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이 글은 최근에 연재한 ‘ 기업, 그 존재의 목적’ 에 대해서 홍콩에서 공부하고 계신 한 분이 보내주신 의문점에 대한 답글입니다. 이 글도 역시 책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견해가 있다.

 

첫번째는 주주 중심적 견해인 주주자본주의이다. 간단히 말해서 기업은 주주의 것이라는 뜻이다. 주주는 그 회사의 주식을 가진 사람이므로, 경영자나 종업원들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이 관점의 대표주자이자 유명한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영리를 추구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때때로 우리는 이러한 명확한 이유 때문에 직장을 잃기도 하는데, 주주가치에 해가 되는 방향이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주주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면 경영자나 종업원들이 얼마든지 교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잔인하게 하루아침에 종업원 및 경영자가 직장을 잃고 교체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이 철저하게 주주를 위해서 운영되므로, 투자자들에 대한 의무에 충실하다고 볼 수도 있다. 자본주의라는 명칭이 말하듯이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들이 가장 우대받는 형태라고 생각해보면 주주자본주의적 견해는 매우 효과적으로 자본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해관계자 중심적 견해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적 관점’도 있다. 이 견해는 기업은 주주만의 것은 아니고, 그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것이라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라는 것의 테두리는 정의하기 나름인데, 주주, 채권자, 경영자, 종업원 뿐 아니라 종종 납품업체, 소비자,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넓게 해석하기도 한다.  즉, 기업은 단순히 주주만의 것이 아니라 그 기업으로 인해서 직간접적으로 생활의 영향을 받는 모두의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러한 이해관계자들도 일정 부분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경영참여가 이러한 이해관계자 중심적 견해의 대표적인 예로 종종 거론되곤 한다.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노조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그 기업을 되살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이해관계자 중심적 견해에 따른 현상이라고 볼수 있다. (반대로 이해관계자들의 고집스러운 주장으로 기업이 망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주중심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해석하는 관점은 영미권에서 더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기업의 효율화를 강조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대체로 더 높게 평가받는다. 이해관계자 관점은 유럽 및 일본 등에서 지배적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이 관점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효율성이나 주주이익 극대화 보다는 분배 정의에 좀 더 충실한 관점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에 들어서 주주이익을 꼼꼼하게 챙기는 기업보다는 오히려 주주의 이익보다 사회와 종업원에 대해서 배려를 더 많이 해주는 기업들의 성장률이나 수익률이 증대되고 있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종업원들도 수익률에 따라서 언제든지 짤릴 수 있는 부품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기업의 한 이해관계자로서 충분한 배려를 받을 때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소비자들도 지나치게 이익을 강조하는 기업보다는 사회와 커뮤니티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주주 자본주의 관점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점 중에서 어느 한 쪽이 맞다 틀리다를 논하기는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두 관점의 장단점이 현실에서는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경영학을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에 여러 대학을 둘러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가 많은 학생들의 경영학과 복수 전공 (혹은 부전공)이다. 아무래도 취업을 할 때에 본인의 전공에 더해서 경영학을 공부했다고 하면 유/무형의 가산점을 얻기 때문인것 같다. 하지만 꼭 교실에 앉아서 책으로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경영에 대해서 공부하는 방법은 많다. 물론 회사에 입사해서 신입사원부터 차근차근 업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해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신의 업무분야를 넘어서는 시각을 미리 갖추기는 어렵다. 재학시절부터 혹은 직장인 초년시절부터 경영학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추는 경영학 공부 방법론은 무엇인가?

경영학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 – 창업

경영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직접 사업을 해 보는 것이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경영학과 교수님이라고 하더라도 한 분야의 창업자가 ‘내가 직접 해 보니 XYZ와 같은 방법이 잘 통하고, ABC와 같은 방법은 잘 되지 않더라’ 라고 말하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직접 해 본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업을 직접 해 보면 재무관리, 인사관리, 마케팅 관리 같은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자기 돈과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남들이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고,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급쟁이 직원들이거나 남에게 서비스나 컨설팅을 제공해주는 입장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사업의 오너만큼 진지하게 그 사업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 오너만큼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게 되면 한푼 한푼의 돈이 내 스스로의 돈이거나 혹은 내가 직접 설득한 투자자 및 채권자의 돈이므로 허투루 쓸 수 없다. 하지만 회사돈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보다는 좀 더 마음 가볍게 돈을 쓰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직원수가 몇 명 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을 창업한 창업자의 입장에서 종업원 한명 한명은 정말 꼭 필요한 인적자원일 수도 있지만, 대기업에서 내 밑에 있는 부하직원이 한명 나가게 되면 물론 당장은 좀 귀찮은 일이 많을 수 있지만, 인사부서에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서 충원을 요청하면 된다. 부서 전체가 흔들릴만큼 큰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것보다는 조금 복잡한 일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많은 후배들에게 작은 구멍가게라도 한번 직접 창업할 것을 권한다. 무언가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더 좋다. 최근에는 창업 열풍이 거세지면서 대학 재학 중에 직접 창업을 하는 후배들이 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들에게 기꺼이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편 경영학 분야를 선도한다고 여겨지는 Harvard Business School(이하 HBS)의 수업에서도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점차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하는 수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창업가적 경영자 (Entrepreneurial manager) 와 같은 수업은 필수과목이 되었다고 한다. 반드시 자신이 창업을 하지 않고, 조직의 중간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 점차 미국의 성공적인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각광받는 Google, Facebook, 등의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Tech 기업들에서는 비록 회사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원들 내부적으로는 기업가정신을 유지하고 자신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오너십과 실험정신을 유지할 것을 조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직접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고찰: 케이스 스터디 (Case Method, 사례연구)

하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섵불리 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부모님 돈과 친척 돈을 모아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시작했다가 집안 전체를 재무적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례연구 즉, 케이스 스터디 (Case Method)이다.

기존에 기업들이 했던 일들에 대해서 주요 사건과 데이터 및 주요 의사결정의 내용들을 제시한 후에 사후적으로 분석해 보는 케이스 스터디의 방법론은 80년대부터 HBS 의 MBA 수업에서 널리 쓰이면서 경영학 공부의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는 대부분의 MBA에서 케이스 스터디 수업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은 HBS에서 나오는 HBR Case를 사용한다. 많은 미국의 Top MBA들이 그러한 방식을 지난 20-30년간 사용해 왔기에 케이스 스터디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한 수업 방식이 나온다면 또 한번 경영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까지는 HBS를 중심으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교육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 뚜렷한 변화는 없어 보인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출판사인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에서 발행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arvard Business Review, 이하HBR)에는 기업들의 최신 케이스들이 매번 실리고 있으며, 이렇게 실린 기업들의 케이스는 전세계의 경영학 수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HBS case 라는 고유명사는 경영학 수업에서는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단어이며,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HBS Case중에서 BMW 해외 진출의 케이스를 읽어 보면…” 라는 식으로 특정 회사의 특정 케이스에 대해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다음은 실제로 HBS를 졸업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케이스 방법론에 대한 내용을 표현한 글의 일부이다.

[사례연구방법(Case Method) – Harvard Business School이 고안한 독특한 경영학 공부법] [1]

HBS 교육방식중가장특이할사항은사례연구방식(case method), 즉케이스에대해연구하고토론하는방식이다. 교과서는참고자료일뿐이다. 대부분의수업은 HBS 교수들이직접만든기업경영사례를바탕으로진행된다. 수업에서교수들의역할은일방적인강의자가아닌쌍방향토론의진행자라고할수있다. 심지어재무과목마저도케이스로배운다는사실에다른학교학생들이놀라워할때가있다. 졸업후돌이켜보면이러한케이스방식덕분에 2년간쌓은지식이많은부분내면화됐다는생각이든다. 학부에서경영학을공부한필자는마케팅, 회계, 재무과목등다양한경영수업을이미접한바있다. 그러나기억해보면교과서를이용한강의와중간•기말고사를위주로공부했던내용은졸업후금방기억에서사라지기일쑤였다. 반면 HBS의케이스토론방식은머리속에계속남아있게된다. 매일 5~8시간씩다음날수업을위해예습을하고, 학생들끼리갑론을박을벌이며지식을쌓는체험적인수업모델이기때문에수업내용이자연스럽게내것으로소화될수있었다. 

대학 수업에서 이렇게 케이스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케이스를 잘 쓰는 것 또한 하나의 가치 있는 기술이 되었다. 그래서 유명 경영/경제 연구소나 컨설팅 업체에서는 ‘사례 작성 대회’ 혹은 ‘사례 발굴 대회’ 같은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내용 중에서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것들을 잘 잡아내어서, 당시에 그 프로젝트에 실제로 참여했던 사람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론이다. 많은 HBS 케이스들이 그 케이스에서 중요 의사결정을 했던 CEO나 CFO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롤렉스 시계를 쳐다보면서 OO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라는 식의 소설속에 나올 법한 회상 장면을 시작으로 케이스를 쓰기도 한다. 일정 부분의 사실과 일정 부분의 허구를 복합해서 쓰는 경우도 허다하고, 케이스에 등장하는 회사들의 요청에 따라서 회사 이름을 감추거나 다른 회사의 이름으로 바꾸어서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케이스가좋은케이스일까? 한국에서는 케이스에 대해서 사후적으로 이미 성공/실패를 정의한 후에 그를 벤치마킹 하거나, 혹은 답습하지 말라는 식으로 답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케이스는 내 생각에는 좋은 학습을 위한 재료가 아닌 것 같다. 이런 면에서 기업의 홍보를 위해서 좋은 점만 기술하는 케이스들은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따라서 좋은 케이스(사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1) 복잡한 상황이되, 2-5가지 정도의 명확한 이슈가 드러날 것, 2) 등장인물이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하나, 그러한 선택들을 할 때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해야만 할 것, 3) 중요한 고려 요소들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잘 드러나 있을 것, 4) 결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며, 다른 결정에 따른 다른 결과가 나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결과에 대한 시사점 (implication) 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케이스이다.

