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질문이 왔다.
저는 미래의 커리어에 대해 어떠한 일이 제가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29살 직장인 2년차 입니다. 저는 지금 모 제조 회사에 2010년 10월에 입사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시절 진로에 대하여 고민하던 중 저 자신에 대한 고민 없이 4학년 당시 가지고 있던 소위 말하는 스팩이 마케팅 쪽으로 가지고 있어서 입사 지원시에 마케팅 직무로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마케팅에 특화되어 있는 소비재 산업군에 막연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2010년 2월에 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생활용품 회사에서 인턴으로 입사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연봉과 인지도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1달만에 퇴사하였습니다. 많이 고민하던 중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지금의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입사하기로 한 이상 1년은 다녀보자라는 마음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소비재 마케팅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지금 회사생활의 문제점으로 저는 지금 두가지를 고민 중에 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일이 정말 없습니다. 저희 팀장님도 마케팅으로 새로 뽑은 인력 둘을 어떤식으로 활용해야 하시는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기에 시장상황 분석 하고 유통점 나가서 조사해서 보고서도 올려보고 했지만 그 뿐이었고 점점 지쳐갔습니다. 배우고 성장하다는 느낌이 없이 회사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영어학원도 다니고 박웅현님 박경철님의 강연도 따라다니고 나름 새로운 자극을 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막연하게 소비재 마케팅에 대한 동경으로 이직을 결심하기에는 제가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로소비재 마케팅 회사에 관해 경험해 본 것은 짧은 인턴생활이 전부였기에 소비재 마케팅 직무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 직무인지? 또한 어떠한 능력과 스킬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은 조직에서의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고 누구를 만나는지 또한 필요한 업무 스킬은 어떠한 것인지 어떠한 Daily routine을 가지는지가 궁금합니다.
두번째로 P&G 코리아에 대해 궁금합니다. P&G의 제품들을 단순히 유통하고 프로모션만 하는 것인지 ? 한국소비자들에게 맞춘 신제품들을 개발하는지? 에 관하여 궁금합니다.왜 P&G가 마케터가 꿈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왜 최고의 직장인지? 조직문화는 어떠한지에 관해 궁금합니다. 또한 입사를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과 어떤 사람들이 입사했는지에 관해 알려주십시요
마아케팅이란 무엇인가?
대학교 1학년때 우리 학교 경영대학에 유명한 노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분의 전공이 마케팅이었다. 그리고 그 분의 마케팅 수업의 시험에는 늘 이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마아케팅이란 무엇인가?’
마케팅 이라는 일이 산업마다 그리고 회사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다.
나는 대학교에 다닐 때, 인터넷 회사, 카드회사, 통신사에서 모두 마케팅 관련 인턴을 했는데 세 번의 인턴십에서 마케팅에서 정의하는 바가 모두 달랐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 회사의 근간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매출(Revenue)를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일을 한다는 것 뿐이다.
심지어 어떤 건설회사에서는 ‘마케팅은 연예인 데리고 광고 만들거나 아파트 이름 짓는 곳.. 따라서 돈을 쓰기만 하고 별로 매출에는 도움이 안되는 부서’ 라고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 ‘마케팅은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부서’ 라는 인식을 가진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많다고 생각하고, ‘광고 = 마케팅’ 이라서 아트의 일종으로 마케팅을 생각하는 회사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매일, 매주, 매월 매출 실적에 쫓기던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편하게 마케팅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마케팅에 대한 이론적 내용에 대해서는 켈로그 노스웨스턴 대학의 교수이자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석학이신 필립 코틀러 교수님의 책을 찾아서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영학과의 마케팅 관리 수업에서 주로 쓰이는 Marketing Management 라는 책은 나도 서너번 읽었고 필요할 때마다 책장에서 빼서 보는 책이다. 요즘도 그 책이 많이 쓰이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론적/ 전통적으로 마케팅의 영역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냥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생각해 보는 광의의 마케팅 업무의 laundry list를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소비자 조사/ 시장조사
– 광고 기획, 제작
– 신제품/ 신규서비스 기획, 론칭
– 리테일 매장관리, 영업망 관리
– CRM or Database marketing
– 소비자 캠페인 기획, 관리 및 실행
– 가격정책 수립
– PR (maybe)
– 브랜드 혹은 제품 전략 수립, 오퍼레이션, P&L Management, Budget 관리
– 패키지 디자인
– 경쟁사 시장분석
– 인터넷, 모바일 마케팅 및 e-commerce 관리
물론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산업과 그 비즈니스의 특징에 따라서 얼마든지 생길수도, 또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소비재 회사의 마케팅이 발달했을까?
