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다움 – 배달의 민족 브랜딩 이야기

배민다움은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과 홍성태 교수님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책의 내용은 ‘배달의 민족’ 서비스 이름으로 더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의 기업 문화와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봉진 대표님을 개인적으로 만나뵌 적이 한두번 있다. 처음에는 장병규 대표님의 소개로 만나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창립하기 이전에 브랜딩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서 만났다. 홍대 근처의 크래프트 맥주집에서 셋이서 술을 마시고, 김봉진 대표님과 둘이서 경리단으로 가서 최근에 크래프트 맥주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 문화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워 하셨다.

그리고 또 한번은 석촌호수 근처에 있는 배달의 민족 본사에 갔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회사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이 이 회사의 문화를 대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문화라는 것은 정말 아직까지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런 것이었다.

자유로우면서도 규율을 지키고, 창의적이지만 낭비하지 않고, 촌스럽지만 세련된 문화였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배달의 민족은 참 부러운 회사이다. 단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부러운 것이 아니다.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기업의 내부 그리고 외부에 골고루 베어 나오기 때문에 부러운 것이다. 창업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회사가 이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지만, 한편으로는 ‘웬만큼 재밌는건 배달의 민족이 다 해버렸네’ 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 너무 좋은 실행아이템들을 이미 배달의 민족이 해버려서, 그 뒤에 하는 사람들은 그냥 배민의 아류나 흉내내기로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보다 먼저 많은 것을 고민한 사람들이 있고, 그 결과 더 좋은 결과물을 낸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을 토대로 더 많이 고민한다면 분명 그보다도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민다움 이라는 이 책은 꼭 많이 사서 주변에 돌리려고 한다. 우리 직원들이 원하면 사줄 생각이다.

올해는 Shoe Dog을 비롯해서, 연말에 좋은 책을 많이 읽은 듯 하다.

배민다움

Shoe Dog (Nike 창업자 Phil Knight 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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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창업자 Phil Knight의 자전적인 이야기 ‘Shoe Dog’ 을 읽었다.

감동적이었다.

아마도 컨설팅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나, P&G를 다니던 시절에 읽었다면 지금과 같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으리라…

이 책은 1962년부터 그가 나이키를 상장하는 시점인 1980년대까지 18년 동안의 그의 인생여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육상선수이자 신발 덕후였던 그가 어떻게 나이키라는 거대한 회사의 밑거름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지금 이 책이 나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던 이유는

  • 자신이 좋아하던 무엇인가를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는 스토리
  •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창업자의 기질이라고 생각하는 외향성(extrovert) 보다는 내향적(introvert) 성격의 창업자 이야기 – 참고로 그는 회계사 (CPA)였으며, Stanford MBA를 졸업했다. 카리스마보다는 분석이 앞서며, 처음 스폰서를 했던 운동 선수에게 1만달러 (천만원)을 주면서 너무 아까워하는 장면도 책에 나온다.
  • 요즘 말로 하면 덕후 (책의 제목 shoe dog 에서 dog는 영어 표현으로 뭔가에 미친 사람을 뜻한다)에서 시작했고, 그 분야의 덕후들을 모아서 사업을 한 이야기
  • 불안했던 cash flow를 가진 첫 몇년의 사업의 위기를 딛고,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확립하는 이야기

이런 모든 내용들이 지금 나의 상황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거나, 혹은 앞으로 내가 되기를 바라는 Amazing 의 모습과 Nike 가 걸어온 모습간에 유사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졌던 몇가지 생각만을 적어본다.

1. 나이키는 생각보다 오래된 회사가 아니다.

Phil Knight가 처음 신발 수입업을 시작한 것은 64년 이지만, 처음에는 Onitsuka Tiger라는 일본 브랜드를 수입하던 수입상이었고, Nike 라는 브랜딩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나중인 71년이다. 내가 어렸을 때인 80년대 초반에 우리 아버지가 나이키 테니스화를 갖고 계셨던 것을 기억하는데, 아버지는 나에게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아주 좋고 유명한 브랜드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사용하던 브랜드라는 것은 아들이 볼 때에는 낡고 고루한 브랜드로 기억되기 마련인데, 지금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히트한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브랜드를 한국에 있는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칭찬한 상황이다. 당시에는 미디어나 유통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우리 아버지와 내가 나눈 대화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지 1-2년 만에 한국에서 아이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단지 울 아버지가 알 정도면 좀 old 한 브랜드라고 생각한 것인데, 사실 나이키는 꽤 Young 한 브랜드였던 것이다.

여튼 나는 나이키가 2차 대전 이전부터 사람들이 신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상상이 만든 허구였음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실제로 책의 중반을 지나야 나이키나 Swoosh (나이키의 로고)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절반은 계속해서 Phil Knight가 사업을 할까말까 방황하는 이야기, 세계일주를 하면서 여행하는 이야기, 일본에 가서 신발 달라고 하는 이야기 등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직장에도 운동화를 신고 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트랜드임을 알 수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조깅화, 테니스화, 농구화 등과 같이 신발이 이렇게 다양하게 분화하고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라는 점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나이키 이야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새삼스럽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다.

2. Celebrity Marketing 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다.

이 블로그를 읽어온 사람들은 내가 정말 연예인 마케팅 혹은 celebrity marketing 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과 celebrity 라는 것은 한글과 영어의 차이를 넘어서 조금 더 언어적으로 다른 느낌을 주는데 한글로 연예인 이라고 하면 가수, 배우 등을 연상시키지만, 영어에서 celebrity 는 정치, 패션, 스포츠스타 등을 통틀어서 유명인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누군가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브랜드에 지원효과 혹은 후광효과 (endorsement)를 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연예인/ celebrity 의 이미지 때문에 브랜드가 너무 좌지우지되고,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어렵고, 연예인이 사고라도 치는 날이면 한순간에 폭삭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이나 패션과 같은 몇몇 분야에서는 아주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케팅 = 연예인모델 내세우기’ 처럼 되고 있어서 큰 경영적/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살았다. (참고로 나는 마케터 중에서 ‘우리도 전지현을 쓰면 되는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혐오한다.)

