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 민영화를 위한 포석으로 활용된다?!
최근에 한전의 전력수요에 대한 부정확한 예측과 및 전력 수요 부족시의 대비책 미비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한국에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나는 한국에 있지 않았기에 몸소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언론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들어보면, 상당히 아찔한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다.
민영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정부에서 비교적 큰 사고없이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한전이라는 조직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한전 내에서의 무사안일주의 등에 대한 이슈는 계속 제기되었지만, 그것은 이런 대규모 사태와는 또 다른 이슈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전사태를 한전 민영화 논의를 가속화하려는 도구로 삼으려고까지 한다고 한다.
한전은 주식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상장기업이지만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기에 대한 가격 결정도 정부에서 주도하여 결정하도록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정부에 의해서 콘트롤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정부가 모든 주식을 민간에 매각할 경우에 이번과 같은 초유의 정전사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한전이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전력 수요 예측의 정확성 자체가 향상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전을 운영하던 인력들은 그대로 머물러서 일을 할테고, 그들의 업무행태가 회사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질리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결정권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기가격이 너무 싸다. 기름을 사용해서 전기를 만드는데, 이 가격이 전기를 생산하는 원가보다 싸서, 예전에는 전기로 난방을 하던 난방기구들조차 전기난로로 모두 대체되어 버렸다.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효율성이 높은 기기를 대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100% 한전의 CEO에게 이양된다면 전력사용양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또 생각해 보야야 할 문제는 전기가격이 오르는 만큼 물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번 한전정전사태의 이슈는 1) 예측능력 부족, 2) 위기 관리에 대한 대처 미흡이다. 이 부분은 민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그것은 운영하는 사람들의 capability 이슈이다. 민영화를 통한 가격상승여력 발생, 그리고 그로 인한 전력 수급의 변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물가 상승이라는 결과물에 대면할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인천공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리고 또 오늘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에 대해서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비판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비판은 사실 이번이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그럴때마다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이 공항을 왜 매각하는가? 라는 문제가 계속 뜨거운 감자였다.
한전의 효율화를 위해서 민영화를 주장했던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라서 매우 흥미롭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지지부진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어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인천공항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도대체 그러한 구분의 논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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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1) 투자재원이 필요하다.
2) 51% 지분 보유는 매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일부 매각해도 괜찮다)
3) 실제로 인천공항이 1위를 한 논거가 약하며, 이 내용은 일부 조사에 국한된 순위이고, 인천공항은 아직 개선점이 많다.
라고 볼 수 있다.
즉, 매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천공항의 실적도 매우 좋고, 지금 잘 하고 있는데, 굳이 왜 매각을 해야 하는가? 라고 주장한다. 이를 빗대어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천공항은 인천공항에 재투자가 많이 필요하며, 수송객 숫자, 터미널 면적, 이착률 횟수, 활주로 숫자 등의 다른 요소들에 확충의 여지가 많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서비스 면에서 세계 1위라는 클레임이 많이 나오는데, 마케팅을 했던 사람 입장에서 이런 ’1위’ 클레임은 잘 믿지 않는다. ‘XX신문 선정 브랜드파워 1위’라는 클레임이 예전에 소비자들이 순진하던 시절에 잘 먹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클레임은 인천공사가 말 그대로 주장(클레임)하는 내용일 뿐일 수도 있어서 항상 비판적으로 들어야 한다.
공신력 있는 ‘공항순위’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고 믿지 않고, ‘서비스’ 라는 것이 공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 라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많다.
약 1년전에 시사매거진 2580 에서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비판 방송이 있었던 모양이다. 한 블로거가 거의 모든 화면을 캡쳐해서 나도 편하게 보았다.
http://m_genius.blog.me/100112096041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나는 가장 먼저 제작자들이 리서치 방법론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몇몇 서베이를 소개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조사 방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인천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 사람들이 인천공항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인용한다면 이는 매우 부족하다. 그렇다고 전세계의 모든 공항을 체험해 본 사람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 공항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에 분명하다.
먼저 공항을 평가하는 요소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을 항상 인천공항 vs. 다른 공항들로 비교해가면서 측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용객 입장에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경영자 입장에서 평가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며, 이용객들도 단순 여행객인지, 비즈니스 여행객인지, 화물을 주로 이용하는 화물이용 기업들이 고객인지에 따라서도 너무 평가 요소가 달라진다.
