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역을 마주보고 있는 동서울 터미널 뒤편에는 피자헛이 하나 있다. 이 피자헛은 내가 중학교 2-3학년 즈음이던 90년대 초반 즈음에 생겼다. 피자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 80년대 중반 혹은 말 즈음이니까, 굉장히 초반에 생긴 편이다.
나의 절친한 친구의 아버님은 우리가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이곳에 우리 친구들을 한꺼번에 데려가셔서 피자를 사주시곤 했다. 그렇다. 피자헛은 우리에게는 시험끝나는 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때 가는 곳이었다. 큼직한 피자에 치즈냄새가 솔솔 풍기면서 나오고, 음료수가 ‘피쳐’ 라는 개념으로 큰 주전자 같은 물통에 나오는 것이 마냥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계속 강변역 근처에 살고 있던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피자헛을 한번도 가지 않은 것 같다. 그 동안 나에게 피자는 회사에서 over lunch로 미팅을 해야 하거나 ‘꼭 먹을게 없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서 먹게 되는’ 음식인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TGI Friday’s, 베니건스, 아웃백 등의 다양한 먹을거리가 나타났고, Mad for Garlic같은 고급화와 한국화가 동시에 진행된 이탈리안 음식점들도 나타났다. 그리고 점차로 압구정/청담, 방배동, 홍대, 대학로 등등에 생겨나는 뛰어난 쉐프들이 전해주는 프리미엄 피자들이 가끔 나의 피자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게 해 줄 뿐이었다.
KFC, 피자헛 중국을 점령하다.
중국에 온 후로 가장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피자헛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번화가에서는 거의 2-3 블록에 하나쯤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은 KFC였다. KFC는 정말로 1블록에 하나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거의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만큼 매장이 있는 듯.
인터넷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KFC와 피자헛은 Yum!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의해서 오퍼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니, 예상했던대로 이미 KFC와 피자헛은 미국에서의 수익보다 중국에서의 수익이 많았다. (참고로 이들은 미국에서 Taco Bell도 갖고 있다. 아직 중국에서는 타코벨은 못 봤다)
KFC와 피자헛의 중국에서의 매장수는 각각 3300개, 700개 수준으로 괴장히 많았다. KFC는 올해만 중국 내에 500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라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맥도날드가 중국에서 KFC, Pizza Hut 에 이어서 3위의 외식 업체 체인이라고 하니, 정말 이들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참고:
KFC, Pizza Hut push deeper into China
Yum! 홈페이지
오랜만에 보는 DQ!
미국이나 한국에서 살면서 별로 잘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국에 와보니 대성한 브랜드들이 더 있었다.
사실 한국에도 진출했다가 별 재미를 못 봤지만 미국내에서도 DQ(Dairy Queen)나 하겐다즈 별로 잘 나가는 브랜드는 아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다.
DQ는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Berkshire Hathaway 의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회사다. Blizzard 라는 메뉴가 히트 상품으로 미국의 작은 도시의 상점 등에서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콩 팥 같은 재료들을 활용한 메뉴들을 많이 만든 것 같았는데, 솔직히 아직 시도해 보지는 못했다.
참고:
Dairy Queen to Increase China Stores More Than 60% by Next Year from Bloomberg.com
DQ의 중국사이트
하겐다즈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중국인들에게 맞는 상품 개발이었다. 얼마전 중추절(추석)을 맞아서 월병(영어로 문 케이크라고도 하고, 우리나라 백화점 지하에서 가끔 파는 동그란 달 모양 과자/빵) 식으로 만든 제품을 엄청나게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겨울철마다 베스킨라빈스가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것이 생각이 났다. 뭔가 현지인들이 가치를 두는 seasonal product는 외국 브랜드에게 이국적인 느낌을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하겐다즈 월병이 바로 그런 대표적 사례인것 같았다.
선전하고 있는 한국의 베이커리들.
우다커우(오도구)라는 곳에 가면 가장 중심이 되는 지하철 역 주변 거리에 한국 베이커리가 두개나 있다. 하나는 파리바게트, 다른 하나는 뚜레주르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이 두 베이커리를 거의 가 본 적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리바게트는 2008년쯤 한번 갔던 기억이 또렷하게 있을 정도로 안갔다.
하지만 이곳 베이징에서 이들 한국 베이커리를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요즘은 거의 매일 한국 베이커리를 가서 점심을 때우기 위한 샌드위치를 사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갈때마다 사람이 버글버글 하다는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들 베이커리 체인을 프랑스 브랜드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브랜드 네이밍이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CEIBS 수업에서 진행된 케이스 스터디에서 파리바게트가 한국 브랜드라고 하니까 모든 학생들이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여튼, 한국에서야 이들의 퍼포먼스가 썩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무척 선전하고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깨끗하고 맛있는 빵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해서 기쁘기도 했다.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이들 리테일 체인이 얼마나 지금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이야 중국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시기이고, 많은 중산층 노동자들이 점심을 떼우기 위해서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의 인구가 2200만 정도인데, 매일 1500만 정도가 점심을 외식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사이즈는 큰 시장일지 몰라도 베이징 시민들의 GDP per capita는 1만불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출처: 위키피디아)
따라서 우리가 처음에 KFC, Pizza Hut, TGI에 열광했다가 점차 그 열기가 사그라들었듯이, 중국에서 지금 잘나가는 이런 브랜드들도 한국에서와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들의 매장을 가보면, 아직 그들이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 만큼은 훌륭한 execution 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종업원들의 교육이나 위생 등에서 중국에서 하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몇몇 빈틈들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중국의 중산층들이 이들을 애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프랜차이즈 리테일러들은 새로운 전략/ 새로운 브랜드 등을 계발해서 사람들을 trading-up 하려고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솔직히 Yum! 같은 기업이 이런 방향의 움직임에 대해서 open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도 알 것이다. 그들의 생명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소도시 중심으로 확장을 계속 하는 지금의 전략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음을 말이다.
우리나라의 베이커리들은 상대적으로 이들에 비해서는 포지셔닝이 괜찮은 것 같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베이커리는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이 계속 높아져도 민감한 타격을 받지 않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맺으며…
중국에 와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뭔가 현재와 과거, 하이테크와 로우테크(?), 그리고 저가와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이코노미 브랜드들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양적으로는 저가/이코노믹 브랜드들이 훨신 대세이다. 그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의 소득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뭔가 시간과 공간이 버무려져 있는 것 같은 이 도시 속에서 중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기로 소문난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프랜차이즈 리테일러들의 운명이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