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의 재취업과 아기 고민

 

와이프가 재취업을 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이지만…)

아이를 낳고 2년 가량 쉬다가 재취업을 하는 것이었다. 여간 걱정이 많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옵션을 두군데 두고 최종 고민하고 있다.

출산 후 재취업을 하는 여성은 그 이전과는 커리어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물론 아기이다. 재취업 과정이 끝남과 동시에, 육아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이다.

WorkingMom

우리는 지난 며칠간 보모 아줌마와 어린이집 등 앞으로 와이프가 출근하게 되면 당장 닥칠 현실적인 걱정들 때문에 바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성이 여성보다 자녀에 대한 애정이 덜하다고는 절대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 자녀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여성이 맞는 것 같다는 점이다. 남성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꼼꼼함과 세심함이 느껴지고, 아이의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마치 자신의 몸안에 일어나는 일 처럼 신경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예컨대 어린이집 식단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얼마의 비율로 나오는지, 어린이집 장난감 중에서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어디 얼만큼 있었는지, 어린이집 원장님께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밤새 적어 가는 일 등은 남성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모성애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이를 두고 회사를 나갈 것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도 와이프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직 첫 출근은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 와이프 맘을 잘 알고, 또 한국의 직장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사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육아복지제도라는 것이 누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재취업 과정에서 놀라움과 절망과 희망을 반복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좋은 보모 아줌마는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은유’가 아닌 ‘현실’인 상황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막막함을 체험하고 있는 하루하루이다. 도대체 여성복지, 육아 및 양육에 대한 부담을 국가가 지겠다고 말했던 역대 대통령들은 뭘 했던 것인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도 이런 문제가 내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나몰라라 했던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또 고3 수험 기간이 끝나면 수능에 대한 뉴스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듯이 우리 아이도 좀 크고 나면 이 모든 걱정은 내 걱정이 아닌듯 느껴질것 같기도 하다.

와이프의 재취업 과정을 통해서 얻은 몇 가지 생각…

1.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들에 비해서 훨씬 더 육아에 대해서 supportive하다는 점이었다. 9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하고, 2000년대 초반 사회에 쏟아져 나온 우리 부부에게는 이런 사실이 조금은 흥미롭다. 물론 주변에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우리 부부 모두 첫 직장으로 외국계 회사를 택했던 이유는 단지 외국계가 cool해 보여서만은 아니었다.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하고, 복지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더 앞서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계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복지에 대한 의지가 과거 10년간 많이 바뀐 것 같다.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는 한국계 기업들도 크기가 커질수록, 그리고 노조가 있을 수록 직원들의 육아와 출산에 대한 제도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사내에 탁아시설이 있어서 점심시간에라도 잠깐 내려가서 아기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부모들은 안다.

2.
반면 외국계 기업들은 출산과 육아를 ‘기업’이 챙겨야 할 영역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특히 미국회사들 말이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package에 있어서 가족에 대한 care가 굉장히 드물다. ‘우리가 주는 돈 안에 다 들어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마저 들었다. 물론 그네들의 본사에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국 대리점’에서까지 직원들의 자녀를 챙겨줄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나보다. ‘한국 대리점’ 단위로 그럴듯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가 보다.

3.
결국 기댈 곳은 부모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우리 부부의 결론도 다시 본가, 그러니까 그녀의 시댁으로 들어가서 사는 것이다. 아들을 다 키워 놓으니, 그 아들이 다시 또 자기 아들을 봐 달라면서 들어오는데도 우리 어머님은 싫은 기색하나 없다. 칠순이 넘으신 어머님께 아이를 맡기는 것이 못내 죄송한 마음이지만, 지금으로써는 기댈 곳이 없다. 아마도 part time 보모를 쓰겠지만, 그래도 어머님께서 많이 힘드실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리고 그런 걱정을 함께 해 주는 와이프가 고맙다.

~*~*

최근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어떤 형과 점심을 먹었다. 그 형이 자전거를 타고 미국 사막을 건널 때 즈음, 도대체 자기가 왜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마라톤, 자전거, 수영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느끼는 것이겠지만, 항상 그런 운동을 할 때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다. (나만 그런가?) 그 형의 결론은 가족과 맛있는 아침을 먹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글썽했다.

우리는 가정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벌써부터 야근이 걱정되고, 혼자 있을 아이가 걱정되고 있는 우리 부부는 세상을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 좋은 세상, 좋은 사회란 어떤 곳인가? 에 대한 기준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계속 바뀌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곳’인것 같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 우리사회에 대해서는 절망감도 크고, 동시에 절박함도 크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그런 것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사회에게 하소연 하고 싶은 날들인데, 가을 하늘은 나몰라라 맑기만 하다.

5권의 책을 읽고서야 풀린 나의 수십년된 의문 – 총,균,쇠를 읽고…

 

얼마 전 추석연휴 동안에 총, 균, 쇠를 읽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최장기간 대출 1위였다고 해서 유명세를 얻은 책인데, 사실 나는 학교 다닐 때에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어떤 대형 교양수업에서 읽히는 책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내가 ‘총/균/쇠’를 읽게 된 이유와 네권의 책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에는 약간의 배경이 있다.