내가 이론적 전문가도 아니고, 직장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도 아니지만, 나도 똑같은 고민을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나 스스로의 답은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산업의 특성상 마케터가 가치 창조 할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제는 어디까지나 세제, 샴푸는 어디까지나 샴푸, 칫솔은 칫솔, 면도기는 면도기… 즉, 제품 자체의 기술에서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것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추가적으로 찾아내거나, 소비자가 이 제품에 대해서 광고를 보는 순간부터 매장에 와서 구입하고, 집에 가져가서 쓸 때를 모두 아우르는 모든 경험의 맥락에서 제품과 브랜드가 주는 emotional & functional benefit이 마케터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고 실행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혹은 밸류체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렇게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보고, 느끼고 리서치로 확인한 점들을 R&D나 제품생산 단으로 정보를 주고, 인풋을 해 주는 것도 마케터의 큰 역할일 것이다.
예컨대 A 샴푸와 B 샴푸는 거의 포뮬라가 90% 같다고 해도, 그 제품이 브랜딩, 패키징, 광고 제작, 포지셔닝 등등을 다르게 해서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심지어 소비자들조차 그 제품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지만 다른 마케팅 활동이 자신들에게 추가적으로, 감정적으로, 실용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제공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핵심인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소비재 산업에서는 마케터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가 큰 것이 아닐까? 이런 역할을 각 조직마다 ‘핵심 인력’ 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MBA수업에서 많은 케이스가 다뤄지면 가끔 교수들도 실무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예를 들면 켈로그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기억이 나는 것은 로지스틱스/ 물류 관련 이야기를 할때는 Amazon.com이나 FedEx에 다니다 온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그 클래스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귀기울여서 듣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각 기업, 회사마다 핵심의 역할을 하는 부서가 있게 마련인데, 그 부서는 그 산업이 처한 가장 큰 도전(challenge) 를 해결하는 부서의 인력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텔의 칩 설계 엔지니어
삼성전자의 글로벌 휴대폰 세일즈
애플의 디자인, Product Manager 및 공급업체 관리자
싱가폴의 인력 양성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
Amazon 혹은 페덱스의 로지스틱스 설계
Walmart의 공급업체 관리
그냥 간단히 생각만해도 이런 부서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부서의 사람들이 그 회사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고, 특별히 더 많은 관리를 받는 조직일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가 소비재 마케팅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한가지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소비재 마케팅 job 이 쿨하지는 않다는 것. 확실히 개발 도상국들에서 소비재 기업에서 일한 인력드에 대해서 인식이 좀 더 좋고, 뭔가 더 발전된 서구의 회사들 (P&G, 존슨앤존슨, Unilever, 로레알 등)이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런 job에 대해서 친구들이 많이 respect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아시아나 개발도상국에서 소비재 산업에 대한 appreciation이 더 크다는 것이다.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예전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만큼이나 조심스럽다. 게다가 내가 다른 회사들과 비교를 할만큼 다양한 커리어 경험을 해 본 것도 아니고…그래도 내가 아는한 P&G에서의 경험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면…
내가 P&G 에 대해서 모두 안다고 말하기에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지금 퇴사한지 1년 반정도 지나서 문득 돌이켜 보면 가장 좋았던 점은
1. Training opportunity
2. Leadership opportunity
3. 다양한 산업 경험
4. Brand as a P&G Marketer
5. Ethics
1. 교육 기회
일단 200년 가까이 성공을 지속하고 있는 회사이다보니 그 안에 축적된 엄청난 노하우가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내가 맨땅에 헤딩하면서 하는 일은 거의 없고, 찾아보면 조직의 어느 한 구석에는 그와 관련된 문서, 보고서, 혹은 노트라도 있다. 혹은 보스에게 물어보면 적어도 누구와 이야기를 해보면 그 일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라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이 과거에 다른 과학자들보다 성과를 더 많이 낼 수 있었던 이유를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듯이, P&G를 거쳐간 수많은 마케터들이라는 거인들의 어깨위에 올라 있으면 그 만큼 멀리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 밖에도 회사 내에서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고, 또 퀄리티도 좋았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듣고 싶은지 내 보스와 상의해서 취사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아무튼 다른 회사를 다녀보지 않더라도 ‘이정도 되어 있는 기업은 잘 없겠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2. Leadership
특히 마케팅 부서가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중요한 의사결정에 내가 참여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가 내 브랜드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해서 그게 마케팅과 관련된 토픽 뿐 아니라 영업, 구매, supply or demand, 법률 등등과 관련된 주제일지라도 일단 모든 부서가 마케팅과 상의해서 결정을 하기 때문에 내가 조직에 중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즉 soft skill에 대해서도 계속 트레이닝을 받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의 매니저, 나의 매니저의 매니저 등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가르쳐주니까, 이런 면에서 첫 직작으로 P&G Marketing은 지금 생각해도 가장 잘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된다.
