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3주차 – 만리장성의 허무함 (Beijing Week #3)

 

근황

베이징에 온지 벌써 3주다.

이번주에는 주중에는 아침마다 학원에 열심히 다녔다. 와이프가 8시 수업, 나는 9시 수업인데, 그냥 아침에 같이 택시 타고 나간다. 베이징의 교통/택시가 좀 걱정되기도 하고, 아침에 한시간 정도 혼자 커피타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이다. 주로 우다커우 역 근처에 있는 뚜레주르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책을 읽거나 중국어 공부를 한다.

대충 점심을 떼우고 오후에는 북경대학에 가서 MBA 수업을 듣는다. 이번 학기에 듣는 과목은 5개.
– Cases on Financial Accounting
– Tax Planning
– Transition in China
– Marketing Channel
– Current topics in Chinese Strategy and Investment

수업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팅으로 이야기 하겠다.

만리장성의 허무함

토요일에는 만리장성에 갔다. 드디어 가 보는 만리장성!!

그런데…너무 기대가 컸나보다. 만리장성은 그냥 나에게는 허무 그 자체였다. 산 등성이에 높은 성을 쌓아 놓은것과 그것들이 어마어마한 길이로 이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광경이었다.

만리장성에 오른 후 허무함을 달래고 있는 모습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 건축물들이 나에게 그러하듯이, 크고 웅장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아기자기함이 주는 감동이라든지, 그 안에서 소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었다.

어쩌면 내가 방문한 만리장성의 부분이 별로 경치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계속 오르고 올라도 그냥 산을 오르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한시간쯤 산등성이를 따라서 쌓여 있는 성의 위를 걸어서 올랐다. 엄청 운동이 된다는 느낌은 들었다. 하루에 한번씩만 오르고 내려도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

그리고 다시 한시간쯤 걸려서 내려왔다. 성이 대부분 하나의 선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슨 뜻이냐하면 올라간 길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별로 다른 경치를 볼 일이 없어서 단조롭다.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다.

등산복 차림으로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오신듯 한 한국인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만나고, 항상 뭔가 수줍은 듯한 일본인 관광객들도 있다. 챠도를를 두르고 만리장성을 오르는 중동의 어딘가에서 온 듯한 사람들도 있으며, 술병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오르는 러시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은 중국사람들이다. 중국 사람들도 평생 한번 오기 힘들다는 곳이 바로 이 만리장성이기 때문이다.

생각에 잠기다.

외국에 있다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우리민족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미국에 있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현재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다. 그런데 중국에 오면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관광 가이드가 만리장성이 없었더라면 중국은 유럽처럼 여러나라, 여러민족으로 갈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만리장성이 북방 민족으로부터 지켜주었기 때문에 그 남쪽에서는 민족의 융합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의 논리적인 개연성을 떠나서, 이 말은 중국 사람들이 만리장성이라는 역사적 유물에 대해서 부여하는 의미를 알려준다. 우리가 거북선을 ‘세계 최초의 철갑선’ 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건조한 해석이지만, 거북선이 우리를 왜적으로부터 지켜서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준 배’라고 생각하면 매우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것과 같다. 역사적 유물이 오늘을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 어떤 역사성을 갖는 것인가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됐다.

만리장성은 건축사적으로나 건축물 자체의 의미 보다는 그것에 얽힌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거기에 올라서서 야호를 외치는 것은 단지 허무할 따름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