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윤태호 강연에 다녀오며 미생의 인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지난주에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의 강연에 다녀왔다. 나는 미생을 드라마로 보지는 못했는데, 예전에 웹툰으로 연재될 때 봤었다.  솔직히 내용이 하나하나 기억나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굉장히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느끼는 미생, 그리고 회사 생활이라는 것

미생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점은,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회사마다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미생의 배경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종합상사”라는 굉장히 특별한 한 업종인지라, 내가 경험했던 외국계 위주의 회사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국의 대기업을 단지 클라이언트로 여러번 경험해 봤던 나는 미생에 나오는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다만, 종합상사라는 기업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롭게 느껴졌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많이 쏠리기 시작했다. 주된 관심사는 물론 캐릭터가 얼마나 잘 살아 있는지, 왜 러브라인은 없는지, 그리고 얼마나 생생화게 회사 생활을 그렸는지 등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잘 보는 프로그램인 “썰전”에서조차 미생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에게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나에게는 그렇게도 일상이 되어버린 회사 생활이라는 것에 대해서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미생의 작가들은 실제로 상사원들의 생활이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상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해보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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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에 나오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회사생활”이라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미생이 얼마나 리얼하게 회사 생활을 그려냈는가에 촛점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나는 굉장히 심한 아이러니와 현기증을 느낀다.

그 이유는 바로 누가 소수이고 누가 다수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샐러리맨 혹은 월급쟁이라는 이름을 달고 회사를 다니면서 생활하는 봉급생활자가 그렇게 소수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영업자, 학생, 주부, 그리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모두 제외하더라도 “회사원”은 그렇게 소수의 집단은 아닐지언대, 이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드라마나 영화가 지금까지 이렇게 적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회사원의 생활이라는 것은 감동적일 것도, 재미있을 것도 혹은 공감할 것도 없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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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KBS에서 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TV 손자병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거의 유일무이한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그 이후에 나왔던 그 어떤 드라마도 “회사”는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었다. 회사는 단지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배경이 되거나, 아니면 남자 주인공, 혹은 여자 주인공이 멋을 부릴 수 있는 배경이었다. 지금도 나는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실장님” 들의 넓은 개인 집무실을 보면, 도대체 요즘 시대에 누가 저런 개인 사무실을 쓸까?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다니거나 클라이언트로 함께 일해본 회사에서는 그런 방을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TV  드라마를 만드는  PD 나 작가라는 사람들이 한번도 회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채, 자신들의 머릿속에서만 “실장님”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의심했었다.

아니나다를까. 미생이 뜨고 난 다음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나 미생이 실제 회사생활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지에 맞춰지고 있었고, 많은 연예인들은 TV에 나와서 실제로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어떤지 궁금해하며 미생이 정말 그렇게 잘 묘사한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것을 보았다. 소수자가 다수자들의 삶을 궁금해하는 현실을 가장 다수가 보는 미디어에서 보는 신기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사실 나는 일찍이 이렇게도 많은 회사원들,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주는 글이나 책이 없음을 알아채고 이제는 추억속의 e-book이지만, “공감경영”라는 책을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생이라는 거대한 히트작 앞에서는 초라하기에 “거봐 내가 맞았잖아” 따위의 말은 꺼내지 않겠다. ^^

그래도 공감경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링크: 리디북스 공감경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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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님 강연

윤태호 작가님의 강연은 지난주에 서초동 삼성 본관에서 이뤄졌는데, 나도 초대권을 받아서 간 것이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세리 (SERI, 삼성경제 연구소)에서 주최한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태호 작가의 강연은 매우 알찼다. 일단 사람으로서 그의 매력이 한껏 뿜어져 나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만화 작가가 되었고, 참으로 치열하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이야기 하나 하나,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모두 자극이 된다.

그의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이야기는 바로 취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의 문하생 답게도 그는 굉장히 깊이 있는 취재 (혹은 검색)을 작품을 잘 써 내는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분이었다. 이토록 완벽을 기하는 취재를 하기 때문에 작품에서 나타나는 옥의 티는 작가 스스로에게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운 기억이 되기도 하는데, 바로 장그래의 프리젠테이션 장면이 그러하다. 내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프리젠테이션 장면만은 유독 현실적이지 않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한 임원이 “오랜만에 나도 계산을 해 볼까?” 라며 팔을 걷어 붙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 대해서 한 독자가 코멘트를 했다고 한다.

보통 기업에서 임원이라고 함은 그러한 계산에 가장 밝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해볼까” 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라는 곳에 대해서 막연하게 임원들은 손을 놓고 어른행세만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저지르기에 딱 좋은 실수를 한 셈이다. 그래서 윤태호 작가는 이 부분이 여간 민망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너무 부끄러웠다고 말했고, 이 부분이 나에게는 오히려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그 밖에도 그가 자신과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말한 내용은 많은 한국의 남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내가 그토록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외면했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특정한 부분을 나 자신에게서 찾을 때의 그 황망한 느낌은 오직 한국의 전후세대 아버지를 둔 우리 세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는 느낌이다. 물론 윤태호 작가는 나보다 적어도 10살 정도는 많은 사람이겠으나, 나도 비슷한 것을 느끼고 말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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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윤태호 작가는 앞으로 기업 강연을 해도 굉장히 잘 할 것 같다. 기업에서의 “임원의 의미”, 회사원들에게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에는 회사 생활이라는 것에 대해서 참 연구를 많이 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의 모두에 말했다시피, 그도 역시 회사원이라는 다수의 뭉뚱그려진 사람들 밖에 살고 있는 소수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회사원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고 있는 외부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일본인들이 자기 자신들을 표현할 때보다 외국인들이 일본인에 대해서 평할때 더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동감하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 이면에는 자기 자신들의 생활과 느낌에 대해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거나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밖에 스스로를 탓할 수 없는 일본인, 아니 회사원들의 불쌍한 뒷모습이 자꾸만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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