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이 블로그는 정치 블로그가 아니다. 하지만 “합리적 판단을 지향한다”는 가치를 지향하는 곳이기에, 안철수 교수에 대한 논의를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왜곡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오늘의 포스팅은,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한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기사들이 왜곡되었다?’ 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바로 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계속 추측된 보도만 나오고, 안철수 교수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이미 현실 정치에 참여한 사람처럼 몰고 가는 여론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까지 일관되게 아무런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밝힌 의사는 ‘잘 모르겠다’ 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말하는 바와 행동하는 바가 같았던 솔직함이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매력의 근원이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하지 않는다.그것이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기존 정치인 (혹은 보다 넓은 의미의 사회의 지도층)과 그 자신을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아닌가?
나 또한 안철수 교수의 팬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가 정치가로서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대선에 출마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만약 이런 나의 예상을 깨고 안철수 교수가 이번 대선에 출마한다면, 나는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
물론 안철수 교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시에 그는 따뜻한 감성을 지녔고, 소심하지만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나의 이러한 판단 근거는 그의 책이나 그가 나온 TV 프로그램, 강연 동영상, 그리고 신문 기사 등등의 2차적 자료에 근거한 판단이기 때문에, 내가 그를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 그가 내가 아는 바로 ‘그’라면 아마도 그는 1) 현실 정치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2) 스스로 영향력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3)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움직이기만 한다면 돕겠노라고 이야기 하고 있으며, 4) 이 모든 것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를 한단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함을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빠진 부분은 무엇인가?
두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경험, 두번째는 컨텐츠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정치인/행정가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안철수 교수는 정치인으로서의 경험보다는 대선을 위해서는 행정가로서의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현실 정치인과 그를 구분짓는 차별점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는 행정가로서의 경험을 자기 자신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이다.
물론 기업을 경영하거나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행위를 오래 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국가나 정당의 경영도 기업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을 담당해 볼 경우에 닥칠 수많은 불확실한 변수들이 있음을 우리 모두 안다. 흔히 말하는 known known (우리가 알고 있다고 알고 있는것), 우리가 모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known unknow),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모르는 것들 (unknown unknown) 중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것은 unknown unknown 이다. 즉,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모르는 것들이다.
따라서 안철수 교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경우에 요직에 앉아서 몇년간은 정치와 행정에 대해서 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합리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번에 정치권에 뛰어들지 않고, 충분히 다음 정권에서 요직을 가질 수 있는 위치 정도에 있고 싶어할 것이다.
두번째로 부족한 것은 컨텐츠이다. 그의 정치적 견해가 어떠한지는 아직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시험해보고 또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현실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견해라는 것은 한번 쓰여지면 고치지 못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계속해서 현실에 따라서 업데이트 되는, 어떻게 보면 백지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아마도 그가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그의 머릿속을 해부하려고 들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정치적 견해에 대한 노출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정당에 들어가는 것이거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이지만, 안철수 교수는 현재까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노출을 감행한다고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국민들의 그의 의견을 충분히 납득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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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모든 것은 추정이다. 즉, 안철수 교수가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그는 대선에 나올 충분한 능력과 의지 그리고 인적/물적 자원을 가졌을 수는 있으나, 정치와 행정에 대한 경험과 노출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내가 알 정도라면 그분 스스로도 충분히 자각할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번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옵션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기 자신은 대통령을 하면서 논리적/합리적으로 큰 방향성 형성에만 관여하면서, 정치적/행정적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국무총리에게 일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라면 반대의 어프로치를 택할 수도 있다. 즉, 자신보다 더 정치적 경험과 노출이 많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추대하고 자기 자신은 실무를 좀 더 경험하는 방법 말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를 위하는 방법, 혹은 현실 정치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사견이지만, 안철수 교수는 이번 대선에 나올 것 같지 않다.
다만 현실 정치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과 노출을 쌓은 후에 2013년 이후의 기회를 택할 것이다.
백낙청 교수님이 한 podcast에 나와서 말씀하신 2013년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심하게 깊이 공감했다. 내가 평소 두루뭉실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서 이렇게 비전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정리해 오신 분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물론 나는 기업경영이나 경제적인 측면에 더 집중해서 생각했을 뿐이고, 백낙청 교수님은 더 크고 넓게 생각하셨다.
2013년 체제는 어쩌면 5년 더 유예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2012년 봄에 여기 미국 시카고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한 유학생의 눈에는 그럴것 같다는 느낌이 좀 더 많이 든다.
(이 다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능력 밖이거니와 블로그의 성격에도 적절치 않으므로 이만 줄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