나이키는 전세계에서 가장 celebrity marketing 에 성공한 회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 나이 또래에서는 Air Jordan 하나쯤 안 사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키의 celebrity marketing에는 우리나라의 막무가내식 연예인 마케팅과는 차별화되는 점이 조금 있다. 그것은 바로 철학인데, 나이키라는 회사가 Bowerman 이라는 코치와 Phil Knight 간의 관계에서 처음 비롯된 회사이기 때문에, 항상 코치가 선수를 응원하듯이 나이키는 운동선수들을 스폰서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Nike 라는 이름 자체가 ‘승리의 여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이키의 브랜드 철학은 ‘Winning (승리)’ 라는 것을 자연적으로 내포하며, 승리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나이키는 다양한 선수들에 대한 스폰서십 및 모델계약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연예인/스포츠스타 마케팅과 차별화되는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3. 누구나 처음에는 찌질하다.

내가 가장 듣기 불편하게 생각하는 말이 ‘컨설턴트에서 맥주집 사장으로..’ 같은 말이다. 맥주집 사장이라는 말은 왠지 동네 호프집, 치킨집을 연상시킨다. 찌질해보여서 싫은거다. 나의 비전이 아무리 국내를 넘어서 아시아 최고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라고 하더라도 남들이 볼 때는 그냥 맥주집 사장일 수 있다. 남들이 볼때는 찌질할 수 밖에 없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이키 사례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나이키가 처음부터 나이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나이키는 원래 Blue Ribbon 이라는 일본 운동화 수입 회사로 시작했고, 처음에는 수입하는 신발 대금을 치르기에 허덕거렸고, 일본 본사에 가서 굽신거리기도 했다는 점이다.  구차하고 찌질했다. 그러다가 사업이 발전, 발달, 확장되면서 지금의 나이키가 된 것이다. Phil Knight 가 처음부터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 거창한 비전이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는 그저 좋은 운동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을 뿐이다. 구차하고 찌질한 현재에서 어떻게 그 사업이 발전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의 구차하고 찌질한 상황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4. Cash is King  – 창업자라면 꼭 기억해야 할 것.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cash)이다. 경영학과를 4년 반을 다니고, MBA까지 하면서 그렇게 “Cash is King” 을 배웠건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까지 현금의 중요성을 조금도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것 같다. 심지어 컨설팅에서 M&A 기업실사도 경험한 나이지만 현금이 창업자와 경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하게만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지금 대기업이나 컨설팅을 돌아가서 (내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리스크가 아니라 남의 회사를 경영해보는 경험으로) 무엇을 다시 배우고 싶냐고 묻는 다면 나는 아마도 Treasury 부서 즉, 자금 관리를 맡아보고 싶다고 할 것 같다. 큰 회사들에서 cash 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하루하루 관리해보는 것은 사업을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아주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도 이것을 권하고 싶다)

Shoe Dog을 읽는 내내, 나는 cash management 에 대한 고민은 사업이 커져도 어디로 가지 않고 계속 내 뒷머리에 붙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Phil Knight 또한 어떻게 그가 cash를 마련했고, 로컬 은행들과 어떻게 협상했고, 돈을 부쳐야 하는 일본의 신발 제조회사들과는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등에 대해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나는 그의 배경이 accountant 라는 점을 트집잡아서, ‘재미없고 돈만 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휙휙 책장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런 ‘선배 창업자’들의 cash management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되는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나가며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강력추천이다. 특히 마케팅과 창업, 브랜딩과 기업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심지어 ‘나의 내향적(introvert)인 성격은 창업에 맞는가?’ ‘회계사, MBA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창업자로 대성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중에서 창업해서 대박난 케이스는 없을까?’ 등의 질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맨 마지막 챕터에서 Phil Knight 가 우연히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과 한 행상에서 함께 서 있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가르키며 ‘저사람은 누구지?’라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미국 사람들조차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은 알지만, 정작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쩌면 우리 생활 속에서 더 깊이 자리잡고 있는 브랜드는 나이키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의 내향적이고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영학 책 10권을 꼽으라고 하면 그 중에 들어갈 것 같다.

주변에 많이 권장하고 있으며, 권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판도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문판이 부담스러우시면 한글판으로라도 꼭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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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s – Porter vs. Breakfast Stout vs. Backwoods Bastard

 

 

 

내가 맥주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브루어리를 꼽자면 아마도 Founders 일 것이다. 내가 유학하던 시카고에서 Grand Rapids 는 차로 불과 4시간 거리. 그래서 맥주에 한창 빠지던 시절에 MBA 동기들과 미시간 여행을 한번 간 적이 있었다. 맥주 여행이었다. 그때 방문해서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 곳이 두군데인데, 바로 Bell’s 그리고 Founders 이다.

Founders가 물론 더 인상적이었다. 브루어리의 모습이나,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즐기는 모습 등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2014년 AHA (American Homebrewing Association) 행사 때문에 다시 Grand Rapids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Founders를 다시 들러보았다. 그랬더니 엄청나게 확장을 해서 대형 브루어리가 되어 있더라. 하지만 내가 처음 방문했던 2011년 경만해도 확장 이전이라서 작은 동네 브루어리 느낌이 더 강했다.

이번에 Founders의 Breakfast Stout 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시음을 했다. 하는김에 Founders 의 대표적인 흑맥주인 Porter 하고, 또 Scotch Ale 계열의 Backwoods Bastard 를 한꺼번에 사와서 비교시음해보기로 했다.