즉, 최대한 읽는 사람이 그 상황에 몰입되어서 비슷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할때, ‘과연 무엇, 무엇을 고려해서 결정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 그리고 그 경우의 의미와 시사점 (implication)은 무엇일까? 정도만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주어도 되는 것이다.

경영의 많은 이슈는 어차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케이스 스터디 무용론

사례연구는 기본적으로 이야기(story telling)이며, 특정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케이스 스터디라는 방법론 자체에 대해서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케이스 스터디의 단점은 모든 지식이 사후적이라는 것이다. 즉, 지나고 나면 너무나 자명해 보이는 일들이 많은데, 막상 그 시점에 처해 있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헷갈리는 의사결정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뒤늦게 바라볼 때에 너무 자명하다면 케이스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인사이트(insight)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케이스 스터디의 단점을 드러내 주는 단적인 실험이  바로 The American Soldier Research[2]이다. (하단 참조)

그래서인지 케이스 스터디라는 경영학 교육의 방법론 자체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많다. 모든 것이 사후적으로 해석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러한 사후적으로 얻게 되는 교훈을 영어 표현으로는 하인드사이트(hindsight) 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례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hindsight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투자한 사례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산요(Sanyo)를 모방하기에 바쁘고, 국내 시장에서는 금성(현재의 LG전자)에 밀려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가 장기간에 걸쳐서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90년대 후반부터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잘 한 일이었다는 식으로 밖에 해석이 될 수 없고, 만약에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해봐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하는 것이 케이스 스터디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실제 현상과 반대 되는 내용도 쉽게 합리화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비즈니스 케이스를 보고 그것의 성공/실패 원인을 생각해 보는 것이 효과적인 교육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무용론자들의 논지의 핵심이다. 즉, 그 사례를 보고 이것저것 생각해 보아도, 그것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수 많은 이야기(story)의 하나일 뿐, 결코 그 결과를 필연적으로 도출하는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경영이라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란 없다. 경영학이 어렵다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케이스들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들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단계적으로 보여주거나, 일부 제품 혹은 회사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혹은 참고자료 등에 들어가는 숫자를 조금은 각색하여 제시함으로써 실제 존재했던 케이스에 각색을 가미하여 교육용으로 재탄생 시키기도 한다.

케이스 학습법 무용론자들의 또 다른 논거 중에 하나는 기업의 전체적인 역사나 전략의 흐름, 그리고 그 기업의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지 않고, 일정 사건만 이해해서는 기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성공한 기업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져 있는 경우가 많거나, 혹은 그 기업의 시스템 자체가 성공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기업들은 모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케이스를 통해서 시사점을 얻는다고 해도 자신의 조직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어떤 신제품을 성공시킨 과정을 보면, 다른 기업들은 그런 성공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자신들의 기업에 재적용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HarvardBusinessReview-JenStark [HBR Magaine:] 2달에 한번 발행되는 HBR은 경영학의 새로운 이론들이 소개되는 학술지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최신의 사례들을 발굴하여 보여줌으로써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케이스 스터디 제대로 활용하는 법

케이스 스터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케이스 스터디를 잘 활용하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주입식 한국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일수록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어떤 특정한 가치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보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생각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MBA에서 활용하는 케이스 스터디의 방식은 국내와는 조금은 다르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공통적으로  케이스 스터디는 수업 이전 혹은 수업 내에서 케이스에 대해서 충분히 읽을 시간을 교수가 학생들에게 주고 나서, 학생들에게 몇몇 핵심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 들이다.

–        케이스에 나오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겠는가?

–        이런 상황에서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        이런 상황에서 케이스와는 다른 의사 결정을 내렸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는가?

한국에서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교수님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학생들은 그러한 답에 가깝게 가기 위해서 애써 답을 마련한다. 그런데 미국의 MBA에서 받은 수업은 정답이 없는 쪽에 가깝다. 교수님의 역할이라는 것은 주어진 케이스에 대해서 학생들의 논의를 facilitate 해 주는 역할에 가깝지, 정답을 제공해주거나 알려주는 사람의 위치와는 거리가 멀다.

필자 또한미국의 MBA에서 수업을 듣기 전까지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방적인 (one-way) 강의에 익숙해져 있었고, 처음에는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는 미국 MBA의 수업방식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낯설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학생들에게 쓸데 없는 질문들, 바보 같은 질문들을 많이 허용하고, 그래서 뭘 어쩌라는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는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나를 포함한 많은 동양인 학생들은 ‘그래서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냐?’ 고 묻기 일쑤였고, 교수님에게도 ‘그래서 당신이라면 그 때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겠는가?’ 라는 질문을 곧잘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즈니스 케이스에는 실패/성공이 확실히 없다. 그냥 상황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고,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컨대 요즘 가장 많이 거론되는 애플(Apple)의 경우, MBA의 케이스 스터디에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애플이라는 기업은 애플의 80년대를 보느냐, 90년대를 보느냐, 2000년대를 보느냐, 그리고 2010년대를 보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른 가치판단이 가능하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제품 카테고리를 보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판단, 다른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90년대 PowerBook인지, 2000년대 iMac인지, iPod인지 등등. 심지어 대부분의 토론들은 지금도 그들이 활동을 계속하는 영역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어떤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게 많다.

우리가 대면하게 되는 대부분의 현실세계에서의 문제가 정답이 없기 때문에 경영학 교육과정에서 접하는 문제들 또한 마찬가지로 정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그래서 ‘만약 나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을 때가 많다. 케이스 스터디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정답을 찾기 보다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서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지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세상의 어떤 비즈니스 상황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의 유사성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도 비즈니스 케이스를 접하게 되면 반드시 일정한 정답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기 보다는 그 상황에 자신을 대입시켜보고 과연 어떤 점들을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의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경영학 교재가 어디에나 있다.

창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경영학 공부가 될 수 있지만 수반되는 리스크 때문에 쉽지 않다. 케이스 스터디 (사례연구)를 하는 것도 매우 좋은 경영학 공부가 될 수 있지만 케이스 스터디는 주변의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토론/디스커션(discussion)을 통해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서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따라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들이 온통 비즈니스로 이루어져 있다. 집 앞에 있는 구멍가게부터 빵집, 세탁소, 커피숍, 약국, 식당 등등, 모두가 알고 보면 누군가가 돈을 투자해서 운영이 되고 있고, 종업원을 고용해서 월급을 주고 있는 사업체들이다. 따라서 굳이 창업을 하지 않고, 경영학에 대한 교재를 구해서 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경영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이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비즈니스 오너들과 관리자들, 그리고 종업원들이 행하는 행위들을 소비자가 아닌 경영자의 눈에서 볼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커피숍에서 제공하는 작은 서비스 하나에도 분명 의미가 있을텐데, 계속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아무런 배움을 얻을 수 없다.

예컨대 어떤 커피숍에서는 케익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함께 팔고, 어떤 커피숍에서는 커피에만 집중을 한다. 어떤 커피숍에서는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고 어떤 커피숍에서는 번호표를 나눠주지 않고 종업원이 번호를 부른다. 또 어떤 커피숍은 공짜 인터넷을 제공해 주고, 어떤 커피숍에서는 인터넷도 제공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노트북을 꽂을 전원조차 제공해 주지 않는다. 저마다의 경영철학과 경영방침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운영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 이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적으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재무적인 성과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 기업의 운영 철학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점에 가거나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에 그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상점에 들어서게 되면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        이 회사의 주요 타겟 고객은 누구인가?

–        이 회사의 경쟁사는 어떤 회사인가?

–        이 회사가 다른 경쟁사대비 차별화 되는 점은 무엇인가?

–        이 회사가 경쟁사 대비 갖고 있는 원가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        이 회사의 매출은 얼마나 될까?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        이 회사의 이익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동종 업계의 경쟁사들 대비 높을까? 아니면 낮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들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업종이나 회사마다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서 이러한 핵심 질문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얼마나 그 비즈니스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질문을 뽑아 낼 수 있는가?라는 점도 내공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척도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내공이 높은 사람들은 그 비즈니스를 파악하기 위해서 던지는 질문만 보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제품 및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위와 같은 질문들을 한번 던져보라.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계속해서 갈고 닦으면서 ‘만약 내가 이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다르게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 단지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수준이 아니라, 만약 내가 소비자로서 갖고 있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며, 그런 행동을 할 경우에 주주, 종업원, 채권자, 공급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자.

