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긴 영화, 파이 이야기(Life of Pi)

 

파이 이야기(Life of Pi)를 봤다. 그것도 몇 주 전에 말이다.

하지만 몇 주 동안 머릿속에서 이 영화가 떠나지를 않는다. 이렇게까지 여운이 길게 남은 영화는 실로 오랜만인데, 그러면 파이 이야기 이전에 그렇게 오랜 여운을 준 영화가 무엇이었나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수는 없다. 이 영화의 감독인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건 단순히 두 영화의 감독이 같기 때문일 것 같다.

이 영화가 특별히 깊은 감동을 준 것은 물론 아름다운 화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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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of_Pi_2012_Poster

며칠 전에는 미국의 한 MBA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life of Pi의 교훈과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연구분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데, 이를테면 기업의 financial strcuture와 그 기업의 HR 과의 관계라고 한다. 일견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학문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분야라서 꽤나 heavy 한 quant 증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통계적 유의미성을 증명하고, 치밀한 로직을 세워서 설명을 해도, 몇몇 교수들은

‘I fully understood your logic, but I don’t buy it’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알겠으나, 믿지 않겠다.

고 대답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즉, 믿고 안믿고는 그 사람의 선택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아무리 숫자나 통계로 치밀하게 증명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믿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허무맹랑하고 이상한 이야기라도 그것을 믿는 것은 듣는 사람, 즉 나의 선택이다. 믿고자 한다면 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믿을 수 있다.

나 또한 매우 논리적/ 분석적/ 이성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논리와 분석이 맞지 않으면 잘 믿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나에게 ‘파이 이야기’의 교훈은 뒷통수를 망치로 친듯한 충격과 감동이 있었던것 같다.

참 좋은 영화이기에 혹시 보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꼭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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