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새로운 책,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을 때 마다 느끼지만 그의 글 속에서 나는 바로 ‘인사이트’ 라는 말을 느낀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당연히 알고 지내며, 매일매일 일상속에서 마주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그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그들이 왜 그런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이 책 역시 우리가 항상 함께 숨쉬고 사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인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종교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과, 종교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남긴 유산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것도 책의 제목이 직접적으로 언급하듯 ‘무신론자’의 관점에서 말이다.
나 역시도 특정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무신론자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나 스스로에게도 ‘나는 무신론자’라고 되뇌이기에는 마음속에 걸림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중에서 대부분은 바로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 많은 종교의 유산과 그 안에서 교육을 받고 살아온 하나의 인간으로서 순수하게 종교의 영향력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 때이다.
이 책으로 다시 돌아와서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나의 확신만큼은 일생동안 결코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초자연적인 내용에 반드시 굴복하지 않고서도 종교와 관계하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서 단순히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중략) 가령 내세나 천국의 거주민에 관한 이론에 대해서 내가 지속적인 저항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여러 신앙들의 음악, 건물, 기도, 의식, 축제, 성묘, 순례, 공동식사, 채색필사본을 거부할 필요까지는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무신론자로서의 작가가 종교의 수많은 유산들에 대해서 그들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종교가 어떻게 수많은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포용하면서 우리 곁에 머물게 되어있는지에 대한 해부학적 내용이다.
알랭 드 보통은 다음의 9가지 영역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체
친절
교육
자애
비관주의
관점
미술
건축
제도
이 책에는 정말 좋은 구절들이 많지만, 이 블로그의 특성상 커리어와 관련된 한 문단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공동체’에 대해서 말하면서 작자가 왜 우리가 우리의 커리어에서 성공을 그토록 원하게 되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위에서 내가 언급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는 방법의 핵심에는 각자의 일에서의 성공에 대한 찬양이 놓여있다. 어떤 파티에서 맨 처음 받는 질문이 ‘무슨 일을 하십니까?’ 일 때에 우리는 그 공동체의 출입문에 맏닥뜨렸음을 직감한다. 즉 이 질문을 받고 우리가 내놓는 답변에 따라서, 우리가 저 하찮은 작자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을지, 아니면 결정적으로 버림을 맏을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적이고 사이비 공동체적인 모임에서는 우리의 속성들 중에서 겨우 몇 가지만 유효한 화폐가, 즉 낯선 사람의 호의를 구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의 명함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평생 아이를 키운, 시를 쓴, 또는 과수원을 경영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더욱 강력한 지배적 다수와는 반대되는 삶을 산 것으로 간주되어 과소평가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와 같은 수준의 차별을 고려해 볼 때, 우리 중 상당수가 자기 일에 극단적으로 몰두하는 길을 선택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울 것이 없다. 다른 것은 거의 모두 버리면서까지 자기 일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상당히 그럴듯한 전략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의 세계는 일터에서 성취가 곧 물리적 생존을 위한 경제적 수단을 확보하고, 나아가서 정신적 번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타인의 관심을 확보한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점점 더 우리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보다 더 많은 소통을 하고, 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넓어짐에 따라서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이런 삶의 변화에 일조한 면이 있듯이) 우리 이웃에 미치광이 살인마나 아동성애자들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커리어에서 성취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은 줄어들게 될까?
잘 모르지만, 왠지 그렇게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느낌이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