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MBA 생활이 많이 남긴 했지만, 미국을 떠나면 그리울 것들이 있다. 바로 미국의 소비 문화의 중심 – shopping이다. 즉, 미국 시골의 안락한 삶도 삶이지만, ‘소비의 천국’ 미국을 떠나서 ‘생산’ 위주의 한국으로 가서 야근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 생각을 하니까 좀 깝깝하기도 한게 사실.
암튼 소비재 회사에서 일을했던 경력을 감안하더라도, 사실 나는 소비지향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인지 shopper experience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user experience를 체험하는 것 자체를 무척 즐긴다.
미국에 있으면서 이런 온라인 쇼핑몰을 체험해 보는 것도 큰 재미중에 하나인데, 그 중에서도 내가 지극히 즐기는 사이트들, 즉, 나의 생활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준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1. Soap.com
미국 생활에서 생필품을 산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귀찮다. 소비재 회사에서 일해본 나에게는, 처음에 미국에 와서 Target, Jewel-osco, The Whole Foods Market, Trader Joe’s, CVS, Costco 등, 각자의 특색이 있는 매장을 둘러보는 것이 일종의 오락(amusement)이였다.
사실 나는 P&G에서 마케터로 일하던 시간동안 서울과 그 인근의 대부분의 마트를 다녀봤는데, 꼭 일때문이 아니라 궁금해서 다닌 적도 많다. 이런 호기심 많은 성격에 미국에 와서 이런 유통의 새로운 세계를 봤으니 오죽했겠는가? 암튼..
하지만 이런 재미도 몇주 ~ 몇달이면 귀차니즘의 희생양이 되고, 게다가 시험이나 다른 중요한 약속이 겹치면 20-30분씩 차를 몰고 장보러 가기도 힘들다. 게다가 내가 사는 중서부지역은 겨울 날씨가 좋지 않아서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장보러 가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또 미국의 물건들 중에는 부피가 큰 것들이 많아서, 사더라도 집까지 운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런 여러가지 어려움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곳이 바로 soap.com과 같은 grocery shopping 사이트이다.
나는 P&G에서 일할때 MBA에 오기 바로 전에는 Digital Marketing을 담당했다. 그때 중요했던 프로젝트가 auction.co.kr이나 gmarket.com 등과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생필품을 많이 사게 하려는 프로젝트 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소비자의 habit change 를 수반해야 해서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사람들 북적거리는 마트에 경쟁하듯 달려가서, 프로모터들의 각종 상술과 호객행위에 피곤해하며, 손가락 끊어질 듯한 비닐봉투에 샴푸며 세제를 가득 담아서 집에 오느니 집까지 슉~ 배달해 주는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텐데, 사실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애물이 있다. (나중에 별도의 포스팅을 기획중이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이런 온라인 생필품 쇼핑을 가장 잘 구현하는 곳은 tesco 온라인과 ocado.com 등 영국의 사이트들이다. 미국에서도 아직 대다수는 직접 차를 몰고 마트에 가는 문화인듯 했는데, 최근에 soap.com을 이용해보고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비교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의 포장의 부피가 좀 크고, 약간은 허술했기 때문. 물과 세제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주로 구매했는데 무거운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니 좋았고, 구매 전에 다른 사용자들의 동영상이나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던 점.
2. WTSO.com
(하루에 하나가 아니라) 한번에 한가지 와인을 소개해서 30~70%까지 할인해서 한정된 수량만 매진(Sold Out) 될 때까지 판다. 사이트의 관리자 입장에서는 와인의 종류와 수량을 잘 골라서 올려야 할 것이다. 아니면 별로 인기 없는 와인은 하루가 넘게 계속 사이트에 띄워져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기 있는 와인은 올라오는 순간 동이 나기도 한다. 따라서 하루에 보통 3-4개 많게는 10개까지도 와인이 바뀌면서 올라오는데, 좋은 와인은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구경도 못해보고 끝난다.
이 사이트는 주로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이용한다. 그때 그때 push message로 지금 판매되고 있는 와인을 알려주는데, 수업시간에도 가끔 확인한다 ^^. 스마트폰의 특징인 실시간적으로 소비자들이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한게 가장 훌륭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인들은 대부분 30~60% 할인된 가격에 나오며, 가끔 정말 좋은 와인들도 5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할인율은 약 10-30% 정도인것 같으니, 다른 사이트들의 가격을 구매전에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Brunello di Montalcino, Riserva (2003)을 약 50$ 가격대에 살 수 있었으니, 이런 딜만 가끔 떠 준다면 만족이다.
