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고속도로엔 휴게소가 없을까?

제조업을 하는 지인이 컨설팅을 부탁했다.강원도 정선에 있는 공장에 가서 공장의 효율성이나 이익률에 대해서 좀 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휴 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우동이나 해장라면이 땡기던 참이라 좀 반가운 맘도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오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업체들은 장사가 잘 될까? 입점 하려면 월세가 얼마나 될까? 편의점이나 커피숍 같은 곳이야 괜찮겠지만, 다른 지역 특산물 파는 곳은 어떨까? 등등, 사업하는 사람들이 늘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미국에서 귀국한지 얼마 안되었고, 미국에서 이곳저곳 여행도 많이 한 것을 아는 지인이 자연스럽게 물어왔다.

‘그런데 미국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뭘 팔아요?’

순간 막막해졌다. 미국에서도 차를 몰고 로드 트립(Road Trip)을 꽤 다녔지만, 미국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본 적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rest area 라고 불리우는 휴식 공간 (굳이 한자어로 표현하면 휴게소)은 본 적이 있지만, 한국과 같이 포스트가 서 있고, 차가 빠지면 음식 팔고, 음료수 팔고, 화장실이 있는 그런 ‘휴게소’는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살던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 주 뿐만 아니라, 미시간, 미네소타, 아이오와, 뉴욕, 인디애나, 뉴저지, 캘리포니아, 네바다, 워싱턴, 앨라바마, 플로리다, 조지아주 등등의 미국의 13개주 (하와이까지 하면 14개주)를 돌아다녀봤지만, 어디서도 한국의 휴게소 같은 곳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한국같은 그런 휴게소는 없고요..” 라면서 말문을 열었지만, 내 머릿속 한켠에는 계속 다른 회로가 돌아가고 있었다. ‘근데 왜 미국엔 그런게 없었지???’

그 질문은 거꾸로 해야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한국에는 미국에는 없는 이런 형식의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을까?”

그리고 예전에 일본에서 고속도로 여행을 한번 해 본적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었다. 굉장히 아시아적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여기서 이런 형식이라 함은

“고속도로 옆에 바로 붙어 있는 땅을 일정부분 따로 빼서 주유소, 편의점, 우동가게, 기념품 가게, 주유소 등을 마련해 놓고, 그 이권을 정기적으로 사업자들에게 비딩(bidding)을 붙여서 높은 금액을 내는 업체들에게 정부에서 불하하는 것’

을 말한다. 이런 방식은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몇몇 소수의 업자들의 이득을 최단시간안에 최대화하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효율적이고 편리하지만, 효과적/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경험이 많은 몇몇 사람들에게 이익이 몰리는 형태이다. 휴게소에서 일하는 직원 몇몇은 고용창출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겟지만,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더 많이 이익이 분산되거나, 혹은 그 도시에 있는 특색있는 레스토랑, 주유소, 숙박업소 등에게 혹시라도 우연히 들리게 될 사람들이 소비를 하거나 할 가능성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반면 미국의 고속도로는 휴게소는 없고, Exit (출구)으로 나가서 중간중간에 있는 도시를 방문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미시간에 있는 디트로이트로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고 하면 중간에 있는 도시중에 어느 한 군데 정도로는 반드시 고속도로에서 차를 내렸다가 다시 고속도로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도시의 고속도로 입구에는 주로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의 레스토랑 리테일 체인들, 그 밖에 모텔6, 하워드 존스 등의 모텔들, 그리고 Shell, Texaco 등의 주유소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렇게 고속도로에서 잠시 나와서 쉬는 차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백화점식’ 가게들은 전혀 없다. 백화점식이라 함은 한 장소에 모든 것들을 깔끔하게 모아놓은 곳들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띄엄띄엄 가게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떤 경우에는 Exit(출구)로 나간 다음에 몇 마일을 달려야 주유소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어떤 Exit 에서 나가야 할지를 잘 봐야 하고, 예를 들어서 내가 맥도날드는 싫고 버거킹이나 타코벨을 먹고 싶다면 신경을 쓰고 잘 표지판들을 봐야 한다. 그리고 어쩌다가 그런 스토어들이 Exit 가까운 곳에 없으면 난생 처음 가보는 도시의 깊숙히까지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불편하다.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라는 것은 그 주변 도시들에 경제적으로 무언가를 흘려주는 구조는 아니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다만 서울이라는 출발지에서 부산이라는 목적지로 최단 시간에 최대한 빨리 가려는 단 하나의 목적의식만으로 만든 것이다. 반면 미국의 고속도로는 출구 (Exit) 에서 나갔다 들어갔가가 하기는 불편함은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지역 도시, 커뮤니티에 떨궈주는 면이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과거는 다 잘못됐고, 미국의 시스템은 다 좋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 동안 바쁘게만 달려오는데 집중한 한 단면의 모습을 고속도로 휴게소가 잘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런 점들을 인정해야만 우리가 앞으로 고쳐나갈 방향도 잡아 갈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몇가지 해답을 얻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서울-부산라인 중심의 개발, 그 중에서도 모든 것이 서울로 쏠리도록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인프라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 서울. 쉽지 않겠지만, 이곳에 모여 있는 많은 자원들이 분산되지 않고는 지금 우리에게 산적한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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