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제: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영어제목: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을 읽었다. 이번에 한국에 들러서 사온 4권의 한글책 중의 하나. 작년 이맘때 나온 책이지만, 작년 7월에 한국을 떠난 나로서는 구할 길이 없었던 책이었다.
‘나쁜 사마리아인’에 대한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초반부분을 읽기 시작하다가 결국 중반부터는 색연필로 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물론 한줄한줄 반박거리를 찾자면 무수히 많은 것들을 찾을 수도 있고, 논리적인 jump도 많은 책이다.
예를 들면, 시장경제학자들은 A가 증가하면 B도 증가한다고 하는데, A가 1990 ~ 2010년까지 20년간 계속 증가했어도 B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A가 감소했던 1970 ~ 1990년까지 20년동안 B가 증가했다. 따라서 A가 B를 증가시키는 것은 틀렸다. 오히려 같은 기간에 C가 증가한 나라에서 B가 증가했다. 따라서 C가 증가해야 B가 증가하는 것이 맞다’
이 논리의 모순은 각 나라마다의 다른 상황(예컨대 경제 발전 단계)을 무시하거나, 동 기간에서 A를 했던 경우와 C를 했던 경우를 동시에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맞는지는 절대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B를 증가시키는 요소에는 C나 A 말고 다른 요소들이 수백개 더 있을 수 있다는 논리적인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메시지가 너무 분명하게 전달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꼭 A가 증가해야만 B가 증가한다”라는 식의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자는 것으로써, 어떤 부분은 말이 안되고,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한번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고, 이런 각도로 세상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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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요지는 100% 자유 시장 경제라는 것은 1) 없고, 2) 있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억지이고, 3) 있다고 한들 국가의 경제성장과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효율적/효과적이지 못하다. 4) 따라서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진시키며, 5) 이미 존재하는 자유시장경제 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많은 것들 (예컨대 지나친 파생상품의 발달)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이 시점에 읽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었지만, 이런 엄청난 위기의식속에서 마치 온실속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는 중국인들 틈에서 읽고 있는 것도 일종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번학기에 듣고 있는 China in Transition 이라는 경제학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다. 이 수업의 교수인 Gordon Liu는 정부쪽에 많은 커넥션이 있는 분인듯 하다. (항상 칭화대 인사보다는 북경대 인사들이 정부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를 서슴치 않으신다 ^^) 아무튼 이 교수님이 중국의 자국의 경제 시스템을 일컷는 말의 변천사를 보여주었다. 사회주의에서 점점 자신들의 경제를 자본주의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고, 마지막으로 얼마전에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을 ‘시장경제’ 라고 선언했다는 사실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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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시장경제라고?
어쩌면 이미 자본주의 vs. 사회주의, 시장경제 vs. 계획경제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 한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시장의 실패에 대한 인식은 널리 퍼지고 있는 듯 하며, 울며 겨자먹기였을지언정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경제체제의 선두주자였던 미국과 영국에서 많은 기업들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제되었다. 이미 우리는 어느정도 정부와 국민의 돈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지금의 경제체제와 함께 숨쉬고 있다. 즉,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순도 100% 시장경제의 종말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위기와 많은 논란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나라 중국. 마치 세상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 대한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중국이 어쩌면 장하준 교수가 말하는대로 정부의 개입이 경제성장을 잘 가이드하는 나라는 아닌가? 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지금 중국은 책임감과 ‘나름대로’의 경제학으로 무장한 똑똑한 관료집단이 계획경제를 토대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교수님의 말과는 반대로 시장경제에 정부의 개입을 첨가하는 것과는 반대의 형태로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니, 중국에는 ‘성장’이라는 마약에 따른 주사바늘 자국이 많아 보였다. 중국에는 극도의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친구들의 말을 듣자면 부정부패 또한 만연하여, 이제는 모두들 이를 당연하게 여길 지경이다. 그리고 연일 터지는 음식물에 대한 스캔들이나 회계부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지적재산권이라는 것이 무시당하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평소의 나는, 나도 모르게 이런 중국의 문제를 ‘자본주의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예컨대 많은 음식점들이 청결하지 않아도 중국에서는 버젓이 장사를 잘 한다. 그들이 정부의 위생검사를 엄청나게 두려워한다고는 하지만, 그 스탠다드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엄청 낮은 것 같다. 다들 그 스탠다드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다 같이 위생수준이 비슷하고, 그렇다보니 특별히 빤짝빤짝 깨끗하지 않아도 장사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식당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면, 쓸데없이 돈 쓴다고 욕먹을 판이다.
이런 자본주의 마인드, 서비스 마인드, 경쟁의 마인드가 길러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일이다. 빈부의 격차도 줄어들고,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성장’이라는 마약에 취해서 보지 못했던 ‘부정부패 척결’과 같이 ‘근대화의 과정에서 희생된 것들에 대한 반성’같은 금단현상도 겪을 것이다… 이러한 고통은 우리가 시장경제에서 얻은 교훈을 발판삼아서 시장경제 시스템을 고쳐나가는 것에 비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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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나는 장하준 교수님이 말한 23가지 ‘things’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많이 반영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파생상품의 지나친 발달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 등은 과연 ‘어디까지가 지나치지 않은가?’ 같은 애매함을 남기지만, ‘정부의 적극 개입이 나쁘지 않다’ 라는 정도까지는 buy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한편으로 괜시리 커다란 공공기업이나 공공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민영화, 민간자율 등의 이름으로 벌여놓고, 나중에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작은 것에만 집착하는 우리 정부의 소심한 ‘개입’도 조금은 개탄스러웠다.

‘장하진’이 아니라 ‘장하준’으로 제목을 수정하셔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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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중국식 시장경제는 모순덩어리야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시장위주의 자본주의 경제를 추구하던 나라들이 흔들리는 요즘에는 오히려 중국식이 더 나은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뭐 이런 시스템들이 모두 결국은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고 우리들은 모두 다른 길을 택해서 걸어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어쩌면 중국이 그 목적지에 더 빠르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요. 중국은 정말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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