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더 (Free Rider) 를 만나다.

이번학기 북경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 iMBA (international MBA)수업을 많이 듣고 있다. 대부분의 MBA수업이 그렇듯이 이곳 북경대의 MBA도 팀을 짜서 과제를 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그 중에서 마케팅채널이라는 과목 있는데, 역시 외국인들이 많이 듣는 수업. 중국의 마케팅 채널이라는 것이 워낙 특이해서 외국인들이 많이 듣는 과목인것 같다. 마케팅 일을 오래했던 나는 사실 마케팅 수업을 들을 때 제일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외의 복병을 하나 만났다. 바로 우리 팀에 프리라이더가 한명 들어온 것이다.

그는 항상 수업시간에는 제일 앞줄에 앉아서 자신의 존재감(presence)를 드러낼 수 있는 질문들을 많이 던진다. 이른바 ‘선생님 저 여기있어요’ 식의 질문들 말이다. 즉, 질문의 퀄리티도 낮고, 인사이트가 있지도 않지만, 말도 길게하고, 수업의 초반부에 질문을 던져서 교수의 주위를 끄는, 그는 그런 학생이다.

그런데 팀 모임에서는 완전 반대였다. 일단 팀 미팅에 늦게 오고, 와서는 한마디도 안하고 자기 컴퓨터만 들여다본다. 그리고 하품을 쩍쩍 하다가 집에 간다. 다음시간에 모이면, 무엇무엇을 해 오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고, 다음에 올때까지 해 오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그날 밤까지 보내주겠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였다. 준비할때는 거의 add-value하지 않았던 그가, 어떤 질문이나 코멘트가 들어오면 너무 열심히 말한다. 우리 팀중에서 거의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다시 변신한다.

아무튼 대략 이런 식이다.
(말을 하는 양으로 보면, 아마도 프리라이더라고 부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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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한 MBA 인터뷰에서 이런 사람이 만약에 팀에 있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는 1) 그를 타일러본다, 2) R&R을 명확하게 한다, 3) 교수에게 피드백을 준다, 4) 나중에 팀원들에 대한 evaluation으로 복수 한다. 등의 틀에 박힌 대답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북경대에 와서 이런 일을 겪으면서는 위의 것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 해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귀찮기도 했고, 그냥 내가 조금 더 고생하지 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이번주간이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무슨 중요한 명절이라서 자꾸 빠진다고 하길래… 그래 종교까지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말자.. 라는 식으로 합리화 시켜 버렸다. 교수에게 말할까도 생각하다가 너무 우리 팀의 팀웍이 깨지는 것 같기도 해서 그만뒀다.

사실 켈로그에서는 이정도의 프리라이더는 잘 없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먼저 켈로그라는 집단 안에서 그들에게 강요되는 문화가 바로 Teamwork를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왠지 프리라이딩 하면 안될꺼 같고, 뭔가 내가 value add 할 수 있는 부분을 꼭 찾고자 한다. 다들 말이 약하면 숫자로 더 공헌하고 싶고, 숫자가 약하면 그림을 그려서라도 뭔가 공헌하려고 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peer evaluation 이 학점을 좌우할 정도로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통계를 낼 수는 없으나, 항상 학생들이 이런 영향력을 마음속에 갖고 팀웍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문화적으로 유사한 한국사람, 일본사람, 대만사람, 혹은 태국친구들과 팀을 꾸리면 이런 면에서 좀 더 편리하긴 하다. 아무래도 비슷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끼리 생기는 묘한 편안함과 연대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사실 사람들에게는 인도계나 중국계 학생들 중에서 이렇게 교수들 앞에서는 말이 많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는 수줍어지는 친구들이 많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수천만명 때로는 수억명과의 경쟁을 뚫고 좋은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교육환경과 기껏해야 수십명~수백명과 경쟁하는 한국/일본 같은 말랑말랑한 환경에서 공부해 온 친구들간에 경쟁 혹은 교수에 대한 노출 등에 대한 관념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주변의 많은 인도인 중국인 친구들은 사실 매우 헌신적인 경우도 많다. 확률적으로 좀 더 다른 친구들을 밟고 일어서려고 하거나, 자신의 존재감을 더 드러내는 친구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으나, 본성적으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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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전반적으로 이곳 북경대에서는 내가 켈로그에서 기대하던 팀웍을 기대하기가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없고, 행동을 규제하는 문화도 없다. 양심과 재미에 호소할 뿐이다. 게다가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이 iMBA 수업을 많이 듣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에게 연대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은 아닐지…

예전부터 항상 프리라이더는 내 주변에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더 frustrating했던 것 같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지내지 않도록 따끔하게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다 끝났는데 눈 꼭 감고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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