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교 후배들이나 학부에 있는 학생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가끔 들리는 소리다.
동아리 같은거 할 시간 없어요. 학점따고 인턴하고 취업하기도 너무 바빠요.
대외활동이 더 중요하죠. 공모전이나 봉사활동 같은것도 많이 해야 해요.
분위기가 바뀌다.
나는 99년도에 삼수한 끝에 내가 원하는 대학, 그리고 내가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97년도에도 대학을 좀 다녔기 때문에 97년말에 IMF 금융위기 터지기 전의 학교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97년도에 대학을 처음 다녔을 때도 93~95 선배들이 대략 95 혹은 96 정도부터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또 88학번인 울 형과 91학번인 울 누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90년도~91년도 쯤에도 학교 분위기가 한번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학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보면서 흔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라고 말하는 현상이 새로운 현상은 전혀 아니다. 내가 후배들을 보면서도 뭔가 다르다고 느끼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이런 분위기 체인지를 몸소 겪고 나니까, 확실히 후배들에 대해서 안쓰러운 생각과 걱정스러운 생각이 동시에 든다. 예전에 우리 선배들도 이 뜻모를 이질감과 애처로움을 동시에 느꼈으리라….
Maybe they are going to the right direction
아니 어쩌면, 우리때처럼 술 많이 먹고, 노래하고 춤추러 다니고, 학점관리는 군대갔다와서 슬슬 하던 시기가 뭔가 잘못되어 있었고, 지금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대학교 3학년때 우리학교 경영대에는 취업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의 붐을 이루었다. 컨설팅, 투자은행, 주식투자, 창업 등과 관련된 다양한 동아리듵이 생겨났다. 그 전까지 컴퓨터 동아리를 하던 나도 결국 이런 동아리 중에 하나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경영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에 대한 갈망이 많이 일었고, 이러한 인터십 기회를 수용해주는 회사도 점차 늘고 있었으나, 2001-2002년까지만 해도 이런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동아리에서는 교수님께서 힘써주시고, 다양한 기업관계자분들께서 신경써 주셔서 인턴 기회가 솔솔치 않게 나왔었다. 덕분에 나도 삼성, 두산 등과 일할 기회가 있었고, 여러 CEO 분들과도 그때부터 인사를 하고, 사석에서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많이 갖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굳이 이런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들이 인턴십을 찾을 수 있다. 기업에서도 워낙 좋은 기회들이 많고, 공모전등을 통해서 똘똘한 대학생들을 많이 모셔가는 모양이다.
그래.. 어쩌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거야. 대학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잃어버리는 것들, 포기하게 되는 것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현상이 학생들이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라, 취업의 문턱이 높아지고, 경쟁이 너무 심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강압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부가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며, 이러한 문제들은 대학생들의 감성을 더 메마르게하는 것만 같다.
현실적으로는 1)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resume building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외활동과 공모전이 소모적이라는 생각, 2)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팀웍을 기를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데, 이런 기회가 없다는점이 안타깝고, 3) 꼭 취업과 관련된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음악, 미술, 체육, 기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스스로 찾지 않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어서이다.
요즘도 동아리 후배들에게 가끔 이야기를 들으면 리크루팅 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때도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우리 동아리를 들어갈 당시에는 그래도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힘, 나만의 스토리, 그리고 네트워크
간단하게 생각해서 내가 대학 1학년으로 돌아가서 다시 대학생활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물론 나도 학과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조금이다. 오히려 수학이나 통계 과목들, 그리고 사회과학과 관련된 수업들을 더 열심히 들어볼껄 하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결국에는 그런 과목들에 들어가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책도 많이 읽어서 생각하는 힘을 더 많이 길렀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었을텐데…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unique한 스토리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은 많이 든다. 한 학기쯤 휴학하고 세계일주를 해본다든지, 뜻깊은 봉사활동을 해본다든지, 아니면 음악/미술/체육과 관련된 무언가에 흠뻑 빠져서 1-2년을 보내보는 경험등을 해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더 후회가 많이 남는다. 그리고 그런것들곽 관련되어서 사회적, 영리적인 활동을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더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킹하지 못했던 점은 역시 아쉽다. 아무래도 경영대학에 다니다보니, 계속 주변에 ‘상돌이’라고 불리는 경영대생들만 득실거렸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이란게 한계가 많았는데, 참 그때는 그게 멋지다고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똘똘하다는 자만감에 많이 빠져있었다는 생각이다. 나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학문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한껏 만나고 그들과 네트워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도 많이 아쉽다.
결론
그런 면에서 나에게 동아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군데 모여 있는, 꽤나 흥미롭게 느껴진 곳이었다. 나는 N-CEO라는 전문경영인을 양성하고자 하는 취지의 경영학회를 했는데, 때로 밤을새는 토론을 하면서 생각이 다름을 확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도 많이 받으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많이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당시에 동아리 지도교수님이셨던 박철순 교수님께도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도 팀웍이라는 것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일을 쪼개서 하고, 다시 합치고, 그리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경험은 정말 신선하고 신성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후배들을 만나면 그래도 꼭 동아리를 하라고 말해준다. 한학기에 1-2학점 정도 덜 듣는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동아리를 열심히 하는 것이 책속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경영학과 친구들에게는 더 그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동아리에서 리더십역할을 많이 하는 것도 큰 자산이 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