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널리 알려진 사람이지만, 나는 그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무언가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이랄까? 실무의 언어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의 그의 글은 나의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몇달 전에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님과 이야기하다가 드러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드러커의 책을 한권 사서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광화문 교보에 가서 피터 드러커 코너에 가보니, 그의 명성에 걸맞게 수십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엇부터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막했는데, 그 기분이 전혀 맥주를 모르는 사람이 대형마트 맥주 매대에 서 있는 기분과 비슷할 것 같았다. 선택의 폭은 넓은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상황 말이다.
이것 저것 빼서 서문을 읽다보니 우에다 아쓰오 라는 일본 사람이 그의 책들을 모아서 요약본 형식으로 책을 집필한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요약을 해 놓은 책도 분량이 몇권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요약본의 또 요약본을 찾았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 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The Essential Drucker인데, 말 그대로 드러커의 액기스만을 뽑아 놓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사 놓고 무려 2-3달 정도를 잘 숙성시켜 놓았다가 최근에 보스톤에 출장을 다녀오던 비행기 안, 그리고 호텔 등에서 잠이 안올때 틈틈이 읽었다. 시차 덕분에 이렇게 어려운 내용의 책을 불과 2주 정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요약본의 요약본이다보니 이 책은 세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고, 가뜩이나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드러커의 책을 조금 더 드라이하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이 책에 인용된 사례들이라는 것이 모두 너무 옛날 것들이라서 이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사례들도 더러 있다. 경영학 책이라는 것이 잡지만큼은 아니지만 시의성(timeliness)이 중요하여, 이렇듯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masterpiece라고 하더라도 그 빛이 퇴색해 버리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내 생각에 드러커의 책은 경영학을 꽤 오래 공부하고 고민한 사람들, 그리고 기업을 실제로 경영하면서 산전, 수전, 공중전 모두 겪은 사람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겠으나, 단순히 경영학의 기초 정도를 알거나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비슷한 느낌은 내가 MBA를 가서 느끼기도 했다. 즉, 분명 학부 경영학과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직장 생활을 4-5년 하고 다시 들으니 전혀 새롭게 들리고,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전해지더라 이 말이다.
드러커의 미래경영은 읽으면서 책을 덮기가 어려워서 놀라웠다. 왜냐하면 한 챕터를 읽고 책을 덮으려다가 다음 챕터의 제목을 보면 너무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목들이 ‘인사관리의 기본원칙’, ‘기업과 정신과 혁신기업’, ‘기업가 전략이란 무엇인가?’, ‘벤처 기업의 성공원칙’, ‘경영 혁신의 원리’ 등과 같이 매우 흥미로운 것들이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다.
– 아주 조용한 곳에서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때 읽을 것
– 벤처를 하려는 분들이나 하고 있는 분들에게 더 유용하니 꼭 읽을 것
– 너무 오래된 사례들은 skip하고 읽을 것 (너무 시간이 지나서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굳이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음)
–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그 내용을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