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of Business Administration – MBA는 나에게 미술관이었다.

내일이면 마지막 수업. 나의 MBA 유학이 끝나간다. 요즘들어 부쩍 지난 2년을 돌아보게 되고, 나의 인생에서 지난 2년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Art Institute of Chicago

오늘 문득 든 생각은, MBA는 나에게 미술관과 같았다는 생각이었다.

바쁜 생활에 지쳐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자꾸만 챗바퀴 도는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미술관은 달콤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자, 산책과 사색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며, 동시에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다.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는 밖에 다시 나아가서 “나 또한 언젠가는 저런 멋진 그림을 그리리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곳이다. 나 자신은 모르던 다양한 화풍과 원근법, 구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고, 한참 감상을 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추상화나 초현실주의 작품들도 더러 있다.

그 미술관 안에는 나와 같은 관람객들도 많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갖고 있기에, 보는 작품들에 대해서 다른 감상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그들의 ‘다른’ 시각으로부터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많이 배움을 주는 것은 그 안에 있는 큐레이터들, 즉 교수들이다. MBA라는 미술관은 너무 넓어서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을 봐야 하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큐레이터들이 많이 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자신이 아티스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큐레이션과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에 정통한 사람일 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이 직접 작품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작품에 대해서 해주는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혼자서는 보지 못했을 많은 것들이 조금씩 보인다.

물론 이 미술관은 입장료가 무지하게 비싸다. 과연 그 돈을 내고 작품을 감상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미술관에 들어가서 좋은 작품들에 흠뻑 빠져서 감상에 젖어 나오는 사람들은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더러는 자신의 돈으로 관람료를 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회사에서 입장료를 내준 경우. 이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에 있어서 좋은 구경했음’을 감사하게 여기고 돌아가는듯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내가 미술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나는 내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보고, 이렇게 많은 영감을 얻고 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아까워서, 비싸서, 혹은 우리나라 미술과는 상관없는 서양미술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특히 미국에 있는 미술관에 들어가기 싫어하지만, 나는 왠지 어려서부터 미국에 있는 좋은 미술관에 한번쯤 들어가보고 싶었다. 입장료가 비싸더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뉴욕까지 왔는데, MOMA라도 한번 봐야지 않겠어? 라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즐기고 싶었다.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내가 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으니, 2만원 어치의 효용을 얻고 100편 이상의 작품을 감상하리라’는 식의 계산이 아니었다. 나는 내 평생에 두고두고 기억할 경험과 추억에 대한 댓가를 지불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가 되는 작품도 있다.

미술관이라는 곳에 있는 작품들은 그것이 비록 자연을 그대로 옮기고 묘사해 놓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미술관 안의 작품일 뿐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자연을 보려면 산과 물이 있는 곳으로 가고, 사람을 보려면 사람을 만나야지, 왜 미술관의 화폭에 갖혀 있는 자연이나 인물화를 감상하냐고 묻는다. 그것은 아무 소용없다고, 진짜 자연과 사람들은 저 밖에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작위적으로 잘려진 형태의 자연의 모습, 그리고 심하게 왜곡되고 과장된 인간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 보는 것도 많은 영감을 준다. 그냥 바깥에서 길거리를 걸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해바라기 꽃 하나도, 미술관에서는 엄청난 작품으로 승화되어 있기도 하다. 바깥에서는 그냥 지나쳤을 어느 할머니의 뒷모습이 미술관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새로운 작품을 그리려면, 이제는 나도 감상을 끝내고 밖으로 나가야 할 때임을 안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는, 많은 영감과 휴식으로 충만한 관람객들을 데려가려는 택시와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우리는 그곳에서 새로운 작품활동을 할 것이다. 몇몇 친구들은 굳이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기 보다는 그냥 걸어서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고 하기도 한다. 어떤 친구는 미술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며, 음악을 하겠다고 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힙합가수로 데뷔한 친구가 우리 class 한명 있다.) 혹은 몇몇은 아예 미술관에 남아서 큐레이터가 되겠다고 하기도 한다. 저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벌써 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다. 나는 조금은 조급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쾌적한 곳,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 훌륭한 작품이 많은 미술관에서 계속 머물면서 좋은 생각, 좋은 감상만 하고 싶기도 하건만, 미술관 관리인은 나에게 ‘졸업장’이라는 티켓을 쥐어주며, 다음 손님을 위해서 나가달라고 말한다.

이제는 정말 Museum of Business Administration을 떠나야 할 시간인 것 같다.

“Museum of Business Administration – MBA는 나에게 미술관이었다.”에 대한 한 가지 생각

  1. 알 수 없음의 아바타 http://www.facebook.com/people/Terry-Taehoon-Yang/643783801 Terry Taehoon Yang 댓글:

    와우..비유 좋네요. 미술관 나가면 그림 그리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잘 되겠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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