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M Week
CIM이 시작되었다. CIM은 3주간 진행되는 켈로그의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이자, 대기업으로 치자면 신입사원 연수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CIM의 모든 행사는 섹션별로 진행이 된다. 섹션은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반을 나누던 것과 비슷하다. 나는 highlanders 라는 섹션에 소속이 되었고, 그 밖에도 다른 섹션들은 Cash Cow, Buckets, Poets, Moose, Jive Turkey, Big Dogs 등등 예사롭지 않은 이름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섹션들끼리 sister section도 있고, enemy section 도 있어서, 서로 응원도 하고 야유도 하고 한다는 점.
섹션은 첫 학기동안의 켈로그의 생활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대학생활에서 처음에 어떤 반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친한 친구들이 대충 결정되는 것과 비슷하다. 섹션은 인종, 전문분야, 성별 등을 골고루 고려해서 결정된다고 하는데, 우리 하이랜더 섹션에는 한국인이 3명 있다. 특이하게도 올해는 자이브 터키 섹션에 7명의 한국인이 몰리는 현상이 있었는데, 뭔가 학교측에서 착오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CIM 2010 의 주제는 AweCIM 이다. 음.. 대부분 짐작을 하겠지만, 켈로그의 모든 행사는 학생들의 리더십 아래서 조직되다 보니, 다소 유치하기도 하고, 다소 엉뚱하기도 하다. 그래서 AweCIM같은 주제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일주일동안의 CIM은
– Cheering competition: Section별 응원대결
– Photo Contest : 그날마다의 미션에 따라서 섹션별로 사진을 찍어서 운영진에게 보내기
– Amazing Race: 에반스톤과 노스웨스턴 캠퍼스를 달리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마라톤 + 보물찾기 경기
– CIM olympic: 말 그대로 운동경기 대결
– Section Showcase: 춤, 노래, 연기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장기자랑 대결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과 함께 수업과 파티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교실 한 편에서는 section showcase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다음 수업의 리딩을 하는 아이들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몇몇 사람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 따라서 일단 CIM이 시작되고 나니, 그렇게 자주 얼굴을 보던 다른 섹션의 한국 사람들도 거의 만날 수가 없고, 심지어 빨래를 돌릴 시간도 좀 부족한 지경이다. 빡센 첫 학기의 시작을 진정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Kellogg Culture
솔직하게 말해서 나도 처음에 MBA 지원을 준비할 때 학교의 위치와 함께 랭킹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Top 7 중에서 어디를 가던지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디를 나오던지 졸업을 해서 MBA라는 일종의 라이센스를 따게 되는데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2년이라는 시간을 어디서 어떤 사람들과 보내고, 그 이후에 내가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는가는 나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MBA가 있고/없고에 비해서는 마이너한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top MBA 인지 아니면 그 이외의 MBA인지에 비해서는 더욱더 마이너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에는 어떤 학교에 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오히려 뒤늦게 학교에 오고 나서 점점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미국 학교들에 대한 정보에서 접근성이 뒤지는 한국인들의 대다수가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관찰한 켈로그의 가장 뚜렷한 특징 – 심지어 다른 학교를 가보지 않고도 이것은 정말 뚜렷하다고 할만한 것 – 은 바로 1) 학생들의 리더십, 2) 팀 중심의 문화 및 커리큘럼, 3) work hard, play harder 의 문화이다.
학생들이 모든 것을 나서서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언급했으므로 패스. 팀 중심의 문화는 CIM부터 섹션으로 시작해서 모든 커리큘럼이 팀웍으로 이뤄지고, 그룹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많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커리어 트랙을 가는 사람들 끼리도 경쟁보다는 협동을 하려는 학풍 (이것은 아직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님).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했던 것은 바로 켈로그의 ‘놀자’ 문화이다. work hard, player harder 같은 말은 사실 거의 모든 조직과 모든 학교, 그리고 심지어 몇몇 회사마저도 늘 하는 말이지만, 켈로그에서는 정말 심하게 논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른 학교에서 살짝 놀리기도 한다고 한다. ‘북서쪽에 있는 맨날 파티만 하는 애들’ 이라고 하면, 대략 b-school 계에서는 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KWEST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파티가 있었다. 즉,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지금까지 20일 정도 연속으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내가 confirmation bias 를 가지고, ‘켈로그에 와서 켈로그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룹으로 일하는 것에 강한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혼자서 생각하고 글쓰고 음악듣기를 즐기며, 혼자서 일하는 것이 훨씬 편한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일본에서도 동아리가 가장 많다는 와세다에서의 교환학생, 고참에게 ‘자유’ 보다는 리더십을 강조하는 미군에서의 카투사 생활, 그룹 내에서 가장 멍청한 한명이 이해할 때까지 몇번이고 설명을 반복한 뒤에야 한발한발 움직이는 P&G 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살림을 꾸리고, 리드하며, 팀웍을 쌓고 밤새 파티를 하는 켈로그까지. 어느 하나도 나의 원래 성격과 FIT한 것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뭐랄까.. 나는 그저 찰리 브라운에 가까운 성격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듯이 뭔가를 배워간다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 것이다. 나에게 원래 부족했던 부분을 강제로 누군가가 자꾸 채워넣는 느낌이다. 물론 well rounded person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edge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weakness 를 parity 로 만들면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strength 를 키워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Leadership 수업의 교수님이 자기 자신이 accomplishment 를 이루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장점을 써서 보내라고 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 수업의 팀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Kellogg 의 강한 팀워크 문화에 빠져들다보니 뭔가 interpersonal skill을 써야 하나? 라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analytical skill 이라고 써서 보냈다.
어디까지나 나는 나다.
파티에 가는 것도 좋기는 한데,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갈 필요는 없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순간이 있으면 집에 간다. 팀에게 누를 끼치거나, contribution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성격 자체를 내가 켈로그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team person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