3. 다양한 산업 경험
나는 프링글스 브랜드로 입사해서 페브리즈 잠깐 거쳐, 오랄-비를 하다가 브라운을 하다가 인터넷 마케팅을 경험하고 나왔다.
프링글스는 스낵 브랜드고 마트와 편의점이 주요 채널이며, 인터넷과 매장내 광고를 주요 매체로 활용했다.
페브리즈는 엄마들 상대로 TV광고를 주로 하고, 마트가 주요 채널이다.
오랄-비는 마트, 편의점, 치과 등등을 주 채널로 하지만, 전동칫솔도 있어서 홈쇼핑과 인터넷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치과의사들과의 관계로서 이는 Oral-B라는 브랜드의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다.
브라운은 백화점과 인터넷에서 주로 팔리지만, 마트에서도 많이 나간다. 전기 면도기는 남성들이 주요 타겟이지만, 브라운 믹서/ 토스터/ 핸드블랜더 등의 주방용품도 있어서 주부들에 대한 이해도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 회사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한 대신에 한 브랜드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지는 못했다. 반면 내 와이프의 경우는 P&G에서 일했던 6년 가량의 시간동안을 한 브랜드만 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본 것에 대해서 만족.
4. P&G Brand — an oldie but a goodie
P&G라는 브랜드가 주는 네임밸류는 일단 가치가 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요즘은 굉장히 쿨 한 회사라는 인식은 많이 없기 때문에 특히 developed countries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느낌은 든다. 좀 old한 느낌도 들고…
그럼에도 P&G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지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많이 못 느끼지만 업계에 나가 계신 여러 선배님들과의 네트워크도 장차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5. Ethics
P&G에 대해서 사타니즘 등에 대한 소문들이 도는 것을 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진짜냐고 나한테 물어본다.
나야 모르지… 씬씨네티에 있는 P&G 본사의 지하에서 해와 달을 숭배하는 비밀 의식을 거행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지만 아무튼 종교집단이라는 소문이 돌 만큼 깔끔하게 회사를 운영한다는 생각은 든다.
예전에 프링글스를 할때도, 맥주회사들과 잘 협력하면 매출을 많이 올릴 수도 있었을텐데, 기업 내부적으로 술/ 담배를 promote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어서 못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도 술, 담배, 도박 관련된 일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는 알게 모르게 P&G가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
한국에서 P&G…?
P&G Korea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1)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가 있느냐? 2) 글로벌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거 아니냐? 3) 여자가 다니기에 좋은 회사 아니냐? 등등의 질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글로벌 P&G까지는 경험해보지는 못했으니까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예전에 나와 함께 회사를 다니던 친구들 중에서 지금 해외에 나가있는 친구들은 좀 더 넓은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로는 P&G Korea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계속 다니다보면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고, 두번째는 설령 못나가도 기업문화가 강한 이유로, 조직이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충분히 한국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들에게도 좋은 회사라는 것은 남자들에게는 나쁜 회사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소비재 산업이라는 것의 중심에는 항상 소비자가 있는데, 소비자는 자국의 소비자, 즉 나와 가장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어서 내가 그들이 소비재 제품을 쓸 때의 작고 미묘한 감정까지도 잡아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 마케팅을 할거면 한국 시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선진국으로 갈 경우에는 이야기가 좀 다를 수도 있다. 역시 20-30년전에는 미국에서도 MBA 들이 제일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P&G나 존슨앤 존슨같은 회사가 10위안에 들어왔겠지만, 지금은 google, Goldman Sachs, JP Morgan, McKinsey, Bain, BCG, Facebook 같은 회사가 상위에 들어올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특히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소비재 회사들이 학생들이 미치도록 가고 싶어하는 회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쌤쏭, LG, 휸다이 같은 회사를 다니다 온 친구들에 대해서 확실히 더 관심을 갖는다. 한국 P&G에서 왔다고 하면 물론 어느정도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으나,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어필하기에는 요즘은 한국 회사들도 글로벌 기업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들도 있다는 점.