3. Fab.com
우리나라에서는 funshop.co.kr 이나 디자인정글 등에서 귀엽고 참신한 소품들을 구입하기도 했는데, fab.com은 학용품, 전자제품, 장신구 등으로 국한되지 않고, 좀 더 규모가 큰 가구나 다양한 러그(rug), 액자, 책, 등등 스케일이 한국보다는 좀 더 큰 제품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디자인도 훌륭한 제품이 많다. 하루에 한번 제품들이 교체되며, 한번에 10개 내외의 제품이 올라온다. 주로 24~48시간의 시간 제한을 두고 판매되는 제품이 대부분인데, 디자인이 좋은 제품들은 금방 sold out 이 된다.
한가지 불만인 점은 배송기간인데 보통 2주에서 길게는 몇달씩 걸린다고 뜨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정말 예쁜 제품이 나올때는 그냥 사놓고 기다린다. (작년에 구매했는데 아직 못 받은 제품도 있다. -_-) 어차피 급한 제품은 아니고, 그냥 슬슬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갖고 싶은 그런 것들 말이다.
(참고로 fab.com 은 친구가 초대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나의 초대로 계정을 만들 수 있다.)
4. Jetsetter.com
사실 이 사이트는 아직까지 구매를 하지는 못하고 눈팅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여행 사이트의 백미는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해도 entertaining 한 효과가 있다는 것! (나만 그런가?)
한마디로 좋은 호텔들의 값싼 딜들이 나오는 곳이다. guit.com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나는 guit에서 살 물건은 별로 없다. 나의 소비수준이나 생활수준보다 왠지 좀 더 높은 luxury goods인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똑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jetsetter.com은 다르다. ‘여행’이라는 판타지는 조금 값이 비싸고 화려한 것들로 눈요기를 하더라도 즐거운 느낌이 들기 때문.
요즘 봄방학 때 미국 국내의 어딘가를 가볼까 계속 고민 중이라서 더 열심히 보게 되는 사이트이다. 주변에서 구매를 경험해 본 친구들의 평가가 모두 좋아서, 나도 나름 기대를 하면서 계속 보고 있다.
(jetsetter.com도 역시 invitation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데, 관심 있는 사람은 아래 링크로 가입하시면 된다.)
http://www.jetsetter.com/invite/luckymetk
5. Amazon Prime
Amazon.com을 많이 이용하는데, 어차피 이용할꺼라면 배송을 빨리해서 이용하자. .edu메일 계정만 있으면, 1년간 amazon prime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고, free 2 day shipping 의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
그리고 아마존의 가격대는 다른 마트들 대비도 경쟁력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2-3일동안 마트에 못 갈것이 확실하다면 차라리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해서 사는 편이 더 싸고, 빠르고, 편하다. 사실 요즘은 책보다 다른 아이템을 사려고 amazon을 더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아마존에서 최근에 산 것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맥의 램(RAM).
어떤 영어표현에서 아~주 오래전을 뜻하는 표현으로 ‘아마존에서 책만 팔던 시절’ 이라는 구절을 봤는데, 극 공감했다.
Conclusion
인터넷으로 사는 물건들은 1) 아주 특이하거나, 2) 아주 익숙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즉, 아주 특이해서 꼭 인터넷에서만 파는 것들 – fab.com, jetsetter.com 등, 그리고 아주 익숙한 것들을 빠르고, 편리하고, 값싸게 사려는 경우이다. amazon prime, soap.com 등. 특히 후자는 반복구매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요즘의 e-commerce는 ‘social’ 은 기본이다. 위에 소개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구매 전/후의 share는 물론이고, FB, Twitter 등과의 연계도 매우 자연스럽게 되어 있다. 나의 추천으로 내 친구들이 구매하는 경우 내가 크레딧을 받는 경우도 많고, 나의 구매 내역을 내 FB 에 바로바로 포스팅 할 수도 있다.
Groupon이나 Living social 같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는 여러번 이용을 해 보긴 했으나,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좋은 딜이 잘 안나오는데, 그것을 매일 follow 하기에는 즐거움(entertainment)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최근에는 이메일로 오는 deal 소식도 안받아보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시간 제한들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것도 거의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더 이상 소셜커머스의 의미가 아닌, 거의 모든 인터넷 쇼핑을 대체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들만의 특색을 잃고 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아무튼 미국에 있으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진정으로 ‘소비’의 힘 위에 세워져 있음을 하루하루 깨닫는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여유를 되찾고 소비가 좀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명품백과 룸싸롱에 왜곡되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소비 말고, 재미있는 인터넷 쇼핑에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더 쓰는 소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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