사실 지난번에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서양과 나머지 세계‘ 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후에, 니얼 퍼거슨이 사실은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라는 책으로 더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또 그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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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지배는 사실 엄청나게 흥미로운 책은 아니었다. 다만, 채권, 보험, 주식(equity) 등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금융의 요소들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 책이긴 하다.

(지금까지 쓴 리뷰중에 위의 두 줄이 가장 짧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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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읽은 책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1/2권’ 이었다. 예전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처음 나왔을 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서 나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국내편은 1-7권 중에서 초반 몇권인가만 읽다가 중간에 그만 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읽고싶다는 호기심이 동했다. 일단 일본에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답사한다는 컨셉 자체가 신선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대체 일본에 ‘우리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1,2권은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들고 일본의 간사이나 큐슈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무척 흥미롭게 많은 지역을 돌아볼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동안 잘 몰랐던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예컨대 조선의 도공들이 임진왜란 때 끌려간 일들에 대한 자세한 전말, 일본의 고대사 (조몬/야요이)등에 대해서는 역사책에서 짧게 한 두줄 읽었을 뿐인데, 이렇게 살아 숨쉬는 유산들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제/고구려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활약상에 대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당시에 한반도를 버리고 건너간 사람들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사람들과 약간의 공통점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이전까지는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나 백제/고구려 패망이후 난민들은 굉장히 불쌍하게 살거나 불행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일본은 그들이 선진화된 글과 도구와 기술을 가지고 대접 받으면서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의 민족과 문화에 녹아들어갔을 뿐, 그것을 일본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간 도래인들의 역사를 우리것인냥 주장해도 좀 억지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와서 영국인들이 미국의 독립전쟁사를 영국역사라고 주장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역시 역사는 너무 한쪽의 편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되고, 현대인의 시각에서 봐서는 안된다.

아무튼, 이러한 4권(그 중 두권의 1/2권으로 나눠진 시리즈)의 역사와 문화 유적 관련된 책을 읽던 중에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위에 언급한 네 권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책이 바로 ‘총, 균, 쇠’였던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하느라고 기운을 많이 써버렸다)

그리고 이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인류 역사의 초기에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한 정도의 발전을 이룬 문명으로서 ‘일본’을 꼽고 있었다. 심지어 니얼 퍼거슨의 책에선 중국문명은 언급이 안되어도 일본 문명은 언급된 경우도 있었다!’. 헐…

나의 몇십 년 묵은 의문

나도 한국에서 쭉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서 초/중/고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 대해서 철저한 교육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풀리지 않은 질문 하나는 ‘우리민족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왜 우리가 일본을 처들어 간 것이 아니라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였는가?’ 라는 것이다.

동시에 나는 2002-2003년에 일본 와세다에서 유학을 했고, 2011년에는 북경대에서 유학을 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수도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고, 그들의 생활, 사고방식, 역사, 언어에 대해서 다소나마 이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는데, 내가 그토록 싫어하거나 무시하던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나라이자, 훨씬 인구도 많은 나라고, 굉장히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점이었다. (약간은 속은 느낌)

그런데 과거의 교육에 의해서도 그렇고, 세계사의 흐름상으로 보아도 분명 중국에서 시작된 문명이 우리나라를 거쳐서 일본으로 흘러간 것은 맞을 터인데, 왜 근대를 넘어오면서 일본이 더 강한 힘을 갖게 되었는가? 그리고 지금 세 나라를 둘러보면 분명 일본의 ‘문명화’ 내지는 ‘생활수준’ 이라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의문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영국과 같이 ‘문화의 종착지’ 라는 측면에서 여러곳의 문화가 차곡차곡 쌓여서 성과를 거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하필 길목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치고받고 하느라고 시달려서 그렇다고 해도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분명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무렵 정도까지는 일본은 굉장히 뒤쳐져있던 상황이다. 이 무렵을 대략 6-7세기부터 길게는 10세기 무렵까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16세기 무렵에 일어났던 임진왜란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급기야 19세기 후반을 거쳐 20세기에는 일본의 치하에서 수모를 당하고 만다. 도대체 10-15세기, 그리고 16세기-19세기와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동북아의 역사가 이런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것일까?

삶을 살면서 미치도록 궁금한 것은 아니고, 당장 답을 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질문은 그냥 묵직하게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그런 질문이었다.

삶을 살다가 한 2-3년에 한번씩, ‘글쎄…. 그러니까… 그건 왜 그런지 좀 이상하단 말이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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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에서 얻은 답

총균쇠는 내가 앞서 이야기한 질문과 다른 몇권의 책에서는 얻지 못했던 답을 명쾌한 방식으로 제시해 주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2003년 증보됨녀서 실린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챕터가 있고, 이 부분에서 많은 답을 얻었다.

이 책의 요지는 인류의 역사에서 발생한 중대한 전환이었던 농경 및 정착생활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자연환경과 농작물로 인한 우연의 산물이었으며, 농경과 단백질 섭취를 위한 중요수단이었던 가축의 사육도 특정 지역에 국한된 놀라운 우연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류가 오늘날 시달리고 있는 많은 질병/병균이 사실은 가축에게서 전해진 것이 많으며, 이는 이러한 질병과 병균에 익숙하지 않은 (즉, 면역력이 없는) 이웃들에게 전해지면 그들을 쉽게 괴멸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증명하고 있다.