총체적인 순위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누구의 관점에서 보는가?’를 먼저 확실히 정해야 한다. 아마도 인천공항을 매각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공항의 확장과 그로 인해 발생할 매출 및 수익, 그리고 인천공항을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정책과의 전략적 연계성을 계산했을 것이고, 이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즉, 누구의 관점인지가 다르다는 것이 이 사태를 보는 나의 가설이자 해석이다.
중국의 국영기업들과 인플레이션 통제
다들 알다시피 중국은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socialism market economy 이라는 애매한 말로 시장 경제를 수용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1당 체제이고, 많은 언론통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많은 국영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석유, 전기, 통신 등은 물론이며, 지하철, 버스 등도 모두 정부에서 철저하게 소유하고 관리/감독하고 있다.
북경에 처음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지하철 요금과 버스 요금이었다. 지하철 요금은 2위안, 우리돈으로 약 350원이고, 버스 요금은 학생의 경우 1위안으로 약 180원 정도이다.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금액이 최근에 인하된 금액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통제 도구의 하나로 이러한 공공요금을 활용하고 있었다. 매년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2010년에도 10% 가까운 경제성장을 한 중국이기에 이러한 공공요금의 통제를 통한 인플레이션 관리는 중요한 정부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직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인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하는 리더십 그룹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국민(인민)들도 정부에서 이러한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해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전소, 공공 교통기관 등에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 있는 줄 알면서도 여전히 이들이 정부에 의해서 관리/감독 되어야 하는데 찬성한다고 해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부정부패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는 나 같은 한국사람이라면 ‘부패(corruption)’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바로 칼을 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부패에 익숙해진 중국인들에게는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안고가야 하는 문제이며, 그보다는 더 큰 효용이 중요하다는 매우 실용적인 입장인듯 했다.
실제로 내가 느낀 중국의 공공기관들은 서비스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는 말의 뜻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중국의 현재 생활수준이나 중국의 일반적인 상업시설의 서비스 수준대비 나쁘지 않다는 뜻이지, 절대로 한국대비 혹은 다른 국가 대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여튼, 정말 이상적으로 정부가 공공기관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다면, 더 이상적인 것 아닌가? 왜 굳이 매각해야 하지?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정부가 관리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PetroChina 의 케이스를 수업 시간에 다룰 기회가 있었다.
PetroChina 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중국 정부에서 통제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들의 재무재표를 보니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었다. 자원이용에 대한 세금이 엄청나게 부과되고 있어서 이들의 수익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세금을 제외하고도 너무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으로 이를 조정한다고 한다. 배당이라함은 주주에게 이익의 일부를 주는 것인데, 주주가 정부니까 세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참으로 신기한 시스템이었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을 보면서 한국의 일들이 많이 생각난다.
우리 정부는 물가관리의 대책으로서 자꾸만 정유회사, 마트, 생필품회사들의 가격관리와 원가공개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러한 관리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하며, 정부가 이러한 활동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서 하려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시경제 시간에 분명 물가는 통화정책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것이라고 배웠는데, 왜 자꾸 민간 기업들의 회계장부를 정부가 팔을 걷으며 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럼에 생각해보건대, 과연 모든 공기업들을 민영화 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대한항공, 포스코, KT, 대한석유공사(유공, 현재의 SK), 한국이동통신(현재의 SKT) 등 비교적 성공한 민영화 프로젝트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자신들의 제품 및 서비스를 다른 나라의 통신, 석유, 항공사 대비 엄청나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율경쟁을 이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특혜만을 누리며 쇄국으로 일관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수록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를 뿐이다.
오늘 중국의 경제사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
1970년대에 중국의 지방도시에 조금씩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며,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무렵, 모택동이 중국의 지방을 돌다가 한 제철소를 방문한 이야기이다.
제철소 담당자는 그 제철소에서 독일 수준의 훌륭한 철을 생산해 냈다며 이를 모택동에서 보여주었다고 한다. 모택동은 크게 그 제철소의 책임자를 치하하며 돌아서다가 농담을 한번 던졌다. ‘그 철이 사회주의의 산물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산물인가?’
질문을 받은 사람이 머뭇거렸다. 사회주의라고 하면, 최근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역행하는 것 같고, 자본주의라고 하면 뭔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아서였을 것이다. 모택동은 만약에 당신이 대답을 할 수 없다면 그게 최고의 대답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주의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최고의 철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자기 나름(?)의 해석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국민(인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나, 인플레이션 통제 도구, 즉 거시적 경제지표에 대한 영향력이 큰 사업을 국유화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자본주의를 받아들여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영기업들에 대한 민영화 논의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