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무릎팍 도사에 유홍준 교수님이 나와서 경복궁과 자금성 이야기를 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유홍준 교수님이 우리의 경복궁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참으로 많이 동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가보지 못한 자금성에 대해서 마음 한켠에는 궁금증이 자라나고 있었다.
마침 그 후 일주일만에 자금성에 갈 기회가 생겼다. 중국에 온지 2주만에 자금성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북경대에서 마련해준 그룹 투어였는데, 약 40명의 학생들이 중국인 가이드의 어설픈 영어설명을 들으면서 천안문과 자금성 구경에 나섰다.
지난 토요일에 우리 부부는 북경대학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천안문으로 향했다. 천안문에 내리자 비가 부슬부슬 왔다.
천안문 광장에 내리니 확실히 중국인들의 스케일에는 압도당할만 했다. 우리의 광화문 광장을 한국의 천안문 광장이라고 했다가는 따귀 맞겠다는 농담에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중국 건물과 광장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하지만 그 공간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광화문 광장은 주말에는 아이들도 뛰놀고, 주중에는 바쁜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학생들이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들고 오가거나, 외국인들이 길 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풍경이 쉽게 그려지는 곳이다 .
하지만 중국의 천안문 광장은 그저 천안문과 자금성을 구경하기 위해서 줄지어 늘어선 관광객 뿐이었다. 무언가 사람들의 생활속에 스며드는 느낌이 없다고나 할까.
천안문을 지나니 자금성으로 들어서는 관문들이 줄지어서 나타났다. 유홍준 교수님이 자금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금성에는 나무가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나무가 아예 없지는 않더라. 다만 우리의 경복궁 처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분이 무슨 뜻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이해가 되었다. 우리의 경복궁이 산과 나무, 호수 등의 가운데 사뿐하게 내려앉은 모습이라면, 확실히 자금성은 떡하니 사람이 지어놓은 느낌이 들었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황제들이 살았던 궁전인만큼 그 규모와 웅장함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의 시각에는 전혀 아기자기함도 없고, 자잘한 스토리들도 살아 있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규모와 웅장함, 그리고 설계에 있어서 치밀한 점 등에는 감탄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나도 한국 사람인가보다.
이 즈음에서 일본의 궁궐도 떠올랐다. 일본의 황궁(코쿄)는 아직 일왕이 살고 있어서 아무때나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도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지나가면서 몇번 본 것이 전부다. 하지만 아기자가한 느낌은 일본의 많은 정원들과 신사가 절대로 우리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건축물은 확실히 뭔가 자연스러운 느낌보다는 몇번인가 정제된 느낌이 든다. 우리의 건축물이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을 떠 마시는 느낌이라면 일본의 건축물은 깔끔한 편의점에서 사 먹는 병으로 된 생수랄까?
유홍준 교수가 한 이야기 중에서 집은 사람이 살려고 만든 곳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도 금세 죽은 집이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경복궁도 자금성도 모두 죽어버린 궁궐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악착같이 보전한 일본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궁궐에도 상징적이나마 누군가 살면서 보전을 해 주었다면 훨씬 살아 있는 느낌이 들텐데…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안에 살던 수 많은 사람들은 이제 모두 어디로 흩어졌을까? 그들의 후손들은?
이런 생각을 할 즈음, 가이드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부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자금성 투어에서 거의 유일하게 내가 재미를 느꼈던 스토리라면 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역시 한 왕조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는 비극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변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했던 시대의 전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우리나라 경복궁의 많은 스토리들도 대부분 비극적인 것들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임진왜란 떄 경복궁이 불타버린 이야기, 대원군이 복원한 이야기, 명성황후 시해사건 등. 사실 그 안에서 임금이 편안하게 살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해지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의 경복궁이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우리 민족이 그만큼 많은 고난의 역사를 얼어 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천안문에서 시작해서 비를 부슬부슬 맞으며 자금성의 북문까지 걸어나가는 데에는 대략 3-4 시간이 걸렸다. 곳곳에 적혀 있는 한문으로 된 현판들 옆에는 아직도 만주족들의 글자들이 남아 있었다.
가이드에게 만주족, 몽고족, 한족 등에 대해서 현재 중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우리 조선민족도 그들의 눈에는 어쩌면 그냥 그들의 주변에 있는 작은 민족 중에 하나일 것이다. 다들 중국을 침략했다가 결국은 한족에 융화되어 버리고 만 많은 민족들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면 중국을 정복한 적이 없어서인지, 우리는 지금까지 정체성을 유지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2011년 추석을 앞두고, 북경에 유학온 한 조선 사람은 지난 수백년간 중국의 수도였던 자금성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고국에 있는 우리의 많은 좋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것들이 여기 있는 것 보다 백만 배 좋은 이유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추석이 코앞이라서일까? 그도 아니면 고국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숨쉬고 있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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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watch?v=PcGY0dStHuA
지금까지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젝작되었지만, 자금성 안에서 촬영이 되었던 영화는 1987년작 마지막 황제 뿐이라고 한다. 그 영화의 주제곡으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연주를 링크하였다. (중국에서는 유튜브가 안되서 제대로 play가 되는지 확인하지 않았으니 양해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