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국 도전 실패기 (부제: 헨리 키신저 & 도올 김용옥과 함께한 시간)

 

짧았던 중국에서의 교환학생 기간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북경의 가을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나는 이 곳에 오면서 목적했던 3가지 –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 친구를 만든다 – 에 모두 실패하고 돌아간다.

from Wikipedia

중국을 이해하기란 너무 어려웠다. 알수록 더 혼란에 빠지기만한다. 이해할듯 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투성이였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미궁속에 빠지는 느낌들.

이곳에 있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에 관해서 한국에 나와있는 책은 5년이 지나면 너무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으므로 아예 보지 말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은 너무나 빨리 변화하고, 너무나 거대하며, 너무나 장벽이 높다.

중국어를 배우기에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 더 아쉽다. 아마도 이 부분은 앞으로 한국에서, 그리고 또 미국에서 계속 보충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중국어 실력을 원하는 만큼 성장시키지 못한 이유는 속깊은 이야기를 할만한 중국인 친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이너써클에 대한 장벽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친구를 만들기 더 어려웠다고 느낀다. 내가 평생 아무때나 북경에 와도 나를 반겨줄 사람을 한명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중국에 오게 된 이유는 ‘메가트랜드 차이나’ 라는 책을 읽으면서 ‘중국은 중국인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한다’ 라는 글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책에서 말한, “중국은 국가를 가장한 문명‘ 이라는 말이 참으로 흥미로왔다.

즉, 이 거대한 나라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한 우산아래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너무도 많은 인구가, 너무도 다양한 민족이 함께, 또 다양한 인문/자연적 환경 안에서 살고 있기에 이 공간을 ‘국가’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 이 곳은 차라리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테두리 짓는게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들이 자꾸 우리나라 영토도 자기꺼라고 우기는건 아닐까?, 그들에게 문명과 국가의 개념이 없기에? ^^)

헨리 키신저와 도올 김용옥

 

중국에 와서 가장 즐겼던 두가지는 바로 헨리 키신저의 책 ‘On China’와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이라는 두 책(혹은 강연)이었다.

이 두 컨텐츠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중국에 있다는 위치적 특성과 이 두 컨텐츠의 대비가 주는 묘미였다.

하나는 미국의 외교관이 수십년간 중국의 정치가들을 상대하면서 철저하게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이해해가면서, 중국의 변화와 중국의 지도층의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을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미국적인 시각에서 묘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키신저라는 인물이 주는 가치가 더해져서, 중국의 지도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렇게 객관적으로, 그리고 이렇게 인사이트 있게 관찰할 수 있는 관찰자가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마오쩌둥이 집권하는 시기부터 새로운 후진타오 주석이 등장하는 시기까지에 촛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근대 중국의 외교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중국의 국내 정치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고,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중국의 ‘리더’들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 책이다. 나에게 키신저의 책은 (철학서를 제외하고)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책보다 어려웠고, 또 한편으로 자극적이었다.

또 다른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은 저자가 직접 밝히듯이 앞으로 전세계의 중심은 중국이 될 것이며, 그러한 중국의 사상을 지배하는 고전을 이해해야만 향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그리고 그러한 맥락에서 한국사람들은 서양인들에 비해서 동양철학을 이해하는데 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개발/발전/교육해야 한다는 목적아래서 쓰여진 책이다.

도올 김용옥의 책은 이렇듯이 뚜렷한 역사의식 아래에서 쓰여졌기에, 그 안에는 너무나 풍부한 현실의 ‘우리’가 살아 있고, ‘서양의 극복과 동양의 회복’ 이라는 과제가 잘 드러나 있었다. 지금의 공산주의 정부하의 중국인들 스스로도 많은 경우에 그들의 고전적 전통을 부인할 때도 많지만, 지금 그들의 삶의 방식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도올의 ‘동양철학’이라는 세계관으로 이해할 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나에게 도올 김용옥의 강의는 어떤 책보다도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너무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두가지 컨텐츠를 번갈아가면서 보고 또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한 두가지 담론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많고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 중국인들은 중국에 와서 그들과 살을 부대끼면서 살아봐야 알 수 있다. (가설 검증 완료)
3. 그러나 중국을 관찰하거나, 혹은 그들의 과거로부터 그들의 철학과 사고방식을 추론하는 것은 매우 정확하고 객관적인 결론들을 얻을 수는 있으나, 그들을 잘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더 강점을 갖는다고는 단정적으로 말 못한다.

Too Big and Too Proud

키신저의 책 On China에 나온 글귀 한구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Madeleine Albright’s description that

“China is in its own category – too big to ignore, too repressive to embrace, difficult to influence, and very, very proud.”

[나의 번역] 중국은 그들 자신의 카테고리에 분류되어야 한다.(어떤 카테고리로도 분류될수 없다). 모른척 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포섭하기에는 너무 완강하며, 영향을 끼쳐서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도 없고, 그리고 매우, 매우 자신감에 넘친다.

물론 외교적인 맥락에서 중국을 묘사한 말이지만, 이 글귀가 참으로 중국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바를 잘 나타냈다고 생각했다.

너무 짧은 시간에 중국을, 중국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국이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 중국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중국을 이용할 줄 알게 되는 것은 앞으로도 나의 숙제가 될 것이며, 나의 ‘무모한 도전’이 앞으로는 나 스스로의 무모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세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무한도전’이 되어야 할 것 같다.

2011년 12월
북경수도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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