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동안 한국을 떠나 있다가 돌아오면 느끼는 바가 많다. 한국에 오랫동안 살면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새삼 보이기 시작한다.
거칠다.
항상 그렇지만 인천 공항의 터미널을 나서는 순간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담배연기이다. 공항 1층 바깥쪽에 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뒤로 항상 흡연자들이 연기를 뿜고 있다. 얼굴이 찌뿌려지고 조금은 불쾌하지만, 바쁘니까 그냥 지나친다. 다음으로 나의 몸에게 적응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은 택시기사 아저씨들의 거친 운전. 한두번씩 몸이 앞뒤로 좌우로 흔들리고 나면, 나는 이제야 비로소 한국에 왔음을 느낀다.
시차 때문에 잠도 안오고 해서 맥주를 하나 사러 갔다. 돈을 내려고 계산대에 섰더니, 내 뒤에서 줄서 있던 아주머니는 내가 아직 계산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카트를 내 허리까지 밀고 들어온다. 바빠 죽겠는데, 빨리 계산하고 가라는 눈빛이다. 카드로 계산했다가 상품권이 있는게 생각나서 카드를 취소하고 상품권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계산대 점원이 짜증으로 응대한다. 그 뒤에 줄서있던 다른 손님들이 째려보는 것은 물론이고, 내 허리까지 카트를 밀고 들어왔던 아주머니는 이미 나를 앞질러서 나보다 더 앞선 곳에 카트를 대고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촌구석 시골에서 2년을 보내고 돌아온 나에게 한국은 거칠다.
와이프와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바쁘고 거칠까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니 다들 살기가 어렵고 각박하기 때문이란다. 쉽게 말해서 못 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못 사는 나라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못 사는 나라라고 스스로 생각할 뿐이다.
빠르다.
한국의 모든 것은 빨리 변한다. 인터넷도, 광고도, 상품도, 가게들도… 모든게 너무 빠르다.
핸드폰을 개통하러 명동에 갔다. 명동 거리에는 불과 1년전까지 없던 새로운 상점들이 깔끔하게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 쓰던 AT&T의 아이폰을 unlock해서 SKT 3G로 전환했다. 시카고에서 사용하던 것에 비해서 인터넷이 약 2배 정도는 빠른 것 같다.
한국은 1년만에 와도 너무 다르고 새롭다.
하지만 나의 질문은 “우리는 왜 이렇게 빨리 그리고 거칠게 변하는가?”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고 발전하는게 과연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내년이면 칠순이신 우리 어머님은, 함흥 근처에서 태어나셔서 7살 시절 한국전쟁때 외할아버지를 따라서 남으로 내려오셨다. 그리고 군자동에 자리를 잡은 외할아버지의 일가친척과 오래 살다가 강건너 천호동으로 이사하셨다가는 다시 70년대에 천호동 강건너편에 있는 구의동에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살고 계시다. 쉽게 말해서 서울 동쪽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도 잘 가지 않으시고, 거의 평생을 사셨던 분이다.
인터넷 없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하지만, 사실 우리 어머님의 세상에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다. 우리 어머님은 영어도,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모르신다.
1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나에게 뿐 아니라 우리 어머님에게조차도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은 하루, 한달, 1년이 다르게 불편해질 뿐이다. 어머님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조금은 못마땅하시다. 어머님 같은 사람들도 편하게 살 수 있게끔 배려를 해 주시길 바라지만, 젊은이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스마트폰이 없고, 인터넷을 쓸 줄 모르고,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하루가 다르게 불친절해질 뿐이다.
우리 모두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도 빨라야 하고, 사회의 변화도 빨라야 하고, 심지어 공부도 선행학습으로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빨리 변화해야 좋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야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사회를 따라잡을 수 있고, 어렵고 각박한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럴 수록 한국의 사회는 더 각박하고 더 거칠어지는 것 같다.
나가며…
얼마전에 내가 즐겨 듣는 손석희 시선집중에서 60초 풍경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술레잡기를 하며 놀고 있는데, 다른 한 어린이가 자기도 끼워달라면서 나타났다. 그런데 원래 술레잡기를 하고 있던 아이중에 하나가 새로 온 아이는 달리기가 느리니까 술레잡기는 그 아이에게 불리하다면서 다른 놀이를 하자고 그랬다. 아이들은 참 순수하다.
1년만에 돌아온 내가 느끼는 것은 한국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 걸음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 대신에 한발 한발 더 신중하게 내딛고, 걸음이 느린 사람들도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지금 한국사회에 더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외국에서 거주중인 블로거가 한국은 살기 힘든 천국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네요^^ 내 친구, 지인들이 있어 좋지만, 그만큼 각박하기도 하면서 퍽퍽하고 살기 힘든 곳인기도 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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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 살다가 뉴욕에 온 저로서는 공감되는 글입니다. 사실 한국이 빨리 변한다기 보다는 시카고에 있다가 서울이나 뉴욕처럼 밀집된 도시에 새로 적응하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도시의 시계는 분명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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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국 특유의 특성도 있는데 서울이 그만큼 유난히 대도시인 것 같아요. 일례로 LA랑 뉴욕만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구요. 뉴욕에서는 참 많이 서울의 향기를 느낍니다. LA 사는 친구들은 그래서 뉴욕 출신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뉴욕출신들은 LA 사람들 느리고 naive하다며 답답해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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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감이 있지만 공감이 많이 가서 글을남깁니다.
저는 지금 스웨덴 욘쇼핑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는데요.
얼마전 윌리스에가서 핸드폰 등록을 하려고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제 뒤에는 이미 엄청난 줄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점원은 아무렇지 않게
제게 집중하며 오작동을 일으키는 제 핸드폰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인 저는 이미 땀이 줄줄났고 괜시리 뒤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길 3분 4분?,,, 저는 그 상황을 참다못해 다른 곳에서 개통하겠다고 황급히 뛰쳐 나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많은 사람들 중 마음을 애태우고 급했던 사람은 저 하나 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딜가도 저는 한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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