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올해 초에 한 컨설팅 회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중국에 오기 전에 책장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지금 읽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존 나이스비트는 198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였던 ‘메가트랜드’ 라는 책을 쓴 사람으로서, 지금은 중국 톈진에 거주하며 중화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서구적 관점에서 중국을 분석한 내용이다. 즉, 동양인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서양적 시각에서 볼 때는 이런게 신기하고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한편 이 책은 2008년에 나온 책이다. 따라서 불과 3-4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중국이라는 국가의 특성상 많은 내용들이 지금의 상황을 100% 반영하고 있지는 않아서 어느정도 감안하고 읽어야 했다.
이 책의 영어제목과 같이 이 책은 중국을 새로운 체계(a new society)로 규정하고, 그 새로운 체계의 구성과 성장을 담당하는 8개의 요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 8개의 기둥은 다음과 같다.
1. 정신의 해방
2.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의 균형
3.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틀
4. 실사구시가 이끄는 성장
5. 미래의 문화를 선도할 예술과 학술의 힘
6. 세계 속의 중국, 중국 속의 세계
7. 자유와 공정성
8. 중국이 준비하는 미래
솔직히 말하자면 정싱적 해방, 문화를 선도할 예술과 학술의 힘 등에 대해서는 ‘이 정도 내용으로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굳이 끼워맞추기 식으로 말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구체적인 사례들이 너무 부족했거나, 논거가 미약한 글들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면 글을 읽는 나 자신이 너무 경제/경영 등에 관심사가 포커스가 되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약간 폄하하면서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내용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나의 중국 유학의 주요 관심사이자,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일만한 내용은 2번의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 사이의 균형’과 3.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틀’ 그리고 7. ‘자유와 공정성’ 일 것이다.
즉, 4-5년마다 반복되는 선거라는 큰 소용돌이 없이, 성과위주로 선발되는(후진타오 와 같은) 공산당의 고위 간부들 중심으로 이 거대한 시스템이 한 방향으로 도도히 흘러가면서 자유와 공정성 간의 발란스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그 비결이 가장 궁금했다.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구시대적인 싸움을 뒤로 한채, 사람들의 시선을 경제 발전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하는데 성공한 공산당의 리더들은 이제 국가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장악한 듯 하다.
이들은 자유와 공정성이라는 두 축의 발란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강압적인 수단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강압성’ 이라는 것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러한 통제를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면 과연 그것을 강압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마저 생긴다.
이렇게 상향식으로 얻어진 권력의 정당성을 바탕으로, 4-5년마다의 대국민 선거에 대한 부담감도 없는 공산당의 주요 권력층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15억 인구의 살림살이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판단이 이뤄지며, 오직 그것만이 이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였다.
어쩌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우리나라가 이랬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국민들 모두가 ‘지금은 역사와 정치를 떠나서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할 때’ 라는 합의가 어느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선거를 통한 심판이 아니라 당분간은 자신이 약속한 것들을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국민들은 책임을 묻는다면? 그렇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이런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뼈아프게 경험했듯이 이런 시스템은 그 사람이 언제쯤 물러나야 할지를 알기가 매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에 리더가 ‘아직도 멀었다. 아직도 위기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국민과의 불협화음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시스템은 이런 단점을 ‘지도자’ 개인이 아니라 ‘공산당’ 이라는 집단의 개념으로 희석시켰고, 그 공산당 안에서는 무한경쟁을 통해서 15억 인구의 앞길을 디자인 할 대표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이 시스템이 한편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나는 몇가지 면에서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양성과 자율이다.
지금 중국의 언론, 문화, 예술 등은 중국이라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국가가 가진 깜량에 비해서 너무 수준이 낮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정치에 있으리라. 언론, 문화, 예술 등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다양성과 자율성의 발현에 달려 있다.
지금 중국의 모든 촛점이 경제개발에 맞춰져 있다면, 사람들은 잠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인민들이 언론, 문화, 예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당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도 있다.
아직 중국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는 내가 이런 말들을 늘어 놓는 것이 주제넘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4개월간 나는 더 지켜보고 싶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