 

 

세 맥주는 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Aroma 만으로도 확실하게 구분이 된다. 맥주의 초보 시음자들조차 눈감고도 맞출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타일의 특성이 도드라지게 다르다.

 

 

 

Founders Porter (ABV 6.5%, IBU 45)

먼저 Founders Porter는 비교 시음한 맥주 가운데에서는 가장 약한 6.5% ABV 이며, 초보자들도 쉽게 마실 수 있는 drink-ability 를 가지고 있는 맥주이다. 아로마부터 malt oriented 이며, 홉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nutty, roasted, 그리고 약간의 butter 가 있다. 외관은 검고, 베이지색 거품이 촘촘하다. 마실때 잔의 옆으로 흐르는 lacing도 아름답다. 아주 우아한 여성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레이블이 계속해서 연상된다. (참고로 레이블에는 Dark, Rich & Sexy 라고 쓰여져 있다) 플레이버는 계속되는 dark malt/ roasted malt 이며, nutty, butter가 약간 느껴지는게 고소하다. 바디감은 American Porter 치고는 약간 무거운 느낌이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medium-Heavy 정도가 아닐까 싶고, 탄산은 약간 적은 편으로 느껴졌다. Texture는 실키하여 부드럽다.

 

 

Breakfast Stout (ABV 8.3%, IBU 60)

오늘 시음기의 주요 목적은 이놈이다. 병뚜겅을 오픈하는 순간부터 강한 다크 초콜렛과 커피 향이 뿜어져 나온다. 국내 수입된 Oatmeal Stout 가운데서 이렇게 강렬한 것은 단연코 없었던 듯 하다. 아로마에서 다크 초콜렛과 커피가 지속되는 것이 꽤나 오래간다. 오트도 약간 있는 기분이 드는데, 아무래도 오트밀 스타우트라는 것을 알고 마시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얇은 브라운 헤드가 있으며 오래 지속되는 편은 아니다. 거품이나 Lacing은 포터에 비해서 훨씬 더 잘고 오밀조밀하다고 느껴진다. 바디는 확실히 묵직하며, 탄산은 적고, 끝까지 지속되는 잔향은 커피 그득하다. 이 정도 퀄리티의 오트밀 스타우트라면 싫어하기가 힘들다
Backwoods Bastard (ABV 11.1%, IBU 50)
Wee Heavy 라고도 불리고 Scotch Ale이라고도 불리는 장르이다. 기본적으로 English Barley Wine과 거의 다름없는 강한 도수의 몰트 중심의 캐릭터 맥주이다. 그리고 Backwoods Bastard는 버번 배럴 에이징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한 캐릭터를 갖는다. 병을 오픈하는 순간부터 오크/ 바닐라 향이 은근 퍼진다. 코를 갖다 대면 버번이 훨씬 지배적이다. 카라멜, 건포도, 다크몰트 등도 느껴진다. 겉모습은 짙은 브라운색이며, 투명도는 낮은 편이다. 약간은 루비색 빛이 돈다. 헤드는 베이지. 플레이버 역시도 버번, 바닐라, 건포도, 카라멜 등의 몰트 위주로 지속되며, 끝에 당도가 약간 느껴지는 면이 있다. medium heavy 바디이며, 비터가 상당히 높다. Breakfast Stout 보다 훨신 강한 비터로 느껴진다.
위의 세가지를 비교 시음했지만, 아마도 Backwoods Bastard는 마실 일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11도가 넘는 맥주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오늘은 운동을 많이 해서…)
월요일을 앞두고, 잠들기 전에 일요일 밤에 딱 한잔을 해야 한다면 단연코 Breakfast Stout이다. 그리고 만약 월요일 아침부터 맥주를 마신다면 역시 Breakfast stout….

 

미움받을 용기와 선택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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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사람마다 ‘인생관’ 혹은 ‘가치관’ 이라는 것이 생성되게 마련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 쉽게 말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자, 세상이 이런 방식으로 돌아가는구나.. 라는 것에 대한 나 스스로 갖고 있는 생각과 철학이다.

가끔 어떤 책을 읽었을 때, 새로운 지식을 얻기 보다는 내가 흐릿하게나마 갖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듯한 책을 만날 때가 있다. 대학 시절에 읽었던 ‘이기적 유전자’ 라는 책이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그 책을 읽음으로서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고, 동시에 내가 평소에 흐릿하게 생각하던 부분들, 궁금해하던 궁금증들이 꽤나 많이 정리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기에 나는 그 책을 여러번 다시 읽었고,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꽤나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 후로 ‘이기적 유전자’는 내 20대 인생에 있어서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미움받을 용기’ 라는 책은 ‘아들러’ 라는 독일 철학자의 철학을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한 책이라고 한다. 아들러의 사상에 대해서 한 철학자와 젊은이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써 놓은 책이 바로 이 ‘미움받을 용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시 내가 예전에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세상은 이런것 같다’라고 어렴풋하게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에 대한 깔끔한 정리였다. 평소에 갈팡질팡하던 많은 것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이 우주라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런 매커니즘에 따라서 행동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는데, 그에 꼭 맞는 답을 제시해 주었다.

이 책의 내용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본다면

  • 인생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 인과관계를 들이대서 결정짓지 말고, 모든 것은 변화하고 선택 가능하다고 믿어라
  • 다른 사람의 문제와 나의 문제를 명확하게 분리하라.
  • 모든 고민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이해하고, 이를 뛰어넘는 용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 모든 것은 선택 가능하다. 다만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많은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었다. 갈팡질팡 헤매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Book review] 회사의 언어 (김남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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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언어 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이 책은 회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인데, 여기서 ‘회사’라 함은 대기업이나 언론사 같은 비교적 크고, 오래되고 관료적인 회사를 말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다분히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조선일보와 SK 에서 근무하신 분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외국계나 컨설팅 그리고 스타트업 등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커뮤니케이션들도 있는데.. 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는 했다.

