. ‘문화심리학자’로 종종 소개되는 김정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통념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달면서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나에게 와 닿는다.

이번 책에서 그는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고, 외로워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정작 외로우면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내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그런 불안감을 떨쳐내고 나면 오히려 평온함을 얻는다.

우리 사회는 왕따, 외톨이, 혼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관용적이지 못한가? 그런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는 혼자 밥먹는 사람들, 히키코모리, 혼자 사는 사는 삶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런 일본에서 만학도로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이 글의 제목에서 ‘격하게’는 아마도 일본어식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격하게라는 말은 우리말에서도 간혹 쓰이지만, ‘격하게 외롭다’ 라는 식으로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동사나 형용사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반면 일본어에서는 ‘하게시쿠’ 라는 단어로 많이 쓰는데, 그 경우에 동사/형용사에도 더 빈번히 쓰이고, 제목의 의미도 조금 더 와 닿는다.)

예전과 같은 김정운 교수의 잦은 TV 출연도 볼 수 없고, 활발한 강연 활동도 볼 수가 없다. 그가 외로움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올 김용옥과 함께 나에게 TV화면을 통해서 지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주던 몇 안되던 사람이었기에, 그가 언론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혼자서 그가 있다는 간사이 지역에 무작정 가서 ‘책을 읽고 찾아왔습니다’ 라면서 인사라도 해볼까 하는 상상을 한다. 가서 외로움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님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탐험 프로젝트

 

얼마 전에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님에게 연락이 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대표직에서 물러나심)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내용을 좀 정리하는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셨다.

Screen Shot 2016-01-19 at 1.30.14 AM

나와 장병규 대표님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장대표님이 “요즘 대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면서 대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던 일이 있었단다. MNC라는 경영대 컴퓨터 동아리 선배가 네오위즈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추천했다. 나는 장대표님과 한 카페에서 만나서 한 두시간을 떠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에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Built To Last라는 책과 회사가 영속가능하다는 것과 성공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대학생 수준에서 진지한 개똥철학을 풀었던것 같다. 놀랍게도 장대표님께서 그 후에 네오위즈에서 인턴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셔서 네오위즈 전략실에서 2달간 인턴을 했다.

장대표님께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MBA Blogger 라는 블로그를 보셨는데, 글이 쉬웠다고 하신다. 그런데 mbablogger.net이 내 블로그인줄 모르고 계셨던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MBA Blogger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아시고 얼마전에 연락을 주셨다. 마침 나는 시간이 좀 있었다. 그리고 장병규 대표님의 몇몇 강의에 초대받아서 갔고, 어찌저찌하여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탐방에 대해서 흥미가 생겼다.

나는 대학시절 네오위즈, NC Soft 같은 국내 벤처 1세대의 기업들에서 조금씩 일을 하고, 컴퓨터 동아리를 했다. 하지만, 나는 첫 커리어로 P&G 라는 거의 200년 된 전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을 선택했다. 그 후에 감자칩, 탈취제, 칫솔, 면도기 마케팅을 하다가 미국으로 MBA 유학을 갔다. MBA 또한 하필이면 마케팅, 전통 산업, 컨설팅에 강한 노스웨스턴 켈로그를 갔다. 그 후에는 전략 컨설팅에서 주로 사모펀드(PE), M&A, 소비재와 유통 관련 프로젝트를 했다. 세상이 스타트업 때문에 광분하는 동안, 나는 차분하게 전통 산업을 산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명백히 세상은 인터넷, 모바일, 디지털, 스타트업, 그리고 벤처라는 이름으로 연상되는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다. 돈과 사람과 미디어가 모두 그곳을 주목한다. 여전히 내가 배운 것은 전통산업의 기술들이지만, 이런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나에게는 늘 알고 싶던 세계였다.

그래서 한동안 장대표님을 쫓아다니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관찰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가 장대표님의 소원대로 책으로 나올지, 아니면 그냥 내가 재미있는 경험을 한 것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주신 장대표님의 담대함에 감사를 드리는 마음과 동시에, 나에게는 두번다시 오지 않을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당분간 장대표님과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를 탐험해 보기로 했다.

