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 MBA에 와서 오랜만에 다시 동양식 주입식 교육을 받다보니, 켈로그에서 배우던 케이스 스터디가 얼마나 ‘괜찮은’ 수업 방식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MBA에서 케이스 스터디라는 수업방식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은 HBS에서 나오는 HBR Case를 사용한다. HBS가 케이스 스터디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워낙 유명한 일이니까 뭐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그리고 많은 미국의 Top MBA들이 그러한 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니까, 어쩌면 이러한 방식을 타파할 수 있는 뭔가 breakthrough 한 수업 방식이 나온다면 또 한번 MBA 순위 시장에 소용돌이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새로운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바로는 케이스 스터디가 참 좋은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적 주입식 교육 vs. 비효율적 케이스 스터디
먼저 한국, 중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주입식 교육은 우리 모두 익히 경험했다시피 교수님(선생님)이 알고 경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킨다. 토론이나 토의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반면에 이러한 수업 방식이 효율적이기는 하다. 질문을 오픈하면 정말 creative(?)한 질문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여지를 많이 열지 않고 control하는 방식의 수업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리 동양 사람들에게는 호감가는 수업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미국에 처음 와서 케이스 위주의 교육을 처음 접했을 때 불만이 많았다. 그 불만의 내용은
– 첫째, 비효율적이다. 너무 쓸데 없는 질문들, 바보 같은 질문들을 많이 허용한다.
– 둘째, 메시지가 없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는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없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보니, ‘나는 한국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수 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해 왔다. 많은 사례들을 읽고 수업을 들었는데, 왜 미국에 와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큰 이유중에 하나가 내가 한국에서 경영학을 배우면서 생겨난 케이스 스터디에 대한 잘못된 관념 때문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성공 케이스’ 혹은 ‘실패 케이스’ 라는 식으로 단순히 성공/실패를 규정지으려고 하는 케이스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게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 무언가 정해진 답을 찾으려고 하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생긴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게 되었다.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가 없는 케이스들
미국의 MBA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케이스에는 실패/성공이 확실히 없다. 그냥 상황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고,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컨대 요즘 가장 많이 거론되는 애플(Apple)의 경우, MBA의 케이스 스터디에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 기업은 80년대를 보느냐, 90년대를 보느냐, 2000년대를 보느냐, 그리고 2010년대를 보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른 가치판단이 가능하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제품 카테고리를 보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판단, 다른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90년대 PowerBook인지, 2000년대 iMac인지, iPod인지 등등. 심지어 대부분의 토론들은 지금도 그들이 활동을 계속하는 영역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어떤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게 많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의 교육이 답이 없는 공허한 논쟁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분명 학생들은 어떤 고려요소를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자기만의 배움과 답을 얻는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고, 어쩌면 더 효율적인 학습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케이스 스터디 위주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며칠 전부터 케이스를 열심히 읽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그룹 미팅을 해 가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정도 그 케이스에 몰입을 하고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면하게 되는 대부분의 현실세계에서의 문제가 정답이 없기 때문에 MBA 정도 되는 교육과정에서 접하는 문제들 또한 마찬가지로 정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그래서 ‘만약 나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을 때가 많은 것이다.
어떤 케이스가 좋은 케이스일까?
한국에서는 성공/실패를 정의한 후에 그를 벤치마킹 하거나, 혹은 답습하지 말라는 식으로 답을 유도하는 케이스(사례)가 많다. 이러한 케이스는 좋은 학습을 위한 재료가 아닌 것 같다. 이런 면에서 기업의 홍보를 위해서 좋은 점만 기술하는 케이스들은 때로는 화를 돋우기도 한다. (단, 홍보가 원래 케이스 개발의 목적이었다면 OK, 하지만 수업에서 활용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따라서 내가 볼 때 좋은 케이스(사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1) 복잡한 상황이되, 2-3가지의 명확한 이슈가 드러날 것, 2) 등장인물이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하나, 그러한 선택들을 할 때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해야만 할 것, 3) 중요한 고려 요소들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잘 드러나 있을 것, 4) 결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며, 다른 결정에 따른 다른 결과가 나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implication 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케이스이다.
즉, 최대한 읽는 사람이 그 상황에 몰입되어서 비슷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할때, ‘과연 무엇, 무엇을 고려해서 결정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 그리고 그 경우의 implication은 무엇일까? 정도만 생각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어도 되는 것이다.
어차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A letter from prison
지난 주에는 Financial Accounting Case 수업에서 한 케이스가 나왔다. A letter from prison이라는 HBR 케이스였다.
(참고로 이 수업은 미국인 교수가 진행하며, 그는 28년간 PWC에서 근무하다가 은퇴한 사람으로 tax accounting의 전문가이다.)
이 케이스에서 주인공은 회계부정(fraud)에 휘말린 한 하이테크 기업의 영업부서 전체를 담당하는 매니저였다. 만약 이러한 회계부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것이 이 케이스의 전체 주제였다.
물론 그 안에는 복잡한 상황들이 있다. 주인공이 부정에 확실하게 연류되어 있는지도 확실치 않고, 만약 회사를 고발할 경우에 어떻게 될지도 확실치 않다.
이런 경우 많은 학생들이 교수에게 물어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물론 좋은 질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수가 말한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경영학의 세계에 정답은 없으니까.
그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보고, 생각해보고, 생각해보고, 결정할 뿐이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잘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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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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