철기문화의 전파 부분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사책에서 바로 문명의 증거이자, 강력한 사회체계 형성으로 나아가는 필수품 정도로 배웠을 것이다. 석기, 청동기, 철기를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농경문화를 가질 수 있고, 문자, 율령, 불교, 중앙집권 따위야말로 야만에서 벗어났다는 증거라고 배웠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런 배움을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적용하면 더 이해가 잘 안되었던것 같다. 즉, 5-6세기만해도 일본은 우리가 철기, 불교, 한자 등을 전해주었던 ‘미개한’ 곳이었을텐데, 어떻게 불과 그 후 몇백년만에 우리나라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무력을 가질 수 있었냐는 거다.

즉, 총/균/쇠를 읽고 난 다음의 나의 나름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일부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에서 복합적으로 얻은 결론)

  • 고대 한/일관계는 지금의 국가관으로 이해해서는 안되고, 좀 더 유연한 틀에서 봐야 한다. 당시의 왜(일본)과 백제/고구려는 보다 돈독한 관계였으며, 딱히 지금의 국가관이라는 틀로 자르거나 뭉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의 말미에서 모 교수님이 총균쇠가 지금의 일본인의 조상은 한국인이라고 말했다면서 흥분하시는 것은 완전히 이 책의 메세지를 잘못 이해하신 것이다)
  • 고대시대의 사회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농업생산성과 정주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연적인 환경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후가 온난하고 수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동물성 지방이 더 풍부한 자연환경이다. 따라서 고대에도 약간의 외부자극(기술 및 제도)가 전해졌을 때, 충분히 자생적으로 빨리 발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을 것이다.
  • 철기, 불교, 문자 등과 같은 사회제도 및 기술(technology)는 조금 늦게 받아들이거나 조금 일찍 받아들이는 것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인 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가의 정도/태도이다. 우리는 고대시대에는 그런것들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였고, 또 창의적인 수용을 했으나, 고려후기 및 조선을 거치면서 너무 오랜 기간 통일이 이루어져서 태도가 추종과 무비판적 수용으로 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니얼 퍼거슨이 그의 책에서 ‘경쟁’을 서양 문명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거론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특히 아시아에서 많이 부족고, 우리나라 역시 명/청이라는 단일집권체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이러한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받은 것이 아닐까? 반면 일본의 전국시대는 계속적인 사회의 긴장을 유지했으리라.
  • 한국과 일본의 언어적 차이가 지리 및 역사에 비추어볼 때 너무 큰 이유는 (문법은 거의 일치하지만, 약 15% 정도의 어휘만을 공유하는 이유) 과거에 지속적으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유입이 일어났고, 결정적으로 3국을 통일한 신라가 아닌 백제/고구려 유민들이 일본에 건너가서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즉, 신라와 백제/고구려의 언어는 많이 달랐다) 그렇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리적 거리 및 역사적 교류를 볼 때 우리는 보다 더 비슷한 말을 쓰고 있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역사가 참으로 더 흥미로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일까?
  • 지금 우리가 ‘한국’이라고 부르는 국가 혹은 지역과 ‘일본’이라고 부르는 국가 혹은 지역의 힘의 균형에서 차이가 벌어진 것은 결정적으로 지리적/ 환경적 요인이 컸던 것이며,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전해 주었는지, 먼저 무엇을 만들었는지 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 한국과 일본, 이 두 국가 혹은 민족 사이에는 ‘유전학적/ 인종적 차이’ 따위는 (약간 존재 할수도 있겠으나) 미미하다.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쌍둥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PS. 이로써 그동안 미뤄왔던 책 4권에 대한 리뷰를 한꺼번에 쓴 셈이군요. 아주 효율적인 포스팅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요즘 게을러져서 큰일이네요.

하루키 잡문집을 읽다.

 

몇년째 고질병으로 나를 불안하게 했던 매복 사랑니.
그냥 조용히 있으면 평생 함께 하려고 했는데, 이 놈이 말썽을 부려서 병원을 갔다.
너무 깊이 있는데다가 뿌리까지 성질대로 구부러져서 1박 2일 입원을 해야 한단다.

하루종일 병실에 누워서 무엇하겠나? 밀린 책이나 봐야지… 라는 마음에 교보를 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살 책이 없기에 결국 집어든 것이 이 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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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루키의 잡문들을 모았다. 비록 잡문이라도 하루키라는 이름값에 베팅을 해서, 하루정도는 읽을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고른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줄 못 건졌는데, 건진 글들은 괜찮은 편이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남의 책에 써준 추천사나, 어떤 상을 받을 때 적었던 소감문, 그리고 그가 번역한 몇몇 서적들에 대한 서문 등을 담고 있는, 말 그대로 잡문들을 모은 책이다. 간간이 그가 평소 가지고 있던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이나, 잘 드러나지 않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면은 매우 좋았다.

