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올림푸스에 대한 기사가 해외신문들의 비즈니스 1면을 채우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올림푸스는 일본의 광학기술을 대표하는 기업 중에 하나로 전세계 내시경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우리에게는 디지털 카메라로 더 친숙하다.
그런데 지금 올림푸스는 일본 역사상 가장 추한 회계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 무려 20년간 계속된 회계부정으로 언론마다 추정액은 다르지만 대략 1조 ~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의 방법 역시 아직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거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생긴 유가증권의 투자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이를 market value로 revaluation하는 과정에서 관계사에서 이 유가증권을 높은 가격에 구매해 주어서 손실을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법은 많은 일본 기업들의 분식회계에서 위해 자주 사용했던 방법으로 `도바시(飛ばし)`라고 부른다고 한다. 도바시는 ‘날려버리다’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그 밖에도 2008년에는 영국의 의료기기회사를 인수하면서 그 인수과정에 참여한 영국 투자자문사에 자문료를 부풀려서 납부한 후에 그 금액을 예전의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올림푸스는 경찰조사가 들어갔고, 각종 규제기관에다가 FBI까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주가는 지난 며칠동안 70% 이상 떨어졌고, 다음주 월요일이 기한이 재무제표가 나와봐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겠지만, 상장폐지가 확실시 된다. 향후 bankruptcy가 확실시 된다.
이 사건에서 나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두가지,
1) 부정을 접한 경우에 자신이 insider 의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2) 일본 경제의 충격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1.
첫번째는 이러한 거대한 회계부정이 나타날 수 있었던 주요원인을 기업의 지배구조 (governance)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계부정의 중심에는 기쿠카와 쓰요시(菊川剛)라는 70세의 회장이 오랜동안 회사에서 집권하면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덮어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많은 총수들이 상장사들을 사실상 자신의 사기업인 것 처럼 운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일본의 기업에서는 일본인 모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큰 건이 한번 터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0년 영국인 마이클 우드퍼드라는 사람을 CEO로서 영입했는데, 이 사람이 올해 사퇴한 것도 이 사건의 전환점이 되었다. 아마도 이 사람은 회계부정을 발견하자마자 발을 뺀 것 같다. 외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했겠지만, 사실 이렇게 오랜기간 썪어 있던 조직에 들어가서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최대한 빨리 발을 빼라’ 라는 점도 또한 아이러니하다.
MBA 수업들에서 이런 부정에 연류되거나 ethical 이슈가 발생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답은 ‘빨리 빠져나와라’ 였다. 바로 이런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게 마이클 우드퍼드라는 사람인것 같다.
그리고 2009년 회계감사를 KPMG에서 Ernst & Young (E&Y) 으로 바뀌게 된 것도 아마도 KPMG에서 이런 사실들을 발견하고 나서 올림푸스측에 뭔가 말을 해서 바뀐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도 많이 돌고 있다. 이런 경우에 그만 두게된 KPMG 도 문제이지만, 그렇게 다른 회계감사회사에서 안하겠다고 버린 올림푸스를 덥석 문 E&Y 측에게도 많은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앞으로 KPMG 는 일본에서 영업을 계속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2.
내 생각에도 이 사건은 단순히 올림푸스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외국계 회계법인들과 그 주변에 올림푸스의 계열사들에게 까지 파급효과가 갈 것이며, 일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일본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데, 그 가속도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예전에 미국 금융위기를 그린 영화 Too big to fail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https://mbablogger.net/?p=1327).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우리의 경제라는 것이 신뢰(trust)를 바탕으로 된 것인데, 이것이 무너지는 순간 경제가 무너지게 되어있다’ 라는 말이었다. 경제라는 것이 숫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자신감’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 경제의 자신감이 최저점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내 주변에서 MBA를 하고 있는 일본 친구들과도 이야기 해 보면, 일본인 스스로도 뭔가 자신감이 없고, 모티베이션은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아무리 일본이 타격을 입어도 일본의 저력을 믿고 있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향후 10년은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핵심 기업들이 무너져간 10년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것 같다. 일본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은 얼씨구나 박수를 칠지는 몰라도, 일본경제와 우리나랑 경제간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마냥 강건너 불구경을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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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올림푸스 1조2450억원 손실 은폐(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727456)
한경: 올림푸스 후폭풍…`재팬 디스카운트` 고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1109119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