P&G 입사 전, 입사 후, 그리고 퇴사 후
소비재 산업이라는게 결국은 국내 시장의 크기에 따라서 좌우되고, 시장은 인구에 의해서 좌우되는데, 우리나라는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의 P&G 마케팅은 자리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은 중국/인도의 상대적인 부상으로 인해서 한국의 아시아 시장에서의 위상이 좀 낮아지고는 있지만, 다행히도 한국 마케터들에 대해서 인식이 좋아서 P&G 코리아 내부에서는 외국으로 인재를 많이 수출한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P&G Korea의 경우에 1년에 적게는 2-3명 많아도 5명 정도 뽑았던 것 같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는 안 뽑는 해도 많았다고 한다.
들어오는 사람은 정말 제각각. 뭐라고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어떤 패턴이나 선호하는 백그라운드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영어를 잘 하면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뽑히는 이유는 아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하드스킬은 상관도 없고, 확인도 안한다. 나중에 들어와서 일할때 이런것을 잘하면 좀 더 일하기 편하고, 못하면 좀 더 일하기 불편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입사에는 아무 상관 없는 듯. 배우면 되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hard skill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P&G에서는 심지어 파워포인트도 잘 안쓰고, (P&G는 1page 짜리 워드 문서를 많이 만들기로 유명함), 엑셀도 기본적인 것만 쓰고, 통계 패키지는 거의 안쓴다. 왜냐하면 이런건 다 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내 개인적인 생각과는 좀 대치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건 뭐 기업의 문화니까..
P&G에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좋았던 점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위에서 말한 마케터의 광의적 업무영역에 대해서 그래도 모두 한두번 이상은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냥 쉽게 말하면 대충 마케팅에 대한 토픽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착각하면 안되는 것은 P&G 마케팅의 마케터는 Business Leader를 기르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어떻게 잘 Lead 할 수 있는가? 를 배우는 곳이지, 기술적으로 어떻게 잘 하는가를 가르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P&G 마케팅 다니던 사람들이 제일 억울해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외부의 사람들이 ‘마케팅’ 했다고 하면 자신들의 회사에서의 마케팅의 역학을 투영해서 우리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 경우 실제로 P&G 마케팅이 하던 일 중에서 극히 일부만 다른 기업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 억울한 느낌이 많이 들기는 한다.
간혹 대학 후배중에서 마케팅을 ‘광고 만들기’와 착각하거나, ‘신제품 개발 및 론칭업무’와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아주 많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입사에 지원하면 똑 떨어지기 쉬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광고회사를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MBA를 택해서 퇴사를 했지만, P&G 마케팅만큼 퇴사율이 낮은 곳도 드물 것이다. 최근에 몇년간은 국내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로 많이들 가셨고, 아니면 비슷한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팅 부서로도 많이 데려간다. 아무튼 인더스트리를 떠나서 마케팅 잘 하는 사람을 찾을 때에는 일단 P&G 마케팅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 본다는 소문은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오퍼가 많은 것에 비해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나가지는 않는다는 점.
결론
P&G 출신들은 의외로 MBA는 많이 안간다. 왜냐하면 그냥 P&G에 있는 편이 더 배우는 것도 많고, 인더스트리를 옮기거나 할 때도 계속 마케팅을 할꺼면 P&G만한 곳이 없기 때문. 즉, functional expertise를 계속 기를꺼면 이렇게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회사에서 쭉 오래 다니는게 제일 좋은 길 같다는 생각을 요즘들어서 나는 많이 한다. 물론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얻는 것 만큼 다른 것들도 포기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P&G 마케팅 같은 곳에서는 ‘할 일이 없어서’ 고민하시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일이 없더라도 만들어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 성격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머지 않아서 본인 스스로도 의욕에 넘치게 될것이다. 그러다가 받는 돈에 비해서 일하는 양이 너무 많다는 회의도 들지만, 금새 다시 뭔가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재미있는걸 해보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테니까.
그게 바로 empowerment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하나 맡겨놓고, 니 맘대로 해봐라.. 라고 하는 순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오르게 되고, 물론 그런 아이디어 10개 중에서 1-2개가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의 온갖 피드백과 인풋을 무릅쓰고 막상 마켓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면 엄청난 희열을 맡보게 되니까..
여기까지가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전부인것 같다. 나보다 더 경력이 길고, 오래 P&G를 다닌 분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싶으시다면 직접 P&G에 문의해 보시면 아마도 친절하게 알려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오늘의 이야기는 P&G의 공식적인 이야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제 개인적인 경험담 + 생각 입니다. 공식적인 이야기는 http://www.pg.co.kr 참고하시거나, P&G HR부서에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