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에 잠시 일이 있어서 들렀다. 중국에 있으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과 가깝다는 것이기에, 기회를 되는대로 살리기로 했기 때문.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MBA tuition을 모두 마일리지가 되는 신용카드로 긁었기 때문에 엄청 마일리지가 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2.
오랜만에 집에 와서 어머님이 주시는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TV 도 봤다. 얼마만인가? TV로 보는 9시 뉴스… 그런데 나의 눈길을 잡는 불편한 모습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MB의 미팅모습이었다. 청와대에서 진행중인 미팅으로 보였다. 청와대에서 진행하므로 아마도 중요한 미팅이었을 것이다.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모두 열심히 자신들의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스크롤링을 하고 있었다. 위원들의 창에는 대부분 워드나 PDF로 보이는 문서들이 띄워져 있었다. MB 께서도 열심히 자신의 노트북을 들여다보면서 스크롤링을 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석자들이 열심히 노트북을 보면서 뭔가를 1) 찾거나, 2) 읽는 미팅은 비효율적이며 비효과적인 미팅일 가능성이 많다.
미팅이라는 것은, 특히 중요한 미팅일수록, 기존의 자료나 정보를 습득하는 미팅이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미팅이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회의 전에 미팅 자료를 보내서 숙지하거나, 그럴 시간이 없었더라면 미팅을 미뤄야 옳다.
물론 미룰 수 없는 미팅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 TV에서 보이는 미팅 자료화면은 꽤 여러 다른 시간대의 미팅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모든 자료화면들에서 MB는 열심히 스크롤링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미팅이다. MB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지식을 습득하고, 자료를 분석할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그 밑에 사람들이 보좌해서 간단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빨리빨리 업데이트를 해야 하고, 미팅이 시작됨과 동시에 MB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분명 이런 모습들이 더 high-tech 스럽고, 뭔가 발전하고 연구하는 듯한 모습을 준다는 착각하에서 그런것일게다. 하지만 미팅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은, 중요한 미팅일수록 노트북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4.
(이런 예를 들때면 늘 조심스럽지만, 꼭 미국이 옳다거나 효과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드라마를 West Wing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면, 미국의 국무회의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들의 미팅문화나 토론문화가 우리보다 조금 더 발달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 그리고 이렇게 언론에 공개된 모습이 그들이 문닫고 자기들끼이 이야기할때의 모습과 같다고 가정하고 이야기해보자. 미국의 국무회의 모습을 보면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프린트물들이 몇장 올려져 있거나, 자신들이 가져온 노트들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하는 미팅은 기본적으로 Fact는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so what?)을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일하던 미국계 대기업인 회사에서는 1 pager 에 집착했다. 미팅에서 의사결정을 드라이브 하는 문서를 사전에 만들때, 무조건 1 페이지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데이트 등이 있으면 back-up으로 붙이거나 하게했다. 이러한 습관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했다.
미국의 건국영웅중 한명이 했던 유명한 말 중에서 “미안하다. 편지를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편지를 길게 썼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복잡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1 페이지로 현재의 내용을 요약하기란 쉽지 않고, 그래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한장의 문서로 드라이브 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미팅을 주관하는 사람은 (보통은 직급이 가장 낮은 사람이 미팅을 주관했는데) 정말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고 그 문서에 액기스만 담아야 했다.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
그리고 항상 미팅 전에 이 한장짜리 문서를 참석자들에게 모두 보내고, 그들은 당연히 그것을 읽고 들어온다. 설령 못 읽었더라도 한장짜리라서 미팅 전에 와서 빨리 후루룩 읽는다. 자료가 너무 길어서 못봤다는 둥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흔히 CEO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자기소개 혹은 상황전달을 30초 내로 하라는 엘리베이터 스피치도 같은 맥락에서 하는 훈련이다. 아무리 복잡한 상황이라도 요약해서 정수만을 골라서 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미팅을 들어가서 노트북을 켜 놓고 해 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겠지만, 노트북을 켜 놓으면 아무래도 거기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그래서 미팅 주관자의 말에 자꾸 집중을 못하게 된다. 따라서 뭔가 중요한 노트를 하거나, 분석을 돌리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등의 구체적인 목적이 있지 않으면 중요한 미팅에서는 노트북을 닫아두어야 한다.
