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로그를 다니면서 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한국의 대학생활로 돌아간다면 한국의 대학문화에 적용하고 싶은 한가지 문화나 제도는?’
나에게 그것은 honor code 이다.
honor code는 아마도 대부분의 MBA에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켈로그는 학생 주도와 자율로 유명한 곳. honor code 역시 학생들이 만들었고, 학생들이 지켜 나가고 있으며, 학생들 스스로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학생 주도의 자율성에 진정한 감동이 있다.
honor code가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양심에 맡긴다’ 이다. 즉, 많은 부분에서 제도나 체벌을 만들지 않고서도 학생들 스스로 ‘이런 것들은 꼭 지키자’라고 만든 것이고, 모든 학생들이 지키겠다고 서약하고 따르는 일종의 자기 통제 및 제어 수단이다. 대부분의 MBA들이 처음에 학교에 지원할때 website에서 지원서류를 내면서 반드시 사인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때는 이것이 이렇게까지 생활 전반에서 이야기될지는 몰랐다.
honor code가 있기에 교수와 학생들은 서로 믿게 되고, open book, take home exam 등도 상호간에 신뢰를 기반으로 시행된다. 교수가 학생을 믿고 시험 중에 교실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지난학기에는 교수가 실수로 시험문제를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시험날 아침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 교수는 자신의 실수를 금새 눈치챘는지, 몇분 안에 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에는 딱 한 줄이 적혀 있었다. ‘honor code.’ 한마디로 양심껏 자신이 잘못 보낸 메일을 보지 말고, 그냥 학교에 와서 시험을 보라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honor code를 지켰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honor code를 지킨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honor code 를 지켰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오늘 수업 관련된 팀 모임을 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실제 기업에서 벌어지는 의사 결정과 유사한 의사결정들을 통해서 business performance 를 만들고, 이것이 학점에 반영되는 중요한 미팅이었다. 물론 교수님은 없고, 학생들끼리 모여서 한다. 5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우리 팀은 이미 4번의 기회를 쓴 상태였다. 즉, 마지막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점수는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른 팀들의 평균 점수정도 밖에 얻지 못했다. 물론 몇번 더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더 좋은 점수가 나오면 그것을 낼 수도 있는 상황.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한번 더 돌려서 어떤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기는 했지만, 그것을 점수로 내지는 않았다.
집에 오는 길에 혹시 다른 팀들은 여러번 더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제일 잘 나온 점수를 낸 팀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일단 기본적인 전제는 ‘모두가 honor code를 지킬 것이다’ 라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가 자신의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서 양심을 버릴 수 있는 경쟁상태이다’ 라고 학교생활을 가정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후자의 느낌이 들었던 적이 학부를 다니던 시절에 종종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면, ‘한국처럼 경쟁이 심한 곳에서는 honor code의 도입은 힘들꺼야’ 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말이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말이다. 한국의 현실상으로는 규율과 규제가 없이는 스스로 통제가 안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 각박한 현실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한국의 대학에서 다들 스스로 양심을 지켜서 컨닝하지 말고 시험을 보자고 한들,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을 뛰어넘는 더 무서운 것은, 아마도 한국의 대학생들은 스스로가 이런 honor code를 만들자고 제안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스펙을 멋지게 쌓아야만 취업이 되는 현실에서 어쩌면 학생들 스스로가 honor code를 만드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몽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미국이 대학생들, 대학원생들은 경쟁과 스펙 쌓기가 우리나라만큼 빡세지 않아서 그런가? 라는 반문도 해본다. 그들도 나름 다들 ‘죽도록 힘들게’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한국에서처럼 획일화된 잣대로 사람들을 한줄로 세우려는 경향이 훨씬 덜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양심을 지키고 살자는 자율규범을 만든 것은 여전히 기특한 행동인것 같다.
언젠가 나의 모교인 서울대부터 모범을 보여서 훌륭한 honor code 가 생기고, 많은 학생들이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길 희망한다.
도덕적인 기준은 한번 어기기 시작하면 계속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스스로 원칙을 정하고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ellogg의 honor code는 그 연습을 시켜주는 제도인 것 같고요.
좋은 글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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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은 상당히 씁쓸하군요. 같은 강의가 3시수업 4시수업이 있어 4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첫 중간고사 성적이 100점 만점에 88점이라 잘 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평균점수가 87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앞뒷반 시험문제가 같았던 것이고 뒷반 수강생들은 앞반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친구들에게 “당연히” 시험 문제를 물어봤더군요. 앞반 친구가 있으면서 안물어본 저만 융통성 없는 놈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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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경쟁이 심해서 정직하지 못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사회 자체로 놓고 보면 미국이 한국보다 덜 경쟁적인 사회가 결코 아닙니다. 한국처럼 정으로 같이 데려가는 그런 사회도 아니구요.
그보다는 한국 문화에서는 정직함을 훌륭한 가치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보통 ‘들키지만 마라’라는 말이 있죠. 속이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남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말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가치관은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지는데,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부모들 혹은 부모가 고용한 사람(과외 선생)이 학생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한 과제인양 학교에 가져가죠. 이러한 것이 ‘속이는 행위’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미국 문화에서는 정직함은 꽤 높게 사는 가치이죠. 어느 사회나 거짓말이나 사기를 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속에서 그런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큰 차이를 가져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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