전통산업만을 경험해 본 컨설턴트의 눈으로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세계에 대한 글이 앞으로 이 블로그에 많이 올라 올 것 같다. 내가 흥분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기를 바란다.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컨텐츠에 대해서 여러분의 호응이 어떨지 많이 궁금하다.

Note: 참고로 본엔젤스를 비롯하여 어떤 기업에도 취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어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물론 아니며, 특정한 비즈니스를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참고링크:
디캠프에서 하는 장병규 대표님과의 대화 ‘장병규의 오피스 아워’: http://dcamp.kr/event/apply/917

괴짜처럼 생각하라 (Think like a freak)

 

나는 ‘아하’가 있는 책을 좋아하고, 내 와이프는 ‘공감’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아하’가 있는 책은 평소에 잘 몰랐던 사실 혹은 익숙한 사물/현상이지만 그럴 것이라고 전혀 느끼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밝혀 내는 것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책 시리즈를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의 두 저자가 계속해서 내고 있는 Freakonomics 시리즈를 꼽겠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이들의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 (순서대로)

7817609

7771739

51XstUZgKuL._AA160_

하지만 이들의 진가는 바로 팟캐스트 ‘Freakonomics’에 있다. 예전에 유학하던 시절에 거의 매일같이 듣던 팟캐스트가 바로 프리코노믹스 팟 캐스트였다.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를 많이 던져 주는 팟캐스트이다.

이번에 나온 책 ‘괴짜처럼 생각하라’의 첫 챕터인 ‘왜 패널티 킥을 한가운데로 차지 못하나’라는 내용은 freakonomics의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패널티킥을 가운데로 찰떄에 가장 성공확률이 높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운데로 찼다가 실패할 경우의 ‘쪽팔림’이라는 것이 이 챕터의 요지이다.

56491107

이와 같이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무언가 숨겨진 이면의 이유로 인해서 이성적,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분석하는 분야가 바로 ‘행동경제학’분야이며, 그 대표적인 경제학자 중에 한명이 스티븐 레빗이라고 한다. (학계의 소식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이번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의 하나는 8장 ‘무인자동차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해보시오’ 라는 챕터였다.

이 챕터의 요지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며, 결국 ‘다 큰 어른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설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설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 자신의 논리를 꼽지만, 실제로르 상대방을 모욕주지 않고, 상대방의 논지의 강점을 이해하면서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역시 인간은 논리적, 이성적이지 않다.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자존심, 감정, 치사함, 뻔뻔함, 쪽팔림 등이 오히려 훨신 중요한 요소들이다.

요즘은 차를 타고 다닐때 TTS로 오디오북을 듣는 편이 많은데, 불과 2년 전쯤만 하더라도 Freakonomics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팟 캐스트는 한번쯤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새로운 것과 대세의 사이 – 트렌드 코리아 2016

 

1

최근에 트렌드 코리아 2016을 읽었다.

이런 ‘전망’스러운 책들은 전형적으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책인데, 그래도 항상 베스트셀러에 올라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인데, 나만 읽지 않는다는 것이 무언가 마음에 캥겨서 한번 구매해 봤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실망이다.

가끔 마케팅 현업에 있다보면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망’ 혹은 ‘트랜드’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엄청나게 새로운 물결이 몰려온다면서 쿨한 말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단어들을 만들어 낸 다음에 경영진에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런 프리젠테이션을 볼 때마다 내가 드는 생각은 과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을 대변하는가? 라는 것이다.

종종 사람들은 ‘새로운것’과 ‘트랜드’와 ‘대세’를 착각한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거나 사회에 별다른 임팩트를 미치지 못한채 작은 불꽃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아니, 대부분이 그러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트랜드라는 것은 단순하게 새로운 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생활에 짧은 시간 안에 혹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혹은 곧 대세가 될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많은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 라는 식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을 단순히 백과사전식으로 엮어 놓은 것 보다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 트랜드들이 근본적으로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혹은 비즈니스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를 나는 더 선호한다.

가볍게 신문기사 읽듯이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만 권한다. 100개의 돌을 던지고 하나 맞으면 맞았다고 하는 식의 논의인 것 같아서 나는 이 책이 불편했다.

65994069(1)

전략 컨설팅, 2012-2015

 

3년이 넘게 해오던 컨설팅을 접으려고 한다.