책에서 말하는 회사의 언어가 대기업과 언론사와 같이 특정 분야에 국한된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 책의 내용은 꽤나 유익하다. 그리고 책을 쓰신 분은 어떤 상황에서 순간순간에 깊이 있는 몰입과 생각이 가능하신 분인 것 같다는 인상이 많이 들었다. 곳곳에서 꽤나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글도 잘 쓰는 분인 듯 하다. 일단 글이 쉽게 술술 읽힌다.

이 책은 대기업 초년생들에게 선물로 주기에 안성맞춤인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입사 3-5년차 되었을 때 다시 읽으면  ’아하’ 하고 다시 한번 무릎을 치게 만들 것이다.

 

 

깊이 있는 인터뷰에 대한 목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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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꼬박꼬박 pod cast 로 들었다. 외국에 있으면 한국 소식이 궁금하기도 해서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는 가끔 깊이 있는 인터뷰를 우리말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기도 했기 때문. 정치, 경제, 사회 뿐 아니라 국내외 문화/연예계 인사들도 초청해서 오랜시간, 그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쌀랑해요 윤애가즁개’ 와 같은 듣는 사람과 하는 사람이 모두 오글거리는 멘트를 남발하는 인터뷰와는 달리, 그 사람의 가치관, 관심사, 사회활동 등 여러 각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회는 매우 희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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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아쉬운 점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정도의 깊이를 가진 인터뷰가 ‘거의 유일하게’ 손석희씨의 프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맷 데이먼을 비롯해서 내한하는 외국의 인사들이 얼마 안되는 본인들의 시간을 쓰는데 있어서 이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다른 프로그램들도 이런 ‘본격적인’ 인터뷰를 할 생각을 좀 해볼만 하기도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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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무릎팍도사 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좋아했던 이유는 깊이 있는 인터뷰였다. ‘꿈이 무엇입니까?’ ‘OOO이여 영원하라’ 라는 상투적인 멘트를 제외하면, 제법 재미있는 방식으로 ‘사람’에 촛점을 맞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예능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너무 얕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기에, (심지어는 말도 별로 안하고 뛰어다니고 게임만 하는 바람에) 더욱더 인물에 촛점을 맞춘 인터뷰 프로그램에 목마름을 느끼는 것 같다.

 

[JTBC 뉴스룸 – 맷 데이먼 인터뷰 전문]

 

[인터뷰 풀영상] 맷 데이먼 “정치에 관심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

[JTBC] 입력 2016-07-14 오후 5:45:09 수정 2016-07-14 오후 11:00:49

“본 시리즈 출연, 역할의 다양성 키우고 싶었다”
“배역에 큰 비중 두지 않아…감독은 영화 제작의 꽃”

[앵커]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이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다른 프로그램 출연을 마다하고 저희 뉴스룸을 찾아주었습니다. 지난 7일에 인터뷰 녹화를 했는데… 오늘(14일) 목요일. 대중문화 초대석의 주인공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배우, 맷 데이먼입니다.반갑습니다. Welcome to my studio! 워낙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돌아가서 개인 시간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하고 인터뷰하기 전에 뭐하셨습니까?

[맷 데이먼/배우 : 애석하게도 어젯밤 몸이 좋지 않아서 자다 깨는 바람에 오늘은 오전 내내 그냥 누워 있기만 했어요.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었는데 그 일정이 다 취소된 겁니다. 배탈이 좀 났죠. 뭔가 비행기에서 먹은 음식 때문인 것 같네요.]

[앵커]

아 지금은 괜찮습니까?

[맷 데이먼/배우 :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네.]

[앵커]

판문점에 들리길 원했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위장이 안 좋아서 그 여행은 취소가 됐던 건가요?

[맷 데이먼/배우 : 네. 갈 계획이었습니다. 가보고 싶었어요. 원래는 오늘 하루가 비어 있었으니까요.]

[앵커]

왜 판문점을 가고 싶으셨나요? 단지 어떤 호기심? 궁금증 때문에?

[맷 데이먼/배우 : 당연히 궁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관심이 가는 곳이죠. 사실 저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더라도 큰 관심을 끄는 역사적 장소는 되도록이면 꼭 찾아가 보려고 했습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말이죠.]

[앵커]

사실은 제가 한국전쟁 끝난 지 딱 3년 만에 태어난 사람인데 사실 여태까지 한 번도 판문점을 가보질 못해서 갔다 오셨더라면 감상을 대신 들을까 했는데 못 듣게 됐네요.

[맷 데이먼/배우 : 그러셨다면 죄송하군요.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에서 성장했는데, 그곳 역시 매우 유서 깊고 풍부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죠. 어쩌다 제가 사람들에게 보스턴 출신이라고 하면 대개는 제가 아직 가보지도 못한 곳을 방문한 얘기들을 들려주더군요. 인제 보니 그런 건 흔한 일 같네요.]

[앵커]

알겠습니다. 본론으로 좀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본 시리즈 5편, 제이슨 본. 지금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9년 만에 본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 발음이 좀 비슷해서 그런 영향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슷한 시리즈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엔 동의하지 않으시죠?

[맷 데이먼/배우 : 처음 이 영화를 만들 때, 그러니까 감독인 더그 라이먼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임스 본드와는 무관해요. 이건 정서가 완전히 다른 영화죠.” 여성혐오적인데다 마티니를 단숨에 들이켜고 사람을 죽이면서도 농담을 내뱉는 본드는 본과는 아주 대조적인 인물이죠. 그러니까 본은 우리가 제작한 네 편의 시리즈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회의적일 뿐 아니라 말할 수 없이 고뇌에 차 있고 누가 어떤 의도를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 나갑니다.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못하면서요. 그런 점에서 둘은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봅니다.]

