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이키 We Run Seoul 21km를 뛰었다.
나이키 We Run Seoul 은 처음 나간 것이었는데, 나이키의 마케팅이 여간 똑똑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첫째는 날짜의 선정이다.
10월 26일이라는 날짜는 좀 애매하다. 가을치고는 날씨가 좀 쌀쌀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10월 초에 체육대회를 하니까 일부러 피해서 그렇게 잡았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나이키 We Run Seoul을 신청하면 티셔츠, 등번호와 함께 나이키 20% 할인 쿠폰이 택배로 온다. 처음에는 이걸 쓸 일이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짜가 다가올 수록 약간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판에 나이키 강남역 매장에 쿠폰을 들고 갔는데, 엄청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나처럼 혹시라도 날씨가 너무 추울 것을 대비해서 겨울용 러닝 기어를 사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이다. 나이키 강남역 매장은 나이키의 겨울용 상품으로 디스플레이가 잘 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열심히 그 제품들이 얼마나 방한에 좋은지 설명하고 있었다. 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10월 말이라는 날짜는 나이키의 겨울 신상품을 소개하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인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런 나이키의 마케팅에 깜빡 속아서 방한용 자켓을 구매. 하지만 결국 오늘 입고 뛰지는 않았다.
두번째는 타겟의 선정이다.
이번에 처음 나가보니 이 레이스의 주된 타겟은 10km를 뛰는 여성들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21km 나 10km를 뛰는 남성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여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른 대회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들 중에서는 커플로 온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았다. 다른 대회에 비해서 “나이키” 라는 브랜딩이 갖는 강점 때문에 여자들을 끌어들이기 더 쉬운 것은 맞겠지만,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풀코스가 없다는 점도 이 대회가 얼마나 상업적인 목적에 촛점을 둔 대회인지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그런데 그 여자들의 패션이 아주 훌륭하다. 멋을 한껏 내고 오는 것이다. 그녀들은 그 옷과 신발과 가방 등등을 사기 위해서 얼마나 벼르고 별렀단 말인가? 남자 친구와 오는데, 그냥 올 수는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나이키에서 엄청 쇼핑을 하고 온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여자들에게는 운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운동할 때에 어떻게 보이는지도 중요하다. 나이키 조깅용품의 Trial을 여성들에게 확대시키기에 참 좋은 이벤트였던 것 같다.
세번째는 시간이었다.
보통 마라톤 대회는 아침 일찍한다. 그런데 이 레이스는 오후 3시에 시작한다. 나는 당연히 9시쯤 시작할 줄 알고, 오늘 오후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 광화문 (출발지)를 가다가 깨달았다. 일요일 오후에 시내로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5호선 안에서, 광화문/시청으로 나들이 나온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키 브랜딩이 엄청나게 노출된 것이다. 일요일 오후에 광화문부터 여의도를 막고 마라톤대회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실무자와 에이전시가 누군지는 몰라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무래도 나도 마케팅 실무자로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하나하나에 무감각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기획자들의 의도를 오버해서 해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대회는 나이키의 제품 홍보와, 러닝 시장의 타겟 확대, 그리고 나이키라는 브랜딩 노출이라는 목적이 아주 잘 실행되는 이벤트를 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뛴 레이스가 MBA에 있을때 나갔던 트라이애슬론 대회니까, 실제로 대회에 나간 것은 실로 3년만이다. 마라톤만 따지면 아마도 2009년쯤 나간 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평소에 밤에 잠깐씩 조깅을 해서 연습을 했고, 완주를 목표로 했다. 1시간 50분 안쪽으로 들어오는게 목표였는데, 목표 달성에는 실패 …
다음에는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