영원히 접을지 아니면 얼마 있다가 다시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글로 남긴다.

나의 컨설팅 커리어는 엄청 단순하다. PEG(Private Equity Group)에서 PE Client들을 서브한게 1년 반 정도, 외국계 맥주 회사를 서브한게 1년 반정도, 그리고 암스테르담 오피스에서 6개월간 근무했다. 중간 중간에 한국의 대기업 프로젝트를 두세개 했지만, 대기업과 일한 시간은 일부이다. 그렇게 3년 반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눈에 띄게 나타나는 우리나라 산업의 변화를 실감했다. 그리고 그 트랜드를 글로 남겨 놓으려고 한다.

첫번째는 PE의 전방위적 부상이다.

PE들은 주로 연기금펀드에서 나오는 돈으로 운영되는데, 자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들 PE(사모펀드)들은 엄청난 효율성과 철저한 성과보상체계로 기업들의 가치를 순식간에 상승시킨다. 그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전문경영인,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컨설턴트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E들이 살 수 있는 회사들이 속한 산업에 명확한 제약이 있었다. 예컨대 PE들은 전통적인 산업중에 자신들이 철저하게 이해할 수 있고, 매출구조가 단순해서 따박따박 운영만 잘 하면 캐시가 나오는 산업을 선호했다. 한 순간에 망가지지 않을 산업도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IT업계, 즉 tech industry는 대상이 아니었다. Tech 산업은 엔젤투자자와 VC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내가 컨설팅에 몸담고 있던 몇년 동안 이러한 트랜드가 바뀌었다. 이제 PE들이 비단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소셜커머스나 배달 앱시장, 음악 사이트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O2O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현상으로 인해서 PE들이 투자하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loen

카카오 로엔 인수…어피너티 1조2천억 차익: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194576

며칠전에 나온 카카오의 로엔 인수 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에 집중하지만, 사실 업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피니티의 대박에 주목했다. IRR이 거의 150%에 육박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4-5년만에 1조 2천억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앵커PE는 KKR과 함께 티몬을 인수했다. MBK 같은 PE도 아직은 전통산업 위주로 투자하지만 자산규모로는 두산그룹에 육박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들을 거의 모른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3세, 4세로 넘어가면서 할아버지나 증조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그룹 내의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에 큰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런 비핵심 계열사들을 PE들에게 넘겨서 높은 value를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은 행복하다. 피인수되는 회사의 경영진도 해피할 때가 많다. 평소 그룹에 속해있을 때에는 완전 찬밥신세였는데, 사실 PE 소유권하에서는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PE들은 business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경영진을 함부로 교체하기보다는 그들의 전문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종업원들이다. 그들은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외국계 펀드가 자신의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에 대해서 일단 정서적으로 납득을 못한다. 고용도 불안하게 느낀다. 한국적인 정서에서 그룹에 입사했는데, 알지도 못하는 외국계로 넘어간다는 것에 가족들마저 불안해한다.

하지만 PE의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이다. 우리 경제가 이미 제로 성장을 바라보고 있고, 불안한 미래를 위해서 많은 돈을 연기금에 넣고 있다. 국민연금의 어마어마한 규모가 이를 보여준다. 그 돈들은 어떻게든 수익창출을 해야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고, 대부분은 채권과 주식, 부동산등에 들어가지만, 일부가 “대체투자”라는 이름으로 PE로 흘러들어온다. 아주 일부분이지만, 그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파급력은 클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자본의 부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두번째는 한국 제조업의 끝장과 소비재와 유통의 부상이다.

컨설팅에 있다보면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보인다. 8-10주에 몇십억을 써야 하는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에 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그 회사가 잘 되고 있거나, 혹은 아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가 컨설팅에 몸담고 있던 지난 4-5년간 한국 제조업의 컨설팅 프로젝트는 현격하게 감소했고, 있더라도 대부분이 비용절감 프로젝트였다. 간혹 해외진출이 있긴 했지만, 거의 마지막 몸부림 수준이었다. 한국의 제조업이라 함은 조선, 철강, 건설, 자동차, 전자 등등이다. 한 시대가 끝나감을 의미한다.

amore

그 대신에 소비재 회사들과 유통사로부터의 프로젝트는 간간히 들어온다. 거의 2가지 theme으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중국 진출이고, 다른 하나는 M&A이다. 즉, 경제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소비재/유통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macro는 결국 더 큰 시장으로 가거나, 자기들끼리 합쳐서 몸을 불리는 수 밖에 없다.

