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김정운 교수의 책이 좋다. 세상의 통념에 도전하면서도, 그 안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인사이트가 느껴진다. 인사이트라는 말의 정의는 ‘듣는 순간 논리적인 모순 없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 이전까지는 그런 방식으로 보고 있지 못했던 것들’이다. ‘문화심리학자’로 종종 소개되는 김정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통념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달면서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나에게 와 닿는다.
이번 책에서 그는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고, 외로워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정작 외로우면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내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그런 불안감을 떨쳐내고 나면 오히려 평온함을 얻는다.
우리 사회는 왕따, 외톨이, 혼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관용적이지 못한가? 그런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는 혼자 밥먹는 사람들, 히키코모리, 혼자 사는 사는 삶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런 일본에서 만학도로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이 글의 제목에서 ‘격하게’는 아마도 일본어식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격하게라는 말은 우리말에서도 간혹 쓰이지만, ‘격하게 외롭다’ 라는 식으로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동사나 형용사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반면 일본어에서는 ‘하게시쿠’ 라는 단어로 많이 쓰는데, 그 경우에 동사/형용사에도 더 빈번히 쓰이고, 제목의 의미도 조금 더 와 닿는다.)
예전과 같은 김정운 교수의 잦은 TV 출연도 볼 수 없고, 활발한 강연 활동도 볼 수가 없다. 그가 외로움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올 김용옥과 함께 나에게 TV화면을 통해서 지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주던 몇 안되던 사람이었기에, 그가 언론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혼자서 그가 있다는 간사이 지역에 무작정 가서 ‘책을 읽고 찾아왔습니다’ 라면서 인사라도 해볼까 하는 상상을 한다. 가서 외로움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