나름대로 용기를 얻었던 구절은

만약 여기에 단단하고 높은 벽과 그에 부딪히는 달걀이 있다고 한다면, 설령 아무리 벽이 옳고, 아무리 달걀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저는 달걀의 편에 설 것입니다.

그 외에도 한 길을 꾸준히 달리는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라기보다는 스피커나 재즈에 대한 이야기) 등은 나름대로 쏠쏠하긴 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두꺼운 책에 담을 만큼의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고, 절반정도의 분량이었더라면 매우 기쁜 마음으로 책을 덮었을 듯.

~*~*~*

무사히 사랑니를 뽑고 퇴원했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조선일보에 나온 하루키가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 1위라는 (영국의 한 베팅 사이트에 따른 내용) 기사를 봤는데, 하루키의 노벨상 수상 소감도 기대가 되더군요.

굿 리스너 good listener – 경청의 기술에 대한 단상

 

내 생각에는 리스닝 스킬의 개발 단계는 대략 4단계로 이뤄지는 것 같다.

첫번째는 fact gathering 이다. 즉, 남이 하는 말에서 중요한 사항들을 잘 알아 듣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약간의 유추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그 사람이 한 말을 잘 담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수능 언어영역, 혹은 외국어를 배울 때 토플이나 토익같은 영어시험에서 측정하는 능력이 바로 이런 능력이다. 말하는 능력이나 쓰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단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 듣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이 능력조차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경우가 참 많다.

두번째 단계에서 발달하는 능력은 바로 상대방의 말의 허점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 ‘말이 안되는’ 것을 꼬집어 낼 수 있는 능력으로, 주로 회사의 중간 관리자들에게 발달하는 능력이다. 나쁘게 발달하면 남의 말의 꼬투리만 잡으려고 하는 쪽으로 발달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에 무슨 실수는 없는지 계속 덫을 놓고 기다리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상대방의 말에 논리적 헛점이 있는 경우에 이런 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줄 수가 있다. 하지만 나의 관찰로는 나쁘게 발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그 가장 큰 이유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능력이 발달하면 스스로의 지적 능력을 과신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즉, 남의 논리에 허점이 보이는 일은 처음 겪어보면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나 자신이 꽤나 똑똑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이 능력이 발달하면 조직내에 아무런 발전도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큰 사고도 나지 않는다. 즉, 보수적인 운영을 중시하는 곳일수록 이 능력을 중시하는 중간관리자가 더 많을 수 있는 것 같다.

세번재 단계로 진화하게 되면 리스닝 스킬이 상대방의 말을 나의 논리로 leverage하는 능력인것 같다. 즉,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을 쏙쏙 흡수해서 내 논리에 끼워맞출 수 있게 된다. 이 진화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논리를 내 논리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한번 들어가게 된다. 즉, 상대방이 하는 말이 밑도끝도 없는 무논리가 아닌 이상, 나름대로의 이유와 추정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논리를 나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나의 논리와 스토리를 강화하는데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이 하는 말이 틀렸다고 부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살짝 틀어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이 A = B이고, B = C 라서 A= C 라고 이야기하면, 그게 아니고 B= C 일수도 있지만 B=D라고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에 A=D도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설득한다. 그 이유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D 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리스닝 스킬의 진화단계는 상대방의 논리를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발전시켜 주는 것이다. 나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대화 상대의 입장에서 “zero-base”에서 이해한다. 그리고 그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워주고,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강력한 논리로 할 수 있게 되고,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위의 네 단계의 리스닝 스킬이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처음부터 4번째 단계의 리스닝 스킬을 타고난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여간 부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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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잘 듣는 것 만큼 중요한 리더십 덕목도 없다. 결국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것은 리스닝 스킬이 아니라 리더십 스킬이란 얘기다. 솔직히 나는 아직 2-3단계를 왔다갔다 하는 리스닝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4단계로 가는 것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최근들어서 ‘남의 이야기를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들어주기’ 라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아서, 이 말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천 노력이 결실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쉽지 않은 이유는 두가지 때문인데, 첫번째는 참을성, 두번째는 버릇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참을성인데, 상대방이 조금 느린 논리전개를 보이거나, 핵심부터 바로 말하지 않으면 종종 조급해지곤 한다. ‘긍정은 성숙함의 상징’이라고 하던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한다.

