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아기가 우는 소리에 눈을 비비면서 깼다.
TV를 봤는데, ABC에서 하는 일요일 아침의 토론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었다.
요즘 미국 정치의 최대 화두는 아무래도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
오늘의 토론 참여자는 오바마 캠프에서 한명, 롬니 캠프에서 한명, 그리고 경제학자나 언론인, 사회운동가 같은 전문가 패널이 2명이 나왔다. (전문가 패널은 중간에 토픽에 따라서 한두번 바뀐다.) 오늘 나온 전문가 패널중에 한명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이자, 수 많은 베스트셀러의 작가이기도 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었다.(아래 사진에서 맨 왼쪽)
아. 미국은 일욜날 아침에 TV 토론을 해도, 노벨상 수상자 정도는 나오는구나.. 스케일이 다르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TV를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폴 크루그먼의 팬이다)
한참 토론을 보다가 문득 신경이 간 것은 바로 이들의 자리 배치였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100분 토론이나 시사 토론을 보면 항상 서로 경쟁하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을 마주보는 형식으로 앉혀 놓고서 토론을 진행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롬니 캠프의 사람((위의 사진에서 맨 오른쪽 편에 앉은 남자)을 오바마 캠프의 사람(그 옆에 앉은 여자)를 서로 옆에 나란히 앉혀 놓고서, 전문가 패널이나 사회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서 양쪽에 동시에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자리배치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시사점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Kellogg MBA를 처음 시작할 때 1주일 동안 리더십이나 조직문화, 심리 등에 대해서만 2주간 배우는 코스가 있는데, 여기서도 토론시의 자리배치에 대해서 심도 있게 배운 적이 있다.
서로 마주보게 앉혀놓으면 서로 대적하려는 심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항상 우리의 정치인들을 보면서 ‘일하라고 뽑아놓으니까, 서로 싸우고만 있네’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특히 100분 토론과 같은 토론 프로그램에서 서로 마주보면서 의견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시켜놓고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보통 그런 프로그램에는 경제학자, 변호사, 사회운동가 등도 등장을 하는데, 이들도 항상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한쪽의 정당을 골라서 그 옆에 앉힌다.
하지만 이렇게 양쪽으로 경쟁하는 사람을 앉혀 놓고, 사회자나 경제학자가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하면 느낌이 많이 다른것 같다. 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느낌이 들고, 그 두 사람은 서로 더 좋은 대답을 내놓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 같이 보인다.
두 사람이 상대방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의 표정변화도 관전 포인트.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롬니 캠프의 참모(남자)가 어떤 코멘트를 할 때의 오바마 캠프의 참모(여자)의 표정을 보라.
또 하나는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 패널을 모셔놓고는 새누리당 편인지, 아니면 민주당 편인지 꼭 한쪽을 택하게 한 다음에 그 옆에 앉혀서 자기 편을 편드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위의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전문가 집단도 민주당과 공화당에 공정한 질문을 함께 던질 수도 있고, 때로는 한쪽이 옳다 때로는 다른 한쪽이 옳다고 말해 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전문가 집단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 정도는 작용할 수 있지만, 이들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국민 대신에 질문을 던지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눈이 간 점은 토론에서의 참석자들간의 거리였다. 우리나라 토론 프로그램에서의 토론자간의 거리는 좀 먼 감이 있는데, 오늘 본 프로그램은 아침 프로그램이어서 그런지 훨씬 편안한 셋팅(참석자들 모두 머그잔에 커피 홀짝거리면서)에서 진행된 느낌이었다. 안그래도 딱딱한 이야기 뿐인데, 안그래도 거리가 좁혀지기 어려운 이야기들 뿐인데, 서로 대적하는 셋팅으로 멀찌감치 앉혀 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며칠 전에 안철수 교수의 부산대 강의 동영상이 요약된 파일을 잠시 봤는데, 우리나라의 정치 양극화(polarization)현상이 너무 심해서, 선거에서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깊이 공감했다.
언제까지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서로의 밥그릇을 위해서 싸우고만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서로 양 극점에 서서 대적만 할 것인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라도 먼저 그들을 나란히 side-by-side로 세워놓고, ‘국민이 눈을 똑바로 뜨고 너희 둘을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도록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오 역시 통찰력..
좋아요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