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포스팅이네요.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고 Siebel Institute of Technology 라는 곳엘 다녀왔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맥주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입니다. 주로 사업 브루어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맥주 양조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주목적인 학교인데, 양조 이외에도 맥주 시음 및 감별이나 맥주와 음식 페어링 관련한 수업들도 하고 있어서, 수업을 듣고자 다녀왔습니다.
사실 평소에 홈브루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브루잉을 못 하고 있고, 맥주에 대한 열정과 관심에도 다시 한번 기름을 부을 때가 되었기에 다녀온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일을 하면서 휴가를 쓰지 못했기에 좀 맥주도 마시고, 브루어리들 투어도 하면서 좀 쉬고 싶었거든요

Siebel Institute란?
학교는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걸어서 약 15분쯤 떨어진 Kendall College라는 건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곳의 한편에 Siebel institute가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Kendall College라는 곳이 요리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Culinary institute 이다보니 아주 맥주 수업을 하기에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식당도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서빙도 모두 학생들이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Siebel은 19세기 후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 독일 양조 전문가인 Siebel (지벨)이라는 사람, 그리고 그의 가문이 양조 관련 전문 교육을 하면서 생긴 곳입니다. 시카고 인근은 독일/체코 이민계가 많이 자리잡은 곳이라서 오래전부터 좋은 브루어리가 많이 생겼던 것이죠. Anheuser Busch도 이 곳에서 멀지 않은 세인트 루이스에 있고요. 시카고 안에는 Goose Island라는 브루어리가 유명하죠.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는 4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수업을 하는 교실 뒤로 나가면 역시 맥주 학교다보니 맥주를 마음껏 빼서 마실 수 있는 Tap Room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업에서 맥주를 워낙 많이 마시긴 하는데,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나가서 마시면 됩니다.


수업에는 누가 오나?
수업은 홈브루잉과 맥주계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Randy Mosher 라는 사람과 Cicerone이라는 맥주 소믈리에 및 서빙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Ray Daniels 라는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했습니다. 홈브루잉쪽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두 사람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들입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미국 전역에서 오는 상업 브루어들, 홈브루어들, 그 밖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오더군요. 제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곧 시카고에서 자신만의 브루어리를 차릴 것이라고 하는 David이라는 친구였는데, 팔에 맥주 재료들이 수확되는 과정부터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문신으로 새겨서 많은 사람들의 ‘Like’를 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인디애나에서 가장 핫하다는 Three Floyds Brewing에서 패키징 라인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단체로 와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패키징 라인은 다름 아닌 맥주를 병, 캔, 케그 등에 담는 라인인데요, 여기서 마지막에 이 맥주가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패키징 라인에 있는 직원들도 맥주 스타일이나 off-flavor 감별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수업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
수업은 주로 맥주에서 나면 안되는 off-flavor (이취) 와 함께 각 맥주들이 가져야 하는 고유의 스타일에 대해서 배우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맥주에 무슨 스타일이 있냐? 라고 물으시는 분이 설마 아직도 계시지는 않겠지요?
수업 과정은 총 5일인데, 첫날은 off-flavor 감별 위주로 이루어지고, 둘째날부터 넷째날 까지는 독일식 라거를 시작으로, 영국, 미국, 벨기에 등의 맥주 스타일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넷째날 후반부터 마지막 금요일까지는 주로 food pairing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부분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사진으로 설명을 대체하겠습니다.




푸드 페어링


우리나라에서도 치킨 + 맥주와 같이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꼭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조합해서 먹는 것은 아주 유용한 지식일 뿐 아니라, 실제로 음식 맛을 북돋워주기 때문에 유용한 기술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푸드 페어링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와인이 맥주보다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와인은 매운 음식과는 조합이 어렵고, 와인 자체에는 Bitterness라는 개념이 약해서 아무래도 아시아 쪽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에 맥주는 비터도 있고, 매운 음식과의 조합도 가능한 측면이 있어서 와인에 비해서는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특히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리는 점이 많고, 대중적으로 마실 수 있다는 측면이 있어서 맥주와 음식 페어링 분야가 앞으로 유망하다는게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지금도 고생하고 계시는 많은 전국의 주방장 분들과 요리사분들도 맥주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코스에서는 가볍게 할 수 있는 치즈와 맥주, 초콜렛과 맥주, 케익과 맥주 등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맥주를 넣은 요리를 직접 해보는 과정 등도 경험했습니다. 평소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아주 재미난 코스였습니다.

브루어리 투어



이렇게 시카고까지 갔는데, 그 인근의 브루어리를 구경 안하고 오면 섭섭하죠. 첫날 제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간 곳은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한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Two Brothers 라는 곳이었어요. 이름에서 말해주듯이 2명의 형제가 벨기에에서 유학하면서 영감을 받아서 미국에는 없는 ‘특이한’ 스타일의 맥주 위주로 양조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얻게 된 것이죠. 제가 Kellogg에서 공부하던 2012년 정도 까지만 해도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갈 수록 명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Goose Island 도 물론 갔습니다. 구즈 아일랜드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로컬 브루어리인데, 몇년 전에 Anheuser Busch가 매입했습니다. 이제는 미국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로컬 브루어리를 잃었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시카고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투어에서 의외로 가장 큰 수확은 Half Acre라는 곳이었습니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올라가면 있는데, 아주 작은 곳입니다. 여기는 아직 주방도 없어서 주변 피자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파는 Daisy Cutter 라는 페일 에일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아주 물건이더군요. 이제는 시카고 곳곳에 유통이 되어서 어디서든지 사마실 수 있는 맥주니까 혹시라도 시카고에 가시게 되면 꼭 한번 드실 것을 권합니다.

Revolution Brewing은 제가 이곳에서 공부할 때만해도 그냥 동네 펍이었는데요, 이제는 가는 곳마다 이 브루어리의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크래프트 맥주의 붐이 무섭더군요…
마치며…
1주일 동안 시카고에서 맥주와 함께 한 휴가인데.. 끝나고 나니까 나의 간에게도 휴가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번에도 또 재미있는 맥주 이야기 있으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