두번째는 버릇이다. 예전회사에서부터 ‘모르면 그냥 물어봐라’라는 것이 길들여져서 그런지, ‘이건 무슨 뜻이냐?’고 묻기 일수다. (외국계 회사의 direct communication의 습성 때문에 그런것 같기도 하다) 즉,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냐?’ 라든지 ‘이건 무슨 뜻에서 하는 이야기냐?’ 라고 묻는 것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들릴 여지가 있어서, 일단 그 사람 자리에 서서 왜 그런 논리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그냥 이게 무슨 뜻인지 묻는 것 뿐인데, 듣는 사람은 자기 논리를 공격한다고 느끼는 것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결국에 듣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다. 단기적으로는 참을성을 기르면서, 장기적으로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를 읽고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사실을 몇개 써 놓고 있는데, (지금 밀린 책 리뷰도 꽤 많음) 시간이 없어서 못 올리고 있다. 이 글도 한 1주 반 정도 전에 쓴 글… 그래도 틈나는대로 올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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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다녀왔다. 한 여름에 큐슈에 있는 온천으로 휴가를 더녀왔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이번 휴가는 2박 3일로 짧았기에, 책을 한권만 들고 갔는데, 그 책이 꽤나 두꺼웠다. 바로 닐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이라는 역사책 이었다.
약 500 페이지 남짓 되는 이 책을 통해서 퍼거슨은 국토 면적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은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역사적인 이유들을 밝히고 있다. 오랜만에 읽는 역사학자의 책이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일하면서 매일 보게 되는 경영학 책들이나 보고서와는 확실히 느낌을 오랜만에 역사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서양이 세계를 제패했다’ 라고 한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서양’인가?”

“서양이 정말 세계를 제패했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첫 질문이 이것이었다!!) 그만큼 ‘서양(western)’’ 이란 말은 개념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여전히 서양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서유럽의 국가들만을 지칭하고 있으며, 예컨대 그리스, 터키와 같은 서유럽 이외의 지역 내지는 애매하게 걸쳐 있는 곳들은 배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 해석으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및 그 주변에 있는 작은 몇몇 나라들 정도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인, “서양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의 6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첫 질문이 이것이었다!!) 그만큼 ‘서양(western)’’ 이란 말은 개념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여전히 서양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서유럽의 국가들만을 지칭하고 있으며, 예컨대 그리스, 터키와 같은 서유럽 이외의 지역 내지는 애매하게 걸쳐 있는 곳들은 배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 해석으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및 그 주변에 있는 작은 몇몇 나라들 정도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인, “서양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의 6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 1. 경쟁
  • 2. 과학
  • 3. 재산권
  • 4. 의학
  • 5. 소비
  • 6. 직업

이 책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이렇게 여섯 가지 이유를 뽑아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 아마도 작가 스스로가 그냥 머릿속에서 제일 그럴듯한 것으로 뽑아 낸 듯 하다. 정의 및 방법론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이렇게 여섯 개가 서양을 이끌어온 힘이라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을 만큼 설득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꾹 참고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작가는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예컨대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몇몇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면

 

  • – 중국은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있었고, 서유럽의 나라들은 잘게 쪼개져 있었는데, 결국 작은 서양의 국가들이 더 발전할 수 있었는가? 중앙 집권이 훨씬 효율적으로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아닌가?
  • – 문명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고, 자원도 풍부하고, 인종차별도 비교적 덜 심했던 남아메리카보다, 문명도 없고, (당시로서는) 자원도 척박하고, 인종차별 및 분리정책도 훨씬 심했던 북아메리카가 더 발전하게 되었는가?
  • – 기독교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차라리 중국인/이슬람이 훨씬 상업적인데에도 왜 기독교 문화권의 국가들에서 더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이다.
두께감도 좀 있고, 지루할 수 있는 역사에 관한 책이기는 하지만, 상식도 기르고 서양 문화의 힘의 원천에 대해서 위와 같은 질문들을 한번쯤 가져본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추천~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

 

맥킨지는 우리 회사를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회사는 맥킨지를 경쟁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끔 맥킨지의 시스템을 보고 있으면, 참 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Obligation to dissent’ 라는 value에 대해서 들었을 때도 그랬다. 한 마디로 반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다고 그냥 ‘꾹 참고’하지 말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꼭 소리 높여서 말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얼만큼 지켜지는지,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얼만큼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웃사이더로서 알 수는 없으나, 이런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장려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P&G에서는 미팅에서 junior 가 먼저 입을 열 때가 많다. 그 미팅에서 가장 junior 레벨이 미팅의 오프닝을 하거나, 광고 기획사가 가져온 광고에 대한 코멘트를 하거나,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도록 장려한다. 가장 Junior가 가장 먼저 입을 여는 이유는, 더 높은 사람이 의견을 먼저 이야기했는데 혹시 의견이 다르면 Junior는 미팅이 끝날 때까지 입도 뻥긋 못하고 끝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Junior가 먼저 입을 열었다가 나중에 높은 사람들이 그 의견에 반대하면 얼마든지 ‘나는 의견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주니어는 그 반대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의견이 어땠는지조차 알 수 없는채로 미팅이 끝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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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일 재미있게 본 영화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World War Z’를 꼽겠다. 그 영화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국가로 이스라엘이 나오는데,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즉, 이스라엘에서는 10명의 사람이 있으면, 9번째 사람까지 모두 Yes를 한 경우에는 10번째 사람은 무조건 No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명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안건은 무언가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이 제도의 전제이다. 9명의 모든 사람이 좀비가 없다고 했다면, 마지막 10번째 사람은 미친척하고 무조건 있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있다고 믿고 조사를 다시 해 봐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이스라엘은 좀비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할 수 있었고,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국가로 나오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그곳은 바로 북한이다. 좀 황당한 스토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북한에서는 정부가 사람들의 치아를 모두 뽑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나온다. 즉, 모든 사람들을 통제해 버리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반대하는 의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과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문화이다. 가만히 있지 말고 너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전체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반대로 통제를 할꺼라면 제대로 통제를 하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쏠림’이다. 무엇 하나가 뜬다고 하면 우루루 그 곳으로 몰려 버린다. 좋은 점은 그만큼 몰려 있는 사람들 안에서 내부 경쟁이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가 쉽다는 것이다. 단점은 그렇게 쏠렸다가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너무 낭비가 크고, 한 곳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 리스크가 높다는 점이다. 비행기 안에서 모든 승객들이 한 편으로 쏠린다면 비행기가 기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 사회일수록 ‘반대하기’를 장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문화가 쏠리는 경향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일부러라도 반대하는 의무를 지워야 한다. 그래야 리스크가 분산되고, 흔히 말하는 ‘Group Thinking’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정, 질투, 그리고 하루키의 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얼마전에 새로 나온 하루키의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하루키의 책 보다도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하루키 소설에는 늘 등장하는 엄청나게 신비스러운 모험이 등장하지도, 기괴한 인물, 공기 번데기, 양의 탈을 뒤집어 쓴 사람,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어린시절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철이 들고 커가면서 그 우정에 대해서 새로운 정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가 특히 이 책이 현실적이었다고 느낀 이유는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의 이름이나 생년월일, 별자리, 혈액형, 사는 곳, 엄마아빠의 고향 혹은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은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너무도 사소한 것들에 기반하여 우정이 싹트게 된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나면, 뭐 그렇게 시덥지 않은 것을 가지고 우리가 그렇게 흥분했던가? 라는 생각이 들만한 것들 말이다.

