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2년간의 손익계산서

여러번 말했지만, MBA는 블랙박스 같아서 일단 한번 해 보지 않고서는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갔다 온 사람은 가길 잘 했다고 하고, 안 간 사람은 안가길 잘했다고 하는게 MBA 이다. 끝날 즈음에는 자기 합리화, 개념의 조작, 인지 부조화 등,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rational로 비용을 합리화하려고 들지도 모른다.

나도 MBA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 손익계산을 따져보게 된다. 물론 MBA를 금전적 효용으로 환산하고, ROI (Return on Investment)를 챙기려고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통장이 비쩍비쩍 말라가는 것도 사실이니, 한번쯤 “돈이 다 어디갔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그 동안에 잘 먹고, 잘 놀고, 여행도 신나게 다니면서 지낸 것은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

오늘이 1대 100에 출연해서 5천만원을 탄지 정확하게 2년이 되는 날이다.
(방송은 6월 16일에 했지만, 녹화는 이미 6월 5일에 해 놓았음)

한번쯤 금전적인 부분도 정리를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글을 쓴다.

비용 (Cost)

먼저 비용을 생각해 보자.
(Kellogg가 전미 MBA 중에서 수업료가 제일 비싸니까, worst case 시나리오로 딱 좋다 –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ㅠ.^)

Source: Kellogg Website

대략 1년에 8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9천만원 ~ 1억 정도의 돈이다. 2년동안 하면 2억이라고 대충 계산하면 맞다.
그리고 당신이 회사를 다니지 않음으로해서 상실되는 기회비용도 더해야 한다. 당신의 연봉이 4천이라면 약 8천만원 정도가 더해지므로, 전체 비용은 약 3억 가까이 든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있는 경우라면 여기에 +a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일단 MBA에 오게 되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기회’라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전혀 계획에도 없던 지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 대표적인 경우이고,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그렇다. 하다못해 ‘시카고에 왔는데, 불스 경기라도 한번 봐야지’ 와 같은 것들이나, ‘여기까지 왔는데, 제일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집은 꼭 가야지’ 같은 행동들.. 지금 돌이켜보면, 별것 없었던것 같지만, 그래도 막상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똑같은 결정을 했으리라.

펀딩 (Funds)

2010년 6월 4일에 P&G를 퇴사 했다. 그러면서 길지 않은 첫 직장생활에서 퇴직금을 얻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에반스톤 초기 정착비와 1학년 1학기의 생활비로 쓰였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인 2010년 6월 5일, 나는 KBS 일대백에 나가서 5천만원을 일단 챙겼다. 세금 제외하고 4천 8백 만원정도여서, 이 돈으로 1학년 학비를 나이스하게 마련한 셈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머지 생활비는 회사 다니는 동안에 모아놓은 약간의 돈으로 썼고, 거의 2학년 초반쯤이 되어서는 모아두었던 돈은 바닥이 났다. 그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굽신굽신..

 

일대백이라는 호재를 만나서 나는 아주 운이 좋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돈을 마련한다. 퇴직금이 나보다 훨신 많은 경우도 있을테고, 집에서 좀 보태주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학교의 loan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는 내가 직접 겪어 보지는 않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괜찮아 하다가 졸업 즈음에 쌓여 있는 론을 보고 좀 당황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중간중간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갚아나간 사람들은 조금 한숨을 돌리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방법은 한국에서 장학금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MBA 에게 장학금을 주는 공식적인 기회는 내가 알기로는 미래에셋 글로벌 투자 전문가 분야밖에는 없다. 사실 나도 지원했다가 보기 좋게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에 미래 에셋 장학금을 받은 몇몇 사람들 중에는 이미 스폰서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기에 좀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있기는 했다.

미래에셋 장학금 외에는 몇몇 개인 독지가들의 장학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 분들은 MBA라고 하면 하버드나 와튼 정도만 들어본 분들이라서 그 외의 학교는 지원조차 잘 해주시지 않는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하지만 주변에서 간혹, 회사 내에서 스폰서를 찾으신 분들도 봤다. 즉, 회사의 정식적인 스폰서 경로가 아니더라도 회사내의 고위 매니저분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MBA가 끝난 후에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한 다음에 스폰서를 받는 경우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너무 niche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막상 닥쳐보면 온갖 기회를 다 찾아보게 된다. 나는 오죽하면 TV에 나갈 생각까지 했겠는가?

