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테일 이야기 (1) – 중국의 하이퍼마켓

미국, 일본, 한국에 살면서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바로 세 나라의 리테일 환경이 무지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문화권이고, 또 미국과 한국은 라이프스타일이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것 같아서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리테일 환경만큼 소비자들의 쇼핑 스타일을 가장 극단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없기에, 이들 나라에서 내가 겪은 리테일 스토어들은 모두 너무나도 달랐다.

앞으로 약 3번에 걸쳐서 중국의 리테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여기서 리테일이라고 하는 것은 주로 마트나 슈퍼마켓, 그리고 편의점과 같은 생필품을 사기 위한 리테일 스토어, 혹은 패션상품을 사기 위한 쇼핑몰, 백화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자제품 등을 사기 위한 전자제품몰 등을 말한다.

그 밖에 브랜드 리테일 스토어들, 예를 들면 맥도날드가 직접 운영하는 맥도날드 레스토랑이나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애플 스토어, 바디샵이 직접 운영하는 바디샵 스토어 등은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으므로, 여기에서는 제외하기로 하겠다.

그 첫번째 순서로 오늘은 생필품을 파는 마트 혹은 수퍼마켓 채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중국역시 하이퍼마켓이 대세

북경에 와서 한가지 놀라웠던 점은 생각보다 편의점이 발달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7 Eleven이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이나 일본처럼 많은 숫자의 편의점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 정부소유의 리테일 스토어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90년대 이후에 급속도로 중국의 리테일 시장이 개방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재래시장이나 로컬 소형 수퍼마켓의 시장이 점점 체인스토어화 되었고, 다양한 형태의 현대적 리테일 스토어들이 등장하게 된다.

현재 베이징은 한국만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은 하이퍼마켓(hypermarket, 흔히 한국에서 대형마트라고 하는 형태) 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하이퍼마켓으로 점차 트랜드가 옮겨가는 중이라는 느낌은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아예 이런 트랜드 자체를 느낄 수 없었다. 편의점과 지하철 역주변의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s) 혹은 주택가 주변에 자리잡은 수퍼마켓들이 완전히 안정적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것으로 느껴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중관촌에는 북경에서 제일 크다는 까르푸(家乐福)가 자리잡고 있다. 까르푸는 중국에서 비교적 성공한 외국계 하이퍼마켓 체인에 속한다. 이들은 이러한 하이퍼마켓 중에서 최초로 신선식품(야채/생선)을 스토어에 들여 놓음으로써 중국의 소비자들의 발길을 자리잡는데 성공했고, 낮은 가격과 믿을 수 있는 품질의 브랜드를 내세워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까르푸의 성공적 중국시장 진출

나와 나의 와이프는 이전 직장에 다니면서 이러한 형태의 하이퍼마켓이나 편의점, 그리고 동네 수퍼등을 아마도 수백번은 다녀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런 스토어에 들어가면 쇼핑을 함과 동시에 스토어 안에 있는 이것저것에 대해서 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하이퍼마켓은 바로 까르푸. 그래서 많이 가고, 많이 가는만큼 날카로운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중관촌의 까르푸는 중국 최대라고 한다. 이 까르푸 중관촌점을 들어가서 쇼핑을 많이 하면서 느끼는 것은 1) 신선식품 코너가 크고,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많이 들여놓아서 localization을 잘 했다는 점, 2) 생각보다 beauty care category(화장품, 샴푸, 남성 그루밍 – 면도/로션 등) 가 잘 꾸며져 있다는 점, 3) 중국의 국산 브랜드와 외국의 브랜드간의 발란스를 비교적 잘 잡았다는 점 ( 다른 말로 하면 assortment가 괜찮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까르푸도 욕을 많이 먹는다. 그 이유는 1) 이곳에 제품을 리스팅 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리스팅 fee를 줘야 하며, 그 권한은 대부분 스토어 점장에게 귀속되어 있어서 많은 부패의 원인이 되며, 2)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문제가 되는 프로모터들, 즉 판매 도우미들를 서포트할 것을 제조업체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 밖에3) 제조업체들에게 지급대금을 안주고 미루거나 하는 일도 물론 많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전혀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은 참으로 슬픈 일이기는 하다)

사실 미국의 Walmart나 한국의 E-mart의 포지셔닝, 즉 이러한 하이퍼 마켓을 오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큰 세그먼트인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지셔닝을 여기서는 까르푸가 이미 잡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까르푸보다 더 잘 가는 스토어는 BHG라는 마켓인데, 이곳은 보다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많고, 좀 더 고가이다. 그 밖에도 Walmart 가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 외에는 로컬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Wumart (Chaoshifa) 등이 있다.

한국마트들도 중국에 왔다고 하던데….

한국의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들어와 있으나 아직 제대로 포지셔닝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왕징에 있는 롯데마트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기대가 컸지만, 실상 가보고는 실망이 더 컸다. 사실 이런 하이퍼마켓 비즈니스라는 것이 가장 값싸고, 대부분의 assortment를 갖춘 플레이어 한명이 1등을 먹고 나면, 남는 자리라는게 별로 없는데, 그 과정에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이 이미 까르푸가 가져간 포지셔닝에 비슷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차라리 미국에서 Target이 하듯이, 디자인에 더 집중한다든지 하는 것은 어땠을까? 아니면 Trader Joe’s 처럼 외국에서 수입된 특이하고 재미있는 음식이나 아이템 등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리테일 트랜드가 하이퍼마켓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아직 포지셔닝의 분화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그 가운데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별로 필요한 중소형 규모의 수퍼마켓 체인이나 편의점의 발달도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많이 뒤쳐져 있는 상태이다. 이런 곳에 대해서 니즈를 느끼는 소비자들도 분명 많을테고, 그 반증으로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아직도 로컬 시장들도 많이 잔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리테일조차 아직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중국에는 얼마전부터 계속 유제품 파동이 있었다. 그래서 냉장보관하는 우유는 점점 줄어들고, 이렇게 팩에 담긴 우유가 더 많다.

까르푸 중관촌 점에 붙어 있는 사진. 뭔가 촌스런 느낌…

점점 줄어들고 있는 냉장보관 신선우유코너. 얼마전에 후진타오 주석이 자신의 꿈은 중국인민이 모두 신선한 우유를 마시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식품 스캔들이 심각하다.

중국의 마트에 가면 항상 맡을 수 있는 두리안 냄새.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지금은 두리안을 너무 좋아하게되었다.

아직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는 코너. 오리를 발, 목, 머리 등등의 부위로 나눠서 판다.

중국의 대표 와인 브랜드 만리장성 와인.

아직 자국의 식품에서 스캔들이 많이 발생하는 중국이기에, 마트마다 수입식품 코너가 크고, 다양한 상품구색이 되어 있는 곳이 많다.

까르푸의 뷰티케어 섹션은 매우 잘 정돈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제조사별로 프로모터들이 모두 나와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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