하루키의 소설에서도 쓰쿠루의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이름에 색을 표현하는 쿠로, 시로, 아까, 아오 같은 한자가 들어가고, 쓰쿠루만 그런 색채가 없다. 그런 사소한 것들도 어린 쓰쿠루에게는 충분히 약간의 소외감을 느낄만한 충분한 이유, 혹은 나는 다른 4명의 친구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춘기 청소년의 눈에는 너무 단단해서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던 우정이 깨지는 것은 대부분 어른이 되면서 바뀌어버린 세상을 보는 시각 탓도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다른 친구들에게 갖고 있던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질투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너무나 많은 공통점을 갖고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았던 친구들이 바다에 나오는 순간 방향성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하는 서로의 차이점과, 대학, 직장, 여자, 결혼, 연봉 같은 굵직굵직한 주제들이 굳이 아니더라도, 사춘기의 민감했던 감수성에 불을 지펴서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야 수십가지쯤 더 있는 것 같다. 이제 그 친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망망대해에서 헤엄치고 있는 지금은 도저희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상대방에게 질투를 유발하거나 상처를 준 사람 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큰 상처를 입고,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친구를 친구로 대하지 못하는데도, 정작 그의 마음 속 질투심에 불을 지핀 당사자는 아무런 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에는 사회에 나와서 만난 친구들을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한데 모아 놓았을 경우에 이런 예상치 못한 상처주기가 많았다. A라는 어린 시절 친구 그룹과 B라는 대학시절 친구 그룹은 모두 내가 좋아하고, 동질적이라고 생각한 친구들이었지만, 막상 한 곳에 모으니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케미컬이 솔솔 피어난 것이다. 그럴 때면 가운데서 곤란했던 적이 몇번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는 좀처럼 다른 두 그룹을 섞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된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어린시절 나에게 형제와 같았던 친구이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멀어지고 말았고, 그 간극은 절대로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이 보였다. 그가 나에게 무심코 했던 말들과, 내가 그에게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서로를 멀어지게 했던 것이고, 지금도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다.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던 만큼 상처도 깊게 나는 법인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들은 많아도 용서하지 못할 일들은 없을 것 같다.

8월에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심장이 두근 거린다.

haruki

웃음의 segmentation과 김구라의 포지셔닝

 

최근 내가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2가지이다. 하나는 라디오스타, 다른 하나는 썰전이다. 두가지의 공통점은 김구라가 나온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얼마 전까지는 무한도전이 제일 재미있었지만, 썰전의 성공과 함께 김구라가 공중파로 복귀한 다음부터는 단연 김구라의 방송을 최고로 꼽게 되었다. 물론 그 원인에는 계속 같은 포맷으로 약간은 지겨운 감이 있는 유재석(+무한도전)의 식상함도 조금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새삼 이렇게 김구라가 좋게 느껴진데에는, 그가 최근에 제대로 포지셔닝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계에서 흔하지 않은 포지셔닝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잡았는데, 그게 마침 최근의 트랜드와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구라

최근 김구라의 활약이 대단하다

웃음의 Segmentation

곰곰히 생각해보니, 흔히 말하는 엔터테이너 혹은 코메디언 (개그맨)의 segment를 나누는 기준은 두가지가 있는 것 같았다.