2010년 7월 즈음에 내가 한국에서 타던 차를 팔았고, 그 돈은 2010년 8월에 고스란히 다시 미국에서 차를 사는데 쓰였다. 약 18000달러 정도의 차를 샀는데, 그 차는 현재 감가상각이 되어서 약 14000- 15000 불 정도, 그러니까 2년간 약 400 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전체 3억에 비하면 1%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합리화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비용의 타이밍(Payment schedule)

MBA 전체 gross 경비는 2억이지만, 이 돈이 한꺼번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Kellogg같은 경우는 Quarter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3개월에 한번씩 약 2000만원 정도, (여름 학기를 제외하고) 6번에 걸쳐서 1억 2000만원 정도의 학비가 들어간 것 같다. 따라서 중간에 섬머 인턴을 통해서 2학년 학비는 마련하는 경우가 주변에도 많이 있다. 예컨대 미국 딜로이트 컨설팅 회사의 경우는 McKinsey, Bain, BCG 등과 인재 경쟁을 하기 위해서 offer를 accpet할 경우에 2학년 학비를 전액 지원해 주기도 한다. 물론 아쉽게도 미국의 경우에 한하지만 말이다.

대략 MBA 섬머 인턴의 월급을 5000 ~ 8000 달러 수준에서 책정된다고 하면, 2-3달의 인턴으로 적어도 한 학기, 혹은 운이 좋으면 두 학기의 수업료를 챙길 수 있다. 게다가 잘 풀려서 Signing Bonus를 두둑히 주는 곳에서 일하게 되면, 1년치 학비를 뽑을 수 있기도 하다. 여기에도 물론 가정이 하나 붙는데, 그것은 방학 동안에 얌전히 일만 하고 놀러다니면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리고 signing bonus는 보통 입사 후에 주기 때문에, 일단 학교를 끝마칠때까지 버틸  수 있는 working capital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돈을 잘 운용하는 것이다. 2년이라는 기간은 충분히 가치투자를 하기에는 긴 window이다. 따라서 평소에 묵혀 둘만한 주식을 봐 두었다가 묻어 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흔히 말하는 블루칩이나 안정적인 곳으로 말이다. 굳이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막상 학비로 주식투자를 하게 되면 손이 떨려서 안정적을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몇몇 알바를 뛸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간단한 tutoring을 하는 경우도 봤고, 나의 경우에는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이곳저곳에 원고를 기고하면서 용돈 정도는 벌었다. MBA에 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특기를 잘 살려서 활용한다면 2년이라는 시간동안 간단한 용돈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컨대 비용은 분할해서 상환하는 부채와 같으므로, 할인율을 적용해서 생각해 보시더라도 분납하는 금액별로 조금은 다른 할인율을 적용하시라는 이야기. 예컨대 내가 이번학기에 낸 학비의 경우 곧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2년전 입학때 낸 돈과는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였다.

결론 – 가치(Value)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Value)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사람들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몇가지 판단 잣대는 있다.

– 시장에서의 나에 대한 가치 상승분 (market value)
–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내재가치 상승분 (intrinsic value)
– 현재는 가늠할 수 없지만, 향후 몇년 안에 터질 대박 (earning surprise)
– 인맥, 경험, 리더십 계발, 아이디어, 브랜딩, 휴식, 가족과 보낸 시간, 골프 실력 향상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 (intangible value)

첫번째의 경우는 아마도 금융계로 나가시는 분들과 같이 엄청나게 큰 jump가 있는 경우일 수도 있고, 두번째의 경우는 대부분 또 다른 조직으로 가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첫번째와 합쳐서) 생각하시는 부분일테고, 세번째의 경우는 아마도 창업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좀처럼 합리화를 잘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좀 괴롭히는 성격이지만,  MBA는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언급한 가치가 사실 나에게는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여행, 가족과의 시간, 휴식, 등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전에 M 님도 글에 남기셨지만, ‘내 인생에 깊이 생각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이 가장 MBA의 큰 가치(value)가 아닐까 생각한다.

“MBA 2년간의 손익계산서”의 2개의 생각

  1. 오해가 있으실까봐 몇자만 첨언합니다
    우선, 미래에셋 글로벌 투자 장학생의 경우 몇몇 사람들은 말씀하신대로 컨설팅 회사에서 스폰서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받은 듯하나 해당연도 장학생들의 대다수는 그렇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번째로, signing bonus의 경우에는 입사 후에 주는 경우도 있지만 IB나 Consulting의 경우에는 실제 sign을 한 후 얼마 안 되어 입금해줍니다.
    장학금과 관련하여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여자분들의 경우 Finance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Morgan Stanley나 BAML에서 지원하는 장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해보시는 것도 좋은 옵션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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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절대 공감 문구.
    ‘갔다 온 사람은 가길 잘 했다고 하고, 안 간 사람은 안가길 잘했다고 하는게 MBA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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