 

매경이코노미-Cover

만약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경제신문이나 경제 주간지 등도 좋은 교재가 될 수도 있다. 경제신문에 나오는 기업들의 스토리, 특히 주간지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기획기사나 특집기사들은 경영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생각의 ‘꺼리’를 제공해 준다. 자신이 그 기업의 입장에 처해 있다고 가정해보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느 곳을 둘러봐도 기업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자체가 무한한 자연 학습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모의 실험: American Soldier Research]

 

soldiers

2차대전 직후, 미국에서는 The American Soldier -An Expository Review 라는 리서치가 행해졌다. 이 리서치는 2차 세계대전 후에 미군에서 진행한 리서치로서 60만명 가량의 참전 군인을 조사했고, 300개 이상의 연구가 집대성된,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대규모의 리서치였다.

그런데 이 리서치를 통해서 아래의 세가지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1번의 이유에 대해서 한번 스스로 말해보자. 왜 그러했을까?

1. 교육수준이높았던병사들이교육수준이낮았던병사들에비해서전쟁당시나혹은전후에정신질환을더많이겪었고, 군대생활에서교육수준이낮은병사들대비잘적응하지못했다.

2. 도시출신의병사들이시골출신의병사들에비해서야전생활에더적응하지못하는경향을보였다.

3. (날씨가더운) 남부출신의병사들이 (비교적날씨가서늘한) 북부출신의병사들대비덥고습한아시아의기후의전장에서더잘적응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내가 생각해 본 것은 다음과 같다.

–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생각이 많아서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더 괴로웠을 것이다.
–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 수록 군대 바깥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더 많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더 커서 힘들어했을 것이다.
– 교육 수준이 높으면 사람을 죽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서 더 죄책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 교육 수준이 높으면 전쟁 중에 일어나는 비합리적인 명령이나 작전에 대해서 더 불만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2번의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육체적 노동에 덜 익숙해서 아무래도 농촌 출신들이 더 군생활을 잘 했을 것이다.
– 농촌 출신들이 집단생활이나 협동 작업에 더 익숙해서 개인주의적 도시출신보다 더 군생활에 잘 적응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수많은 다른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다. 3번 결과에도 마찬가지로 우린 다양한 원인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나는 독자 여러분을 속였다. 놀랍게도 실제로 The American soldier 리서치의 결과는 앞서서 언급한 1, 2, 3번 결과와 모두 반대였다! 즉, 도시 출신이 농촌출신보다 더 잘 군대에 적응했고, 교육수준이 높은 병사들이 낮은 병사들 대비 정신질환에 덜 시달렸으며, 남부출신의 병사들이 북부출신 병사들보다 아시아의 더운 날씨에 대해서 더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모두는 1,2,3번의 결과가 모두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에 대한 이유를 술술 잘 말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이 간단한 모의실험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보일 것이다. 즉, 자신의 직관과 일치하는 결과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논리를 생성해낸다. 그리고 만약에 이 실험의 실제 결과를 처음부터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또 그것에 맞는 합리적인 이유를 언급할 것이다.

The American Solider Research의 경우는 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그래야만 한다(why things are the case)’ 라고 생각한 것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경영 실무에서 우리는 단순히 ‘직관’에 의존해서 어떤 명제를 만들어 낸 후에,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합리화를 진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도 책상 앞에서 제안서를 작성하는 많은 실무자들이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이 간단한 모의 실험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뇌는 그럴듯한 이유들을 만들어내는 선수이다. 당신의 뇌가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을 경계하라’


[1]HBS졸업생의 블로그, snowhiteproject.com에서인용

[2] American Soldier Research 별도의 내용 참조

비즈니스의 기초에 대하여

 

마인드, 문제의식, 책임감 그리고 리더십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인드, 철학, 문제의식, 그리고 책임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라는 것이 꼭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거부감’뿐만 아니라 그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영학은 ‘사장(社長)학’ 이며, 당신이 주장하는 것은 CEO 레벨 정도는 되어야 필요한 것들이 아니냐?”

라고 반문하며 당장 스펙 쌓기에 필요한 지식이나 스킬부터 알려달라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마인드와 문제의식, 그리고 책임감은 비단 기업의 CEO나 고위 경영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꼭 갖추어야 한다. 기업을 처음 입사하게 되면 낮은 직급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겠지만, 직급이 점점 높아지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직원이 늘어나고, 자기가 책임을 지는 매출이나 비용의 액수가 증가하게 될수록 이러한 마인드, 문제의식, 책임감의 중요성이 급속도로 커진다.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조금만 노력하면 배울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마인드나 의식은 쉽게 배우기 어렵다. 그리고 리더십의 자리에 오르게 될수록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마인드, 책임감, 문제의식 등으로 평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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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경영학의 다양한 지식이나 스킬은 리더십을 받쳐주는 버팀목이 되어야 하며, 그 위에서 책임감, 윤리의식, 철학, 꿈과 같은 상위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나는 가끔 면접에 들어가서 지원자들에게 ‘당신이 보여준 리더십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같은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많은 지원자들이 ‘리더십’이라는 말과 ‘리더로서 보여준 태도 및 성과’와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리더십이라는 말은 아직 리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향후에 리더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꼭 리더의 위치에 있지 않고, 팔로워(follower)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리더십 소양을 보여줄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십중팔구, 아니 99%의 지원자들은 자신이 리더의 위치에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준다.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리더의 위치에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마인드, 문제의식, 책임감을 갖추지 않으면 점점 올라갈수록 그런 기회를 갖기는 더 어렵다. 재무지식이나 회계지식을 아무리 많이 갖추고 있고,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은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상적인 마인드나 문제의식은 도대체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그것은 경영학 자체에 그 해답이 있지는 않다.

앞서 강조했다시피 경영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도구(tool)가 될 수는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자체를 제공해 줄 수는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철학, 종교, 역사, 음악과 미술과 같은 기초학문을 배워야 한다. 기초적인 학문에 기반하지 않고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은 공허하고 위험할 수 있다. 또는 여행이나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인생에 대한 고민과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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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구도 놓지 않고, 바닥에서 생활했던 스티브 잡스의 초기 아파트[1]]

예컨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미국의 인문 과학 대학(Liberal Arts College)인 Reed College를 나왔다. 한국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만을 가르치는 인문 과학 대학이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에는 이러한 인문과학대학의 경쟁률이 매우 높고, 명망 있는 대학이 많다. 잡스는 Reed College를 중퇴했지만, 그곳에서 서예 수업을 들으면서 미학에 대한 감각과 철학을 키우게 되었다. 잡스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의 불교철학이나 동양의 선(善, Zen) 사상에 깊이 영감을 받게 된다. 그가 대학에서 접했던 서예에 대한 철학이나 인도에서 겪은 불교철학 등은 훗날 애플이라는 회사가 디자인 중심의 경영을 하고, 그의 제품들이 극도로 심플함을 추구하는데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2]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일정한 특과 관점이 없이 곧바로 경영학 공부를 해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학문이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공부하게 되면 엉뚱한 위치에서 그 끝을 맞이하게 되지만, 경영학은 특히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갖지 않으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많은 악영향을 낳을 뿐이다. 예컨대 윤리의식이나 책임감이 없는 경영자는 쉽게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의 비리에 연루되기 십상이다. 리더십이 없고, 부하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노동력과 지식을 악용한 후에 더 이상 자신에게 쓸모가 없어지면 해고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까지 서론이 매우 길었다고 느낄 독자가 많겠지만, 아직 경영학 공부의 실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경영학의 기초 학문이 되는 분야들이다. 이런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려고 해도 좀처럼 쉽게 머릿속에 쌓이지 않을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4가지 보물: 경제학, 심리학, 통계학, 그리고 IT