[앵커]

본 시리즈의 명장면들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 몇 편이였는지 기억은 명확하게 나진 않은데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신이 기억이 나는데 그건 실제로 합니까?

[맷 데이먼/배우 : 네. 할 수 있는 거라면 직접 다 합니다. 물론 명장면들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전문 스턴트맨을 통해 만들어진 부분도 있긴 합니다. 그게 더 효과적이니까요. 관객이 본이라는 인물을 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죠. 하지만 격투 장면만은 반드시 제가 직접 연기합니다. 제작진을 통해 훈련을 받고 동선을 익힐 시간은 충분하거든요. 또 그런 부분이야말로 연기의 재미이기도 하죠.]

[앵커]

다치거나 그런 경우는 없습니까?

[맷 데이먼/배우 : 아뇨, 없습니다. 사실 영화 속 격투 장면은 춤추는 장면과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하는 두 연기자가 반드시 각자의 위치를 정확히 지켜야 하니까요. 그래야 볼만해집니다. 실제 싸움에서 각자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는 다르죠. 그래서 무엇보다도 노련한 상대를 만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춤을 출 때도 마찬가지죠. 비록 내 솜씨가 변변치 않더라도 이를테면 탱고의 전문가가 나를 잘 이끌어 줄 경우, 탱고를 멋지게 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앵커]

이해가 가긴 갑니다. 사실 어렸을 때 그 ‘벤허’라는 영화에 유명한 그 전차신이 있잖아요. 그 말 타고 달리는 그 장면이 찰튼 헤스턴이 한 것이 아니라 줄리아노 젬마라는 다른 이탈리아 출신 배우가 했다는 얘길 듣고 사실 어린 마음에는 조금 실망했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신을 실제로 했다는 것에 대해서 제가 마음이 좀 놓입니다.

[맷 데이먼/배우 : 아, 다행이네요. 하지만 저라도 전차 경주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앵커]

근데 이번 작품에는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스토리를 강조하고 싶었습니까?

[맷 데이먼/배우 :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네요. 속편을 만들 때의 어려움을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러니까 관객이 그 시리즈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찾아내고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푯값을 치르고 들어온 관객이 지난번과 똑같은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죠.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영화가 마치 뉴스 헤드라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살아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번 영화의 도입부에서 우리는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을 출발해 그리스의 긴축 거부 야간시위가 한창인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배경으로 영화 속 삶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죠. 대답이 너무 길었네요.]

[앵커]

너무 자세히 답변하면 스포일러가 되실 수가 있으니까 배우 자신이… 더는 질문을 안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들어가 보도록 하죠. 그 에드워드 스노우 사건 이후에 상황을 이 영화에서 다뤘다고 제가 들었는데 어떤 얘기일까요? 그러니까 그것과 관련한 논란 같은 것들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나요?

[맷 데이먼/배우 : 네, 물론 그 실제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스노든 이후의 세계를 살고 있는 만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매우 복잡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말하자면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안보의 중요성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그 답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중요한 주제에 속하긴 하지만요.]

[앵커]

‘맷 데이먼’이라는 이름을 가장 크게 각인시켰던 영화가 ‘굿 윌 헌팅’이었습니다. 저희들한테는 그렇습니다. 물론 처음에 나왔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그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늘 뭐랄까… 지적이고 반듯한 이미지를 주어왔죠. 그것이 어떤 한계라고 생각하셨을까요? 그래서 본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걸까요?

[맷 데이먼/배우 : 아뇨, 제 이미지와 관련된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제 역할의 다양성을 키우고 싶었고 좁은 틀 속에 갇혀서 제한된 범위의 인물만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어쩌면 지난 16년간 동일한 인물을 네 번이나 맡아 연기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뭐 다른 영화들 속에서는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영화를 사랑하고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하기 원합니다. 멍청해 보이는 코미디 연기를 한 적도 있고 역사를 다룬 서사영화에 등장하기도 했죠. 단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잠깐 화면에 맷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들을 잠깐 흘려 드릴 텐데 영화가 사실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주복을 입고 있는 영화도 있고 그렇죠? 군복을 입고 있는 영화도 있고…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한계를 두지 않고 작품을 고를 수는 있지만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면 뭘까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맷 데이먼/배우 : 영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저는 감독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영화 전체의 성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죠. 그 후 25년 동안 이 일을 해 오면서 작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 역시 누가 감독인가에 두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배역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훌륭한 감독과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앵커]

그러면 다른 배우들이 맷 데이먼을 감독으로서 택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맷 데이먼/배우 : 네 언젠가는 그럴 겁니다. 분명히 제가 가고 싶은 길이죠. 제 친구 벤 에플렉은 이미 감독으로서 무척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독을 영화 제작의 꽃으로 여기는 이유는 시나리오도 쓰고 제작도 하고 연기도 해보지만 감독이야말로 영화의 모든 세세한 부분까지 책임을 지고 또 그만큼의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첫 작품은 어떤 작품이 될까요? 만일에 그렇다면 뭐… 제목을 얘기할 순 없겠지만 어떤 종류의 작품이랄까…?

[맷 데이먼/배우 : 아마 소소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몇 년 전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를 만들 때 구스 반 산트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제가 감독까지 했을지도 모르죠. 언젠가는 제 능력에 맞는 영화를 만들 겁니다. 오래전 스필버그 감독이 해준 말이 있어요. 언제가 영화를 만들게 될 때는 아주 작은 이야기로 시작하라고. 그 과정에서 더 큰 도전의 가능성을 지켜보라고요.]

