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고 기업문화를 생각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소설 집필을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틈나는대로 적어놓은 잡다한 지식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던 책의 개정증보판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주로 물리학, 생물학, 우주과학 등등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개미 등의 곤충, 인간의 뇌와 진화 같은 주제들, 그리고 다양한 문화의 신에 대한 관념, 과학의 역사 등등에 대한 내용이 그러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읽고 있다보면 의외로 경영학이나 현대 과학 등에 대한 내용과 연계된 내용들이 많다. 얼마전에 조직문화에 대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그 한가지 예이다.

그 밖에도 수학, 게임, 수수께끼, 심리학, 그리스 로마 신화, 비교문화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에 대한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즐비하다.

많은 좋은 글들이 있지만 생각나는 것들의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1) 아폽토시스 (본문 225 페이지)
세포가 예정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상. 예를 들어서 인간 태아의 손이 형성될 때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물개의 앞발과 같은 형태를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가락 사이에 있는 세포들이 죽으면서 인간 손의 형태가 들어나는 것. 태아의 엉덩이에 달려 있는 꼬리가 사라지는 과정도 마찬가지. 예외는 바로 암세포. 암세포들은 뇌에서 스스로를 파괴하라고 신호를 보내도 계속 성장한다고 한다.

 기업의 변화에서도 아폽토시스가 발생한다. 필요없는 부분들을 매각하고 새로운 부분들에 효율성과 성과를 집중하게 되는 진화의 과정이 일어나는 것. 하지만 역시 기업 내에도 암세포들은 존재하기 마련

2) 바루야족 (본문 254 페이지)

바루야족은 파푸아뉴기니의 원시부족이다. 이들은 1951년 호주의 탐험가들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문명 세계와 단절된 상태로 살았다. 바루야족에게 정액은 모든 것의 중심에 위치한다. 정액과 햇빛의 혼합물인 ‘우’에서 인간이 태어난다. 난자의 존재를 몰랐던 바루야족에게 여성은 단지 이 혼합물을 담아 놓는 용기일 뿐이다. 소년들이 처음 여성들과 관계를 가질 때에도 여자는 최대한 많은 남성 파트너와 관계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다른 남성들의 정액이 태어날 아이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수유를 할 때도 모유는 ‘변형된 정액’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여성이 많은 모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계속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바루야족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대부분의 민족 학자들이 믿어온 것과는 달리 사회는 경제의 반영이 아니라, 창건 신화의 반영이라는 사실이다. 바루야족은 정액이 모든 것의 근간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 신앙을 중심으로 그들의 의례와 사회관계를 구축해 나간 것이다.

 이 글을 읽고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그럼 우리나라의 건국신화는 뭐지? 아.. .단군신화’ 였다. 내 나름의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단군신화가 주는 교훈은 ‘인내와 끈기’ 였던 것 같다. 동굴속에서 쑥과 마늘로 버틴 곰의 후손인 우리들은 모두 은근과 끈기의 후손들이니까.

 한편으로 든 생각은 많은 기업들이 창업주가 죽고 몇대가 지나도 좀처럼 기업의 문화가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건국신화가 그 문화를 유지하는 것 처럼 창업주가 어떻게 기업을 성공의 궤도에 올려 놓았는가? 하는 이야기는 좀처럼 그 기업의 DNA를 떠나지 않는다. 삼성도, 현대도, APPLE도, P&G도 모두 그렇다.

3) 밤비 신드롬 (본문 331 페이지)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종종 길 잃은 어린 사슴을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이 이 사슴을 쓰다듬으면 이 사슴은 어미에게 돌아가서도 결국은 버림받고 죽게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몇주동안 떠나있었던 아기사슴에게서 오염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 사랑이 때로는 증오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우리는 조직 내에서 ‘내 사람’ 인지 아닌지를 따지는데, 그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가 바로 ‘냄새’ 이다. 작은 일탈도 우리는 좀처럼 용납하지 않고, 때묻지 않고 일관되게 우리 조직에 속해 있기를 바란다. 나는 회사에서 한번이라도 보스에게 배신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면 돌아가서도 다시 예쁨을 받지 못하는 동료들을 종종 보았다.

4) 전기(傳記)의 중요성에 관하여 (본문 449 페이지)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전기 작가들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은 아메리코 베스푸치이지만 우리는 크리스토퍼 콜럼부스를 더 기억한다. 그 이유는 콜럼버스는 살아서 실패자로 간주되었음에도 그의 아들이 평생을 아버지의 삶에 관한 책을 쓰는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반면 베스푸치는 아무도 그의 업적에 대해서 후세에 전하고자 애쓰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플라톤이 없었다면 소크라테스를 알 수 없으며, 사도들이 없었다면 예수의 생애를 알기 어렵고, 루이 14세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앙리 4세를 널리 알리지 않았더라면 누가 오늘처럼 그를 기리겠는가?

 역사는 후세에서 기억하는대로 기록된다는 오래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구체적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글이었다. 경영학에서는 ‘사례(케이스)’ 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명한 케이스를 만들어서 그 기업의 성공사례를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사례들은 정말로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사례중에서 일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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