현대 경영학은 기본적으로 경제학, 심리학, 그리고 통계학이라는 사회과학에 그 근간을 둔 학문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이 세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기초 실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무턱대고 경영학 공부에 뛰어드는 다른 사람들 대비 훨씬 더 훌륭한 실력을 갖출 수 있음에 분명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경영 전략 분야에 대한 담론에서 다시 한번 자세하게 밝히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분야는 경제학이다. 경제학은 크게 거시경제학(Macro Economics)와 미시경제학(Micro Economics)로 나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업 전체의 장기적인 전략 및 재무 분야와 관련성이 조금 더 높은 분야는 거시경제학, 그리고 기업의 중단기적인 전략 및 세부적인 운영 (operation) 계획 수립과 더 연관성이 높은 분야는 미시경제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거시경제학을 통해서는 한 국가 GDP의 성장, 산업 분야간의 상호작용, 화폐/환율과 같은 통화지표의 변화에 따른 산업들에의 영향 등에 대한 폭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반면 미시경제학은 국민경제의 개개의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행동양식과 그 결과로 주어지는 재화와 용역의 수급량과 가격의 결정 및 변동을 경제적 합리성의 공준(postulate of economic rationality)에 입각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나 경영전략(Strategy) 분야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경쟁(competition)에 관한 많은 이론들은 경제학의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이나 게임이론(game theory)에 근간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무(finance) 분야에서 사용되는 많은 이론들 역시 거시 및 미시경제의 이론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국의 대학에서는 경제학과의 교수들이 경영학과에 출강을 하거나 경제학과와 경영학과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교수들이 많은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Top MBA에 가서 수업을 듣다보면 대부분의 경영학과 교수님들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신이 이미 심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거나 대학에서 심리학 수업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어느 정도 경영학의 기초를 공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마케팅의 소비자 조사 방법에서 쓰이는 많은 기법들은 심리학 조사 방법론에서 차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조직이론(organization theory) 및 인사관리(human resource)와 관련된 많은 이론들은 결국 조직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모티베이션 시키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기에 근본적으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예컨대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이나 엘튼 메이요의 호손 공장 실험과 같이 근대 경영학에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한 사건 및 이론은 모두 심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경영학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특히 실무 경험을 더 많이 쌓을수록 통계학을 공부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마어마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나 IT기술이 발달하고, Big Data(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통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서 영업을 하거나, 기업 내부적으로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와 관련된 시스템들을 사용하다 보면 시스템에서 말해주고 있는 데이터가 경영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당신만의 해석을 내려야 한다. 이 때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통계학에 대한 지식이다. 당신이 어떤 산업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서 통계학의 활용 범위와 깊이가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최근의 추세를 보면 앞으로는 계량적 경영(quantitative management)기법 수반되지 않고서는 누구도 당신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즉, 데이터로 백업을 하지 않은 주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과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는 없으나, 당신이 갖추고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IT 이다. IT라는 말은 당신이 일하게 될 산업과 직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기업 내의 자원관리(resource planning)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SAP나 Oracle 등의 기업에서 제공하는 ERP 솔루션들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혹은 당신이 소비자 조사나 재무분야에서 근무하여 대규모 서베이나 데이터를 자주 다룬다면 SAS 혹은 SPSS, R 과 같은 대단위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통계패키지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특정한 패키지 솔루션 분야에 대한 니즈가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요즘의 업무환경에서는 Microsoft Office 제품인 Word, Excel, PowerPoint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활용능력을 키워두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플러스(+)로 작용한다.

직접적인 경영학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알아 두면 큰 무기가 될만한 것들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두고 갖추어야 할 Must have 항목인지, 아니면 알아두면 좋은 Nice to have 항목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여러분이 이미 이러한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일정 부분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것들을 익히고 잘 사용하는 것은 마치 소림사 권법을 책으로 익힌 것과 같다.[3] 산속에서 아무리 소림사 권법을 책으로 익혔다고 한들, 실전 경험이 없다면 하산하자마자 동네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당신은 이미 경영학을 공부했다.

당신이 지금까지 경영학 공부를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앞서 여러 번 언급을 했듯이 경영학은 응용학문이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자본주의 경제시장에서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담아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기업이라는 경제주체가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 방법론을 제공하는 학문일 뿐이다. 따라서 당신이 이미 철학을 전공하였든지, 인문학을 공부하였든지, 아니면 공학이나 기초과학을 공부하였든지, 혹은 역사, 심리, 경제, 통계, 수학, 미학… 그 무엇을 공부했다고 할지라도 경영학과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훌륭한 경영자 중에서는 경영학 수업의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철수 같은 사람도 의사로 시작해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백신을 만드는 안철수 연구소 (Ahn Lab)을 만들어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예는 조직의 중간 관리자로서 일했던 경영자보다는 창업자(entrepreneur) 중에서 더 많기는 하지만, 조직의 중간 관리자라고 해서 경영학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와 생각을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더 쉽고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서는 경영학이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더불어 일정한 방법의 훈련이 필요하다.

 

~*~*~*~*

[Side story]

엘튼 메이요(George Elton Mayo, 1880-1949) 의 호손 공장 실험

1920년대에 ‘호손공장’이라는 전화기 제조 공장에서 벌어진 한 실험이 있었다. 엘튼 메이요라는 사람에 의해서 실행된 이 실험에서는 조명을 어둡게 할 수록 더 작업효율이 증가하는 직관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험 대상이 된 팀의 생산성은 조명을 밝게 하던지, 아니면 거꾸로 어둡게 하던지 생산성이 향상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예전의 조건으로 되돌려도 더욱 생산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서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자들을 당황시켰다.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 졸업원들이 자신들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더욱 더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후에는 더 흥미로운 현상도 일어났다. 2만명 이상의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행했는데, 면접 결과를 정리하기도 이전에 이미 공장의 효율성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업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신들의 불만이 해소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종업원간에 소통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메이요의 호손 공장 실험은 이후에 경영학 전반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과연 통계학적인 방법이나 경제학적인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결국 경영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활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1]출처: Walter Isaacson Steve Jobs

[2] 출처: Walter Isaacson, Steve Jobs, 2011

[3]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에서 빌려온 표현임

기업, 그 존재의 목적

 

기업, 그 존재의 목적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 존재한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흔히 경영학 원론 수업의 첫째 시간에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경영학 수업에서 교수님들이 ‘이윤 창출’이라고 가르치고, 기업의 목표는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가르치면 별로 토다는 학생들이 없었다.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말은 서로 다른 표현일 뿐 결국은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의문을 품은 많은 사람들이 태클을 걸어온 것이 지난 20년 간의 경영학의 발전 과정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기업의 목적이 반드시 이윤 창출에만 있지 않고, 다른 다양한 기능과 목적의식을 가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기업가들이 지난 20-30 년간 계속 등장했다. 더욱더 놀라운 점은 기존에 단순히 이익극대화에만 목을 매어 오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기업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혁신과 디자인의 아이콘 애플이나, 고객들이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신발 한켤레를 아르헨티나의 극빈층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 신발(Tom’s Shoes), 지역 내의 농부들과 상공인들에게 이윤을 나눠주는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 같은 기업들이 아마도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극대화 이외의 기업 존재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여전히 다른 한쪽 편에서는 ‘기업의 정수(essence)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상주의자들의 외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결국 기업의 가치와 기업의 퍼포먼스는 돈(cash flow)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돈만 밝히는 너무 속물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학부 학생 시절에 경영학 수업에서 들었던 한 수업에서 어떤 교수님은 그 수업의 첫 시간에 ‘좋은 기업이란 어떤 기업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많은 학생들이 ‘국가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기업’,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 ‘혁신적인 기업’ 등등의 답을 던졌지만 그 교수님은 그런 답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사실 그 교수님이 원했던 답은 ‘주가가 높거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 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교수님은 만약에 같은 질문을 미국의 MBA수업에서 던졌다면 이 답이 아주 빨리 대답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기업이란 결국 퍼포먼스로 말하는 것이고, 그 기업의 퍼포먼스는 시장(market)에 반영되게 되어 있으며, 기업의 시장에서의 퍼포먼스는 주가라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당시 교수님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어린 나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왠지 너무 속물적인 논리라는 생각도 들었고, 기업의 성과와 그것이 반영된 주가 사이에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다른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아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좋은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기업이 혁신적인 기업이든, 디자인이 뛰어난 기업이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든, 공통적으로 갖는 목적 중에 하나는 “기업은 영속하는 것(going concern)” 이며, 기업이 계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규모의 자본을 축적해 놓고, 그 자본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만 존재하는 주체(entity)는 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즉, 이런 주체들은 일반적으로 “프로젝트”라고 부르지 기업(company, corporation)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실제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게 되면 이러한 영속 기업(going concern)은 시험에 단골로 나오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윤의 목적

기업의 존재 목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답이 ‘이윤추구’라고 한다면, 도대체 이러한 이윤을 추구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 창업자(entrepreneur)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업에 대한 비판은 잘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기 전까지는 상대방의 고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을 창업자의 입장에 놓아두게 되면 현실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 우리 스스로가 치킨집을 창업했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치킨집이 잘 될 경우에 수백 개로 점포를 늘려서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샐러리맨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당신은 이제 당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장이 되었다. 신나지 않는가?

(잠깐! 여기서 내가 치킨집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퇴근길 동료들과 호프치킨집에 들러서 맥주를 한잔 하면서 ‘치킨집이나 차릴까?’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기 때문이다. 즉, 가장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창업 아이템이 바로 치킨집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나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가 무려 3만개나 존재한다. (2013년 현재, KB국민은행 보고서 기준) 게다가 치킨은 피자와 함께 온 국민이 자주 시켜먹는 간식 중에 하나이다. 당신이 소비자로서 이미 익숙한 아이템이다. 따라서 당신이 치킨집을 직접 창업해서 경영해 본다고 가정해 보는 것은 좋은 생각의 연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창업을 위한 자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당신이 돈이 많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 동안 모아두었던 저축을 털거나, 그런 돈도 없는 경우에는 가족에게 돈을 빌려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은행이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렇게 남의 돈을 빌려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두 가지 중에 하나의 지위를 원한다. 하나는 채권자(Debt holder)의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Shareholder)의 지위이다.

두 지위의 가장 큰 차이는 채권자라는 것은 그 기업의 소유권(ownership)은 갖지 않고, 단지 꿔준 돈과 이자를 돌려받기를 원하는 반면에 주주는 그 기업이 잘 되었을 경우에 그 기업이 거둔 이익에 대한 분배(share)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한 분배는 배당(dividend)의 형태로 이익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 자신이 투자한 지분만큼을 가져가기도 하고, 그 치킨회사의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만약에 있다면, 주식을 팔아서 자본소득(capital gain)을 거둘 수도 있게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주들은 채권자들에 비해서 기업이 잘 되게 되면 더 큰 돈을 돌려받게 되고, 기업이 망하게 되면 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들은 때로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에 참여하기도 하고, 중요한 기업의 경영지표에 대해서 보고를 받기도 한다.

