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에 예능 프로그램들을 좀 다운로드 받아서 봤다. 그동안 못 본 것들도 좀 봤다.(시험기간이라 그런지 더 땡긴다는..)
황금어장, 무한도전, 놀러와는 꼭 빼놓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들인데, ‘나는 가수다’까지 더해져서 한층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한국TV를 더 보는 것 같다는 자기 반성이 또 다시 밀려온다. 아무튼..
다른때와 달리 유독 이번에 볼 때는 귀에 거슬리는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독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정의(definition)’ 혹은 ‘의미(meaning)’ 을 묻는 질문을 사회자들이 게스트들에게 많이 던지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XXX란 무엇입니까?
당신에게 XXX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한 분야의 대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그런 대가께서 인생의 말미에 접어드셔서,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시면서 말씀하시는 것에는 누구나 귀가 쫑긋 세워질 것이다. 예컨대 이번에 나온 무릎팍 도사의 임권택 감독같은 경우, 그런 분에게 과연 영화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궁금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이런 질문을 마구 던지다 보니 조금 식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궁색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도대체 이런 질문들은 왜 그토록 많이 던지는 것일까?
에 대해서 생각이 미쳤다.
나의 생각에는
1) 사람들은 뭔가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2) 사람들이 쉬운 답을 원한다.
3) 게스트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싶어한다. (이유야 어쨌거나..)
4) 사회자의 질문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나는 네가지 모두가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4)번의 경우에는 짜증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맥락과 의미도 없이 다짜고짜 가수에게 ‘가수란 뭐라고 생각하냐?’, 감독에게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이냐?’고 묻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정제된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 가끔 Larry King Live 를 예전에 보면서 래리 킹 아저씨가 게스트들에게 답을 이끌어내는 능력 – 이른바 밀땅(밀고 땅기기)를 잘 하면서 때로는 칭찬하고 때로는 밀어붙이기도 하는 것 -을 보고 감탄할 때가 있었다. 래리킹도 Yes/ No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open ended question 을 많이 던지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방송이 끝날 때가 되었으니 던져볼까? 라고 하면서 ‘XXX란 너에게 뭐냐?’라는 질문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좀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질문으로 정제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문맥’과 ‘상황’을 좀 더 고려해서 질문했으면 한다. 예컨대 가수에게 ‘가수란 무엇이냐?’ 라고 물어보는 것은 뜬금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건을 보면서, 어떤 읽을 겪을 때, 혹은 ‘가수를 꿈꾸는 다른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으로 좀 더 정제하면 어떨까?
MBA 지원을 하면서 에세이를 쓰게 되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질문은 역시 Stanford의 ‘What matters most to you and why?’라는 질문이었다.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왜 그렇냐? 라는 질문은 MBA 를 지원하는 사람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은 그냥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많은 대화와 상호 interaction 의 여지를 둘 수도 있다. MBA 지원이라는 맥락에서 이처럼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은 없었던것 같다.
이쯤 생각해 보니, 이런 정제된 질문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나 하는게 낫겠다. 그냥주말 예능을 보면서 해 본 잡생각이었다. 혹시 다른 답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좀 알려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