  • 몸과 연기로 웃기기 (Action) vs. 말로 웃기기 (Talk)
  • 혼자서 웃기기 (individual basis) vs. 팀으로 웃기기 (team basis)

이 기준으로 최근의 개그맨들을 한번 매핑해 보면 아래와 같이 찍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래 맵은 내가 마음대로 그려본 것으로 읽는 분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완전 괜찮다 :)

Screen Shot 2013-07-14 at 2.00.44 AM

내 멋대로 그려본 국내 엔터테이너 포지셔닝 맵 (positioning map)

대표적으로 유재석/박명수와 같은 사람들은 흔히 슬랩스틱으로 표현되는 “몸개그”를 하는 사람들이고, 주로 개인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팀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그 밖의 팀플레이어로는 컬투나 개콘 멤버들이 있는 것 같다.

유재석박명수

유재석/박명수는 대표적인 팀플/Act(연기/꽁트) 위주의 유머를 구사하는 개그맨이다.

반면, 김구라의 경우에는 개인위주, Talk 위주의 유머를 구사하는 개그맨이라고 할 수 있다. 김구라와 같이 개인위주로 움직이면서 주로 Talk만 하는 사람으로는 윤종신(그를 개그맨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김재동, 박미선, 이휘재 정도가 있는 것 같다.

개인 기반으로, 행동위주의 개그를 하는 사람은 신동엽이 있는데, 신동엽은 얼핏 보기에는 talk위주인것 같지만, 최근에 SNL에서 그의 활약으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연기(꽁트)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예전에 김원희와 ‘헤이 헤이 헤이’에서 보여주었던 꽁트들이 정말 웃겼다고 생각한다. 신동엽 이전에 Action위주의 개그를 혼자 하던 사람은 최양락이나 심형래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신동엽

신동엽은 대표적인 개인/Act(연기/꽁트) 개그맨이다.

지난 몇년간의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는 팀플레이 중심의 Action (몸개그+연기) 였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1박2일/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주도해왔고, 그 중심에는 호흡이 잘 맞는 개그맨들의 몸개그와 연기가 바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종편이라는 새로운 물줄기를 만나면서 SNL과 같은 연기 위주의 예능프로그램마저 탄생시켰다.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SNL이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한국에서의 성공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대형 스타를 기용하지 않고, 연기에 시사풍자를 가미한 코메디로써는 한국에서 드물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방송된 유머일번지나, 웃으면 복이와요, 헤이헤이헤이 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개콘이 그런 프로그램들의 명맥을 유지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개콘은 사회비판기능이 거의 상실되었다.

개콘

개콘은 전통적인 ACT(연기/몸개그) 라인을 계승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사회 비판기능이 거의 없다.

김형곤

과거 김형곤의 꽁트에는 사회비판적 요소가 꽤 많았다.

한편, Talk위주의 예능으로 눈을 다시 돌려보자. 서구권에서는 전통적으로 1인 토크쇼가 예능을 이끌어 왔으나, 한국에서는 유독 1인 토크쇼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과거에 서세원이나 주병진과 같은 사람들이 1인 토크쇼를 통해서 인기를 얻기는 했으나, 진행자는 바뀔 수 있다고 치더라도, 포맷 자체가 미국처럼 롱런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서세원

국내 1인 토크의 대가 – 서세원…. 그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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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제이레노나 코난 오브라이언과 같은 1인 토크가 꾸준히 대세를 구가한다.

미국에서는 개인/Talk 중심의 코메디언은 대안으로 스탠딩 코메디를 택할 수 있었겠지만 (혹은 반대로 스탠딩 코메디로 인기를 얻은 사람이 토크쇼를 진행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다대다” 토크를 많이 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라디오스타이다. 3-4명의 MC가 나와서 복수의 게스트들을 이끌어나가는 형식이다.

여기서 한단계 발전되면 이른바 ‘떼토크’라는 형식으로 나아가게 된다. ‘세바퀴’, ‘자기야’ 등이 이런 형식인데, 2-3명의 MC가 나오고, 게스트는 적게는 8-10명, 많으면 20-30명씩 나오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종편에서 유행하는 토크쇼 스타일이고, 공중파에서도 최근에 스타들의 가족을 아이템으로 내세우는 프로그램들 (붕어빵, 맘마미아 등)에서 채용하는 시스템이 바로 이런 떼토크이다.

떼토크

종편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떼토크는 high ROI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된다.

종편에서 출범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대형 드라마나 대형 오락프로들은 거의 다 망했지만, 떼토크는 적은 제작비에 비해서 광고 수익이나 입소문 (word of mouth) 효과가 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서 떼토크를 많이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미 케이블에는 너무 많은 비슷한 형식의 떼토크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떼토크로는 추가적인 큰 시청률을 올리기는 어려워보이기도 한다.

김구라의 포지셔닝

이러한 형국이 진행되던 2012년 말/ 2013년 초에 걸쳐서 김구라는 개인적으로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뭔가 구상을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팀플’의 강화가 그의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팀플 강화 전략이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썰전’이다. 김구라는 예전에도 숨겨져 있던 숨은 입담꾼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기는 했다. 예컨대 김태원 같은 사람도 그가 라디오스타에 섭외하면서 예능에 입성한 케이스이다. 하지만 썰전에서 그가 강용석, 이철희, 허지웅 등을 데리고 가는 형국을 보면 예전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아예 프로그램의 중앙에 포지셔닝을 시키고, 자신은 약간 한발 뒤로 물러서는 느낌이다.