당신은 치킨집을 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절반은 은행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부모님의 돈을 빌리기로 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고, 이제 주주(부모님)와 채권자(은행)가 생겼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돈을 투자한 것에 대한 보상(return)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 의무와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경우에는 주주와 채권자가 가족인 경우에 많은 핀잔과 잔소리를 듣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있지만, 그 상대방이 은행이거나 제3의 투자자인 경우에는 극단적인 경우에 법률적인 책임까지 져야 한다. 따라서 당신은 그들이 투자한 돈에 대한 대가를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채권자와 주주만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이제 당신이 종업원을 두 명 고용해서 한명에게는 주방을, 한명에게는 배달을 맡겼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당신이 주는 월급으로 공부를 하거나, 한달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심지어 부모님을 모시기도 하고, 자식들을 양육하기도 한다. 만약에 당신이 월급을 주지 못한다면 당신의 종업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당신은 당장 치킨집을 시작하기에는 좀 두려웠다. 치킨에 대해서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닭을 얼마에 사야 하는지, 누구에게 사와야 하는지, 또 어떻게 튀겨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기에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찾아간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당신에게 매달 싼 가격에 닭을 공급해 줄 테니, 잘 팔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신이 장사가 잘 되어야만 프랜차이즈 본부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 역시 프랜차이즈 본부에게 좋은 닭과 맛있는 소스를 제공해 줄 것은 물론,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를 고용해서 TV 광고도 많이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야만 손님들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호감을 더 많이 갖고, 매장으로도 더 많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가 당신의 부탁을 잘 들어줄지는 모르겠다. 이미 당신은 그 프랜차이즈에 속해있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다 끝마쳐서 다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에는 또 한번의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길 건너에 피자가게가 하나 생겼다. 요즘 유행하는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화덕피자 가게란다. 당신은 마음이 더 심란해진다. 가뜩이나 요즘 매체에서 웰빙 열풍 때문에 칼로리가 높은 치킨을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유기농 웰빙 피자라니… 혹시라도 망하는 것은 아닐지, 부모님께 손을 벌려서 어렵게 마련한 치킨집인데.. 부모님께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은행 대출 담당자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 프랜차이즈 업체 담당자에게는 뭐라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따분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서 내 마음대로 생활하기 위한 치킨집을 생각했는데, 점점 머리속이 복잡해 진다. 나를 믿고 투자한 부모님(주주), 나에게 이자를 기대하고 있는 은행(채권자), 나의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당장 다음달 등록비를 낼 수 없는 알바생들(종업원), 서로 협력해서 장사를 잘 되도록 해야 하는 계약관계에 있지만, 상대방이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지에 대해서 확신이 가지 않는 프랜차이즈 본부 (협력업체). 이렇게 한 기업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기업의 퍼포먼스에 따라서 그들의 생활 및 이익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고 한다. 과거에는 주주(Shareholder) 만이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지만, 실제로 기업의 퍼포먼스에 더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들은 어쩌면 종업원이나 협력업체와 같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자의 관점이나 종업원의 관점에서 기업의 이윤창출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이 현실에서 우리들 대부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마치 나를 비롯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들고, 부당하게 높은 이익을 챙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장님이 너무 많은 이윤을 챙겨가면 종업원들에게 너무 조금 나눠주는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창업자 혹은 기업의 경영자(CEO)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전혀 입장이 달라진다. 즉, 창업자나 경영자(CEO)의 뒤에는 그를 믿고 따르는 종업원, 주주, 채권자, 협력업체 등등 챙겨야 할 사람들이 너무 너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윤창출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번다’라는 것 이상의 책임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아이디어의 전파 도구로서의 기업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를 잠시 접어두고, 기업을 바라보는 좀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기업의 가장 큰 의미이자 존재 목적은 바로 ‘인간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도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내가 치킨을 먹을 때마다 아쉬웠던 점이 늘 있었는데, 그것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가정하자.

그것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치킨이다. 새로운 기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실현시켜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세상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도록 전파시켜 주기도 한다. 그 방식이 창업자에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동기부여(모티베이션)를 제공하기도 하고, 대량생산이라는 방식으로 그 치킨을 싼 값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하며, 마케팅이나 세일즈라는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영국과 네델란드에서 시작된 기업(corporation) 혹은 회사(company)라는 것이 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효과적으로 퍼질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는 것이다. 종교, 사상, 철학, 혹은 정복자의 제국이 널리 퍼질 수는 있었겠지만, 이러한 개개인들의 아이디어가 세상 어디에나 ‘자본’이라는 추진 장치를 달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모두 기업의 출현 덕분이다. 즉,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 그런 획기적인 치킨을 생각해 냈다고 해도, 자신의 동네에서 혼자 그 생각을 실험해보면서 가족들과 그 치킨을 먹는 것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이름아래서 이러한 생각을 펼치게 되면, 자본의 날개를 달고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핸리 포드(Henry Ford)가 자동차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새로운 ‘탈 것’의 상용화에 기여한 것이나, 토마스 왓슨(Thomas J. Watson)이 IBM을 만들어서 전 세계의 ‘정보처리기술’에 기여한 것, 혹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애플을 통해서 전 세계에 미치도록 훌륭한(insanely great) 컴퓨팅 경험을 제공한 것이 바로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것은 모두 그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이 애초에 그 기업을 창업을 한 ‘바로 그 이유’였으며, 기업이라는 형태를 택한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의 삶 어디에나 빠른 시간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꼭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도 상관이 없다. 어쨌든 애초에 그 무언가를 생각해서 비즈니스를 처음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일정한 형태로 제공하고, 사람들이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그 기업에 돈을 지불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게 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창업자가 일을 시작하고, 그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상업화하게 되면, 그 다음엔 그 비즈니스 모델을 효과적,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기업의 목적이 전환된다. 그래야만 애초에 그 기업이 탄생한 존재 목적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즈음이 되면 창업주도 몸이 하나뿐이라는 이유로, 자기가 의도했던 일들을 자기가 없는 순간과 자기가 갈 수 없는 장소에서도 수행해 줄 사람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창업자는 자신의 역할을 대체할 사람으로서 두 종류를 찾게 되는데, 하나는 경영자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들이다. 자연스럽게 창업자는 소유주의 지위만을 유지하며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창업을 한 사람이 더 이상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창업할 때에 필요했던 지식과 기술과 기업이 점점 성장하고 안정화 된 후에 그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 및 기술과 상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컨대 창업자로서의 기업 경영자(entrepreneur)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의 기업 경영자 (manager)들의 역량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사회가 복잡화되거나, 환경이 빨리 변하거나, 기업이 초기보다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안정화 될 수록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현상이 더 극명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기업의 소유주(owner)들을 주주(sharehold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너라는 말은 그 기업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뜻이고, 주주는 그 회사의 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된다.

소유주(주주)들은 자신들의 부가 증대되기를 바라고,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성과가 주주들로부터 잘 평가받기를 원하게 된다. 문제는 소유주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소유주가 기업을 오랫동안 소유하는 경우에는 소유주와 경영자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소유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빈번하게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Principle/Agency Problem 즉, 주주/경영자 이해관계의 상이성이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오너 패밀리는 이건희 회장 일가이다. 그리고 경영진은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2014년 현재는 최지성 사장) 이 둘의 이해관계는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삼성전자의 CEO는 삼성전자가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너들에게 약간 손해가 되더라도 본인 스스로의 부와 명성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무리해서라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너들은 이사회(Board of Directors)라는 기구를 통해서 이러한 주주/경영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경영자와 종업원

소유주와 경영자간의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경영자와 종업원 간에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그 기업이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수준 이하로 월급을 지급하거나, 더 많은 일과 희생을 요구하게 되면 직원들은 돈을 더 주면서 더 적은 일을 시키거나, 돈을 더 주지는 않아도 더 재미있는 일을 할 기회를 주는 다른 고용주들과 자신의 고용주를 비교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영자와 직원의 이해관계의 차이가 발생한다. 경영자는 소유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만큼 기업의 절대적인 퍼포먼스의 모든 촛점이 맞춰진다. 즉, 기업이 번창하는 만큼 절대적인  ‘부(wealth)’를 소유주에게 전달해 줄 수 있고, 자기 자신의 부와 명예도 증가한다. 반면에 직원들은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의 ‘기대(expectation)’ 에 대해서 그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서 ‘부’가 창출된다. 그 부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월급과 보너스이다.

예컨대 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자는 기업을 만든지 1년이 되었거나 2년이 되었거나, 혹은 100년이 되었거나 상관이 없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록 더 좋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입사 1년차들에게 기대되는 바가 정해져 있고, 입사 10년차가 해줘야 하는 기대수준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 종업원은 그러한 기대수준에 따라서 자신의 연봉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그가 절대적으로 그 기대수준을 뛰어넘어서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나타낼 것에 대한 기대수준마저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무리 뛰어난 신입사원이라고 하더라도 시입사원의 초봉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훌륭한 스펙을 쌓으며 눈부신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해도, 입사할 때의 초봉을 달리 받기는 어렵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 기대하는 기대수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입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매출 10% 초과달성’하는 것에 따라서 연봉 이외에 보너스를 기본급의 5% 더 준다고 하는 것도 결국은 기대수준을 정해 놓는 것이다.