[앵커]

정치적 문제라든가 아니면 오스카상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이런 것을 저희가 다 들었습니다. 근데 그런 것을 거리낌 없이 나름대로 소신발언을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한테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건 개의치 않으시나요?

[맷 데이먼/배우 : 정치적 발언에 대한 이야기라면 글쎄요, 자국 정치에 관심을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 한 번도 비열한 표현을 쓴 적이 없을뿐더러 단지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행태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할 자리에 나와 있는 만큼, 문제될 점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겠죠.]

[앵커]

911 이후에 예를 들면 딕시 칙스 라던가 하는 사람들은 부시를 비판했다가 굉장히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그 당시 미국의 분위기가 그랬을 수 있겠죠. 그런 예도 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드린 질문이었는데 방금 말씀하신 걸로 그냥 가늠하도록 하겠습니다. 깨끗한 물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그것과 관련한 활동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한마디만 소개해주신다면?

[맷 데이먼/배우 : 네, 최대한 짧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워터닷오알지'(Water.org)는 훌륭한 엔지니어인 개리 화이트와 제가 공동 창설한 재단이고 개리는 이 일에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한 예로 인도의 슬럼가에 물을 공급하려고 해당 지자체가 지하에 수도관을 묻었는데 그 관이 각 가정까지 연결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극히 비효율적이죠. 그래서 이미 건설된 수도관을 각 가정까지 연결하는 데 드는 초기자금을 구할 수 있게 돕는 저희 사업은 그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 될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 시간에 일을 해서 융자금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놀랍도록 빨리요. 멋진 일이었죠. 채무자의 94퍼센트인 여성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심각한 문제였으니까요.]

[앵커]

한국은 사실은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오염이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맷 데이먼이 방문하고 있는 요 며칠 사이는 비 때문에 공기가 깨끗합니다. 행운아이십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돌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맷 데이먼/배우 : 대단히 감사합니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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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에 가볍게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를 읽었다. 이 책은 하루키의 여행기(?)다. 하루키는 꽤 여행기를 출판하는 편인데, 그의 산문 특유의 위트와 가벼움이 살아 있어서 좋다. 이 책 역시도 몇시간 머리를 식히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하루키는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닌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해서 일본을 떠나서 낯선 곳에 가서 몇달씩 집필을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살던 곳에서 책을 쓰다보면 주변에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것 같다. 그리고 그는 마라톤을 하는데,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원래 레이스가 열리는 곳을 여기저기 찾아 다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여행을 하게 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취재겸 여행도 꽤 다니는 편인것 같다. 이런 인생 참 부럽다.

책은 아주 짧은 여러 여행기들의 묶음이라서 단 몇시간만 투자하면 라면 먹듯이 후루룩 읽을 수 있으니, 책의 내용은 여기에서는 생략…

대신에 이 책을 읽으면서 결심한 몇가지

 

1. 포틀랜드 여행을 가고 싶다. 이 책에서는 동부 메인 주의 포틀랜드와 서부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를 둘 다 여행했는데, 나는 서부 포틀랜드에 관심이 좀 더 많다. 확실히 미식과 힙스터 문화의 중심은 미국 오레건 포틀랜드가 되고 있는것 같다. 꼭 가서 커피, 음식, 맥주 등등 닥치는대로 즐기면서 3kg 정도 몸을 찌워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 그리스 섬에 다시 한번 여행을 가고 싶다. 나는 2000년 경에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3개국만 2달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여행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도시가 나오면 그냥 1주일씩 쉬어갔다.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낸 곳 중에 하나가 바로 그리스 섬들이었다. 미코노스, 산토리니, 로도스 등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그 섬들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3. 일본 시골 여행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1년 가까이 살았고, 일본 여기저기를 많이 여행했고, 지금도 1년에 한두번 정도는 일본에 여행을 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오는 것 같은 구마모토 같은 일본 시골은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라고 글을 쓰는 순간 홋카이도의 마루셋뿌라는 깡시골에서 1달간 홈스테이를 했다는 점이 기억났다… .여튼) 왠지 일본의 시골에서는 어디 후미진 우동집에 들어가도 장인이 면을 뽑고 있을 것 같은 환상이 있다.

4. 낯선 나라에서 2-3달 정도 머물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3달 정도만 살다보면 그 지역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게 되는 것 같은데, 그 정도 시간이라면 적당히 머물다가 간다는 느낌이 딱 든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역시 위에서 열거했던 포트랜드, 그리스 섬, 일본의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내 인생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만 나에게 온전히 주어진다면 위의 세 곳에서 2달씩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애가 있는 유부남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루키 선생… 부럽소

Amazing 2 months

 

TK pouring 2브루어리의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어느 덧 2달이 흘렀다.

브루어리는 다행히도 순항 중이다. 안심이다. 나의 동업자 스티븐과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여튼 지금 슬슬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일단 망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브루어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을 적어보는 것이 조금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1. 잡지, 언론 등의 인터뷰가 좀 들어와서 내가 평소에 맥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전할 수 있는 기회 + 브루어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GQ, 바앤다이닝, 에센, 올리브매거진, 론리플래닛 매거진 등 맛집 관련된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 다음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SBS에서 다녀갔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은 질문을 1시간 쯤 하시다가 가는데, 정작 기사나 사진으로 나오는 것은 그 1/10 정도이다. 언론을 상대하면 할 수록 내가 말하는 것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좌절감도 약간은 들지만,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내가 평소에 맥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역량을 쌓아야 하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2. 건물주들이 다녀가신다. 스토리는 거의 비슷하다. 아들이 우리 브루어리르 다녀갔는데 좋아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 봤다. 성수동, 압구정, 청담, 송탄, 강남, 화양동 등등에 건물이 있다. 000 평 정도는 되는데, 누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평소에 맥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너희가 내 취향과 비슷하다. 그러니 들어오는 것을 고려해 봐 달라… 나도 마음이 흔들려서 여기저기 가보기는 하지만 돌아서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람들이 우리 브루어리를 보고 느끼는 자신의 취향과 딱 맞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계속 건물주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나는 건물주가 아니니까…