의외로 이런 파급력이 엄청나다. 아모레퍼시픽으로 대표되는 중국진출의 꿈은 모든 소비재, 유통사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5%만 달성해도 valuation의 multiple이 달라진다. (아모레를 클라이언트로 일했다는 뜻은 아님, 앞서 밝혔듯이 나는 국내 대기업 프로젝트를 거의 하지 않았다)

세번째는 중국이 공장에서 시장, 그리고 이제는 투자자로 바뀐 점이다.

분명 내가 MBA를 가기 전인 201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전세계의 “공장”이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이유는 원가 절감이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중국을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 소비재와 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업계 전체에 팽배해졌다. 하지만 누구하나 중국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에 난공불략의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해법을 갖고 있거나, 혹은 중국 진출에 실패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받았다.

이것이 불과 1-2년 전 일이다.

그런데 요즘 시장에서 각광받는 인재는 중국을 공략할 줄 아는 인재가 아니다. ‘중국 투자자들과 한국의 기업을 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중국의 자본을 끌어다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나에게 IMF 시절 검은머리 외국인이라고 불리우며 미국에서 자란 재미교포 한국인들을 연상케 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한국인이라서 한국사람들과 막힘없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으나, 교육과 문화는 미국의 것을 받고 자라서 미국인들에게 한국 시장을 소개할 수 있다. 그 arbitrage 를 기반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 시장에 많이 등장할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일부 연루되었던 프로젝트 주제 중에서는 중국 투자자에게 한국의 기업 매물을 소개하거나, 한국의 기업에게 중국 투자자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들이 더러 있었다. 이제 중국은 “공장”도, “시장”도 아닌 우리에게는 “사장”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중국기업들이 대한민국 주요 기업들을 인수한다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날들이 곧 올 것이다. 우리가 좋든 싫든.

선대인의 빅픽처… 결론은 주식투자?

 

65707887

보통 주말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면 3-4권 정도는 산다. 쌓아두고 읽는 편이다. 지지난주에 주말에 서점에 가서 선대인의 빅픽처를 집어 들었다.

“그 사람 책 왜 사?”

라고 와이프가 물었다.

“글쎄… 이 사람 무언가 있는 것 같다가도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서 한번 책을 읽어보려고”

라고 대답했다.

선대인의 빅픽처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당신의 삶을 지켜줄 단 하나의 실전 경제 강의
내리막 세상에서도 기회를 발견하라
저성장 시대의 생존 전략

이 글만 읽으면 거시 경제에 대한 담론과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 책의 2/3 정도에는 이러한 내용들에 대한 fact 들이 꽤나 많이 담겨져 있고, 깊이 있는 분석들도 행해지고 있다. 책의 골자만 논하자면 한국의 경제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고, 그 기저에는 중국과 인도라는 거대한 경제의 출현, 미국의 금리인상의 위험, 석유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의 다양한 거시적 리스크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내용을 앞자를 따서 Big Picture 라고 말하고 있고, 아래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B: Bio/ Health Care
I: Interest Rate
G: Green
P: Petroleum
I: India
C: China
T: Tech Companies
U: USA
R: Risk
E: Exchange rate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이니셜 따오기이긴 하지만 이 책의 논점들이 말하는 내용들이 크게 틀린 내용들이 없기에 넘어가도록 하자. 대부분의 내용들은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들인 것 같다. 다만 선대인씨가 평소에 줄기차게 주장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내용이나 대기업위주의 국내 경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것 같아서 아쉬운 생각은 좀 들었다. (그의 이러한 부분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이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주식투자에 대한 책으로 내용이 둔갑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거시적인 경제요인들의 변화에 대해서 굉장히 빅픽처 위주로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본인이 지금까지 이런 거시 변수들을 바탕으로 어떤 실험적인 투자를 했으며, 이에 따른 수익률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국의 투자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야 하며, 어떤 산업 및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부터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서 아리송해지는 순간이 왔다. 이 책이 국가 경제를 논하는 책인지, 아니면 기업 경영자들에게 거시 경제에 대한 빅픽처를 봐야 한다고 하는 책인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앞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인지.. 내 생각에는 세가지가 모두 섞여 있어서 어느 것 하나도 분명하지 않게 느껴지기는 했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구입하는 목적만 분명하다면 꽤 좋은 책인것 같다. 특히 개인 투자자로서 거시 경제 지표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앞으로 어떤 산업군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좋은 책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거나, 실무에서 어떤 임플리케이션을 얻기에는 힘든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을 읽다