기업의 소유주 및 경영진도 ‘기대수준’에 따라서 자신의 성과를 평가 받는 순간이 종종 온다. 그것은 바로 기업공개(IPO, 주식시장 상장)가 이뤄져서 수많은 다른 주주들이 그 기업의 소유권을 나눠 갖는 경우이거나 혹은 기업을 매각(M&A)하는 경우이다. 상장 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자도 ‘시장의 기대(market expectation)’라는 것에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왜 기업을 위해서 일을 하는가?

이 즈음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창출’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듯이, 직원들이 일을 하는 것 또한 단순히 그들이 받는 월급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에60-70년대에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기업의 성장과 자기 자신의 성장을 동일시하던 회사원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기업의 성장과 자기 자신의 월급의 상승과는 상관관계가 무척이나 높았기 때문이다. 혹은 우리 회사가 잘 되고 덩치가 커지는 것이 곧, 내가 승진을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또는, 급여의 상승이나 사회적 지위의 상승 중에 하나가 아니라면 적어도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이 끊기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회사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 회사에서 일하는 목적을 물어보는 서베이에서 “급여의 수준”이 일하는 목적의 상위에 랭크되지 않을 때도 많다. 지금 현재 한국의 경영학과에 있는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그들은 보다 고귀한 의미를 찾아서 직장을 선택한다고 대답한다.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suiness School)의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다.

혹자는 이들 중의 일부를 “호모 임팩타쿠스(Homo Impactacus)” 라는 신조어로 부르며, 사회에 큰 임팩트(영향)을 남기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미래 커리어의 투자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을지라도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는 일을 하며, 가족과 얼굴 볼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고통의 시간이 꿈의 실현으로 보답 받을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반대의 극단에는 자신은 일하는 시간이나 미래의 커리어 따위는 상관 없으니, 돈만 많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 비해서 앞으로의 회사원들은 한두가지 이유만으로 조직 내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보다 의미 있고, 보다 재미있고, 보다 짭짤한 일을 찾아서 우리의 회사원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나가며…

지금까지 우리는 기업의 목적은 무엇이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이며, 이윤은 왜 창출되어야 하는 것이며, 창업가들의 목적의식, 그리고 그것과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 기업 경영자와 종업원들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지금까지 열거한 기업과 이윤, 소유주와 경영자, 경영자와 종업원은 기업을 이루고 있는 척추와도 같은 개념들인데, 이러한 요소들이 항상 동일한 기대와 목적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으로서 한번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경영학과의 공부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르쳐 주는 곳은 많지 않으며,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목적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혹은 일하게 될)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그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가? 우리 회사의 주주들은, 사장님은, 그리고 종업원들은 그 목적에 따라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mbablogger 2014년 프로젝트에 대하여

 

 

2014년에는 평소 원하던 바를 하나 이룰지도 모르겠다.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  주요 독자 대상은 비상경계 학생들로 삼고 있고, 내용은 아마도 경영학 전반적인 내용 + 공감경영에 연재했던 내용 일부 + 이 블로그에 썼던 잡다한 글들 + 그 외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 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취지는 비상경계 및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생들에게 경영학과 관련된 지식과 마인드를 배양해 주기 위함이다. 그 대신에 경영학과 교수님들이 쓴 책처럼 딱딱하지 않도록 쓰기 위해서 다양한 실전의 내용을 담으려 한다. 현재로서는 대략의 목차는 잡았지만, 아직은 유동적인 부분이 많아서, 혹시 여러분들이 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반영할 여지도 있다.

앞으로 몇달간 이 블로그에 장문의 글이 올라올 수도 있는데, 그것은 이 책에 실릴 내용을 미리 연재하는 것임을 밝혀 둔다. 그 중에서 몇몇 글들은 예전에 썼던 글들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으니, 이 점 양해 바란다.

출판사와는 이미 블로그를 통해서 먼저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했으며, 책이 출간 되더라도 글들은 내리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퇴고를 거치지 않은 거친 형태의 글들이 올라올 수 있으므로, 최종 출간된 버전과 다를 수 있으며 그 점 또한 독자 여러분께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올 여름 시즌을 타겟으로 쓰고 있는데, 아무쪼록 좋은 책이 나오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

(글을 쓰다보니 자꾸만 경영학 공부 하지 말라는 쪽으로 글이 나와서 고민 ^^)

 

 

 

 

 

미국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3권의 책 (Sierra Nevada, Dogfish Head, Brooklyn Brewery)

 

최근에 미국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3권의 책을 읽었다.

2013년 한 해는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이 있었다. 2012년 하반기에 이태원 경리단길 주변에 생긴 맥파이와 2013년 초에 생긴 더 부스(the booth)를 중심으로 한국 소비자들도 슬슬 크래프트 맥주 맛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일명 ‘부엉이 맥주’라고 알려진 히타치노 네스트, 그리고 그 이외에도 Rogue, Ballast Point, Anderson Valley 등 불과 1-2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좋은 quality의 수입 맥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Brew Dog의 co-CEO 및 Ballast Point의 CEO가 한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벌어지는 Beer Festival 축제는 점점 커지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2014년 1월에 2013년 한 해 동안에 한국 맥주 시장에 생겼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정말 1년 동안에 일어났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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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의 공동 창업자 4인방 (출처: http://m.mlounge.co.kr/read.html?menu=E&page=16&seq=4672)

2012년 가을에 귀국한 뒤로 나는 쭉 맥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Bells, Founders, Great Lakes Brewery, Two Brothers, Three Floyds, Dogfish Head, New Belgium Brewery 등의 맥주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이태원 경리단길을 헤매고 다니다가 홈브루잉에도 흥미를 갖다가, 홈브루잉을 취미로 하는 미국 친구들도 사귀다가,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맥만동과 beerforum 등에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계속 맥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도 80년대에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몇몇 브루어리들의 상업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라거 일변도의 시장이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어나면서 다양해졌고, 다시 지난 20-30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옥석이 가려졌음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옥석’ 중에서 ‘옥’에 해당하는 몇몇 브루어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아마도 Sierra Nevada, Dogfish Head, 그리고 Brooklyn Brewery  라는 점에 생각이 다다라서 이 세 브루어리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원래는 Stone Brewery에 대한 책도 읽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성격이 조금 다른 책이라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른 세 권이 자신들의 브루어리에 대한 성공 스토리나 굴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에 반해서, Stone의 책은 브루어리 운영 및 맥주 제조에 대한 일반론적인 책이었다)

sierra nevada

Beyond the Pale: The Story of Sierra Nevada Brewing Co.

Sierra Nevada 맥주 중에서 Pale Ale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이다. 그렇게 임팩트가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정말 또 마시고 싶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어떻게해서 이런 맥주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Ken Grossman은 캘리포니아에서 자라서 Sierra Nevada 산으로의 하이킹을 즐기던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Chico라는 도시에서 자전거 수리공으로 일하던 그는, 취미로 행하던 홈브루잉에 대해서 더 전문적으로 해볼 생각을 갖게 되었고, Paul Camusi와 공동으로 브루어리를 창업하였다. 처음 수년 동안은 식구들의 돈을 끌어다 쓰면서 돈 한푼 못 벌고 계속 적자 브루어리를 운영하였지만,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맥주 중에 하나인 Pale Ale이 점차 명성을 얻어서 성공을 하게 된 케이스이다.

초창기에 Ken Grossman은 UC Davis의 양조학과 수업을 청강하면서 술의 기초 하나하나에 대해서 공부하는가 하면, 양조를 위해서 필요한 도구를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다. 그는 말 그래도 브루어리에 필요한 발효조, 당화조, 병입 기계 등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었다. 이 점이 Ken Grossman이 갖고 있던 맥주에 대한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가 발효조 하나하나도 철판을 구부려 가면서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적자가 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술들은 모두 버리면서까지 맥주의 완전성을 추구한다.

Sierra Nevada는 어느 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기 보다는 맥주 맛에 집중해서 서서히 명성을 쌓아 올려간 케이스이다. 그래서 성공에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그만큼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다. 그리고 Chico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local 문화에 기반을 두고 단지 맥주를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적인 측면도 고려해서 접근했다는 점이 그들의 탄탄한 기반에 또 하나의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Sierra Nevada Brewery 의 위기는 의외로 내부의 적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바로 공동 창업자인 Paul 과의 불화가 그것이다. 이 두 사람의 불화는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고, 1998년에 Paul Camusi 가 그의 주식을 펀드에 모두 팔고 회사에서 손을 뗄때까지 계속 되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Sierra Nevada Brewing Company는 한 사람의 장인정신으로 한단계 한단계 성장한 회사였지만, 공동창업자와의 불화로 중간에 큰 위기를 겪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크래프트 맥주 사업이 단지 요리사들이 자신들의 요리에 대해서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장인정신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 반례가 바로 Sierra Nevada였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Paul Camusi 와 법정싸움을 버리는 부분이나, brewery 의 capacity를 늘리기 위해서 많은 fund들과 투자의사결정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부분에서는 경영학적인 지식을 전혀 갖지 않고 단지 craftsmanship만 가지고 운영하기에는 분명 어려운 부분이 많은 산업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brooklyn

Beer School: Bottling Success at the Brooklyn Brewery

Sierra Nevada와는 어쩌면 반대편에 있는 브루어리가 바로 Brooklyn Brewery 가 아닌가 생각된다. 브루클린 브루어리 역시 두 사람이 공동창업으로 생겨난 회사인데, 이 회사를 만든 두 사람 중에 한명은 기자, 다른 한명은 Columbia MBA를 졸업한 뒤에 은행에서 일하던 뱅커였다.