3. 가장 황당한 것은 금수저 논란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군가가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브루어리를 차린 것에 대해서 금수저라서 원래 돈있는 집 아들이 집안 돈 갖고 장난 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우리 가족에게 큰 폭소를 안겨 주었다. 물론 내가 흙수저는 아니다. 하지만 금수저도 아니다. 금수저라면 뭐하러 3달동안 성수동을 헤집고 다니면서 무너져가던 공장을 찾아서 보수해서 브루어리를 차렸겠는가? 뭐하러 맥주 장비를 다 직접 만들어서 맥주를 만들겠는가? 나도 강남에 수백평 브루어리 부지를 사서, 독일 장비로 꽉 채울 수 있는 금수저면 편했을거 같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았다. 돌아가신지 올해로 15년째인 아버님과 아버님의 유산을 잘 관리하신 어머님의 덕분으로 지금까지 우리 3남매는 모두 PhD, 대학원, MBA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모두 부모님의 공덕이다. 하지만 브루어리를 차린 것에 대해서 어머님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지는 않았다. (자금이 달려서 일시적으로 어머님 돈을 조금 꿨지만, 금방 갚았다) 동업자 스티븐의 자금 + 직장생활에서 모은 저금 + 퇴직금 + 장병규 대표님과 쓰기로 한 책의 원고료를 먼저 받은 것, 그리고 약간의 은행대출(개인+법인)이 브루어리를 만드는데 쓰인 돈의 전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장을 그만두는 정도의 용기를 보면서 금수저로 밖에 연결 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슬펐다.

4. 아마도 지난 2달 동안 가장 큰 사건 중에 하나는 무주 그란폰도에 나갔다가 자전거에서 낙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브루어리 준비 때문에 연습도 거의 하지 못하고 나간 것이었는데, 거의 2/3 지점에서 시속 60km정도로 내리막길을 질주하다가 제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크게 다쳤다. 쇄골뼈가 골절되었고,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물론 5살짜리 꼬마이고, 그 다음으로 와이프와 어머님, 그리고 회사였다. 나 한 사람이 다침으로서 마음졸여야 했던 사람들과 어쩌면 운명이 끝날뻔한 법인, 거기에 속한 직원들… 아무튼 앞으로는 무모한 도전은 삼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좀 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5. 또 다른 당황스러운 일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내가 회사를 그만 둔 것에 대해서 ‘멋있다’라는 말을 한다는 점이다. 이 말에 대한 나의 반응은 일관적이다. ‘성공하면 멋있지만, 실패하면 멋없다.’ 아직 성공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이루지 못했는데, 뭐가 멋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둔 행동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멋있는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작 멋있어지려면 성공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닌, 목숨만 달랑달랑 붙어 있는 생명체나 다름없다. 이보다 더 큰 꿈을 보여주어야 정말 멋있는거라 생각한다.

6. 아직까지 브루어리에서 한푼의 돈도 받고 있지 않고, 비용도 다 개인 신용카드로 쓰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6개월이 넘게 집에 돈 한푼 가져다주지 못하는 남편을 꾹 참고 응원해주는 아내의 덕이고, 두번째는 실력없는 컨설턴트를 믿고 3년 넘게 써준 덕분에 퇴직금을 잘 챙겨준 베인앤컴퍼니 덕분이다. 이렇게 한푼의 돈도 못버는 생활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을 보면 아무튼 내가 평소에 믿지 않던 내적 동기부여라는 것도 때로는 작용하기는 하는 것 같다.

쿠팡의 의미

 

최근에 투자쪽과 컨설팅쪽에 있는 사람들과 쿠팡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과 아주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몇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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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업의 목을 겨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이 대기업과는 별로 상관 없는 비즈니스를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검색, 블로그, 카페, 메신저 등 기존의 오너 기반의 대기업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부분에서만 강점을 지녀왔다. 넥슨이나 엔씨, 네오위즈, 넷마블 등이 하던 게임 산업은 더더욱 대기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였다. 물론 몇몇 커머스 업종은 기존 대기업이 하던 유통업의 영역을 슬금슬금 넘어오고 있었지만, 쿠팡과 같이 제대로 대기업들의 목을 겨누는 경우는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상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SI(Strategic Investor) 투자는 활발하지 않았다. 한국의 특성상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위주의 기업환경에서 특히 B2C 스타트업을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만들어 내는 것은 오히려 미국보다 어렵지 않다는 설이 있다. 즉, top 20개의 도시를 리스트업을 해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인구수의 측면이나 밀집도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top 20개의 도시 이후이다. 미국은 top 30, 40, 50, 100개 도시까지 확장하거나, 아니면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으로 지역 확장을 하거나 사업의 영역자체를 확장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다시 말해서 한국은 밀집되어 있다는 특성 때문에 몇몇 서비스는 오히려 처음 critical mass를 달성하기가 수월핟다는 것이었다.

물론 원론적인 M&A를 대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느 정도 크기를 달성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훨씬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크기를 달성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면 대기업이 직접 만드는 것과 인수하는 것 차이에 경제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게다가 브랜드와 자금, 인력이라는 여러 요소를 이미 지니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애써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보다는 자기들이 만드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그런데 쿠팡과 같이 대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경쟁하는 기업이 많이 나오면 대기업들은 아마도 지금까지와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M&A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잠재적 경쟁자의 제거라는 것이 있는데, 앞으로 대기업 중에서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와서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각하리라고 생각한다면 SI로서의 M&A를 적극 고려할지도 모른다.