 

피터 드러커는 널리 알려진 사람이지만, 나는 그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무언가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이랄까? 실무의 언어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의 그의 글은 나의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몇달 전에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님과 이야기하다가 드러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드러커의 책을 한권 사서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24380447

광화문 교보에 가서 피터 드러커 코너에 가보니, 그의 명성에 걸맞게 수십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엇부터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막했는데, 그 기분이 전혀 맥주를 모르는 사람이 대형마트 맥주 매대에 서 있는 기분과 비슷할 것 같았다. 선택의 폭은 넓은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상황 말이다.

이것 저것 빼서 서문을 읽다보니 우에다 아쓰오 라는 일본 사람이 그의 책들을 모아서 요약본 형식으로 책을 집필한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요약을 해 놓은 책도 분량이 몇권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요약본의 또 요약본을 찾았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 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The Essential Drucker인데, 말 그대로 드러커의 액기스만을 뽑아 놓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사 놓고 무려 2-3달 정도를 잘 숙성시켜 놓았다가 최근에 보스톤에 출장을 다녀오던 비행기 안, 그리고 호텔 등에서 잠이 안올때 틈틈이 읽었다. 시차 덕분에 이렇게 어려운 내용의 책을 불과 2주 정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요약본의 요약본이다보니 이 책은 세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고, 가뜩이나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드러커의 책을 조금 더 드라이하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이 책에 인용된 사례들이라는 것이 모두 너무 옛날 것들이라서 이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사례들도 더러 있다. 경영학 책이라는 것이 잡지만큼은 아니지만 시의성(timeliness)이 중요하여, 이렇듯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masterpiece라고 하더라도 그 빛이 퇴색해 버리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내 생각에 드러커의 책은 경영학을 꽤 오래 공부하고 고민한 사람들, 그리고 기업을 실제로 경영하면서 산전, 수전, 공중전 모두 겪은 사람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겠으나, 단순히 경영학의 기초 정도를 알거나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비슷한 느낌은 내가 MBA를 가서 느끼기도 했다. 즉, 분명 학부 경영학과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직장 생활을 4-5년 하고 다시 들으니 전혀 새롭게 들리고,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전해지더라 이 말이다.

드러커의 미래경영은 읽으면서 책을 덮기가 어려워서 놀라웠다. 왜냐하면 한 챕터를 읽고 책을 덮으려다가 다음 챕터의 제목을 보면 너무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목들이 ‘인사관리의 기본원칙’, ‘기업과 정신과 혁신기업’, ‘기업가 전략이란 무엇인가?’, ‘벤처 기업의 성공원칙’, ‘경영 혁신의 원리’ 등과 같이 매우 흥미로운 것들이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다.

– 아주 조용한 곳에서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때 읽을 것
– 벤처를 하려는 분들이나 하고 있는 분들에게 더 유용하니 꼭 읽을 것
– 너무 오래된 사례들은 skip하고 읽을 것 (너무 시간이 지나서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굳이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음)
–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그 내용을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해 볼 것

컨설팅에서의 트레이닝과 멘토링

 

새로 들어오는 신입 컨설턴트들에 대한 교육에 2주간 트레이너로 참여했다. 보스톤에서 2시간 정도 외곽에 떨어져 있는 Cape Cod라는 곳에 있는 한 호텔에 전세계에서 온 약 150명의 신입 컨설턴트를 모아 놓고, 역시 전세계 각지의 오피스에서 온 25명의 트레이너가 교육을 하는 형식이다. 1년에 6번의 세션이 있는데, 내가 참여한 것은 올해 열린 세션중에 가장 마지막 세션이었다.

