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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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9일,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왔다. 운이 좋게도 티켓팅 과정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편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 비행기처럼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가면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공간이 또 있을까? 설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겠지만, 12월 말이라는 시간이 주는 특별함에, 승객들 모두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얼굴인 듯 했다.

나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과 얼마전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가정부 미타’라는 드라마를 담아와서 봤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책이라서 그런지 비행기 안의 조용함과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반면 ‘가정부 미타’ 라는 드라마는 소재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어떻게 10년만에 처음으로 40% 시청률 드라마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소재 자체의 힘을 11편을 만들기는 부족했다는게 나의 감상이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이민국에서는 거의 1시간 반 가량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도 가방에 가져온 김치는 걸리지 않고 무사히 통과했다. 가장 안도감을 얻는 순간인데,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 수록 약해지는 자기 자신을 느끼기 때문에 안도감과 동시에 서글픔도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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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년, 그러니까 2011년의 1월 1일은 실종됐다.. 2010년 12월 31일에 하와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2011년 1월 1일 새벽에 시카고 공항에 내렸기 때문에, 태평양 상공 혹은 미국의 서부 어느곳에서인가 나의 2011년 1월 1일은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하나도 아쉽거나 허무하지 않다. 그냥 똑같은 하루, 일분, 일초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올해는 켈로그에 계신 한 커플의 불쌍한 독거노인 구제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그분들과 함께 그 분들의 집에서 Bud를 마시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TV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광경을 먼저 방송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시카고 시간에 맞춰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밤 11시에 타임스퀘어에 모인 사람들을 TV로 보면서, 타이밍을 빼앗긴채로 시간차 공격을 당한 배구선수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린 아직 1시간 남았는데, 그들은 먼저 폭죽도 터뜨리고 난리다. 시카고에서 폭죽을 터드리면, 에반스톤에서도 보이는데, 올해는 무슨 일인지 시카고쪽에서 폭죽이 올라오지 않는다. 미시간 애비뉴에는 지금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월 1일이 밝았다. 새해 첫날 점심은 이 블로그의 필진이시기도 한 Terry 형님과 형수님의 독거노인들 구제 프로젝트 덕분에 떡국을 먹을 수 있었다. 떡국에 김치를 먹고나니까, 집 떠난지 1주일도 안됐는데, 뭔가 그리운 한국 음식을 먹은 느낌이다. 떡국을 먹었으니 정말 34살이 된 것이다.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정말 30대 중반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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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살고 있던 1500 Chicago Avenue 의 아파트에서 방을 빼고, 1725 Orrington Avenue에 있는 McManus Living-Learning Center, 즉 Kellogg의 기숙사로 들어왔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입주한지 3일이 지난 지금까지의 평가는 ‘매우만족’이다.

미국에서 살면서, 정착 생활을 피곤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전기, 인터넷, TV설치 등인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모두 해결되니까 매우 편하다. 아직 가구배치나 자잘한 정리사항등이 나의 까탈스런 성격에 100% 매치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곳의 외관을 갖추었다.

미국은 확실히 소비의 천국이다. 지난 3일 동안, H-Mart(한국수퍼마켓), Mitsuwa(일본 수퍼마켓), Whole Foods(프리미엄 수퍼마켓), Target (할인수퍼마켓), Radioshack (전자제품 매장), Barnes & Noble (서점) 등을 오갔다. 음식을 사다가 내장고에 넣고, 전자제품들을 연결하고 나니까, 나도 집안에만 있지만, 무언가 외부와 연결된 느낌이 든다. 기숙사에서는 이상하게도 Apple Airport Express를 사용할 수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집은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추었는데, 나는 그렇지가 못하다. 미국에 온지 3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차적응을 하지 못한채, 고생하고 있다. 어제는 24시간 동안 깨 있다가 저녁 8시반쯤 잤다. 그 정도면 아침에 일어날 줄 알고 그랬는데 새벽에 또 깨버렸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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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특히 finance에 대한 감을 좀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지난 여름 인턴하면서 finance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느끼기도 했고, 아마도 제대로 finance를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올 한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번학기 수업을 5개 듣는데, 그 중에서 4개가 finance과목이다.

수업들은;

Financial Analysis and Reporting 2 – equity를 주로 다룬다고 해서 신청했다. equity는 중요하니까
Financial Decision – 실무적으로 재무정보를 통한 의사결정 시뮬레이션을 주로 해 보는 수업이다.
Derivatives Market – 현재 미국에서 파생상품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밥 맥도날드 교수의 수업이다. 켈로그에서 한번은 꼭 들어야 한다고 해서…
LBO Modeling – 지난번 인턴은 LBO에 관련된 일이었다. 실무에서 LBO가 이렇게 많이 쓰일줄 몰랐기에, 돌아오면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수업이다.

그 외에도 다른 2개의 수업 – Crisis Management에 대한 것과 조직 시스템 구조에 대한 것 – 을 듣는다. 너무 heavy workload가 예상되서, 한과목쯤 다운시킬까 생각했으나, 아무리봐도 다운시킬만한 과목이 없어서 고민이다. 2012년은 여러모로 적응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도 Finance와 관련된 내용들을 종종 올릴 생각이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이 위주가 될 것 같기에 혹시 실무에 계시는 분들이 보기에 ‘아니다’ 싶은 것들은 바로바로 코멘트를 해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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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com 이라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알게 되어서, 매일,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 두번 들어가서 본다. 참고로 이 사이트는 하루에 한번 업데이트 되는 사이트다. 아마도 2012년에는 가뜩이나 소비지향적인 나의 성향이 꽃을 피우지 않을까 심하게 걱정이 된다. 2012년의 주요 watch-out중에 하나이다.

2012년의 또 다른 watch-out은 나의 운동인데, 중국에 간 이후로 거의 운동을 안해서 지금까지 거의 6개월 가량 규칙적인 운동을 쉬고 있다. 아마도 가장 인기 있는 새해 결심 (new year’s resolution)중에 하나는 ‘규칙적인 운동’일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에도 좀 재미를 붙여볼까 한다. 지금까지는 골프의 재미를 크게 못 느끼고 있었는데, 미국에 오기 전에 술한잔 했던 친구의 ‘매일 골프론’을 듣고서 좀 느낀바가 있었다. 매일 골프를 치면, 새로운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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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컨설턴트로서 제대로 일하는 첫 해가 될 것 같다. 많은 고난도 예상되고, 또 재미있는 일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전에 많이 공부하고, 많이 배우고, 또 골프도 많이 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적응해야 할, 그리고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야는 바로 내 가정(family)의 변화이다.

그럼에 생각해 보건대 2012년은 여러모로 적응이 어려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지만, 또 여러모로 나의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예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012년 적응기”에 대한 한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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