즉, 이 두 사람이 모여서 만든 회사는 처음부터 아주 business 적인 측면이 강조된 회사였으며, ‘크래프트 맥주’라는 아이템에 대한 열정보다는 어떤 아이템이 되었든지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열정이 더 컸을 사람들이다. 이들 회사의 이름이 브루클린 브루어리지만, 이들은 창업 10년이 지나도록 맥주를 브루클린에서 만들지도 않았다. 단지 언젠가는 브루클린에서 맥주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마케팅과 PR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운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맥주 유통(distribution) 사업도 함께 전개했다. 즉, 맥주 양조만 하는 것 보다는 유통도 함께 하는 것이 더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유통했던 대표적인 맥주가 바로 Sierra Nevada Brewing Company의 맥주들이었다. 즉,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맥주에 집착하기보다는 어떤 맥주든지 좋은 맥주를 뉴욕을 비롯한 동부 지역에 공급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맥주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Ken Grossman의 Sierra Nevada이야기보다는 이 책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이 Beer School 인데,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책에는 맥주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들, 예컨대 사업계획서 쓰는 법,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방법,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돈 안들고 마케팅을 해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 등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두 창업자가 한명의 기자와 다른 한 명의 MBA 출신 뱅커라는 점에서 그런 것이 가능한 점도 있는 것 같지만, Brooklyn Brewery라는 기업 자체가 크래프트 맥주라는 아이템 자체에 대한 엄청난 열정 보다는 비즈니스 마인드 자체에 어느 정도 무게 중심을 둔 회사라는 점도 큰 것 같다.

아마도 한국에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성장할 것을 감지하고 제주도에 Jespi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진입한 것이 이들이라는 점도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나서 다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dogfish

Brewing Up a Business: Adventures in Beer from the Founder of Dogfish Head Craft Brewer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바로 Dogfish Head의 창업자인 Sam Calagione 가 쓴 책이다. Dogfish Head는 어떻게 보면 Sierra Nevada보다도 더 craftsmanship으로 무장한 브루어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Sam Calagione 는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서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방식의 맥주 제조 방식과 상상도 할 수 없는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종종 뉴스를 타는 그는 얼마전에는 달에서 채취한 월석의 가루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어서 뉴스를 타기도 했다. (관련기사: http://www.thedrinksbusiness.com/2013/10/dogfish-head-create-beer-with-moondust/)

Discovery Channel에서 제작한 Brew Masters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가 고대 이집트의 레시피를 복원하여 맥주를 제조하는 장면이나 페루에서 사람들이 씹던 옥수수를 뱉은 물로 만든 맥주를 상업적으로 만드는 장면 등이 나온다. 이 정도면 그의 맥주에 대한 삐뚤어진(?) 테이스트를 보여주는 예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브루어리의 특성을 반영하듯이 그는 자신의 기업에 남의 돈을 섞지 않고, 자신의 자본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다. 기업 공개, 즉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극적으로 싫어하고 반대하는 것이 바로 Sam Calagione의 입장이다. 그렇게 해서는 훌륭한 맥주의 맛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장인정신을 끝까지 추구한다고 해서 망하란 법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Dogfish Head라고 할 수 있다.

나가며…

우리나라의 맥주 산업도 미국 맥주 산업과 닮은 점이 많다. 제도적으로 양조, 유통, 소매판매가 분리된 3 tier system이라는 점도 그렇고, 대규모 브루어리들이 라거 위주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80년대 초반의 미국 크래프트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지금의 한국 시장과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다. 홈브루어들이 서서히 산업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점도 그렇고, 대형 브루어리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위기를 느끼고 에일 등의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조금씩 출시하는 점도 그러하다.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30년에 걸쳐서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을 서서히 겪었고, 그 과정에서 큰 자본들이 투입되기도 했고, Sam Adams 로 유명한 Boston Beer Company 처럼 엄청나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크래프트 맥주 회사가 나오기도 했다.

나의 생각에는 한국은 국가적인 특성을 볼 때도 그렇고,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생성될 수 있는 법률개정이 뒤늦게 이루어진 것 만큼이나 옥석 가리기가 급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내년 한 해에는 수 많은 홈브루어 및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벌떼처럼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 뛰어들 것이고, 그 중에서 소수만이 성공의 열쇠를 거머쥘 것이다.

사실 나도 내년부터 어떻게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전개될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세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크래프트 맥주 사업에는 왕도는 없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비즈니스적으로 접근을 하던지, 아니면 굉장히 craftsmanship으로 접근을 하던지 간에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세 권을 모두 읽고 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크래프트 맥주 사업도 역시나 맥주 사업이라서 대규모의 자본과 Capacity 및 utilization에 대한 control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또 다른 것은 마케팅과 PR 활동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distribution(유통) 전략의 중요성 등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너무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라서 이 블로그에 부적합하거니와 이미 너무 긴 포스팅이 되어서 생략하고자 한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고, 맛있는 맥주를 한잔 사신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달려가도록 하겠다. (연락처 taekyung.kim@outlook.com)

 

 

 

 

2013년을 되돌아보는 나만의 키워드 5B

 

올 한해를 돌아보면 나의 2013년은 5B, 즉 B로 시작되는 다섯 단어로 요약이 되는 것 같다.

BAIN

untitled

첫번째 B는 Bain & Company 이다.

Bain은 나의 두번째 직장이자 현재 직장이다. Bain에 들어와서 Private Equity Group에 들어온 후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P&G에서 마케팅, 소비재, 리테일에 대해서만 알던 내가, 어느샌가 컨설턴트라는 감투를 쓰고 앉아서 생판 모르던 M&A, Private Equity, 투자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 분야에 대해서도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나의 career는 P&G에서 시작했다는 원죄(?) 때문에 소비재 영역에 대해서 어느정도 expertise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industry axis 가 아니라 functional axis가 필요하다면 나는 마케팅에 더불어 M&A를 덧붙이고 싶다. Deal screening, Due diligence, Post-merger integration, divesture (exit) 까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게 나의 목표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Bain은 과자팔고, 칫솔팔던 나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었고,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이 해 온 것 같다. 좋은 coach 들도 많이 만나고, 훌륭한 junior 들도 많이 만났다. 똑똑한 client 들도 많이 만나고, 흥미로운 산업도 많이 경험했다. 게다가 MBA 졸업 이후로 같은 시기에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동기’라는 사람들도 생겼다. 대학교 새내기 이후로 ‘동기’가 생긴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마케팅은 자신이 한 일을 최대한 드러내고 알려야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Private Equity Group (PEG)의 일은 내가 PEG 소속이라는 것 이외에 밝힐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점들 조차도 재미있다.

내년 초에는 아마도 내가 많이 기대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될 것 같아서 더욱 2014년이 기대된다.

BEER

이번 크리스마스에 마시려고 몇주 전에 담근 Black IPA

이번 크리스마스에 마시려고 몇주 전에 담근 Black IPA

두번째 B는 Beer 이다.

비즈니스 스쿨 유학시절 맛보았던 맥주들의 맛을 잊지 못해서 이것저것 찾아서 마셔보다가 홈브루잉도 하게 되고, 이태원에서 벌어지는 외국 홈브루어들의 파티에도 어울리고, beerforum 활동도 하고, 이태원 사계(four seasons)친구들과도 어울리게 되었다. 요즘은 이태원 사계에는 가끔 혼자 가서 술도 마시고, 일도 한다.

평소에 나느 인터넷을 통해서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라는 활동들에 대해서 그다지 열정을 가지지 않았다. 온라인을 통한 모임이라는 것이 그다지 나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고,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맥주는 나에게 이런 ‘동호회’활동에 대한 기쁨을 알려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중에서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에 대해서 알려주었고, 맥주에 대해서 새벽녁까지 토론하고 토의하는 기쁨을 알려주었다.

올 한해 내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분야가 맥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아마도 내년 한해는 더 많은 시간을 쏟을 것 같다.

BIKE

세 번째 B는 Bike 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이면 안장위에 앉아서 패달을 밟았다. 매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2-3주에 한번은 꼭 한강변을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면 모든 힘든 일, 괴로운 일을 잊을 수 있었다.

자전거는 참 좋은 운동인 것 같아서, 앞으로 오래 오래 친구로 두고 싶다. 일단 내년의 목표는 경기도를 벗어난 지방 도시까지 자전거로 왕복하는 것이다.

BOOKS

네 번째 B는 Book 이다.

내가 올해 읽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그 밖에 링크는 찾을 수 없지만 분명 읽은 책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by 샘 혼” 이외에도  아직 리뷰를 쓰지 못했지만 읽은 책들은 맥주책 4권과 기타 다른 책 몇권이 더 있다. 어림잡아 대략 20권이 약간 못되는 듯 한데, 적어도 한달에 2권은 읽었어야 했다는 후회와 함께, 내년에는 더 분발해서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오늘 본 About Time 이라는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출판사에서 책 읽는 것을 직업으로 삼던데, 이런 직업이 한국에도 있다면 나는 진s지하게 이직을 고려할지도….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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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B는 Boy 내 아들이다.

