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인텔에서 생긴일

 

이번학기에 듣고 있는 수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financial accounting cases 이다. 기본적으로 재무/회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는 가정하에, 다양한 케이스에 이러한 이론적 지식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지난주 시간에 수업에서 다루었던 케이스는 바로 인텔의 1994년 케이스였다. 다소 오래된 케이스이긴 했지만, 이번 시간에는 특별히 당시에 인텔에서 일했으면서, 그후로는 중국 지사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다가 지금은 은퇴해서 북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미국인 교수가 수업에 참가해서 당시 인텔 내부에서 있었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케이스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94년

6월. 인텔이 새로운 펜티엄 칩을 생산해 내기 시작함
7월. 한 수학자가 이 인텔칩이 수백억 번에 한번 정도 오류를 낸다는 점을 발견함. 당시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작은 게시판에 이 내용을 올림
11월 초. 한 전자공학 잡지에서 이 내용을 다룸. 보통의 유저들에게는 27000년에 한번정도 일어나는 오류 혹은 90억번에 한번 정도 오류가 난다고 함
11월 말. 이 내용이 New York Times 비즈니스면 1면에서 다뤄짐. 인텔의 주가가 약 2% 떨어짐. 인텔의 주요 고객인 델은 자신들의 컴퓨터에서는 software 적으로 이 오류를 바로잡았음을 발표함
12워 초. IBM이 이 칩의 주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음
12월 중순. 인텔의 경영진이 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음.

Financial Accounting Problems?

이 사건은 결국 인텔에게 엄청난 재정적 피해를 입히고 끝났다. 인텔은 문제가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해서 (소비자가 클레임을 하면) 교체해 주기로 하였고, 이로 인해서 그해 말의 재무제표에 엄청난 금액의 부채를 인식하기로 하였다.

이 수업에서 교수가 물어본 문제는 다음 두가지였다.

1) 인텔은 과연 어떤 시점에 부채를 인식했어야 하는가?
2) 인텔은 과연 얼마의 부채를 인식해야 하는가? (혹은 어떤 방법으로 계산하면 좋을까?)

모든 경영학적 문제들이 그러하듯이, 이 문제들에도 정답은 없다. 결국 인텔의 소비자들이 이렇게 적은 확률로 일어날 문제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교체’를 원할 것이며, 그 경우에 얼마로 부채를 책정해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리고 인텔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회사가 아니므로, 과연 소비자들이 교체를 원할 때, 어떤 logistics를 통해서 교체해 줄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 소비자(B2C)의 경우에는 비교적 교체에 대해서 민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작은 계산실수로 큰 손해가 날 수도 있는 기업고객(B2B)의 경우에는 훨씬 더 교체의지가 강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약 25%의 소비자가 교체를 원할 것이라고 가정해서 약 $475 million 의 부채를 인식햇고, 당시 CEO였던 앤디 그로브는 이 일에 대해서 두고두고 475백만불짜리 레슨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과연 언제쯤 부채를 인식했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업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CPU칩을 만들 때, 항상 어느정도의 버그는 있다고 한다. 즉, 이런 오류는 어떤 칩에서나 있는 문제이고, 항상 칩 제조사들은 칩의 알고리즘 디자인 단계에서 버그가 발견되더라도, 시간 내에 고쳐보려고 노력하고 그래도 안되면 나중에 업데이트 할 때 수정을 하거나, 다음 버전에서 업데이트 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 케이스는 처음에는 수학자와 같이 오류에 매우 민감한 한두사람에 의해서 문제가 제기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엔지니어들, 그 다음에는 일반인들과 같이 점점 문제가 커진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이 전에도 이 후에도 없었던 케이스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에 있었던 경우를 벤치마킹해서 계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당시 인텔의 경영진들은 매우 당황스러웠을 뿐 아니라, 설령 부채를 인식하고 싶어도 어떤 기준으로 계산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결국 부채 인식의 시기는 9월 말에 분기 재무제표가 이슈될 때 인식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것이 교수의 말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12월 말 기준의 재무제표에는 실리게 되었다. 그리고 교체율은 위에 언급한대로 25%, 그리고 비용은 새로운 칩 비용 + 일정한 인건비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Problem of Group Thinking

여기까지는 그냥 재무회계적인 내용일 수 있다. 인텔의 전 경영진이라는 그 분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애초에 이런 일이 왜 발생했다고 생각하세요?’

많은 학생들이 대답했다. 인텔에서 너무 PR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소비자들의 최초 클레임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대처함으로써 작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인텔 인사이드’로 대변되는 인텔의 브랜딩 전략이 IBM, Dell과 같은 PC 제조업체들과 충돌해서,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문제였는데, PC 제조업체들이 주문을 중단하는 등 너무 강경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은 아닌가? 대답하였다.

결국 그 교수의 답은 Group thinking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당시 인텔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진화된 형태의 ‘칩’을 만들고 있음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따라서 몇몇 과학자나 엔지니어 집단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들의 의견을 비웃고, 우습게 생각한 모양이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라는 자세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IBM이 주문을 중단했을 때에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IBM의 주문액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IBM 의 주문중단이 언론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 그 이후에 이러날 일들에 대해서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중에서 중국/일본/한국의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이런 기업들에서 CEO가 아무리 소비자 중심의 회사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해도, 당장 여러분의 상사 혹은 그 상사의 상사가 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때, 당신은 잘못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까?’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정확히 꼬집는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475 million lesson or CEO’s leadership

아무튼 이 일이 있은 후에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의 바로 옆자리에는 PR 담당자의 자리가 신설되었고, 그 후에 조직에는 consumer focus 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소비자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많은 노력이 있었던 후에야 비로소 지나치게 엔지니어 위주의 조직 문화가 점점 부드러운 소비자 중심의 문화로 탈바꿈 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물론 지금도 얼마나 인텔이 소비자 중심의 회사이며, 소비자들의 말 한마디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서 PR과 위기관리의 중요성만은 확실히 조직내에서 자리잡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 교수에게 던진 질문은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마케팅 캠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당신이 한 말에 따르면,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수행중이던 당시에도 인텔 내부적으로는 마케팅 중심의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고, 여전히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 때문에 근시안적인 결정들이 많이 내려졌다는 말인가?’

그 교수의 대답은 이러했다.

‘당시만해도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은 매우 초기였다. 그리고 인텔 인사이드는 당시 일본에서 펼쳐졌던 Intel in It’이라는 캠페인이 성공적이어서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이었는데, 조직에서는 아직도 그 캠페인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나는 조직내에서 펼쳐지는 마케팅 캠페인 하나, 둘 보다는 외부에서 기업으로 하여금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큰 사건 하나둘이 더 조직의 문화를 크게 바꾼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스티브 잡스처럼 오랜 세월 자신의 생각을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연결시키면서 조직의 문화와 전략을 형성해 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위의 인텔 사례처럼 대부분의 조직은 시행착오 과정에서 배워 나가는 부분이나 조직의 문화가 형성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재무회계 케이스 수업으로 시작된 이 시간의 수업은 3시간 수업 중에 2시간이 조직 문화에 대한 학생들과 두명의 교수간의 디스커션으로 끝이 났다.

MBA의 케이스 수업이란, 정답도 없지만 과목의 구분도 없다.

“1994년, 인텔에서 생긴일”에 대한 한 가지 생각

  1. 저 사건은 기억 나네요. 펜티엄이 1993년에 출시돼서 시장에서 널리 소비되기 시작할 무렵에 터진 일이라 주목을 받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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