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Smiling Tiger Hidden Dragon (Amazon Page Link)의 저자 John Ng 박사가 켈로그에 와서 자신의 책에 담긴 이야기에 대해서 강연을 했다.
(참고로 Smiling Tiger Hidden Dragon은 몇 년전에 유행했던 ‘와호장룡’이라는 이안 감독의 영화의 영어제목을 패러디 한 것이다.)
John Ng 박사는 싱가폴 태생으로 노스웨스턴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싱가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국가에서 주로 ‘갈등 해소(Conflict Management)’ 관련해서 20년간 컨설팅을 수행해 온 사람이다.
아시아인은 서구인들보다 갈등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람들 (예컨대 직장 상사) 앞에서 No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웃음으로 대답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해보기는 하겠는데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말해놓고 돌아서서는 일을 하지 않고 질질 끌거나, 대충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구적인 시각에서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특징 한 부분만을 보고 확대해석했다는 느낌도 들고,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서구인에 대비해서는 확실히 우리는 직접적인 대답 보다는 우회적인 대답을 선호하고,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다.
이렇게 뚜렷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되면 결국은 곪아서 터지거나, 더 큰 조직 내의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John Ng 박사의 의견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계속 되면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 stabbing behind your back : 앞에서는 웃어주고 등에 칼 꽂기
– go slow : 하는 척 하면서 질질 끌기
– ninja attacks & fighting shadows : 쥐도새도 모르게 보복하기
– erupting volcano : 어느 순간 폭발해 버리기
– mutiny on the rise : 뒤집어 엎어버리고 반란을 일으키기, 쿠데타
– sweeping under the carpet: 잘못한 것들을 몰래 처리하기
– give-in to control: 항복하는 척 하지만 알고보면 뒤에서 조종하기
이정도까지 강의를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아시아 사람들이 그렇게 갈등을 싫어한다면,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왜 이렇게 갈등이 많이 일어나는 것인가?’
나의 가설은
1) 너무 오랫동안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아서 폭발하고 있다.
2)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급속도록 섞여서 오히려 더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 (세대간 갈등, 급속도의 사회변화 등)
3) 그냥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고 갈등을 좋아한다.
하지만 John Ng 교수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갈등 conflict’ 라는 단어를 말하면 십중팔구는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이 강연에서도 학생들에게 갈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떄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를 물어봤더니 fight, war, argue, anger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 일색이었다. 갈등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갈등을 다루는 방법도 부정적인 방법으로 다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갈등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소될 경우에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니다. 긍정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서구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배우는 협상론이나 conflict management는 항상 이익(interest)와 목적(objective)를 가장 중심에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관계, 특히 비공식적 관계를 중시하는 아시아권에서는 오히려 더 큰 갈등만 낳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시아에 맞는, 한국에 맞는 갈등 해결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의 학문이 서구화되고, 특히 미국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와중에 이런 기대를 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John 박사는 다음의 두가지 이야기로 강연을 끝맺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더 갈등을 해결하기 쉬운 방법이자, 전 세계적으로 더 잘 통하는 방법은 바로 갈등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래 네가지를 갖춰야 한다.
1. climate of shared vision and core values (공유된 비전과 가치)
2. climate of trust (신뢰의 분위기)
3. climate of valued relationships (서로간의 관계에 가치를 두는 문화)
4. Climate of learning (실패를 용인해주는 배움의 분위기)
다소 원칙적인 이야기이긴 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원칙적인 이야기는 실천을 잘 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뒤에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The greatest place to work for institute 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들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기관이 순위를 매기는데 사용하는 측정치는 단 하나이다.
그것은 바로 Trust, 즉 신뢰라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조직, 있고 싶어하는 조직은 바로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렇게 예의바르고, 커뮤니티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던 한국인들이 이렇게 서로 으르렁거리는 이유는 바로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에도 여러가지 단계가 있고, 종류가 있겠지만, 그 바탕에는 위에 말한 네가지 분위기/문화 (climate) 이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갈등을 싫어해서 갈등이 생기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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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갈등의 표출 방식과 해결 방법이 다른거 아닌가 싶은데요. 서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갈등 자체를 싫어하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아시아에서는 조직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의 “회식”문화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의외로 점점 부정적으로 보여지거나 덜 논의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한국의 쐬주문화, 일본의 카라오케문화, 중국의 차문화, 동남아의 긴 점심식사 문화가 collective한 아시아 문화에서 사람들 간에 trust를 만들 뿐 아니라 미래의 갈등요인까지도 미리 해소시키는 역할까지 한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갈등이 넘쳐나고 있다면 이러한 회식문화가 줄어들어가 왜곡되면서 해소가 안되니까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아… 오늘은 더 같이 있는 사람들과 술 한잔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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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시선으로 갈등의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세상엔 도저히 타협되지 않는 갈등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법으로 해결해아죠.. 근데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저모양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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