2. 1조 투자의 저주와 이마트의 반격 타이밍

소프트뱅크의 1조원 투자가 거의 말라간다는 것이 업계의 루머다. 그 현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겠으나, 로켓배송을 위해서 너무 무리한 투자를 했고, 2등/3등 소셜커머스 업체와의 격차를 벌림과 동시에 이마트와 같은 전통적 유통공룡기업과 경쟁하려다보니 캐시가 많이 필요하기는 할 것이다. 많은 배송센터를 Sale & Lease Back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금이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는 한다. 그런데 문제는 1조라는 투자를 받을 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기 때문에 후속투자에 있어서 이런 높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의 반격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는 평들이 많다. 상대방이 총알이 떨어질 때 즈음에 기관총과 대포를 쏴버렸다. 이러한 반격으로 쿠팡 입장에서는 꼬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아마도 현금 소진(cash burn)은 더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2등, 3등 업체도 지금 열심히 투자를 받고, 성장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2,3등도 함께 곤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2, 3등이 투자를 받을 때 가장 강력한 벤치마크는 바로 1등이다. 1등이 이 정도 했는데, 우리는 그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요정도’는 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투자 논리를 풀어야 할텐데, 1등이 총알이 말라서 고사할 상태이니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물론 내부의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관측은 어긋날 수도 있지만, 1등이 많이 곤란한 상황에서 2,3등의 투자가 수월하게 유치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3. 쿠팡은 살아남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

쿠팡은 결국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면서 성장했다. 소프트뱅크의 1조 투자는 거의 한국 스타트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수준의 대규모 투자였다. 로켓배송은 우리 집사람을 포함해서 많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공적인 서비스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지금 쿠팡의 내부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다.

불과 6개월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쿠팡이 이마트에게 원사이드 게임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캐시의 부족이다. 한마디로 현금의 유입과 유출간에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면 쿠팡이 침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둘 다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나만 해결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높은 밸류에이션 때문에 더 이상 투자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결국 후속 투자를 할만한 곳은 소프트뱅크 밖에는 없다. 쿠팡이 침몰하면 소프트뱅크도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 과연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이 후속 투자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아마도 유지가 어려울 것이고, 자생력을 갖출 것을 투자자들이 요구할 수도 있다. 빠른 시일 내에 IPO를 통해서 자금 조달의 숨통을 틔울 필요도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금의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 로켓배송 등을 중단할 것을 고려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에는 차별화 포인트가 없어진다. 그러니까 로켓배송을 대신할 정도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되 그 차별화 서비스는 로켓배송보다는 현금을 덜 써야 한다. 아니면 2,3등과의 격차를 확실하게 벌린 다음에 로켓배송이나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만으로 판단해보자면 쿠팡의 현금이 마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쿠팡이 살아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제대로 대기업의 목에 칼을 겨눈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이세돌, 알파고 그리고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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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5차례 대국이 모두 끝났다. 4대 1로 알파고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사람들은 이세돌의 1승에 안도했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이라는 바둑기사와 구글을 모두 승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었다. 구글의 주가는 거의 5%가량 상승했다고 하지만, 이는 알파고 대국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외신에서는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비중있게 다루었지 않았기에, 단지 알파고 대국이 지난 며칠간의 구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비이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구글의 이익은 주식가격 상승보다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로컬 서치엔진인 네이버에게 고전하던 와중에 모처럼 제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명예회복을 한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세돌이라는 사람은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유명한 기사였지만, 이렇게까지 전국민이 열광하는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이세돌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대단한 미디어효과이다.

여튼 재미있는 점은 모든 뉴스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소식을 가장 톱 뉴스로 다루었다는 이야기이다. 선거철이고, 김정은이 날뛰고, 유럽 경제가 널을 뛰며, 유럽의 대선도 엎치락 뒤치락인데,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뉴스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과 관련된 뉴스였다.

왜 이 뉴스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까?

여기에는 인간과 컴퓨터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뉴스꺼리’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눈을 돌려서 조훈현 9단의 새누리당 입당과 비례대표가 된다는 소식을 보자.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조훈현 9단이 정치인으로서 새누리당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갸우뚱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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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0대-60대의 연령대에 계신 분들은 조훈현 9단이 본인들에게 꽤나 영향력이 있다고 말하신다. 조훈현 9단은 80-90년대의 시절을 함께 살아온 동시대적 한국인들에게는 꽤나 의미하는 바가 큰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혜성처럼 한국 바둑계를 누비다가 제자에게 패배했지만 한국 바둑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조훈현이다. 조훈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지금의 40-60대 사람들에게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조훈현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다. 바둑은 아직도 장년층에게 폭넓은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이 시작하기 이전에 조훈현 9단을 영입한 것이 새누리당의 신의 한수였는지도 모른다.

이세돌 VS 알파고가 이렇게까지 파급력을 이끌 수 있는 뉴스였던 이유는 젊은 세대가 자신과 가깝게 연관짓는 ‘구글’과 기성 세대가 자신들과 가깝게 연관짓는 ‘바둑’ (이세돌)의 대결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한가지 이벤트가 이렇게까지 모든 세대에 걸쳐서 재미를 느끼게 한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우리 스스로가 따뜻한 인간이기를 바란다는 점을 확인한 것 같다. 인터넷을 좋아하고, 서치엔진을 즐겨쓰며, 무인차와 VR의 혜택을 즐기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를 압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바둑으로 대변되는 인간이 즐기는 ‘느림의 미학’과 ‘생각의 깊이’ 그리고 ‘의지와 지혜’의 가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