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 (Keith Jarrett) 독주회 – 시카고 심포니 공연 후기

4월초에 키스 자렛의 시카고 심포니 공연을 다녀왔다. 내가 그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간 것이 2002년 도쿄 이케부쿠로에서였으니, 딱 10년만이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그의 즉흥연주 독주는 Koln Concert 음반으로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Koln Concert, Paris Concert, Bremen Concert, 그리고 기념비적인 일본 일주 음반인 Sun Bear Concert 음반까지 이어지던 20분이 넘는 연주들은 90년대 이후에는 거의 들을 수 없고, 최근에는 10분 이내의 짧은 연주들이 주를 이룬다.

이 모든 연주들이 대부분 즉흥연주라는 점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각각의 곡들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나는 그의 머릿속에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메트로놈이 들어있다고 믿는데, 그 이유는 이 모든 즉흥연주들이 정확한 박자와 정확한 음계로 처음붙터 끝까지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한 음악을 기승전결의 방식으로 짜 놓은 틀에 맞춰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키스 자렛은 기/승/전/결을 모두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즉, 자신이 원하는 부분으로 시작했다가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끝내지만, 그 음악은 한편의 곡으로 완성도를 갖는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1부에서는 극단적인 연주들을 주로 들려주었다. 매우 저음으로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음악을 연주하는가하면, 하이노트들의 음악들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다. 2부에서는 Summer Time, Over the Rainbow 등의 귀에 익은 곡들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스탠다드 곡들을 들려줄 때면, 그가 나의 감정을 가지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것이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날의 공연사정이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았다. 피아노 튜닝이 너무 탁하게 되어 있어서, 피아노 소리가 맑고 투명하게 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키스 자렛의 왼손이 다소 좋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는 쉬는 시간마다 계속 얼음 주머니를 왼손에 쥐었다가 연주를 하곤 했다. 하지만 물론 소리만 들었다면 그 누구도 그의 왼손이 불편한 상태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연주였다.

그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노쇠해 갈수록, 나는 그의 연주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단 한번이라도 더 그의 공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또 다시 그를, 그리고 그의 연주를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나도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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