(다른 컨설팅 회사들은 global scale의 트레이닝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경쟁사들에 비해서 아직은 작은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고, 문화가 살아 있는 회사를 다니는 좋은 점 중에 하나이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온 신입사원에 대한 트레이닝이다보니 가르칠 내용이 많다. 총 10일짜리 프로그램으로, 우리 회사의 글로벌 트레이닝 중에서 가장 길게 편성이 되었다. 중간에 하루 쉬는 날이 있다. 거의 2주에 달하는 기간이다. 트레이너들은 3일 먼저 도착해서 커리큘럼을 함께 공부하는 Train The Trainer라는 세션도 있었다. 각 트레이너들이 몇가지 주제를 맡아서 미리 공부를 해 온 다음에 다른 트레이너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커리큘럼만 보자면 거의 MBA의 기초 파이낸스, 마케팅 과정 및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실습을 10일에 압축시켜 놓았다고 보면 된다. 전세계 각지에서 오는 20대 초반의 컨설턴트들이다보니 백그라운드나 경영학에 대한 지식수준도 모두 다르다. 특히 미국에서 오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학부에 경영학과가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전반적으로 미국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한편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 오는 경우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친구들이 많거나, 심지어 industry hire라고 불리는, 이미 직장 경력이 1-5년까지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아마도 그런 친구들에게는 새롭다기보다는 기존의 지식을 refresh하거나, 우리 회사에서 해석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가 되었던것 같다.

150여명의 학생들을 한 팀에 5-6명 정도로 나누어서 25개 팀을 만든다. 몇몇 세션은 150명이 단체로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세션은 트레이너가 break-out 룸에서 자기 팀만 데리고 교육을 진행한다. 약 80% 정도는 이렇게 소분 단위의 작은 세션이었다.

내 팀에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1명, 뉴욕 오피스 1명, 상파울로 1명, 도쿄 1명, 그리고 파리 1명 – 이렇게 총 5명이 배정되었다. 중간에 파리 테러 뉴스가 있어서 파리에서 온 친구는 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즐겁게 트레이닝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2주 동안 너무 친해져서 헤어지기 싫고, home office에 돌아가기 싫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컨설턴트의 기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툴킷(toolkit)들을 중심으로 가르치다보니, 가르치는 나도 배우는 점이 많았다. 한참을 일하다가 다시 펴보면서 새롭게 ‘아, 맞다. 이런것도 있었지’ 라는 느낌을 주는 것들 말이다. 마치 단기간에 “컨설팅 기초과정” 이라는 책을 후루륵 읽어 내려간 느낌이 든다. (물론 그런 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팀장이 되고 나서부터는 컨설턴트의 가장 기초적인 업무인 문제해결보다는 점점 다른 일들에 대한 시간할애가 늘어난다. 그 두가지가 바로 클라이언트 관리와 멘토링/트레이닝이다.

트레이닝과 멘토링에서 얻는 기쁨은 사실 컨설팅 일 자체에서 얻는 것 못지 않게 크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보다도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도 많이 느끼고, 신입 컨설턴트들이 털어 놓는 고민에서 예전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또 우리 세대와는 다른 점들을 보기도 한다.

이번 트레이닝에서 트레이너들끼리 모여 있을 때, 우연히 밀리니얼 세대 (Millennials)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즉, 80년대 이전 내지는 초반에 태어난 친구들만 하더라도 빡세게 일하고 많이 배우는 것에 대해서 많은 가치를 두었지만, 80년대 후반, 혹은 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친구들은 그런 것에 대한 가치를 많이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뱅커나 컨설턴트와 같이 리스크가 아주 높지 않으면서 고소득을 올리는 직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고, 긴 업무시간 및 높은 업무강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이해하는 편이었던 세대가 우리 세대라면, 최근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변화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일은 덜 하면서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고, 일 자체도 cool 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컨설팅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 전세계 각지에서 온 팀장급 컨설턴트들이 거의 30-40분을 할애해 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점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 놀라웠고, 전세계의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나 가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동기화되고 있는지 다시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던것 같다.

2주간의 트레이닝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체험했다. 짧은 영어의 트레이너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를 믿고 따라준 나의 그룹에 속해있던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