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잡문집을 읽다.

 

몇년째 고질병으로 나를 불안하게 했던 매복 사랑니.
그냥 조용히 있으면 평생 함께 하려고 했는데, 이 놈이 말썽을 부려서 병원을 갔다.
너무 깊이 있는데다가 뿌리까지 성질대로 구부러져서 1박 2일 입원을 해야 한단다.

하루종일 병실에 누워서 무엇하겠나? 밀린 책이나 봐야지… 라는 마음에 교보를 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살 책이 없기에 결국 집어든 것이 이 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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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루키의 잡문들을 모았다. 비록 잡문이라도 하루키라는 이름값에 베팅을 해서, 하루정도는 읽을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고른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줄 못 건졌는데, 건진 글들은 괜찮은 편이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남의 책에 써준 추천사나, 어떤 상을 받을 때 적었던 소감문, 그리고 그가 번역한 몇몇 서적들에 대한 서문 등을 담고 있는, 말 그대로 잡문들을 모은 책이다. 간간이 그가 평소 가지고 있던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이나, 잘 드러나지 않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면은 매우 좋았다.

나름대로 용기를 얻었던 구절은

만약 여기에 단단하고 높은 벽과 그에 부딪히는 달걀이 있다고 한다면, 설령 아무리 벽이 옳고, 아무리 달걀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저는 달걀의 편에 설 것입니다.

그 외에도 한 길을 꾸준히 달리는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라기보다는 스피커나 재즈에 대한 이야기) 등은 나름대로 쏠쏠하긴 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두꺼운 책에 담을 만큼의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고, 절반정도의 분량이었더라면 매우 기쁜 마음으로 책을 덮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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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사랑니를 뽑고 퇴원했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조선일보에 나온 하루키가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 1위라는 (영국의 한 베팅 사이트에 따른 내용) 기사를 봤는데, 하루키의 노벨상 수상 소감도 기대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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