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이야기
이 책은 중국인 출신의 기자 겸 MBA가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수업들을 듣고나서 수업을 거의 그대로 노트에 옮겨 놓은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내가 짓는다면, ‘하버드 경제학 강의 노트’ 라고 할것 같다. (하버드 경제학이라는 책 이름은 참으로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버드 경제학은… 도대체 뭘까?)
이런류의 책들은 종종 있어왔다. 예전에 하버드 케네디 스쿨 수업을 듣고 일본인 2명이 교수들의 강의를 옮겨 놓은 책도 한번 본 적이 있다. 이렇게 미국의 유명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 종종 강의 노트수준의 내용들을 그대로 책으로 옮긴 것을 몇번 본 적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로서, 종종 ‘교수님이 시간이 없어서 여기까지 설명하다가 수업을 끝냈다’ 같은 단어가 나올때면, 읽다가 맥이 빠지기도 했다. 관찰자가 아닌, 정말 교수가 책을 썼다면, 이런 일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썼는데,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므로, 그 다음부터는 다음 책에서 기술하겠다’ 라는 식의 책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이 책에는 서머스, 맨큐, 삭스, 펠트스타인 등의 유명 경제학자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경제학 강의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책의 1/3 정도를 할애헤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이러한 경제학자들이 경제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했고, 어떠한 대안을 내놓았는지가 ‘간단히’ 기술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명의 경제학자들의 생각을로는 (역시 하버드 교수가 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일반인을 위해서 읽기 쉽게 쓴 경제사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이 책을 apple-to-apple비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실 깊이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사실 내가 처음에 ‘하버드 경제학’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책을 서문만 보고 샀을 때에는 현대 경제학 버전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제3자의 글을 빌려서 그런 것들이 기술되다보니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2. 느낀점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느낀 점은 있다.
바로 현실의 경제/경영의 입법과정이나 행정수행 과정에 참여해본 사람들이 다시 대학에 돌아와 강의를 할 때의 가치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다니다보면 대학 교수님들은 그냥 대학 교수님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슨 말이냐하면 대학의 교수들은 하시는 일의 대부분이 연구, 대학원 강의, 학부강의 순으로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그리고 많은 경제학/경영학과 교수님들의 경우에는 기업체 강의 등이 추가가 된다. 기업체를 다니면서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많이 소개해 주시거나, 아니면 기업에 계신 경영자분들을 직접 모셔다가 학생들과 접촉할 기회를 주는 경우는 많이 있다. 하지만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시는 경우는 잘 없고, 특히 정부 정책의 입안에 직/간점 관여를 하신 분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 혹은 그 분들이 말하고 싶어도 워낙 우리나라는 은밀하게 추진해야 하는 비밀이 많아서 말씀을 못 해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
하버드는 물론 더 그렇겠지만, 지금 북경대에서도 수업을 들으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바로 직접 정책의 입안에 관여하고 있거나, 관여를 하신 분들이 학계로 돌아와서 다시 강의를 하는 점이다. 지금 듣는 수업중에서도 2가지 수업이 그런데, 한분은 북경대 총장까지 지내고 중국의 교육정책을 세우기 위해서 정부로 옮겨가셨고, 다른 한분은 중국의 의료정책을 입안하는 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분이다.
이 분들이 주는 밸류는 바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많은 행정가들과 정치 입안자들의 좌절과 어려움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분들은 정부관료들의 현재 정책에 대해서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정말 놀랍게도 이 분들이 가끔 중국의 현실정치를 비판할때면 굉장히 감정적으로 변하시기도 한다. 물론 다른 교수님들도 이런 코멘트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직접 경험해 본 분들이 해주는 말의 진정성과 신뢰도는 차원이 다르다.
각 나라마다 최고 수준의 대학을 다닌다는 것의 즐거움은 바로 이렇게 실제 우리 주변의 경제/경영의 이슈들에 대해서 현실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볼때, 행정부에 가 계시거나, 입법부에 가 계시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교수님들에 대해서 매우 배타적이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현실이 많이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