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서 당장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한국과는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종종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나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일찍 잔다는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밤 11시’ 의 의미는 나에게 다음 중에 하나였다.
1. 일을 끝내고 친구들을 만나서 한잔 하러 가는 시간
2. TV에서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
그런데 중국에서 밤 11시는
1. 잘 시간
2. 지하철 막차가 끊기는 시간
중국 친구들과 만나면서 느낀 차이 중에 하나는 이 친구들이 생각보다 술자리를 잘 안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북경대 주변에는 북경대학, 칭화대학, 인민대학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서울의 신촌과 비교될 만한 곳인데, 생각보다 이 주변에는 호프집도 많지 않다. 아직 이곳의 학생들에게 호프집에 가서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광경은 매우 낯설기만 한 광경인 것이다. 한 중국 친구에게 ‘치맥’ 먹을 만한 곳을 물어봤더니, 싼리툰(서울의 이태원 같은 외국인이 많이 가는 곳)에 가면 후터스(hooters)나 버팔로 와일드 윙스 같은 미국식 맥주 바가 있다는 대답만 돌아와서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 70~80년대에 이런 ‘서구적’ 문화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인 우리가 이상한건가? 라는 생각마저 들게된다.
중국사람들은 식사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술을 판다. 우리나라는 식사와 술이 많이 분리되어 있는 문화라서 식사를 한 곳에서 하고 술을 2차로 간다. 이런 문화가 더 늦은 시간에 우리를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울러 중국에 와서 실망스럽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TV 예능프로가 볼만하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예전에 일본에 살 때 하나의 기쁨이 바로 TV에서 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자막이 많이 나와서 일본어 공부가 저절로 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막상 중국에 와서 친구들에게 볼만한 TV 프로그램을 물어보면, 다들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실제로 아무리 채널을 돌려봐도 별로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 보인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재미있는 중국 TV프로그램을 아시는 분들은 추천 바랍니다.) 참고로 나의 애청 프로그램은 ‘토마스와 친구들’ 이며, 이는 내 중국어 수준을 고려해 볼 때 다소 어렵긴 하지만, 교훈적인 측면이 많아서 볼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왜 ‘토마스와 친구들’이 밤 10시경에 하는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이런 중국의 TV 프로그램 편성은 우리나라에서 밤 11시가 예능프로그램의 황금 시간대인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심야 방송들은 모두 자극적인 토크와 유명한 스타들이 나오는 것들이며, 대개는 12시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12시를 훌쩍 넘겨서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그런 방송을 보기 시작하면 12시에 잠이 드는 경우도 드물다. 보통은 12시를 훌쩍 넘기고, 1시는 되어야 솔솔 잠이 온다.
이러한 경향은 아마도 내륙의 중소도시로 가면 더 심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렇듯이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중소도시, 그리고 시골로 갈 수록 사람들이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를 찾아본 것은 아니다)
중국이 전체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는 아마도 아직도 중국 사회를 감싸고 있는 사회주의적 분위기도 큰 몫을 하는 것 같고, 농업적 근면성이 남아 있는 많은 농촌 출신의 노동자들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뭐라고 원인을 꼬집을 수 없는 이들의 근면한 생활속에서 나도 어느새 12시 취침이라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벌써 자야할 시간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