정리하면 미팅 전에 참석자들은 1) fact 는 모두 습득하고, 2) pre-reading이 있으면 읽고, 3) 미팅의 목적 및 어떤 의사결정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 모두 알고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4) 중요한 미팅에서는 왠만하면 노트북이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이번주에 많은 블로그에서 박근혜 위원이 자신의 FB 페이지를 ‘수첩공주’라는 캐릭터를 사용해서 론칭했다는 내용에 대해서 다루었다. 아마도 한나라당이 선거에서도 지고, 홍준표 대표의 podcast 황금시간대에 출연시켜달라는 둥의 전혀 젊은세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들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가 론칭되어서, 한 웹 에이전시 (혹은 PR 에이전시)에서 한 티가 팍팍 나는 ‘수첩공주’ 페이지가 탄생했다.
몇몇 블로그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이면 몰라도 수첩공주가 얼마나 국민들의 의견을 담을 수 있겠냐며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해본 어떤 기록매체보다도 공책과 연필은 유연하게 내용을 적을 수 있으며, 그림이나 도표 등도 빠르게 그릴 수 있고, 또 나중에 다시 인덱싱을 하기에도 이보다 편리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CEO들이나 노트 한 구석에 무언가를 긁적이면서 혁신을 찾아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이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수첩의 용량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내용만 적거나, 아니면 수첩이야 더 많이 사면 되니까. 그것을 어떻게 오거나이징 하는지는 주인의 몫이니, 이런식의 비판은 조금 감정적인것 같다는 생각이다.
6.
그보다는 수첩공주라는 캐릭터 자체와 박근혜 대표의 FB페이지 혹은 트위터의 내용과 브랜딩 전략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아래 블로그의 내용은 그런 면에서 일부 일리가 있다.
즉, 이러한 소셜 네트워킹의 도구들을 아직도 단순히 propaganda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적극 동감한다.
7.
또한 그녀는 현재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모습이 매우 비판받고 있어서 ‘공주’ 와 같은 워딩을 캐릭터에 사용해서는 안되었다. 어떤 에이전시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박근혜 대표가 이런 브랜딩 전략에 찬성했는지 어떤지는 모르나, 명백한 실수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한 시점에 이렇게 어이없이 반대방향으로 가버리다니 말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는 뭔가 아바타를 써야 하고, 가명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아바타나 캐릭터로 자신을 대변하는 것은 인터넷 초기(AOL이나 국내에서도 천리안, 하이텔 등이 유행하던)에 유행하던 행태였다. 요즘은 미국의 인터넷에서는 점점 더 많이 실명을 표기하거나 심지어 huffingtonpost.com 같은 사이트는 항상 기사나 의견을 올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실사 혹은 그림으로 올리게 되어 있다. 많은 우리나라의 컬럼리스트나 인터넷 블로거들이 자신의 얼굴을 묘하게 가리거나 얼짱샷으로 찍고, 또한 미네르바 등의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뭐 mbablogger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나 자신도 100%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나는 처음부터 굳이 이름을 숨기지는 않았으니깐..^^
8.
우연히 티비를 보다가 나오신 MB를 보고, 또 수첩공주 페이지를 보고 미팅, 기록, 브랜딩 등 매우 경영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온 것 같아 적어봤다.
여기는 어디까지나 정치 블로그가 아니고, 경제/경영 블로그니까… 오해없이 정치적 색체는 배제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 MBA Blogger Posted on October 31, 2011 by acousticlife. This entry was posted in Rssx01 and tagged MB와, 기록하는, 놋북, 단상.., 대한, 미팅에, 미팅하는, 박근혜를, 보며…, 부제, 수첩으로, 펴놓고. Bookmark the permalink. « Ferrari 458 Spider a top-down, top-rung sportsc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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