이러한 김구라의 행동은 과거에 라디오스타에서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게스트들은 ‘먹잇감’ 정도로 이용하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게스트라기보다는 고정으로 인지도는 낮으나 포텐셜이 좋은 사람들을 포진해놓고, 자신은 한발 뒤에서 조정하는 형국이다.

김구라의 행보중에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종편이라는 비교적 low risk 채널을 등에 엎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련된 talk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공중파에서는 ‘화신’과 같은 완전 ‘연예인 신변잡기 talk’에 출연해서, 그가 종편과 공중파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분리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화신

화신과 썰전을 동시에 출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종편과 지상파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래도 엔터테이너들의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컨텐츠 싸움 보다는 메세지 싸움으로 가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가수들도 처음에는 기교, 가창력, 인기 등에 승부를 걸지만, 점점 그런 것들에 대한 중요성보다는 자신이 말하는 노랫말의 메시지가 자신이 팬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얼마 전에 ‘미스코리아’를 발표한 이효리 같은 경우다.

코메디언도 마찬가지라서 웃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무언가 울림을 주고 싶어한다. 과거에 이경규도 몰래카메라로 성공했지만, ‘이경규가 간다’ 와 같은 사회성이 담긴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에 더 인정받을 수 있었다. 물론 좋은 PD를 만나야 가능한 일이지만….

김구라도 마찬가지로 좀더 메세지 있는 ‘비평’프로그램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비판’이라는 부분은 분명 그의 DNA에 들어 있는 것이었지만, ‘비평’으로의 전이는 좀 색다르게 느껴진다. 김구라만큼 정치/연예/시사 전반에 걸쳐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연예인도 드물기 때문에 그가 ‘비판에서 비평으로’의 전환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 이렇게 사회비판/정치비평을 했던 대표적인 코메디언은 앞서 언급한 ‘김형곤’정도가 있다. 다만 그는 Talk 보다는 Action (꽁트/연기) 위주로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김형곤의 유머에는 지식이나 깊이에 의존했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의 직설적이고 다소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캐릭터 때문에 잘 작용했던 점들이 더러 있었다. 김구라의 유머가 배경지식과 전문가 의견 등에 의존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

썰전

본격적으로 정치관련 Talk show를 하는 김구라. 과거 김형곤이 정치+꽁트 였다면 그는 정치+Talk로 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가며…

김구라의 포지셔닝과 그 변화를 지켜보면, 그냥 아무생각이 없이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분야를 잘 찾으면서 하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의 특성을 잘 간파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쇼비즈니스도 일반 비즈니스와 같이 전략/ 마케팅/ 브랜딩의 요소를 가미해서 바라보면, 이러한 부분들이 조금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분석해서 생각해보면, 여전히 어딘가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으나,누구도 점유하고 있지 않는 포지션이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직도 팀플레이 중심의 Talk 분야에는 공석인 부분이 많이 있다. 컬투가 있고, 유재석/박명수가 일부 만담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 호흡이 척척 맞는 talk중심 유머는 더 시장이 크게 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개인/Actng 위주 혹은 팀/Acting 위주의 세그먼트에 비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에는 다운타운 같은 팀이 오랜 기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컬투 정도만이 활약하고 있고, 그나마도 컬투는 꽁트와 Talk 를 적절하게 배합한 중간적인 형태라고 봐야 한다.

downtown

일본에서 장기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개그 콤비 다운타운

 

거기에 한단계 더 나아가서 사회비판적 내용으로 할 것인지, 가족적 내용으로 할 것인지, 연예인 신변잡기로 갈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사회에 감동을 주는 분야로 나갈 것인지 등에 따라서, Talk 분야에 국한된다고 하더라도 한 깊이 더 나아간 segmentation이 가능하다.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포지셔닝을 고수할 수 있다면, 참 똑똑한 개그맨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김구라에게 유재석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Resume 리뷰 재개 합니다.

 

그 동안 중단해 왔던 resume review 를 재개합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무료가 아니라 돈을 받기로 하겠습니다. 가격은 10,000 원입니다.

이렇게 가격을 책정한 이유는 그 동안에 보내주시는 분들 중에서 일부 분들은 최소한의 정성을 기울이시지 않고, ‘일단 보내고 본다’는 심정으로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리뷰를 보내드리면, 금방 하루만에 다시 또 봐달라고 보내주시고 보내주시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10,000원이라는 비용을 책정했습니다. 대신에 10,000 원을 주시면 리뷰를 한번 해 드리고, 고친 다음에 다시 보내주시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 더 코멘트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가지 당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가 요즘에는 조금 시간 여유가 있는데, 추후에 갑작스럽게 중단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그리고 최소한 1주일 정도는 여유를 갖고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아래 주소로 레주메 보내주시면 제가 계좌번호 알려드리고, 만원을 입금하신 분에 한해서 리뷰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luckyme.tk@gmail.com

그리고 레주메 보내주시기 전에 아래 포스팅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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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올해도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좋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