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박근혜 자서전 –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한국에 돌아와 와이프가 결혼 전에 처제와 살던 마포 집에 머물고 있다. 시차적응을 못해서 새벽에 깼는데, 한켠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2007년 자서전이 있어서 잠이 오지 않을때마다 읽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었는데, 결국 자서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이 자서전을 읽고 느낀 점은 박근혜 대표는 참으로 자기 수양이 강한 사람이고 자기 절제와 감정 콘트롤이 강한 사람이구나. 라는 점과, 소신에 따라서 일을 할 사람이구나.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도 일반인이 가진 특징이라면 대단한 점이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정치인 박근혜로서는 그녀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전반적으로 자서전 전체를 흐르고 있는 그녀의 단점은 1) 실체가 없다는 점, 2) 사건의 발생시점의 근접성에 대해서 인과관계로 오인하고 있다는 점, 3)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점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

1) 실체가 없다.
지금에야 그녀의 실체가 정치인으로서 분명하고, 한나라당 대표라는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를 한마디로 ‘누구’ 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그래도 성공적인 군인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고, 김영삼, 김대중은 민주화 운동을 이끈 사람들이고, 노무현은 인권변호사, 이명박은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박근혜에게는 다니엘 핑크가 말한 ‘what’s your sentence?’ 라는 것이 없다. 도대체 그녀를 누구라고 표현해야 할지…. 누구의 딸 이라고 표현하는 것 말고, 그녀 자신에 대해서 그녀는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했다.

2) 전후관계? 인과관계?
그녀는 자신이 지미 카터 대통령과 만나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니, 며칠 혹은 몇년 뒤에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 혹은 김정일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몇달 뒤에 이런 일이 생기더라… 라는 식의 이야기를 주로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다. 자신의 영향력으로 이뤄진 일인지,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Execution과정에서 자기가 어떤 일을 담당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가 없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능력 보다는 지위에 더 많은 무게가 쏠려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입장’을 표명하거나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많은 일들에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팔을 걷어 부치기 보다는 의견개진 차원에서 많은 일들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었다.

3) 그녀의 능력은 무엇인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녀가 20대 초반에 퍼스트레이디가 되었고, 육영재단의 이사로 재직하다가 대구 달성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과연 그녀의 능력과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얻은 유산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열심히 노력한 본인이 들으시면 너무나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녀의 캐릭터는 분명할지언정, 지금까지 불행하게도 자기 자신의 리더십과 능력을 보여준 예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before vs. after로 그녀 이전과 이후에 조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녀가 없었더라면 무엇이 달랐을지 쉽게 상상이 안되었다.

결론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지도자 중에 한 사람이라는 점과, 여성으로서 지금의 지위에 오리기까지 많은 역경을 물리치고 왔다는 점, 그리고 개인적으로 절제력과 마인드 콘트롤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위의 나의 비판 및 의문들은 모두 그녀를 차기 대통령으로 놓고 보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나의 결론은 No 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회 전체에 ’2세’, ’3세’ 에 대한 myth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가, 심지어는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들이 계속 많아지고 그러한 지위가 세습되는 것은 아닌지…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부모의 자산 위에 무언가를 쌓은 사람들 보다는 자신의 노력과 성공으로 지위를 얻은 사람이 ‘가장’ 존경받는 사람, ‘최고’의 지위에 오른 사람으로 더 많이 언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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