올 한해 가장 많이 미안한 사람은 내 아들, 그리고 동시에 가장 많이 자랑스러운 사람도 우리 아들.
게다가 10월 중순부터 12 월까지 거의 두달 이상을 우리 아들은 주중엔 아빠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내가 계속 상해와 홍콩에 출장중이었기 때문. 그런데도 이렇게 씩씩하게 잘 자라주어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내년에는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Korea Times: Sharing MBA Experiences through blog

 

Korea Times에 기사가 실려서 이곳에도 포스팅 합니다.

Korea Times: Sharing MBA Experiences through blog

http://www.koreatimes.co.kr/www/news/biz/2013/12/344_147558.html

By Choo Sung-ho

Applying for an MBA can be a complicated and time-consuming process. From choosing the right schools to preparing for admission interviews, there are so many elements you should consider and prepare for. But if you have a mentor who can guide you and help you through the application process, it can be simpler than you may think.

Kim Tae-kyoung, who graduated from the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at Northwestern University in the United States in 2012, said that a piece of advice from MBA graduates helped him a lot when he was preparing his application. He wants to do the same for those seeking to study at business schools.

While studying at Kellogg School, he opened a blog called “MBA blogger,” which aims to provide MBA admission advice for those planning to pursue an MBA.

The blog also posted advice from other MBA graduates from Columbia University and the University of Michigan. Kim has been providing applicants with an essay review service for free but, recently started charging them small fees due to an increasing number of requests.

After getting his bachelor’s degree in business administration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in 2006, Kim began his career at Procter & Gamble (P&G), an American multinational consumer goods company.

While working as an assistant brand manager at P&G, he felt a need to learn more about diverse fields of business and decided to get an MBA which would enable him to land a corporate consulting job. He is also the winner of 1 vs. 100, a game show aired on KBS2, that pits one person against 100 for the cash prize of 50 million won. The prize money helped finance his studies at Kellogg.

Kim, also an author of an e-book on management, is currently working as a consultant at Bain & Company Korea, one of the world’s top-tier consulting firms, where he did his summer internship. In an interview with The Korea Times’ Business Focus, he shared his experiences at Kellogg School and how he prepared for his MBA application.

Q. What motivated you to pursue an MBA?

A. For me, there were two purposes of getting an MBA abroad. First was to seek new career opportunities. More specifically, I was looking for a career change from marketing to consulting. Four years in marketing at P&G taught me how to be a generalist. My job description was not limited to marketing-related work so I wanted to prove to myself that I can excel in other fields of business by getting an MBA degree. The second purpose is to be able to spend more time with my family. I couldn’t spend much time with my family while I was working in Korea. My wife and a newborn baby accompanied me to Kellogg and stayed with me for several months.

Q. Why did you choose the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over other schools?

A. The reason why I chose Kellogg is because of its reputation in the field of general business management and marketing. Kellogg has been ranked No. 1 in marketing for many years by the Financial Times and other publications. Its prominent faculty members, including Prof. Philip Kotler, a marketing guru, also drew me to Kellogg. Kellogg is known for marketing but I would say that it offers good finance and accounting programs too.

Q. How did you prepare for your admission?

A. Each business school has its own strength but you cannot know for sure until you are actually there. My strategy was to take advice from recent MBA graduates and students enrolled at various MBA schools. I gleaned information such as learning the environment and culture from them to find the right school that fitted my personal preferences. If possible, I personally recommend that applicants take a campus tour because it can give them an actual sense of what the school can offer them.

Q. Are there any tips for the 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 (GMAT), essay writing and interviews you would like to share?

A. Essay and interview questions generally fall into a few main categories such as leadership, creativity and problem-solving skills. But each school looks for different values from applicants. Therefore, understanding each business school’s characteristics is very crucial. To ace my interview, I made 20 to 30 sample questions that might be asked during the interview. And again, I asked MBA graduates and current students for feedbacks on my answers. I then thought of answers that meet each school’s preference. For GMAT, like other Korean applicants, I went to a private GMAT preparation school in Korea.

Q. How would you describe the Kellogg MBA program and its culture?

A. Kellogg has been known for its strong teamwork-oriented curricula, making students work in teams throughout the program. Even the finance classes gave group assignments, encouraging students to cooperate with one another, which is quiet rare in other business schools. In addition, students actively participate in the school projects by working closely with the faculty and administration staff.

Q. How was your family life in Kellogg?

A. The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is located in Evanston, Ill., which is about 30 minutes away from Chicago by car. I think Evanston is an ideal place for a family. It is also close to Chicago, which is full of fancy restaurants and pubs. My wife and I regularly visited there and had a lot of fun enjoying different kinds of food. Only thing I didn’t like was the freezing weather.

Q. Where did you do your summer internship during your MBA?

A. I did my summer internship at Bain & Company’s Seoul office where I got a permanent job offer after 10 weeks of internship. I also applied for other top-tier consulting firms and got offers from a few of them but, I ended up choosing Bain because I personally liked the corporate culture and supportive colleagues.

Q. Why did you choose Seoul over other international offices? How do you like the consulting job so far?

A. The role of a consultant is to provide solutions for their clients. I think language ability is one of the key roles in delivering the right solutions to them. That is why I chose the Seoul office. I work in Korea but I work with multinational groups of people and engage in global projects. I am still exposed to an English-speaking working environment. The consulting job has challenged me with a lot of responsibilities, but it has also offered me a sense of accomplishment. I am really satisfied with my decision to become a consultant.

Q. Is there any advice you would like to give to people considering doing an MBA?

A. Many MBA seekers are worried about whether an MBA degree is really worth the time and money. There is no doubt that return on investment (ROI) is an important factor when making the decision but I think investing in higher education is worth it. It cost me a lot of money but I don’t regret my decision because the benefits from having an MBA can’t be measured by ROI.

참을성에 대하여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

지금 해외 프로젝트 중인데, 월요일 아침 비행기로 출국/ 금요일 저녁 비행기로 귀국을 한달 반정도 하고 있는 중이다. 워낙 비밀스런 프로젝트라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배우고 신기한 것도 많이 보고 있다.

문제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시달리다보니 조금씩 맘의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전 직장에서부터 나는 스스로를 매우 robust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또 주변의 피드백도 그러했다. 비즈니스의 큰 위기가 있어도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주변사람들도 칭찬해 주었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했다.

당연하겠지만 참을성과 마음속의 여유는 정확하게 비례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나는 마음속의 여유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경우보다, 무언가 밖으로부터의 시그널이 오는 경우에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비행기로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차를 차고에서 꺼내고 외출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집 앞이 도로포장중이었다. 인부들이 하얀색으로 길 위에 무언가를 칠해 놓고, 나보고 차를 몰고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차들한테는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집 차고 안에 차가 있는 줄 몰랐단다.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났다.

연말이면 도로 포장을 다시 하느라고 쓸데없는 돈을 쏟는 구청에 화가 났고,
한마디 사전 공지도 없이 도로 포장을 하느라고 주민들의 차를 못 나가게 하는 것에도 화가 났고,
차고 안에 차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인부들에게 화가 났다. (도대체 차고 안에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건가?!)
1주일에 하루 이틀 밖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나의 와이프와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외출을 해야 한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어린 아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자가용 카시트에 아기를 앉히고 외출하는 것과, 아이가 택시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외출하는 것의 차이를…)

아무튼 이렇게 화가 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구청에 항의를 하겠다고 펄펄 뛰는 나를 와이프가 말린다. 그냥 택시 타고 가자면서..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딱히 누구에게 이 분을 풀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날 저녁,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이렇게 무언가에 분노를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분노가 고작 토요일에 차를 가지고 외출할 수 없었기에 생겼다는 것도 조금은 우스웠다. 도둑을 맞은 것도 아니고, 외적이 나라를 침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분노 게이지가 치밀어 오른 것은 아마도 나의 마음속에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지 더. 컨설팅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분단위, 시단위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럴때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야겟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가족과 떨어져서 호텔방에 혼자 이렇게 있다.
이번 주말은 나의 가족과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절대로 화를 내는데 쓸데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조금 민망한게,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이런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앉아 있다.

[공지] 레주메 리뷰 잠시 중단 합니다.

 

갑작스럽게 알려드려서 죄송합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번째로는 제가 올해도 Kellogg alumni interview에 참여하게 되어서 더 이상 레주메 리뷰를 하면 아무래도 conflict가 생길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첫번째 이유와 충돌하긴 하는데) 제가 중국으로 장기 출장을 가게 되어서, 시간이 좀 빠듯하게 되었습니다. 11월 말 경에야 돌아오는데, 아마도 12월에 막판에 2nd round를 내는 분들을 위해서 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스케줄이 될 것 같네요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요, 올해 벌써 제가 리뷰해 드린 분들 중에서 네 분이나 반가운 합격 소식을 알려주셨는데, 그런 반가운 소식을 올해 더 듣기는 좀 어렵겠네요.

다시 한번 사과드려요

MBA Blogger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